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831 - 챕터 1840

3013 챕터

제1831화

석칠은 한편으로 사죄하면서 말했다.“대제사장님, 황자님. 정말 죄송합니다.”“지금 저희가 먹을 수 있는 건 찐빵뿐입니다.”“대제사장님의 분부대로 수비대를 움직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미끼를 문다면 저희의 군량과 마초를 빨리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진익은 어쩔 수 없이 찐빵을 먹기 시작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찐빵으로 배를 채웠다.“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기거든 나를 제때 부르시오.”“알겠습니다!”막사로 돌아왔을 때 날이 완전히 저물어 막사에서는 촛불을 밝혔다.낙요는 자리에 눕자마자 막사 밖에 검은 형체가 언뜻언뜻 보이는 걸 보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전 매우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습니다. 이만 돌아가세요.”침서는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막사 안을 바라보았다.“그러면 편히 쉬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날 바로 부르거라.”침서는 곧 자리를 떴다.멀어지는 발소리에 낙요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낯선 환경 때문에 불안한 탓일지도 몰랐다.항상 깊게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눈을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깨어나다 보니 더 피곤했다.낙요는 일어나 앉아서 이마를 주물렀고 강제로라도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노예곡 상황이 어떤지 지금은 알 방도가 없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낙요는 지금 정력을 비축해 두려고 했다.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다시 누웠다.그러다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이내 누군가 들어왔다.낙요는 가만히 있다가 그자가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자 몸을 홱 뒤집으며 상대의 목을 졸랐다.“누구냐!”그러나 상대는 반항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다만 대야 속 물이 찰랑거릴 뿐이었다.낙요는 화들짝 놀랐다.“부진환? 왜 여기 있는 것이오?”그는 그곳 사병의 옷을 입고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있었다.낙요가 놓아주자 부진환은 대야를 내려놓고 말했다.“길이 험하고 날이 추워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을 것 같은데 발을 담그시렵니까?”“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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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2화

낙요는 실눈을 떴다. 확실히 그랬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부진환을 바라봤다.“당신은 날 따라 이곳까지 와서 뭘 하려는 건지 대답하지 않았소.”“내 발을 씻어주려고 온 건 아닐 테고.”부진환은 웃었다.“대제사장님께서는 총명하시니 제가 줄곧 대제사장님의 뒤를 따른 사실은 알고 있으셨겠지요.”그 말에 낙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총명하다라? 당신은 오는 길 내내 내게 난로를 보냈는데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알 수 있었을 것이오.”“정말 날 칭찬하는 것이 맞소?”낙요의 보기 드문 미소에 부진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전 대제사장님보다 하루 먼저 막사에 도착했고 그들의 진영에 섞여 들어갔습니다.”“그들은 제가 몰래 들어간 사실조차 모릅니다.”“그렇다는 건 이 주둔지에 새로 온 사람, 눈에 익지 않은 사람이 저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지요.”“그들이 묵인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어쩌면 대제사장님을 겨냥하여 보낸 자들일지도 모릅니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의아해했다.부진환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대제사장님, 제게 친우가 한 명 있는데 대제사장님께서도 아실 겁니다. 구십칠이라는 자입니다.”“대제사장님은 그가 예전에 뭘 하던 자인지 이미 조사를 마쳤겠지요. 그도 노예곡에서 있었던 자입니다.”“어쩌면 그가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대제사장님께서 절 한 번 믿어주시겠습니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뭔가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부진환은 이미 많은 실마리를 얻었고 유능한 조력자까지 찾았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봤다.“난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니오.”“난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돕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오. 정이 있거나 의리 때문이 아니라면 뭔가를 바라서겠지.”“당신은 나보다 앞서 며칠 동안 바삐 움직였고 나 또한 그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난 당신이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소.”“내게 솔직히 얘기해준다면 당신들과 협력하는 걸 고려해 보겠소.”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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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3화

“하지만 난 침서가 당신을 죽이게 놔두지도, 당신이 침서를 죽이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오.”“알겠소?”부진환은 속이 쓰렸다. 그는 낙요의 마음속에서 본인과 침서가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께서는 기억을 일부 잃으셨습니다. 만약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확 구기면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됐소.”“물이 식었군.”그녀가 기억을 떠올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얘기해준 기억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었다.부진환은 낙요의 발을 닦아서 침상 위에 놓아주었다.“그러면 편히 쉬십시오.”’부진환은 대야를 들고 막사를 나갔다.다시 고요함을 되찾자 낙요는 이불 안에 누워 따뜻한 발의 느낌을 즐겼다.그 따뜻함은 온몸으로 퍼졌고 이내 잠기운이 몰려왔다.오늘은 참으로 이상했다.낙요는 꿈을 꾸었다.그녀는 꿈에서 의자에 묶여 매를 맞고 있었다.그녀의 눈앞에는 화려한 차림의 사내가 서 있었는데 몸통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아파서 의자를 힘껏 쥐고 죽어라 이를 악물었다.사내의 목소리는 흐릿했지만 엄숙하게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낙요는 무척이나 억울했다.꿈은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밖에서 애타는 소리가 들렸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 사람을 잡았습니다!”낙요는 화들짝 깨어나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 신발을 신었다.옷을 입은 뒤 막사를 나가보니 차가운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고 그 때문에 뺨이 매우 추웠다.손을 들어 만져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낙요는 당황했다.조금 전 꿈 때문일까?왜 이렇게 슬프고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꿈속의 사내는 누구일까?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옷차림을 보니 침서는 아닌 듯했다. 그는 절대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았다.그곳에 거의 다 왔다.낙요는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눈물을 닦았다.도착해 보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전부 오늘 밤에 잡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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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4화

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줄 생각이오?”낙요는 눈썹을 튕겼다.“그렇다.”“솔직히 대답한다면 금혼부를 풀어주고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주겠다.”그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겠소. 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얘기하겠소.”“하지만 난 딱 한 명의 금혼부만 먼저 풀어줄 것이다.”곧이어 낙요는 그들의 경악으로 물든 시선 속에서 그중 한 명의 금혼부를 풀었다.“정말 없어졌소! 없어졌소!”그들은 매우 감격했다.낙요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말하거라. 너희의 역모는 누가 계획한 것이냐?”한 사람이 대답했다.“봉시(逢時)요.”“봉시라고?”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모두 봉시의 말을 듣소. 그가 말하기를,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했소.”“그러면 얼마나 오래 계획한 것이지?”낙요의 질문에 그자는 고개를 저었다.“구체적인 건 우리도 모르오. 하지만 우리는 10일 전에야 이 일을 알게 되었소.”“다 참여하라고 하길래 우리 모두 참여했소.”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구겼다.10일이라니, 너무 짧았다.이렇게 큰 규모의 역모를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 안에 계획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단번에 성공하여 무기고와 군량, 곳간을 빼앗았다.“그 봉시라는 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상대방이 대답했다.“노예곡의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모순 또한 많아졌소. 대부분 봉시가 나서서 조율했지. 그래서 다들 그의 말을 그나마 믿는 편이오.”“하지만 그는 평소에 아주 조용한 편이라 우리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오.”낙요는 계속해 많은 걸 물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특히 봉시라는 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호소력이 뛰어났고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을 설득해 그와 함께 역모에 가담하게 했다.게다가 이렇게 큰 규모의 역모를 계획했다.“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게 다요. 약속은 지켜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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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5화

낙요는 입꼬리를 당겼다.석칠이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대제사장님, 어떻습니까?”“그들이 투항하겠다고 했습니까?”낙요가 분부했다.“노예곡 북쪽의 병사들을 물리시오. 난 오후에 봉시와 담판을 할 것이오.”그 말에 석칠의 안색이 달라졌다.“북쪽의 병사들을 철수하면 위험하지 않습니까?”“이 노예곡은 거대한 원형입니다. 저희가 있는 이곳부터 북쪽의 산길까지 길이 아주 험합니다. 만약 북쪽에서 일이 터진다면 우리 쪽 사람들이 바로 지원할 수 없습니다.”“그들을 후퇴하라고 한 뒤에 조금 먼 곳에 매복해 있는 건 어떻습니까?”낙요는 정색하며 대답했다.“산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로만 지키면 되오. 너무 가까이 매복하지는 마시오. 봉시가 눈치챌 수도 있으니 말이오.”석칠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요는 석칠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철갑 금위군이 산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로를 지키게 하라고 진익에게 전달했다.진익이 물었다.“그 봉시라는 자가 본인의 자유를 원한다면 몰라도, 노예곡 모든 이들의 자유를 요구한다면 그걸 들어줄 수는 없지 않겠소?”“이 노예곡에 온 자들은 전부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오. 어렵사리 잡은 그들을 놓아주는 건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오!”낙요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아무나 내보내 줄 수는 없지요.”“근 몇 년간 노예곡에 억울하게 잡힌 자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우선 노예곡의 상황을 안정시킨 뒤 하나씩 해결해야지요.”진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괜찮을 것 같소.”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웬일로 백성들을 고려합니까?”“내가 그래도 명색의 여국 황자이고 미래의 황제인데 당연히 주도면밀하게 고려해야지. 대제사장, 사람을 너무 얕보지는 마시오.”진익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오시가 지난 뒤 낙요는 북쪽의 벼랑으로 향했다.그곳에 평탄한 공터는 많지 않았고 점점 더 벼랑에 가까워졌다.낙요는 일찍 그곳에 도착해 기다렸다.그곳의 아래쪽 골짜기 안에 누군가 전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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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6화

봉시는 생각한 뒤 말했다.“첫 번째는 받아들일 수 있소.”“두 번째, 시완은 보름 전 저자들이 데려간 뒤 돌아오지 않았소!”봉시는 손을 들어 석칠 등 사람들을 가리켰다.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넘실거렸다.낙요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석칠을 보았다.“사람은?”석칠은 화를 냈다.“무슨 시완 말이오? 난 모르오!”“우리가 언제 사람을 잡아갔다고 그러오?”봉시는 그 말을 듣고 화를 냈다.“보름 전 점심에 당신들이 그녀를 잡아갔소!”“그녀는 살아있소, 아니면 죽었소?”“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당신들의 주둔지를 완전히 밀어버리겠소!”봉시의 말과 그의 화가 난 모습을 보니 이번 역모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완이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석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시완은?”석칠은 다급히 설명했다.“대제사장님, 저희는 정말로 시완이라고 불리는 자를 잡은 적이 없습니다.”봉시는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 자기 멋대로 굴며 노예곡 사람들을 괴롭히고 예쁘장한 여인을 보면 잡아가서 능욕하지! 그 때문에 노예곡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자기 얼굴을 망가뜨린다!”“심지어 막 태어난 여자아이도, 부모가 얼굴을 망가뜨리지! 평생 못생긴 얼굴로 살게 말이다!”“짐승만도 못한 것들!”“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아갔으니 누가 시완인지 기억하지 못하겠지!”“오늘 그녀를 보지 못한다면 담판할 생각은 하지 마시오!”봉시는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다. 벌게진 두 눈은 살기로 가득했고 그곳을 평지로 만들어 버릴 거라는 화 또한 느껴졌다.봉시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기세등등하게 장검을 들었다.낙요는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석칠을 바라봤다.“저 일이 사실이란 말이오?”“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시완은 어떻게 되었소?”낙요는 화가 난 어조로 말했고 석칠은 난색을 보이며 변명했다.“대제사장님, 저자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저희는 정말 사람을 잡은 적이 없습니다!”“전 정말 시완이라는 자를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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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7화

봉시는 그녀의 팔을 잡았고 두 사람은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강풍산(罡風傘)...”낙요는 큰 우산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착지하자 검 여러 개가 그녀의 목에 닿았다.봉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보는 눈이 있군!”“데려가거라!”낙요는 곧바로 목에 검이 닿은 채로 끌려갔다.등 뒤의 사람들이 그녀 대신 쏘아진 화살들을 막았다.낙요는 그렇게 이내 동굴 안에 만들어진 방에 도착했다.가는 길에 만난 모든 사람이 그녀를 죽어라 노려보았다.마치 그녀의 피부를 벗겨내고 갈가리 찢어버릴 듯이 말이다.그런 눈빛에 둘러싸이자 낙요는 마치 늑대 소굴에 들어간 것처럼 등골이 오싹했다.동굴 속 방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녀를 단단히 에워쌌고 열 자루가 넘는 검들이 그녀를 겨누었으며 곧이어 봉시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대제사장이 이 노예곡에 올 줄이야 상상도 못 했는데.”“이것이 바로 인과응보겠지.”옆에 있던 사람이 호응하며 말했다.“죽기보다 더 괴롭게 만들어 주시오! 그래야 한이 풀릴 것 같소!”“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건 전부 제사 일족 때문이오. 난 지금까지도 노예영에서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지 않았소! 게다가 우리에게 노예라는 낙인까지 찍었지! 그때의 그 굴욕을 오늘에야 갚아줄 수 있겠소!”사람들은 끊임없이 호응했고 그들의 목소리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죽이시오! 죽이시오!”낙요는 자신이 추락하면 이런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겪게 되니 등골이 서늘한 건 어쩔 수 없었다.이곳 사람들은 제사 일족과 대제사장을 가장 미워했고 다들 낙요를 찢어 죽이고 싶어 했다.봉시가 손을 들어 눈치를 주자 그제야 주위가 조용해졌다.“다들 냉정하시오. 지금 이자를 죽인다면 나가기가 몹시 어렵게 되오.”“오늘은 운이 좋아 그들의 대제사장을 잡았소. 우리는 대제사장을 이용해 그들을 위협하여 살길을 얻을 것이오!”“그러니 이 여인은 당장 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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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8화

낙요는 턱을 쳐들고 시선을 피했다.승낙하지 않을 것이고 협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손을 쓰려거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분명했다.봉시는 분통이 터졌지만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누군가 화를 내며 말했다.“이 여인을 죽이고 황궁으로 쳐들어갑시다. 제사 일족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한 명을 위협해 우리의 금혼부를 풀게 하면 되지요!”낙요는 차갑게 코웃음 칠 뿐 말을 하지 않았다.봉시는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금혼부는 일반적인 주술이 아니라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오.”“제사 일족의 다른 이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지도 모르오.”지금 제사 일족에 인재라고는 없었다.예전의 대제사장 낙요가 어렵사리 돌아왔고 그녀는 확실히 금혼부를 풀 수 있었다.그리고 제사 일족의 다른 이들이 금혼부를 풀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낙요가 정말 죽는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의 금혼부를 어찌한단 말인가?봉시는 도박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인두를 내려놓고 분부했다.“다들 먼저 나가시오.”그렇게 사람들은 방 안에서 나갔고 오직 두 사람이 낙요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봉시는 방문을 닫은 뒤 낙요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들이 당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보았겠지. 만약 그들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당신의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소.”낙요는 그를 바라봤다.“그러면 당신은? 시완은 구하지 않을 생각이오?”그 말에 봉시의 두 눈에 살기가 흘러넘쳤다.그는 호통을 치며 일갈했다.“내 앞에서 시완의 얘기는 꺼내지 마시오!”“당신들이 아니면 시완이 봉변을 당했겠소?”“난 반드시 노예곡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겠소!”“그리고 당신들 전부 시완과 함께 땅에 묻혀야 할 것이오!”봉시는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시완이 죽었겠다고 생각했다.낙요는 미간을 팍 구겼다.“난 그들이 이곳에서 그런 짓을 하는 줄은 몰랐소.”“날 이용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오. 나 역시 그들이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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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9화

곧이어 낙요는 다른 철문이 달린 방에 갇혔다. 심지어 창문조차 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그곳은 마치 사방이 철로 만들어진 감옥처럼 느껴졌다.낙요는 벽에 묻은 피와 바닥에 잡초로 덮여진 피를 본 순간 그제야 그곳이 확실히 감옥이라는 걸 인지했다.그것도 노예가 형벌을 받을 때 사용되는 감옥이었다.그들은 노예곡을 전부 점령한 뒤 옥 안에 있던 형구들을 옮기고 바닥에 건초를 깔아 그곳을 방처럼 만든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봉시가 책자를 하나 들고 와서 말했다.“지금 당장 금혼부를 푸시오!”위에는 수많은 사람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대제사장이 잡혔으니 그들은 분명 낙요를 구하려고 빨리 움직일 것이다.그러니 시간이 얼마 없었다.책자를 펼쳐 본 낙요는 저도 모르게 놀랐다.“이 노예곡의 사람들에 대해 미리 다 알아봤었군. 이 책자는 훨씬 전에 기록된 것이군.”봉시는 참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얼른 선택하시오!”낙요는 책자의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앞에 몇 장을 읽어보니 전부 자잘한 일들이었다.그중 일부는 심지어 유단청이 사람을 속인 것보다도 사소한 일이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말싸움했다가 관아로 끌려가 잡힌 것이었다.하지만 낙요는 한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잡힌 이들이 전부 무고한 사람들이며 가족이 없는 혈혈단신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래서 잡힌 뒤에도 그들을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사람들은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아직도 다 보지 못한 것이오? 시간 끌지 마시오!”봉시는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낙요는 심정이 복잡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노예곡으로 잡혀와서 봉변을 당했으니 말이다.그녀는 그제야 증오 가득한 그들의 눈빛을 이해했다.만약 그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낙요 또한 제사 일족을 죽이려 했을 것이다.낙요는 붓을 들고 우선 무고한 여인과 노인, 약자들을 선택했다.봉시는 그것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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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0화

낙요는 비틀거렸고 그들은 떠났다.낙요는 심경이 복잡했다. 그녀는 그동안 노예곡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몰랐다.정말 극악무도한 자들이라면 몰라도 조금 전 사람들은 분명 무고한 자들이었다.낙요는 이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찾아낼 생각이었다.잠시 뒤 봉시가 음식을 들고 찾아왔다.낙요는 매우 허약한 척하며 초췌한 얼굴로 가슴을 움켜쥐고 침상에 앉아있었다.그녀는 봉시가 가져온 음식을 보며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겨우 이것뿐이오?”봉시는 탁자 위에 음식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이것들이면 좋은 줄 아시오.”“우리는 먹을 것이 얼마 없소.”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당신들이 곳간을 차지한 일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오?”“취혼부를 풀기 위해서는 대량의 정력과 원기를 소모해야 하오.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오.”그녀의 안색을 본 봉시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낙요는 시선을 들어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주지 않아도 괜찮소. 그러면 나 또한 취혼부를 풀지 않을 것이오.”낙요의 강경한 태도에 봉시는 취혼부를 푸는 것이 소모가 크겠다고 생각했다.“알겠소. 기다리시오.”봉시는 음식들을 가져가고 잠시 뒤 더욱 풍성한 음식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고기국을 가져왔다.낙요는 음식에 독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먹었다.그녀는 침상에 누워 쉬었지만 잠이 오질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노예들아, 잘 들어라. 우리 대제사장님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밖에서 곧 조급한 발소리가 들렸다.낙요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창문 쪽으로 향했고 노예곡 사람들이 경계하기 시작하는 걸 보았다.위에서 석칠의 외침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지금 무기를 바치고 투항한다면 살려줄 것이다!”“이것이 유일한 기회다!”“대제사장님을 풀어주고 그녀를 무사히 위로 올려보내거라. 그러면 살려주겠다!”“열을 셀 때까지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면 공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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