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줄 생각이오?”낙요는 눈썹을 튕겼다.“그렇다.”“솔직히 대답한다면 금혼부를 풀어주고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주겠다.”그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겠소. 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얘기하겠소.”“하지만 난 딱 한 명의 금혼부만 먼저 풀어줄 것이다.”곧이어 낙요는 그들의 경악으로 물든 시선 속에서 그중 한 명의 금혼부를 풀었다.“정말 없어졌소! 없어졌소!”그들은 매우 감격했다.낙요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말하거라. 너희의 역모는 누가 계획한 것이냐?”한 사람이 대답했다.“봉시(逢時)요.”“봉시라고?”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모두 봉시의 말을 듣소. 그가 말하기를,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했소.”“그러면 얼마나 오래 계획한 것이지?”낙요의 질문에 그자는 고개를 저었다.“구체적인 건 우리도 모르오. 하지만 우리는 10일 전에야 이 일을 알게 되었소.”“다 참여하라고 하길래 우리 모두 참여했소.”그 말에 낙요는 미간을 구겼다.10일이라니, 너무 짧았다.이렇게 큰 규모의 역모를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 안에 계획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단번에 성공하여 무기고와 군량, 곳간을 빼앗았다.“그 봉시라는 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상대방이 대답했다.“노예곡의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모순 또한 많아졌소. 대부분 봉시가 나서서 조율했지. 그래서 다들 그의 말을 그나마 믿는 편이오.”“하지만 그는 평소에 아주 조용한 편이라 우리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오.”낙요는 계속해 많은 걸 물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특히 봉시라는 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호소력이 뛰어났고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을 설득해 그와 함께 역모에 가담하게 했다.게다가 이렇게 큰 규모의 역모를 계획했다.“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게 다요. 약속은 지켜야 하오.”
낙요는 입꼬리를 당겼다.석칠이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대제사장님, 어떻습니까?”“그들이 투항하겠다고 했습니까?”낙요가 분부했다.“노예곡 북쪽의 병사들을 물리시오. 난 오후에 봉시와 담판을 할 것이오.”그 말에 석칠의 안색이 달라졌다.“북쪽의 병사들을 철수하면 위험하지 않습니까?”“이 노예곡은 거대한 원형입니다. 저희가 있는 이곳부터 북쪽의 산길까지 길이 아주 험합니다. 만약 북쪽에서 일이 터진다면 우리 쪽 사람들이 바로 지원할 수 없습니다.”“그들을 후퇴하라고 한 뒤에 조금 먼 곳에 매복해 있는 건 어떻습니까?”낙요는 정색하며 대답했다.“산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로만 지키면 되오. 너무 가까이 매복하지는 마시오. 봉시가 눈치챌 수도 있으니 말이오.”석칠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요는 석칠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철갑 금위군이 산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로를 지키게 하라고 진익에게 전달했다.진익이 물었다.“그 봉시라는 자가 본인의 자유를 원한다면 몰라도, 노예곡 모든 이들의 자유를 요구한다면 그걸 들어줄 수는 없지 않겠소?”“이 노예곡에 온 자들은 전부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오. 어렵사리 잡은 그들을 놓아주는 건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오!”낙요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아무나 내보내 줄 수는 없지요.”“근 몇 년간 노예곡에 억울하게 잡힌 자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우선 노예곡의 상황을 안정시킨 뒤 하나씩 해결해야지요.”진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괜찮을 것 같소.”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웬일로 백성들을 고려합니까?”“내가 그래도 명색의 여국 황자이고 미래의 황제인데 당연히 주도면밀하게 고려해야지. 대제사장, 사람을 너무 얕보지는 마시오.”진익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오시가 지난 뒤 낙요는 북쪽의 벼랑으로 향했다.그곳에 평탄한 공터는 많지 않았고 점점 더 벼랑에 가까워졌다.낙요는 일찍 그곳에 도착해 기다렸다.그곳의 아래쪽 골짜기 안에 누군가 전망탑
봉시는 생각한 뒤 말했다.“첫 번째는 받아들일 수 있소.”“두 번째, 시완은 보름 전 저자들이 데려간 뒤 돌아오지 않았소!”봉시는 손을 들어 석칠 등 사람들을 가리켰다.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넘실거렸다.낙요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석칠을 보았다.“사람은?”석칠은 화를 냈다.“무슨 시완 말이오? 난 모르오!”“우리가 언제 사람을 잡아갔다고 그러오?”봉시는 그 말을 듣고 화를 냈다.“보름 전 점심에 당신들이 그녀를 잡아갔소!”“그녀는 살아있소, 아니면 죽었소?”“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당신들의 주둔지를 완전히 밀어버리겠소!”봉시의 말과 그의 화가 난 모습을 보니 이번 역모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완이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석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시완은?”석칠은 다급히 설명했다.“대제사장님, 저희는 정말로 시완이라고 불리는 자를 잡은 적이 없습니다.”봉시는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 자기 멋대로 굴며 노예곡 사람들을 괴롭히고 예쁘장한 여인을 보면 잡아가서 능욕하지! 그 때문에 노예곡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자기 얼굴을 망가뜨린다!”“심지어 막 태어난 여자아이도, 부모가 얼굴을 망가뜨리지! 평생 못생긴 얼굴로 살게 말이다!”“짐승만도 못한 것들!”“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아갔으니 누가 시완인지 기억하지 못하겠지!”“오늘 그녀를 보지 못한다면 담판할 생각은 하지 마시오!”봉시는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다. 벌게진 두 눈은 살기로 가득했고 그곳을 평지로 만들어 버릴 거라는 화 또한 느껴졌다.봉시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기세등등하게 장검을 들었다.낙요는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석칠을 바라봤다.“저 일이 사실이란 말이오?”“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시완은 어떻게 되었소?”낙요는 화가 난 어조로 말했고 석칠은 난색을 보이며 변명했다.“대제사장님, 저자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저희는 정말 사람을 잡은 적이 없습니다!”“전 정말 시완이라는 자를 모릅니다
봉시는 그녀의 팔을 잡았고 두 사람은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강풍산(罡風傘)...”낙요는 큰 우산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착지하자 검 여러 개가 그녀의 목에 닿았다.봉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보는 눈이 있군!”“데려가거라!”낙요는 곧바로 목에 검이 닿은 채로 끌려갔다.등 뒤의 사람들이 그녀 대신 쏘아진 화살들을 막았다.낙요는 그렇게 이내 동굴 안에 만들어진 방에 도착했다.가는 길에 만난 모든 사람이 그녀를 죽어라 노려보았다.마치 그녀의 피부를 벗겨내고 갈가리 찢어버릴 듯이 말이다.그런 눈빛에 둘러싸이자 낙요는 마치 늑대 소굴에 들어간 것처럼 등골이 오싹했다.동굴 속 방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녀를 단단히 에워쌌고 열 자루가 넘는 검들이 그녀를 겨누었으며 곧이어 봉시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대제사장이 이 노예곡에 올 줄이야 상상도 못 했는데.”“이것이 바로 인과응보겠지.”옆에 있던 사람이 호응하며 말했다.“죽기보다 더 괴롭게 만들어 주시오! 그래야 한이 풀릴 것 같소!”“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건 전부 제사 일족 때문이오. 난 지금까지도 노예영에서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지 않았소! 게다가 우리에게 노예라는 낙인까지 찍었지! 그때의 그 굴욕을 오늘에야 갚아줄 수 있겠소!”사람들은 끊임없이 호응했고 그들의 목소리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죽이시오! 죽이시오!”낙요는 자신이 추락하면 이런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겪게 되니 등골이 서늘한 건 어쩔 수 없었다.이곳 사람들은 제사 일족과 대제사장을 가장 미워했고 다들 낙요를 찢어 죽이고 싶어 했다.봉시가 손을 들어 눈치를 주자 그제야 주위가 조용해졌다.“다들 냉정하시오. 지금 이자를 죽인다면 나가기가 몹시 어렵게 되오.”“오늘은 운이 좋아 그들의 대제사장을 잡았소. 우리는 대제사장을 이용해 그들을 위협하여 살길을 얻을 것이오!”“그러니 이 여인은 당장 죽일
낙요는 턱을 쳐들고 시선을 피했다.승낙하지 않을 것이고 협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손을 쓰려거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분명했다.봉시는 분통이 터졌지만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누군가 화를 내며 말했다.“이 여인을 죽이고 황궁으로 쳐들어갑시다. 제사 일족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한 명을 위협해 우리의 금혼부를 풀게 하면 되지요!”낙요는 차갑게 코웃음 칠 뿐 말을 하지 않았다.봉시는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금혼부는 일반적인 주술이 아니라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오.”“제사 일족의 다른 이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지도 모르오.”지금 제사 일족에 인재라고는 없었다.예전의 대제사장 낙요가 어렵사리 돌아왔고 그녀는 확실히 금혼부를 풀 수 있었다.그리고 제사 일족의 다른 이들이 금혼부를 풀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낙요가 정말 죽는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의 금혼부를 어찌한단 말인가?봉시는 도박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인두를 내려놓고 분부했다.“다들 먼저 나가시오.”그렇게 사람들은 방 안에서 나갔고 오직 두 사람이 낙요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봉시는 방문을 닫은 뒤 낙요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들이 당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보았겠지. 만약 그들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당신의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소.”낙요는 그를 바라봤다.“그러면 당신은? 시완은 구하지 않을 생각이오?”그 말에 봉시의 두 눈에 살기가 흘러넘쳤다.그는 호통을 치며 일갈했다.“내 앞에서 시완의 얘기는 꺼내지 마시오!”“당신들이 아니면 시완이 봉변을 당했겠소?”“난 반드시 노예곡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겠소!”“그리고 당신들 전부 시완과 함께 땅에 묻혀야 할 것이오!”봉시는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시완이 죽었겠다고 생각했다.낙요는 미간을 팍 구겼다.“난 그들이 이곳에서 그런 짓을 하는 줄은 몰랐소.”“날 이용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오. 나 역시 그들이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말이
곧이어 낙요는 다른 철문이 달린 방에 갇혔다. 심지어 창문조차 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그곳은 마치 사방이 철로 만들어진 감옥처럼 느껴졌다.낙요는 벽에 묻은 피와 바닥에 잡초로 덮여진 피를 본 순간 그제야 그곳이 확실히 감옥이라는 걸 인지했다.그것도 노예가 형벌을 받을 때 사용되는 감옥이었다.그들은 노예곡을 전부 점령한 뒤 옥 안에 있던 형구들을 옮기고 바닥에 건초를 깔아 그곳을 방처럼 만든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봉시가 책자를 하나 들고 와서 말했다.“지금 당장 금혼부를 푸시오!”위에는 수많은 사람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대제사장이 잡혔으니 그들은 분명 낙요를 구하려고 빨리 움직일 것이다.그러니 시간이 얼마 없었다.책자를 펼쳐 본 낙요는 저도 모르게 놀랐다.“이 노예곡의 사람들에 대해 미리 다 알아봤었군. 이 책자는 훨씬 전에 기록된 것이군.”봉시는 참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얼른 선택하시오!”낙요는 책자의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앞에 몇 장을 읽어보니 전부 자잘한 일들이었다.그중 일부는 심지어 유단청이 사람을 속인 것보다도 사소한 일이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말싸움했다가 관아로 끌려가 잡힌 것이었다.하지만 낙요는 한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잡힌 이들이 전부 무고한 사람들이며 가족이 없는 혈혈단신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래서 잡힌 뒤에도 그들을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사람들은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아직도 다 보지 못한 것이오? 시간 끌지 마시오!”봉시는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낙요는 심정이 복잡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노예곡으로 잡혀와서 봉변을 당했으니 말이다.그녀는 그제야 증오 가득한 그들의 눈빛을 이해했다.만약 그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낙요 또한 제사 일족을 죽이려 했을 것이다.낙요는 붓을 들고 우선 무고한 여인과 노인, 약자들을 선택했다.봉시는 그것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낙요는 비틀거렸고 그들은 떠났다.낙요는 심경이 복잡했다. 그녀는 그동안 노예곡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몰랐다.정말 극악무도한 자들이라면 몰라도 조금 전 사람들은 분명 무고한 자들이었다.낙요는 이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찾아낼 생각이었다.잠시 뒤 봉시가 음식을 들고 찾아왔다.낙요는 매우 허약한 척하며 초췌한 얼굴로 가슴을 움켜쥐고 침상에 앉아있었다.그녀는 봉시가 가져온 음식을 보며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겨우 이것뿐이오?”봉시는 탁자 위에 음식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이것들이면 좋은 줄 아시오.”“우리는 먹을 것이 얼마 없소.”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당신들이 곳간을 차지한 일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오?”“취혼부를 풀기 위해서는 대량의 정력과 원기를 소모해야 하오.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오.”그녀의 안색을 본 봉시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낙요는 시선을 들어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주지 않아도 괜찮소. 그러면 나 또한 취혼부를 풀지 않을 것이오.”낙요의 강경한 태도에 봉시는 취혼부를 푸는 것이 소모가 크겠다고 생각했다.“알겠소. 기다리시오.”봉시는 음식들을 가져가고 잠시 뒤 더욱 풍성한 음식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고기국을 가져왔다.낙요는 음식에 독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먹었다.그녀는 침상에 누워 쉬었지만 잠이 오질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노예들아, 잘 들어라. 우리 대제사장님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밖에서 곧 조급한 발소리가 들렸다.낙요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창문 쪽으로 향했고 노예곡 사람들이 경계하기 시작하는 걸 보았다.위에서 석칠의 외침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지금 무기를 바치고 투항한다면 살려줄 것이다!”“이것이 유일한 기회다!”“대제사장님을 풀어주고 그녀를 무사히 위로 올려보내거라. 그러면 살려주겠다!”“열을 셀 때까지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면 공격하겠다!
“오늘 상황은 당신도 보았겠지. 이런 일은 당신이 오기 전에 매일 같이 일어나서 다들 습관이 되었소. 그러니 그들이 당신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버리시오.”낙요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그들은 날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날 죽이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오?”“이렇게 가다가 언젠가는 막지 못할지도 모르오.”“우리가 협력한다면 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오.”그러나 봉시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난 당신의 말을 쉽사리 믿지 않을 것이오.”“수작 부릴 생각은 마시오.”말을 마친 뒤 봉시는 낙요를 향해 책자를 던졌다.“오늘 열 명을 얼른 고르시오.”곧이어 봉시는 떠났고 방문이 닫혔다.낙요는 미간을 구겼다.봉시는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강풍산 같은 신물이 있다는 건 들어보았지만 강호에서 봉시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설마 본명이 아닌 걸까?정신을 차린 낙요는 책자를 뒤져 또 열 명을 골랐다.잠시 뒤 봉시가 열 명을 데려왔고 낙요는 그들의 금혼부를 순서대로 풀어주었다.그러나 마지막에 두 사내가 들어오자 낙요는 잠깐 머뭇거렸다.그중 한 사람은 몸집이 우람하고 건장했고 다른 한 명은 비록 야위고 작아 보였지만 아주 능숙했다.야윈 사내가 말했다.“내가 먼저 하겠소!”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에 앉아 상의를 벗고 낙요가 금혼부를 풀어주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낙요는 그의 등에 오래된, 심각한 채찍의 흔적이 가득한 걸 보았다.보통 사람은 아니었다.옆에 서 있던 사내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것이 감출 수 없었다.두 사람은 두 손에 피를 가득 묻혔고 심지어 눈에서도 살기가 느껴졌다.절대 그녀가 책자에서 고른 자들이 아니었다.“이름이 무엇이오?”낙요가 물었다.야윈 사내가 차갑게 대꾸했다.“쓸데없는 말을 하는군.”서 있던 뚱뚱한 사내가 말했다.“이오(李五)라고 하오.”야윈 사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러면 난 장대(張大)라고 하오.”낙요는 태연했다. 두 사람은 위장한 사람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낙요는 그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