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턱을 쳐들고 시선을 피했다.승낙하지 않을 것이고 협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손을 쓰려거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분명했다.봉시는 분통이 터졌지만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누군가 화를 내며 말했다.“이 여인을 죽이고 황궁으로 쳐들어갑시다. 제사 일족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한 명을 위협해 우리의 금혼부를 풀게 하면 되지요!”낙요는 차갑게 코웃음 칠 뿐 말을 하지 않았다.봉시는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금혼부는 일반적인 주술이 아니라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오.”“제사 일족의 다른 이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지도 모르오.”지금 제사 일족에 인재라고는 없었다.예전의 대제사장 낙요가 어렵사리 돌아왔고 그녀는 확실히 금혼부를 풀 수 있었다.그리고 제사 일족의 다른 이들이 금혼부를 풀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낙요가 정말 죽는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의 금혼부를 어찌한단 말인가?봉시는 도박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인두를 내려놓고 분부했다.“다들 먼저 나가시오.”그렇게 사람들은 방 안에서 나갔고 오직 두 사람이 낙요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봉시는 방문을 닫은 뒤 낙요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들이 당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보았겠지. 만약 그들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당신의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소.”낙요는 그를 바라봤다.“그러면 당신은? 시완은 구하지 않을 생각이오?”그 말에 봉시의 두 눈에 살기가 흘러넘쳤다.그는 호통을 치며 일갈했다.“내 앞에서 시완의 얘기는 꺼내지 마시오!”“당신들이 아니면 시완이 봉변을 당했겠소?”“난 반드시 노예곡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겠소!”“그리고 당신들 전부 시완과 함께 땅에 묻혀야 할 것이오!”봉시는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시완이 죽었겠다고 생각했다.낙요는 미간을 팍 구겼다.“난 그들이 이곳에서 그런 짓을 하는 줄은 몰랐소.”“날 이용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오. 나 역시 그들이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말이
곧이어 낙요는 다른 철문이 달린 방에 갇혔다. 심지어 창문조차 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그곳은 마치 사방이 철로 만들어진 감옥처럼 느껴졌다.낙요는 벽에 묻은 피와 바닥에 잡초로 덮여진 피를 본 순간 그제야 그곳이 확실히 감옥이라는 걸 인지했다.그것도 노예가 형벌을 받을 때 사용되는 감옥이었다.그들은 노예곡을 전부 점령한 뒤 옥 안에 있던 형구들을 옮기고 바닥에 건초를 깔아 그곳을 방처럼 만든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봉시가 책자를 하나 들고 와서 말했다.“지금 당장 금혼부를 푸시오!”위에는 수많은 사람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대제사장이 잡혔으니 그들은 분명 낙요를 구하려고 빨리 움직일 것이다.그러니 시간이 얼마 없었다.책자를 펼쳐 본 낙요는 저도 모르게 놀랐다.“이 노예곡의 사람들에 대해 미리 다 알아봤었군. 이 책자는 훨씬 전에 기록된 것이군.”봉시는 참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얼른 선택하시오!”낙요는 책자의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앞에 몇 장을 읽어보니 전부 자잘한 일들이었다.그중 일부는 심지어 유단청이 사람을 속인 것보다도 사소한 일이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말싸움했다가 관아로 끌려가 잡힌 것이었다.하지만 낙요는 한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잡힌 이들이 전부 무고한 사람들이며 가족이 없는 혈혈단신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래서 잡힌 뒤에도 그들을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사람들은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아직도 다 보지 못한 것이오? 시간 끌지 마시오!”봉시는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낙요는 심정이 복잡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노예곡으로 잡혀와서 봉변을 당했으니 말이다.그녀는 그제야 증오 가득한 그들의 눈빛을 이해했다.만약 그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낙요 또한 제사 일족을 죽이려 했을 것이다.낙요는 붓을 들고 우선 무고한 여인과 노인, 약자들을 선택했다.봉시는 그것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 쳤다
낙요는 비틀거렸고 그들은 떠났다.낙요는 심경이 복잡했다. 그녀는 그동안 노예곡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몰랐다.정말 극악무도한 자들이라면 몰라도 조금 전 사람들은 분명 무고한 자들이었다.낙요는 이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찾아낼 생각이었다.잠시 뒤 봉시가 음식을 들고 찾아왔다.낙요는 매우 허약한 척하며 초췌한 얼굴로 가슴을 움켜쥐고 침상에 앉아있었다.그녀는 봉시가 가져온 음식을 보며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겨우 이것뿐이오?”봉시는 탁자 위에 음식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이것들이면 좋은 줄 아시오.”“우리는 먹을 것이 얼마 없소.”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당신들이 곳간을 차지한 일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오?”“취혼부를 풀기 위해서는 대량의 정력과 원기를 소모해야 하오.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오.”그녀의 안색을 본 봉시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낙요는 시선을 들어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주지 않아도 괜찮소. 그러면 나 또한 취혼부를 풀지 않을 것이오.”낙요의 강경한 태도에 봉시는 취혼부를 푸는 것이 소모가 크겠다고 생각했다.“알겠소. 기다리시오.”봉시는 음식들을 가져가고 잠시 뒤 더욱 풍성한 음식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고기국을 가져왔다.낙요는 음식에 독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먹었다.그녀는 침상에 누워 쉬었지만 잠이 오질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노예들아, 잘 들어라. 우리 대제사장님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밖에서 곧 조급한 발소리가 들렸다.낙요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창문 쪽으로 향했고 노예곡 사람들이 경계하기 시작하는 걸 보았다.위에서 석칠의 외침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지금 무기를 바치고 투항한다면 살려줄 것이다!”“이것이 유일한 기회다!”“대제사장님을 풀어주고 그녀를 무사히 위로 올려보내거라. 그러면 살려주겠다!”“열을 셀 때까지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면 공격하겠다!
“오늘 상황은 당신도 보았겠지. 이런 일은 당신이 오기 전에 매일 같이 일어나서 다들 습관이 되었소. 그러니 그들이 당신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버리시오.”낙요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그들은 날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날 죽이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오?”“이렇게 가다가 언젠가는 막지 못할지도 모르오.”“우리가 협력한다면 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오.”그러나 봉시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난 당신의 말을 쉽사리 믿지 않을 것이오.”“수작 부릴 생각은 마시오.”말을 마친 뒤 봉시는 낙요를 향해 책자를 던졌다.“오늘 열 명을 얼른 고르시오.”곧이어 봉시는 떠났고 방문이 닫혔다.낙요는 미간을 구겼다.봉시는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강풍산 같은 신물이 있다는 건 들어보았지만 강호에서 봉시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설마 본명이 아닌 걸까?정신을 차린 낙요는 책자를 뒤져 또 열 명을 골랐다.잠시 뒤 봉시가 열 명을 데려왔고 낙요는 그들의 금혼부를 순서대로 풀어주었다.그러나 마지막에 두 사내가 들어오자 낙요는 잠깐 머뭇거렸다.그중 한 사람은 몸집이 우람하고 건장했고 다른 한 명은 비록 야위고 작아 보였지만 아주 능숙했다.야윈 사내가 말했다.“내가 먼저 하겠소!”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에 앉아 상의를 벗고 낙요가 금혼부를 풀어주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낙요는 그의 등에 오래된, 심각한 채찍의 흔적이 가득한 걸 보았다.보통 사람은 아니었다.옆에 서 있던 사내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것이 감출 수 없었다.두 사람은 두 손에 피를 가득 묻혔고 심지어 눈에서도 살기가 느껴졌다.절대 그녀가 책자에서 고른 자들이 아니었다.“이름이 무엇이오?”낙요가 물었다.야윈 사내가 차갑게 대꾸했다.“쓸데없는 말을 하는군.”서 있던 뚱뚱한 사내가 말했다.“이오(李五)라고 하오.”야윈 사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러면 난 장대(張大)라고 하오.”낙요는 태연했다. 두 사람은 위장한 사람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낙요는 그자의
오늘 한 차례 대전을 치른 뒤 사람들은 전부 숨어서 쉬고 있었다.오직 은폐된 곳에만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무거운 마음으로 침상 위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그녀는 봉시와 단둘이 있을 기회를 찾아야 했다. 봉시를 해결해야 이곳을 떠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바로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방문 앞에서 멈췄다.곧이어 방문이 확 열렸다.들어온 자들은 다름 아닌 키가 큰 사내 한 명과 키가 작은 사내 한 명이었다.낙요는 침상에서 일어나 앉아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한 명이 방문을 닫고 자물쇠까지 잠갔다.낙요는 그 사내의 손목에 검은색 도안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수였다.낙요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두 사내를 훑어봤다.“도궁비견(圖窮匕見)이라...”야윈 사내는 냉소를 흘렸다.“역시 대제사장답군. 우리 두 형제의 이름을 아는 자는 드문데 말이오.”낙요는 내심 놀랐다.도궁비견 두 형제는 과거에 유명한 도적이었다. 상인들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적들도 그들의 이름을 들으면 두려움에 떨었다.그들은 실력이 뛰어나고 악질적이며 수단 또한 악랄했다.아주 극악무도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었다.낙요는 두 사람을 차갑게 바라봤다.“봉시 몰래 온 것이겠지?”두 사람이 야심한 시각에 이곳에 온 걸 보면 목적이 불순했다. 만약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이 된다면 봉시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그러니 봉시가 그들을 보냈을 리는 없었다.야윈 사내는 침상을 딛고 낙요를 거만하게 내려다봤다.“똑똑한 대제사장이니 우리 두 형제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고 있겠지.”낙요는 모르는 척했다.“모르겠는데.”야윈 사내는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모른다고?”“그래, 모른다면 우리가 알려주겠소.”야윈 사내는 비수를 하나 꺼내 흔들거리며 낙요를 위협했다.“우리의 금혼부를 풀어주시오.”“그러면 시체만은 온전히 남겨주지.”“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상상조차 못 할 방법으로 죽여주겠소.”낙요는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기 불편했다.잠시 걸은 뒤 두 사람은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간수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몸을 숨겼다.“이제 어떻게 가야 하지?”부진환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구십칠은 노예곡의 살아있는 지도라고 할 수 있었다.구십칠은 잠시 관찰했다. 비록 노예곡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총체적인 지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그들은 아마 고문용 방에 사람을 가뒀을 것이오. 그곳은 모든 이들에게 치욕이니 말이오. 대제사장을 잡았으니 절대 그녀가 편히 지내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우리는 이쪽으로 가지.”두 사람은 재빨리 암석 뒤로 돌아가서 간수들을 피해 신속히 앞으로 나아갔다....“빌어먹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내 수단을 꼭 맛볼 생각인가 보군!”야윈 사내 비견은 낙요의 목을 틀어쥐고 그녀를 침상 위로 눌렀고, 건장한 도궁은 곧바로 낙요의 두 발을 잡았다.비견이 낙요를 향해 덮쳐들었을 때, 낙요는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 비견의 복부를 힘껏 공격했다.비견은 안색이 변하며 신속히 몸을 피했지만 한 발 늦는 바람에 비수에 허리가 찔렸다.그는 몸을 홱 피했다.낙요는 벌떡 일어난 뒤 비수를 들고 도궁에게 덤벼들었고 도궁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발목을 놓아주었다.허리를 움켜쥔 비견은 손에 묻은 피를 보자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제기랄, 죽으려고!”“오늘 우리 두 형제가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말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일제히 비수를 들고 낙요를 공격했다.방이 넓지 않은 탓에 낙요가 피할 공간이 많지 않았고 무언가로 막을 수도 없었다.낙요는 바짝 긴장한 채로 두 사람을 상대했다. 두 사람의 공격은 살기등등하고 매서웠다.도궁은 힘이 장사라 한 번 잡히면 벗어나기 힘들었다.낙요는 최선을 다해 그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도궁에게 어깨를 잡혔고 도궁은 그녀의 팔을 단단히 쥔 채로 그녀를 침상 위로 쓰러뜨렸다.낙요는 팔이 아팠다.비견이 곧바로 다가왔다.낙요는 이를 악물더니 다른 손으로 비수를 잡고 휘둘렀고 도궁
피가 확 솟구쳤다.비견은 입안이 아파 입을 틀어막은 뒤 혀에서 침을 뽑았다.그는 낙요를 손가락질하며 화를 내려 했지만 부진환이 그의 얼굴을 걷어찼고 그는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동생아!”도궁은 깜짝 놀라 다급히 그에게로 달려가려 했고 구십칠은 그 틈을 타서 그를 기절시켰다.부진환이 검을 뽑으려 했다.“왜 죽이지 않는 겁니까?”낙요가 손을 들어 그를 만류했다.“그들이 죽는다면 그들의 혼백을 즉시 취혼산으로 데려가야 하오.”“하지만 취혼산은 손해가 막중하여 그들이 산에 오른다면 분명 극악무도한 귀신이 될 것이오. 어쩌면 곧 산의 우두머리가 될지도 모르지.”“내 수중에 아직 이들을 통제할 자는 없소. 그러니 그들이 취혼산으로 가게 할 수는 없소.”청면료아와 홍의 여인은 혼백이 부족하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이때 취혼산에 악귀가 더 많아지면 안 되었다.만약 누군가 취혼산의 진법을 망치려고 마음먹었다면 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그렇군요.”“그러면 저희는 얼른 돌아갑시다.”부진환은 곧바로 낙요의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가려 했다.같은 시각, 많은 이들이 봉시 쪽으로 향했다. 싸움이 일어난 듯했다.그들이 도망치기엔 딱 좋았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보았다.“누가 그들의 주의를 끈 것이오?”침서였다.하지만 부진환은 대답하지 않고 낙요의 손을 잡고 신속히 앞으로 달렸다.“상관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그대가 이곳에서 나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도망치는 와중에 간수가 그들을 발견했고 구십칠이 곧바로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막았다.“먼저 가시오! 나는 신경 쓰지 마시오!”낙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부진환은 그녀를 잡고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렸다. “구십칠은 예전에 노예곡의 사람이었습니다. 도망칠 방법이 있을 겁니다.”그들은 곧 벼랑까지 달렸다.“얼른 줄사다리를 잡고 올라가세요. 제가 밑에서 잡고 있겠습니다.”밤이고 또 벼랑이라 바람이 센 탓에 줄사다리가 끊임없이 흔들렸다.부진환은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생길
그 순간, 낙요 역시 부진환을 죽어라 끌어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대제사장님!”부진환은 그녀의 등 뒤에서 하늘을 뒤덮을 듯한 기세로 쏟아지는 화살들을 보았다.그는 몸을 돌려 화살을 막아줄 생각이었지만 낙요가 그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움직이지 마시오!”’부진환은 온몸이 굳었다. 그 순간, 그는 낙요의 팔에서 억센 힘을 느꼈다.두 사람은 몸을 바짝 붙이고 있었고 부진환은 그녀의 심장 박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아주 긴장되었다.수많은 화살이 낙요의 등 뒤로 쏟아지려 할 때 강풍산이 불쑥 나타나 회전하며 낙요의 위로 날아올라 화살들을 막아냈다.그 바람에 매서운 소리가 났다.봉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당신이 그녀가 마음에 둔 자인가?”부진환과 낙요는 동시에 굳어졌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봉시는 부진환의 목에 차가운 검을 겨누었다.“대제사장은 당신을 위해 일부러 자기 몸으로 화살을 막으려 했소. 내가 다 보았소.”“날 속일 생각은 마시오.”“데려가거라!”낙요와 부진환은 따로 갇혔고 두 사람은 헤어질 때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봉시는 그윽한 눈빛으로 벼랑 위를 바라보았다. 이제 활을 쏘는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하필 대제사장이 올라갈 때 때마침 활을 쏘았다.미리 위에서 매복하고 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낙요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니 낙요의 말은 사실이었다. 위의 사람들은 오히려 낙요가 죽기를 원했다.낙요는 방 안에 갇혔지만 전에 있던 그 방이 아니었다. 그녀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고 구십칠도 잡혀가는 걸 보았다.그는 부진환과 같은 방에 갇힌 듯했다.잠시 뒤 봉시가 돌아왔다.그는 낙요의 앞에 앉았다.“당신 말이 맞는 듯하군. 위의 사람들은 당신이 죽길 바라는 것 같소.”그렇지 않으면 낙요는 오늘 아마 도망쳤을 것이다.그런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낙요는 코웃음 쳤다.“내 말은 믿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봉시의 안색이 흐려졌다.“대제사장, 이곳이 제사 일족이 있는 곳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