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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물어봐서야 호부상서 주홍(朱宏)의 저택이란 걸 알았다.랑목이 쓴 책자에는 호부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호부에서 군향을 운송하는 노선을 알게 된 것이다.아마 호부상서 주홍을 조사해낸 듯했다.하지만 왜 이렇게 다급히 그녀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호위는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내원으로 향했다.방 안에는 부진환과 진 태위가 있었고 병풍 뒤에서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이 물었고 부진환이 설명했다.“호부상서 주홍이 10일 전 병가를 냈다. 만족과 결탁한 일에 그도 연루되었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진환은 계속해 말했다.“진 태위께서 주부를 조사하게 됐을 때 주홍은 실종된 지 10일째였고, 진 태위는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았다.”“그것도 주홍의 부인 입에서 강제로 알아낸 사실이었다.”낙청연은 사색에 잠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그는 병가를 낸 뒤 실종된 것이군요.”“가족들 모두 관청에 알리지 않은 것입니까? 사람을 보내 찾지도 않았답니까?”부진환은 병풍 뒤의 사람을 보며 말했다.“그건 주 부인(朱夫人)에게 물어야겠지.”병풍 뒤의 주 부인은 흐느끼면서 말했다.“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이것이 바로 부진환이 이곳으로 그녀를 부른 이유일 것이다.“주 부인, 일단 침착하시오. 우리 함께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건 어떻겠소?”“주홍은 지금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한 혐의를 받고 있소. 만약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찾을 수 없다면 부인도 연루될 것이오.”“부인은 부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내게 얘기하면 되오.”낙청연이 설득하자 주 부인은 잠깐 주저하다가 승낙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일단 나가 계셨으면 합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내비쳤다.부진환과 진 태위는 곧 함께 자리를 떴고 방 안의 계집종과 호위들도 전부 나갔다.송천초는 그들을 도와 방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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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낙청연이 또 물었다.“주 부인, 그간 이상한 사람과 마주친 적은 없소? 혹은 이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소?”주 부인은 그 말을 듣더니 살짝 놀라면서 시선을 피했다.“없습니다.”주 부인은 무언가를 숨기는 듯했다.낙청연은 더 캐묻지 않았고 우선 상황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많은 질문을 했고 주 대인이 아내를 아주 사랑한다는 걸 발견했다. 주 대인은 부인이 아들이나 딸을 전혀 낳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첩을 들인 적이 없다.만약 그가 엄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의 성격에 부인과 함께 도망쳤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집 안의 재물이 줄어들긴 했지만 주 부인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낙청연은 엄씨 가문이 또 사악한 물건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려 했고 그 뒤에 재물을 훔침으로써 주 대인이 도망쳤다는 허상을 만든 건 아닐까 생각했다.주 부인과 대화를 마친 뒤 낙청연은 방 안에서 나왔다.“어떠냐?”부진환이 관심을 두고 물었고 진 태위 또한 기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입을 열기 어려웠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시지요.”사람이 없는 정원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호위가 달려왔다.“태위, 둘째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왕청(汪青)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진 태위는 깜짝 놀라면서 즉시 몸을 일으켰다.“전 먼저 그쪽에 가봐야겠습니다. 이곳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진 태위가 떠났고 마당에는 셋만 남았다.낙청연이 입을 열었다.“주 부인은 무언가에 정기를 흡수당한 것 같습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 살짝 놀랐다. 어쩐지 주 부인의 외모가 이상하게 변했다 싶었다.송천초는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최근 경도에 사람 여럿이 죽었는데 저 신산에게 사악한 것을 내쫓아달라고 찾아온 사람이 많았습니다.”“죽은 사람들은 전부 이유 없이 실종되었고 시신도 찾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짓이 아닐까요?”낙청연의 눈동자에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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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잘 됐소. 그러면 본왕이 저 신산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되겠소.”낙청연은 이제 부진환을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부진환이 이렇게 말했다.“우리 함께 술을 마신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오늘 달빛도 좋고 한잔하겠소?”송천초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주방에서 술과 잔을 가져왔다.“전 먼저 쉬겠습니다. 두 분은 얘기 나누시지요.”송천초는 방으로 돌아갔고 부진환과 낙청연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부진환이 다시금 물었다.“저 신산, 본왕이 고에 당했다거나 무슨 약에 당한 건 아닌지 봐주겠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왕야, 그건... 제가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지만 전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습니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표정이 심각해졌다.“저 신산도 보아낼 수 없으니 이 세상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겠군.”그의 무겁고 괴로운 어조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왕야,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보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깐요.”“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 절대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그리고 저는 뜻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끝내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걸 믿습니다.”부진환이 저낙에게 이 일을 물은 건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부진환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나지막하게 웃었다.“고맙소, 저 신산.”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떠보았다.“왕야, 감정 기복이 조금 심하신 것 같군요.”“혹시 주 대인의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부진환은 술을 마시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본왕이 가는 이 길은 살거나 죽거나 두 가지 결과뿐이오.”“만약 이 길의 끝이 죽음뿐이라면 본왕은 그녀가 본왕과 함께 죽는 걸 바라지 않소.”그의 무거운 말에 낙청연은 무거운 물건에 맞은 듯한 충격과 가슴을 헤집어놓는 괴로움을 느꼈다.예전의 그는 고귀하고 자신감이 넘쳐 엄씨 가문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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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부진환도 살짝 놀랐다.곧이어 그는 소유에게 사람을 파견해 관청에 보고한 사람들의 배경을 알아보라고 시켰다.그리고 직접 방문해서 더욱 많은 소식과 실마리를 알아볼 셈이었다.낙청연도 직접 방문해서 상황을 더 파악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그녀가 막 대문을 나서자 거지 같은 차림의 어린아이가 그녀에게 달려오더니 그녀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준 뒤 곧바로 도망갔다.“어머!”낙청연은 미처 아이를 부르지 못했다.그녀는 손에 들린 쪽지를 펼쳐보았다.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엄씨 가문이 절 죽여서 입막음하려고 합니다. 섭정왕께서 제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모든 증거를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오늘 밤 자시, 유양진(柳楊鎮) 용수 아래서 기다리겠습니다. 혼자 오십시오!”“왜 그러느냐?”부진환이 다가왔고 낙청연은 곧바로 쪽지를 그에게 건넸다.부진환은 그것을 보고 살짝 놀라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곧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왕청이 쓴 것이구나.”“그는 주홍의 부하라 많은 기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주홍이 실종된 뒤로 진 태위는 왕청을 중점적으로 알아보려 했다.”낙청연이 물었다.“오늘 밤 혼자 가실 생각이십니까? 저랑 함께 가시지요.”낙청연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부진환은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저 신산의 말을 떠올렸다.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을 말이다.낙청연은 왕부에 시집온 지 오래됐지만 그녀의 뜻대로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매번 부진환이 그녀에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서 그녀를 저지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앞으로는 그녀의 의견을 존중할 셈이었다.“그래.”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는 부진환이 이렇게 흔쾌히 허락할 줄은 몰랐다.“송천초도 데려가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낙청연이 또 물었고 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거라.”낙청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러면 가서 준비하겠습니다.”어젯밤 송천초는 낙청연에게 이 안건을 조사할 때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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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이... 것이 왕청은 아니겠지요?”송천초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부진환은 허리를 숙이고 살펴보다가 바닥에서 영패 하나를 주웠다.그것은 호부의 영패였다.“왕청인 것 같소.”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 곧이어 손끝에서 부문이 타기 시작했다.부문이 전부 타버리자 일월경 위에 흰옷이 나타났고 동시에 아주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낙청연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이 근처였다!그녀는 재빨리 남쪽으로 향했고 경공을 써서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부진환은 깜짝 놀라며 즉시 그녀를 따라갔다.-어두운 밤, 낙청연은 마을 밖까지 따라갔고 바람을 타고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나갔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부문쇄를 시야에 들어온 흰옷을 향해 휘둘렀고 상대는 경계하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낙청연이 그를 가로막았다.낙청연은 몸을 날리며 상대의 목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달빛 아래 사내의 눈빛에 놀라움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의 등 뒤로 갑자기 꼬리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의 몸을 지탱해 공중으로 솟아오르게 했고 그렇게 낙청연의 공격을 피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공격을 멈췄다.“사군?”낙청연은 그가 이미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그런데 기운이 왜 이렇게 혼잡한 것일까?남자의 긴 꼬리가 사라지고 그는 천천히 착지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그 고장에 가면 그 고장의 풍속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지. 난 지금 초경(楚鏡)이니 사군이라고 부르지 말거라.”낙청연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이렇게 빨리 인간의 형태를 갖출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해 수련한 것이냐?”“최근 경도에 많은 사람이 죽었던데 전부 네가 한 짓이냐?”초경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그랬다.”낙청연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왜 이 길을 선택한 것이냐?”“네가 이 세간의 화근이 될 줄 알았더라면 널 일찍 죽였을 것이다!”낙청연은 비수를 들고 그를 맹렬히 공격했고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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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바로 그때, 숲속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초경은 흠칫 놀라더니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몸을 돌려 떠났다.그는 뱀으로 변해 풀숲에 들어간 뒤 자취를 감추었다.이내 부진환이 그곳까지 쫓아왔다.낙청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부진환이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에는 혼자 앞서지 말거라. 아주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것이냐?”낙청연은 살짝 멍해졌다.“쫓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랬습니다.”부진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따라잡았느냐?”“도망쳤습니다.”낙청연은 실망한 어조로 말했다.“그러면 그냥 도망가게 놔두거라. 너만 무사하면 됐다.”부진환은 여전히 미간을 잔뜩 구기고 있었고 반대로 낙청연의 입꼬리는 올라갔다.세 사람은 그렇게 다시 마당으로 돌아왔다.자세히 살펴봤으나 왕청이 남긴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오직 백골뿐이었다.“다른 단서는 없습니까? 이게 끝입니까?”낙청연이 캐물었다.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그녀를 위로했다.“더 있을 것이다.”“일단 돌아가자꾸나. 본왕이 사람을 보내 처리하겠다.”-왕부로 돌아온 뒤 부진환은 또다시 바빠졌다.왕청이 죽었기 때문에 얼른 다른 단서를 알아봐야 했다.이미 엄씨 가문이 적과 내통했다는 증거를 장악했지만 엄씨 가문의 명령에 따라 일을 처리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했다.만약 이 안건에 관련된 사람의 증언이 전혀 없다면 엄씨 가문의 죄를 묻기가 어려워진다.부진환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고 낙청연도 그 점을 보아냈다. 하지만 부진환은 일부러 낙청연의 앞에서 그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겁을 먹은 송천초는 잠시 왕부에서 지내기로 했다.방 안에서 낙청연은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이미 그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냐? 그래서 나를 따라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려 한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악한 것을 내쫓아달라고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도 갑자기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저는 은근히 그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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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예전에 저희 집안은 장사를 했습니다. 제 부군은 저희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었고 혼인하기 전에는 번듯한 척 행세했지만, 혼인한 뒤에는 본성을 드러내며 밖에서는 여색과 주색에 빠져 살고 장사하여 번 돈을 청루에 썼습니다.”“저희 부모님은 그 일을 알고 그를 내쫓으려 했으나 한 달도 안 돼 부모님 두 분 모두 병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저희 부모님은 줄곧 건강했습니다! 분명 제 부군이 그들을 해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전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그는 저희 집안의 재산을 차지했고 매일 저를 때리면서 관청에 보고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여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그녀의 얘기를 들은 낙청연은 마음이 아파 물었다.“관청에 보고했소?”“몰래 관청에 보고한 적이 있는데 그 빌어먹을 짐승 새끼가 절 청루에 팔아넘겼습니다!”“그러면서 제게 협박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전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 살았고 그가 죽기만을 간절히 바랐습니다!”“그러다가 능산(陵山)의 토지묘(土地廟)에 소원을 비는 것이 신통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신의 소망과 비통한 사연을 그곳에 적고 10일 동안 향을 피운다면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군요.”“그래서 그곳에 갔습니다!”“그리고 돌아온 지 사흘 만에 그 짐승은 죽고 백골만 남았습니다!”“토지신이 절 도운 겁니다!”낙청연은 그 말을 들은 뒤 깜짝 놀랐고 송천초도 놀랐다.다른 두 사람도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비록 사연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모두 사기를 당했고 죽은 자들은 재물을 탐내어 남의 목숨까지 해친 사람들이었다.그리고 그들 모두 능산 토지묘에 가서 향을 피웠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자들이 백골이 되었다고 한다.“왕비 마마께서는 아량이 넓으시니 저희의 처지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희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을 시켜 당신들이 겪은 일이 사실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죄를 묻지 않겠소.”“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왕비 마마!”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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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주 부인, 알아야 할 건 다 알게 되었으니 당신을 그저 보내줄 수도 있소. 대신 당신에게 성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겠소.”주 부인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낙청연과 송천초와 함께 후원으로 돌아왔다.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주 부인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사람들 앞에서 그는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들도 딸도 낳지 못했지만 그는 저를 내쫓지 않았고 첩을 들이지도 않았지요.”“하지만 그가 오래전부터 외도했다는 건 아무도 모릅니다. 심지어 그 상대는 제 친동생입니다.”“그들은 아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딸까지 있습니다.”“그가 집에 가져오는 건 봉록뿐이지만 제 여동생에게는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그리고 한참 뒤에야 그에게 그곳이 진짜 집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저는 그저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한 아내일 뿐입니다. 그가 그전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 건 사실이지만 그 말을 제게 한 건 아니었습니다.”“전 그가 의심스러워 몰래 그를 미행했고 그러다가 우연히 그가 십여 년 동안 제게 숨긴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는 집안사람들과 함께 경도에서 도망치겠다고 했고 우선 돈부터 빼돌릴 것이라고 했습니다.”“경도 쪽은 주부가 있고, 저 주 부인이 있으니 아무도 그가 도망갔다는 걸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요.”“사람들 앞에서 보여준 은애하는 모습은 그저 연기에 불과했습니다. 절 방패막이로 쓰기 위해서였지요!”“제가 지금까지 아이를 갖지 못한 것도 그가 오랫동안 제게 약을 먹여서입니다!”“대체 왜!”“전 이 집안을 오랫동안 꾸려왔고 세심히 살폈습니다. 단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으니 공로가 없다고 했고 그동안 고생한 것은 사실입니다.”“그런데 왜 사건이 터지니 맨 처음 대신 칼을 맞는 사람이 제가 되어야 합니까!”주 부인은 분개하여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편히 경도를 떠나는 모습을 제가 어떻게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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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단서를 조금 알아냈습니다. 저와 황 부인 단둘이 얘기하게 해주세요.”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사람을 데리고 마당을 나갔다.낙청연은 자리에 앉은 뒤 흐느끼는 황 부인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황 부인, 당신의 상황은 이미 조사했소.”“당신은 그저 내게 누가 능산 툐지묘에 소원을 빌면 영험하다는 걸 알려줬는지만 얘기해주면 되오.”그 말에 황 부인의 안색이 돌변했다.그 말은 곧 낙청연이 그녀가 부군을 살해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시오. 난 주 부인을 봐주었소. 그리고 당신도 봐줄 것이오. 대신 내게 진실을 얘기하시오.”황 부인은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류씨 집안의 첩인 류영아(柳瑩兒)가 알려준 것입니다.”낙청연의 안색이 달라졌다.송천초가 물었다.“한 사람씩 말을 전하다가 소문이 퍼진 것은 아닐까요?”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계속 조사해야겠다.”두 사람은 마당을 나섰고 부진환은 무척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벌써 끝났느냐? 무슨 얘기를 하더냐?”낙청연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에게 알려주었고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사색에 잠겼다.“우연은 아닐 것이다.”“우리가 조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전부 실종되었다.”낙청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천명 나침반에 근거하면 엄씨 가문은 아직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많은 증거들의 단서가 끊겼다.이번에 엄씨 가문을 뒤엎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았다.“다음은 류씨 집안의 첩 류영아입니다. 그녀가 엄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까요?”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함께 가보자꾸나.”류씨 집안도 마찬가지로 시체를 찾지 못했고 류씨 집안의 첩도 아무 얘기 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물으러 갔고 류영아는 그제야 사실을 얘기했다.그렇게 낙청연과 부진환은 하루 사이 대여섯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물었다.-밤이 되고 낙청연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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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엄내심!“그녀였다니! 전에 그녀는 엄 태사의 영패를 훔쳐서 네가 병력을 이동할 수 있게 했지.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엄씨 가문을 돕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가 없구나!”부진환은 난처했다.낙청연은 고개를 저으며 사색에 잠겼다.“만만치 않은 여인인 듯하니 경계해야겠습니다.”“제가 가서 물어보겠습니다.”몸을 돌리는데 부진환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낙청연은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조심하거라.”“걱정하지 마십시오.”낙청연은 그곳을 떠난 뒤 우선 엄내심의 처지를 알아보았고 그녀에게 연락할 방법을 궁리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엄내심이 낙청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여전히 검은색의 너른 망토를 걸치고 얼굴을 반쯤 덮고 있었다.“꽤 일찍 왔군.”엄내심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와 섭정왕이 날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래전부터 널 찾아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다.”“잘됐구나. 오늘 날 데리고 섭정왕을 만나러 가줬으면 좋겠다.”낙청연은 살짝 당황했다.“부진환을 만나겠다고? 나와는 얘기할 수 없는 일이냐?”엄내심은 턱을 쳐들면서 망토 아래 감추어진 얼굴을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뭘 무서워하는 것이냐?”“그를 만나려는 건 협력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이번은 너희에게 아주 좋은 기회다.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할 거다.”자신감이 넘치는 엄내심의 말에 낙청연은 살짝 흔들렸다.결국 낙청연은 엄내심을 데리고 후문으로 들어가 섭정왕부에 도착했다. 낙청연은 그녀를 데리고 부진환의 서방에 들어갔다.방문이 닫히자 엄내심은 망토를 벗었고 부진환은 그녀를 보자 살짝 놀랐다.하지만 그들이 묻기 전에 엄내심이 먼저 자발적으로 해명했다.“사실 저희 아버지께서 낙청연이 무진에 갔다는 걸 알게 된 뒤로 그는 이미 만족과 연락했었던 사람들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지요.”“그러니 능산의 토지묘를 이용해 입막음하려던 건 제 생각이 맞습니다.”“그래서 당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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