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991 - 챕터 1000

3111 챕터

제991화

그는 랑목에게 그의 고모라고 했다.랑목이 캐물었다.“고모라고요? 제게 언제 고모가 있었습니까? 그런 말씀 한 적 없지 않습니까?”만족 왕은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고작 열몇 살이었다. 당시 그녀는 수련을 위해 만족 진영을 찾아왔다가 실수로 사냥을 위해 파놓았던 내 함정에 빠졌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잡으려 한다고 생각해 한바탕 싸웠다.”“그렇게 싸우면서 서로를 알게 된 우리는 어린 시절 서로의 단짝이 되었다.”“당시 만족 부족은 혼란스러웠고 각 부족은 서로 식량을 놓고 다투었다. 잔인한 부족은 심지어 동족을 잡아먹기도 했다.”“난 홀로 남동생을 데리고 다녀야 했고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노예로 팔려 가 목숨을 잃을 뻔했었는데 다행히 낙영이 날 줄곧 도왔다.”“그리고 내가 응익(鷹翼)부족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그나마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그 뒤로는 영지를 넓히고 부족 실력을 키우기 위해 난 너의 어머니와 혼인을 올렸다. 네 어머니는 당시 등사(騰蛇)부족의 우두머리였다.”“낙영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사부님에게 젊었을 적 이런 경험이 있을 줄은 몰랐다.사부님이 만족 왕과 의남매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그 뒤에 왜 천궐국에 갔답니까?”랑목은 궁금한 듯 물었다.왕은 탄식했다.“그녀는 내 남동생과 함께 갔다.”낙청연은 흠칫했다.그녀는 갑자기 대담한 추측이 떠올랐다.“낙해평이 남동생입니까?”눈앞의 왕은 보면 볼수록 낙해평과 달랐다.비록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왕의 얼굴 윤곽이 더 강직하고 눈썹도 날카로웠다. 비록 병을 앓고 있어 몸이 허약하지만 여전히 강자의 위엄이 느껴졌다.그것은 낙해평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낙해평?”왕은 그 세 글자가 낯설게 느껴졌다.낙청연이 말했다.“그는 당신과 거의 똑같게 생겼습니다.”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낙해평으로 개명했구나.”“그의 성도 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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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제 어머니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왕은 흠칫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어머니라고? 낙영이... 내 동생과 혼인을 올렸구나.”왕은 목이 메었다. 대체 어떤 기분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충격 속에 약간의 실망도 있었다.하지만 냉정을 되찾은 왕은 다시 고개를 들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니, 넌 내 동생의 딸이 아니라 내 딸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다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뭐라고요? 당신의 딸이라고요? 제 어머니는 당신과...”낙청연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충격이 이어졌다.왕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흥분해서 말했다.“넌 내 딸이다! 네가 내 첫 번째 딸이다!”“네가 원응(元凝)이야!”“그래. 내가 조금 전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완성할 필요 없다!”“지금 당장 너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 평녕성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멈출 것인지 네가 결정하거라. 네 말에 따를 것이다!”왕은 광기가 보일 정도로 격앙됐다.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내가 낙영과 왕의 딸이라고?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그는 왜 이렇게 확신하는 것일까? 이렇게 과감히 왕의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하다니?왕은 곧바로 손에 끼고 있던 은빛 독수리 반지를 빼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끼워줬다.“원응아, 내 딸아. 드디어 돌아왔구나!”“죽기 전에 널 보다니,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지금 당장 계승 의식을 거행하라고 명령하겠다!”말하면서 왕은 곧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고 낙청연이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안 됩니다!”“전 신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게 자리를 물려준다면 사람들은 제가 당신을 조종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겠지요.”“랑심은 저를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게다가 어떻게 제가 당신과 낙영의 딸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녀는 만족과 함께 있을 때 이미 임신했습니까?”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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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그것이 내가 평녕성을 공격한 이유다. 천궐국에 가서 그녀를 찾아 죽기 전에 마지막 결과를 알고 싶었거든.”“원응이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인정하려 했다. 난 그저 결과를 알고 싶었다.”말을 마친 뒤 왕은 싱긋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오늘에야 깨달았다. 낙영은 정말 하늘의 뜻을 점칠 수 있었구나. 이 모든 걸 계획하여 오늘 너를 내 앞에 보냈으니 말이다.”“이로써 죽기 전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볼 수 있게 됐구나.”낙청연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다시 태어났다고?그녀는 다시 태어난 것이 맞았다. 하지만 원응은 아니었다.그녀는 낙요였다!사혼검은 그녀도 들어본 적 있었다. 전해지는 것에 따르면 뱀의 혼이 그것에 깃들어 극한의 음기와 한기를 띠고 있는 물건이라 영혼을 수용하여 그 속에서 기거하게 할 수 있다.그리고 많은 여국인이 얻고 싶어 하는 보물이다.여국의 풍수사에게 있어 그것은 수많은 영혼을 수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 아주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다.그녀는 불현듯 사부님이 아주 큰 판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낙영이 반드시 당신의 딸을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왕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결연히 말했다.“나와 약속한 일은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어쩐지 사부님과 그 사이에 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부님이 그를 좋아한 건 아닐까?“넌 틀림없이 내 딸 원응이다!”왕은 다시 한번 단호히 말했다.낙청연은 착잡한 심정으로 잠자코 있었다.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려웠다.왕은 낙청연이 여전히 주저하고 있자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널 데리고 갈 곳이 있다.”“오직 나와 네 어머니만 아는 곳이다.”“그곳에는 네 어머니의 물건이 아주 많이 남아있다.”그의 말에 낙청연은 눈을 반짝였다.사부님이 남기신 수수께끼가 아직 너무 많았다. 그곳에 사부님이 남긴 단서가 있다면 반드시 볼 생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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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약간의 위협이 담겨 있는 말에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왕다웠다. 그는 딸을 만난 기쁨에 이성을 잃지 않았다.그렇다. 그녀는 진천리를 구할 생각이었다!“그래요. 약속하겠습니다.”“당신의 계획대로 왕위를 이어받은 뒤 만족과 천궐국을 완전히 휴전시키겠습니다!”’“하지만 당신은 진천리를 놓아주어야 합니다.”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약속하마.”말을 마친 뒤 왕은 다시 침상에 누우며 말했다.“넌 의술을 잘 알고 있구나. 내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다시 날 치료하거라.”낙청연은 그에게 다가가 침을 놓은 뒤 약을 처방했다.그녀는 랑목에게 약재를 가져오라고 했다.약을 달여 왕에게 먹이니 확실히 상태가 호전되었다.그날 밤, 왕은 각 부족의 우두머리를 소집했다.왕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걸 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왕상, 몸이...”랑심도 놀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생각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일어설 힘조차 없었는데 말이다.낙청연의 의술이 정말 뛰어난 듯했다.“내 몸은 많이 좋아졌다. 며칠만 더 몸조리한다면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기세 넘치는 목소리는 위엄으로 가득 차 있었다.“잘 됐습니다! 왕상께서 나서신다면 반드시 평녕성을 함락할 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처럼 막무가내인 지휘 때문에 각 부족이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겁니다!”여인은 말하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랑심을 보았다.의미심장한 말을 들어보면 랑심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그 여인이 눈에 익었다. 전쟁터에서 낙청연은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청회 군주라고 불렸던 것 같다.그녀의 큰 오라버니는 전쟁터에서 죽었다.당시 그들 일족을 이끌고 성을 공격한 건 랑심의 명령인 듯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오직 왕상만이 저희를 이끌고 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만족 각 부족 신의 보호를 받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패배하게 돼 있지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한두 마디씩 보탰고 그들은 모두 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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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그 말에 사람들은 랑심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청회 군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랑심, 당신이 엄씨 가문과 연락해 연합했는데 왜 아직 엄씨 가문에서 소식이 없는 것이오?”“우리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오?”“맞소. 무진군은 엄씨 가문의 명령을 듣지 않소? 그런데 왜 우리를 도와 성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오?”한차례 쏟아진 질문에 랑심은 강렬한 증오심이 피어올라 매서운 눈초리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엄씨 가문은 아무런 소식도 보내지 않았소. 난 숨기는 것이 없소!”“부왕, 낙청연의 헛소리를 믿지 마십시오!”왕은 결국 입을 열었다.“그만 싸우거라.”“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낙청연을 이곳에 남겨두겠다는 걸 너희에게 알리기 위해서다.”“내 몸이 다 낫기 전까지 아무도 성을 공격하지 말거라.”“실력을 유지하고 적의 간계에 넘어가지 말아라.”마지막 말에 랑심은 깜짝 놀랐고 낙청연도 놀랐다.그 말은 어쩐지 랑심에게 하는 말 같았다.“네!”사람들은 일제히 예를 갖춘 뒤 모두 물러났다.왕은 쉬어야 했고 낙청연도 막사를 떠났다.그녀는 약초를 캔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계획대로라면 그녀는 방어 전력 배치도를 부진환에게 전달해야 했다.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지 기회를 찾아야 했다.랑목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는 랑목이 그녀와 왕의 계획을 모르기 때문이다.만약 왕이 왕위를 그녀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걸 랑목이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아주 중대한 일이었기에 말할 수 없었다.랑목은 낙청연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낙청연이 왕을 치료할 약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녀가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도 주었다.낙청연은 하루 종일 이곳저곳 다녔고 심지어 각 부족이 있는 곳을 누비기까지 했다.그렇게 날이 저물었고 낙청연은 돌아가려 했다.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자 등 뒤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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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낙청연은 전혀 피하지 않고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보았다.“당신 오라버니를 해친 것은 랑심이오!”“그녀가 정말 단지 성을 공격하기 위해 당신들을 파견했다고 생각하오? 그녀는 성을 공격하는 것을 핑계 삼아 당신들을 제거하려 한 것이오!”비수는 내리꽂히지 않고 낙청연의 가슴께에 멈추었다.청회는 낙청연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뭐라고 했소?”낙청연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말했다.“랑목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 랑심이 그를 속여 앞장서게 했고 그는 성안의 함정에 당했소.”“랑목이 곤경에 빠지자 랑심은 과감히 철퇴했소. 랑목을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를 놓쳤지.”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였다.“랑목까지 죽이려는데 당연히 당신들도 죽이려 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엄씨 가문과의 거래를 완성할 수 없으니 말이오.”청회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했소? 엄씨 가문과의 거래라니? 뭘 알고 있는 것이오?”“얼른 말하시오!”낙청연은 대답하는 대신 몸을 버둥거리며 말했다.“우선 날 놓아주시오.”청회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몸을 일으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짓했고 이내 누군가 낙청연의 쇠사슬을 풀어주었다.낙청연은 손목을 주무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난 당신들을 속인 적 없소. 엄씨 가문의 계획은 당신들을 천궐국에 들여보내고 천군만마를 이끌고 당신들을 토벌해 큰 공을 세우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천궐국의 병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오.”“그리고 랑심은 당신들이 평녕성을 공격할 때 각 부족의 우두머리를 하나하나 제거했소. 그래야 앞으로 엄씨 가문과 싸울 때 엄씨 가문이 더욱 순조롭게 당신들을 섬멸할 수 있기 때문이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했고 청회는 깜짝 놀랐다.“뭐라고 했소?”“랑심이 완전히 엄씨 가문에게 넘어갔다는 말이오?”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지 않으면 뭐겠소?”“부귀영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소?”“엄씨 가문이 병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엄씨 가문은 랑심이 원하는 걸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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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원래 평녕성으로 곧장 향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전방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란 낙청연은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몰래 접근했다.수풀에 들어가자 갑자기 살기가 엄습하며 검 하나가 낙청연의 목에 닿았다.“움직이지 마시오!”상대는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하면서 물었다.“랑목 왕자의 진영은 어디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낙청연은 천궐국의 병사를 보게 되었다.“난 낙청연이오.”낙청연은 곧바로 입을 열었고 상대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탈출하신 겁니까? 잘 됐습니다! 바로 저쪽에 왕야가 계십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곧바로 병사를 따라 언덕 뒤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달빛을 받으며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사내를 보았다.“왕야!”낙청연은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부진환은 몸을 흠칫 떨었다. 낙청연의 무사한 모습에 그는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너...”바로 그때 한쪽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고 심지어 수가 아주 많은 것 같았다.“순찰대가 왔습니다. 왕야, 제가 그들을 유인하겠습니다.”소서는 곧바로 사람을 데리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낙청연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부진환이 그녀의 앞으로 달려와 그녀를 끌고 수풀 뒤로 몸을 숨겼다.“사람이 있다! 쫓거라!”순찰하던 만족인들이 낙청연의 앞을 달려가 소서 일행을 잡으러 갔다.주위가 잠잠해진 뒤에야 두 사람은 수풀에서 나왔다.부진환은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본왕과 함께 돌아가자.”낙청연이 갑자기 그를 붙잡았다.“전 돌아갈 수 없습니다.”“낙청연, 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느냐? 랑목이 죽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따라 만족 진영으로 오다니, 그가 너를 속이는 것이라면 어찌할 것이냐?”부진환은 화가 났는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낙청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가 절 속였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전 그와 협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우선 제 계획부터 들어보세요.”낙청연은 그에게 방어 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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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부진환은 깜짝 놀랐다. 그는 미간을 구기며 그녀를 보았다.“태상황의 창용새로 날 제압하려는 것이냐?”부황이 창용새를 낙청연에게 주었다니.낙청연은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그런 것으로 하겠습니다.”“오직 이 방법만이 왕야를 떠나게 할 수 있다면 제가 창용새를 이용해 왕야를 짓눌렀다고 치겠습니다.”“제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태상황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입니다. 섭정왕, 잘 고려하세요.”부진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낙청연의 싸늘한 눈빛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대체 무슨 이유로 꼭 만족 진영에 남아있으려는 것이냐?”낙청연의 확고한 태도를 보면 분명 그에게 얘기하지 않은 다른 일이 있을 것이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너무 많았고 낙영에 관한 일도 얘기할 수 없었다.“그런 건 없습니다!”“전 그저 당장 휴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전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만족 내부에 돌파구가 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버릴 수는 없습니다. 절 믿으세요!”“전 평녕성에서 수십 일을 버텼습니다. 그러니 만족이 휴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낙청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부진환은 속으로 약간 놀랐다.눈앞의 결연한 눈빛의 여인은 아주 강대하고 또 비밀스러워 꿰뚫어 볼 수 없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결국 이를 악물고 승낙했다.“그래, 본왕이 협조하겠다.”그 말에 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웃어 보였다.그녀는 곧바로 재촉하며 말했다.“그러면 얼른 가세요.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그는 숲속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도 자꾸만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그의 그윽한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낙청연은 그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몸을 돌려 왕의 진영으로 돌아갔다.랑목은 왕의 침상 옆을 지키면서 그에게 세심히 약을 먹이고 있었다.낙청연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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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난 그가 죽길 바라지 않소. 그를 다치게 할 생각도 없었지.”“난 그저 그가 나에게 굴복해 기꺼이 내 노예가 되길 바라는 것뿐이오.”“그런데 그가 원하지 않았소. 그래서 고충을 심어두었지. 그런데도 내게 반항하려 하더군.”“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고집이 센 사람은 처음이오.”“하지만 그가 계속 버틸 것이라고는 믿지 않소. 내가 팔의 힘줄까지 자른다면 그는 완전히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그러면 내게 복종하겠지!”“항상 다른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개라고 해도 괜찮소.”랑심은 득의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당신이 괴롭힌 것은 그의 몸뿐이오. 이곳에 갇힌 것 또한 그의 몸뿐이지.”“병사의 영혼은 영원히 굴복하지 않소!”낙청연이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은 마치 무거운 망치처럼 랑심이 꿈꾸고 있던 달콤한 꿈을 깨부쉈다.랑심은 안색이 파랗게 질리면서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돌연 철창 속에 있던 진천리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하하...”“랑심, 들었소? 당신이 아무리 날 괴롭히더라도 난 영원히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걸 다들 알고 있소!”철창 속의 진천리는 고개를 들었고 그의 눈빛은 매섭고 날카로웠다.증오는 없고 오직 불굴의 의지만이 느껴졌고, 너무 확고해 절대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랑심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낙청연의 어깨를 덥석 잡더니 낙청연을 철창 가까이 끌고 갔다.“영원히 굴복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낙청연을 당신의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의 두 눈알을 뽑고 혀를 자르고 사지를 자른다고 해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오?”랑심은 화가 나서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진천리의 눈빛이 돌변했고 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랑심, 당신은 영원히 천궐국 장병의 굳건한 의지를 깨닫지 못할 것이오.”“당신이 날 괴롭힐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고사하고 설령 당신이 날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은 그를 굴복시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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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여러 부족 진영이 동시에 습격당했습니다. 지금 적이 어느 방향에서 오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낙청연은 살짝 당황했다. 부진환이 이렇게 신속히 움직일 줄은 몰랐다.그가 만족 진영에서 떠난 지 두세 시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아마 돌아가자마자 병력을 옮겨 행동을 개시한 듯했다.왕도 살짝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그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각 부족은 자신의 진영을 지키고 전력을 다해 적을 막되 성급히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적이 유인 작전을 펼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만약 진전이 있다면 곧바로 보고하거라!”“네!”낙청연은 하루 종일 진영에서 기다리면서 수시로 보고를 들었다.첫째 날 기습은 하루 종일 계속되었지만 결국 그들은 철수했다.만족의 각 부족은 실력이 아주 강했고 오늘은 기습으로 기선을 제압해 온종일 싸웠다.날이 어두워진 뒤 각 부족의 우두머리가 왕의 막사에 모였다.랑심도 한차례 치열한 전투를 치렀는지 다소 후줄근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천궐국이 기습한 걸 보니 저희 방어 전력 배치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들은 예전에 기습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감히 저희 진영을 기습한 걸 보면 낙청연이 그들과 내통한 것이 분명합니다!”“부왕. 지금 당장 명령을 내려 낙청연을 죽이십시오!”예전에 적군은 기습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오늘은 정확히 각 부족을 공격했다.그들의 방어 병력 배치를 훤히 꿰뚫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낙청연이 유출한 것이 분명하다.낙청연은 덤덤한 얼굴로 꿈쩍하지 않았다.랑심은 왕상이 직접 방어 병력 배치도를 내준 걸 절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청회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왕상이 입을 열었다.“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평녕성에 지원군이 도착해 병력이 강해졌다. 오늘은 막았지만 다음 번에 또 쳐들어올 수 있다.”“지금 당장 해결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낙청연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왕상, 다들 알고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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