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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3215 챕터

제 921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우문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경릉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왜? 별로야?”원경릉이 물었다.“아니, 좋아, 경릉아. 정말 좋은 생각이야.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효과는 아주 좋을 것 같아!” 우문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는 싱글벙글 웃었다.그 모습을 본 원경릉은 자신감이 붙은 목소리로 말했다.“경중에 시범사업을 시작하자! 지금 있는 은화로 첫 의학원을 설립하고, 학생은 100명 정도 모집하면 좋겠어! 그리고 의술이 뛰어나지만 퇴직한 어의들을 초빙해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거야. 그 방면으로는 네가 방법을 찾아봐.”“그래, 좋아! 근데, 학생이 100명이면 어의가 몇이나 필요할까?”우문호는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3명, 한 반에 33명 정도로 하자.”“나한테 맡겨. 내가 퇴직한 어의를 찾아볼게. 한 달이면 될 것 같아.”“근데 이 일은 많은 은화를 써야 하는데, 아깝지 않아?”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아깝지 않아. 가치 있는 일에 쓰는 거니까 오히려 뿌듯해.”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시집 한 번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그는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빨리 자. 너 잠들 때까지는 여기 있을게.”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미소를 머금고 잠들었다.오후까지 자고 있던 원경릉은 만아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태자비님, 고지를 데리고 왔습니다.”“다섯째는?”원경릉은 눈을 비비며 주변을 살폈다.“냉대인께서 태자를 모시고 가셨습니다.”만아가 손을 뻗더니 “태자비님,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으니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괜찮아.”원경릉은 상처가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고지를 별채로 데리고 와. 나도 그리로 갈 테니.”“예!”만아는 녹주에게 원경릉 시중을 들게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녹주가 원경릉의 겉옷을 입히고는 그녀를 부축해 별채로 향했다.원경릉은 별채 입구에 서서 한참을 고지를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고지의 머리는 덥수룩했고 얼굴은 퉁퉁 부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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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2화

“초왕비?” 고지가 원경릉이 들어온 것을 아는 듯 옷매무새를 다듬었다.원경릉은 고지가 태자비가 아닌 초왕비라고 하자, 고지가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아주 폐쇄적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원경릉이 자리에 앉자 만아가 다바오를 데리고 와서 고지 가까운 곳에 두고 그녀를 경계하게 했다. 문이 닫히고 다바오의 소리가 들리자 고지는 몹시 불안한 듯했다.“초왕비, 지금 뭐 하려고 그러는 겁니까?”“긴장 말고. 앉게.”고지는 두 손으로 엉덩이 뒤를 더듬거리더니 의자를 끌어 앉았다.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허리를 곧게 폈고, 뭔지 모르게 당당한 입꼬리를 보였다.“네 뱃속에 있는 아이의 부친이 누구냐?” 원경릉이 물었다.고지는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정후.”라고 말했다.“고지, 네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고? 빨리 진실을 말 해!” 고지는 손을 저으며 “진실을 말해도 초왕비께서 믿지 않으니 전 더이상 할 말이 없네요.”라고 말했다.“내 부친의 아이라면, 내가 하나만 더 묻겠네. 정말로 내 부친과 관계를 맺었다는 거야?”고지는 고개를 숙이더니 입꼬리 한쪽이 씩 올라갔다.“그걸 왜 나한테 묻죠? 부친께 직접 물어보시지요. 장담하건대 부친께서도 절대 부인 못할 겁니다.”“당연히 물어볼 거야. 한 가지만 묻자, 진짜 그 아이가 위왕의 아이가 아니라는 거지?” 원경릉이 분노한 얼굴로 고지를 보았다.“이제 와서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판사판입니다. 만약 지금 뱃속의 아이가 위왕의 씨라면 난 백방으로 이 아이를 지키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위왕의 아이가 아닙니다.”“진실을 말 해!”“초왕비, 사람들이 당신의 마음씨가 곱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내게 낙태약 하나만 주면 안 되겠소? 그렇지 않으면 초왕비가 낳은 세 아이와 내 아이를 같이 키워야 할 수도 있잖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요?”“쓸데없는 말 말고, 빨리 사실을 고해. 사실을 말한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남강으로 안전하게 보내줄 테니. 그리고 배가 그만큼이나 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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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3화

고지의 말을 듣고 난 후 원경릉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방금 한 얘기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건 네 뱃속의 아이가 어떻게 내 부친의 아이냐는 말이다.”“초왕비, 역지사지 알죠? 내 입장이 되어 잘 생각해 보세요. 나한테 있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짜 위왕의 아이를 갖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위왕은 내게 손도 대지 않지, 안왕은 다그치지, 나도 별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침 정후가 안왕에게 벼슬을 할 수 있게 뒤를 봐달라고 부탁을 하러 왔고, 안왕은 계속해서 거절하다가 결국 나와 며칠 밤을 보내주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요. 정후도 동의했고요. 바로 그때 이 애가 생긴 겁니다.”원경릉은 고지의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만약 고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원경릉은 정후의 머리를 열어 그 안에 똥이 들었는지 된장이 들었는지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었다.“근데 웃긴 건 이제부터입니다.”“……”“안왕이 그렇게 말해놓고 정후를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하하, 이런 말하기 뭐 하지만, 초왕비의 부친은 정말 멍청합니다.”고지는 말을 하면서 배를 잡고 웃었다. 눈이 없어서 그런지 그녀의 웃음은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원경릉은 그 모습을 보고 토를 할 뻔했다.“고지, 내가 너한테 물어볼 게 더 있으니, 여기서 하루 이틀 더 있거라.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다 알게 되면 하인에게 널 명월암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원경릉은 말을 마치고 바로 나왔다.밖으로 나온 그녀는 서일을 불러 정후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잠시 후, 원경릉은 서일을 시켜 정후를 고지가 있는 별채에 데리고 가게 했다. 원경릉은 별채 옆 방에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었다.서일은 정후에게 “대감,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태자비께서 곧 오실 겁니다.”라고 말했다.정후는 고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가 서일에게 알겠다고 하고 고개를 돌리자 두 눈이 없는 거지꼴을 한 여인이 앞에 보였다. “대감, 안녕하셨지요?”정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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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4화

“남자들은 이게 문제라니까? 그러니까 아랫도리 간수를 잘했어야지.” 고지는 분노했다.정후는 당장이라도 고지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그녀의 모습이 너무 흉측해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은표 한 장을 꺼내 고지의 손에 쥐어두고는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빨리 나가! 그리고 다시는 본후의 딸을 찾아오지 말거라. 이 은표면 네가 도성을 떠나 어디든 가서 살기에 충분할 거야. 그리고 본후와 있었던 일은 죽을 때까지 입 밖으로 꺼낼 생각 하지 마!”“그러죠!”고지는 은표를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꿈쩍도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원경릉이 별채 문을 열어젖혔고, 그 뒤에 사식이가 즉시 문을 닫았다. 정후는 화가 잔뜩 난 원경릉을 보자 놀라서 덜덜 떨었다. “태자비, 아직 산달인데, 바람을 쐬면 어쩝니까……”정후는 애써 태연한 척 원경릉을 걱정했다.하지만 원경릉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았다.“너…… 괜찮아? 누가 태자비를 화나게 한 것이냐?” 정후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말했다.“잡소리 집어치우고,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지나 알아봐요.” 원경릉은 분노를 삭이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했다. “뭘 해결해?”정후는 끝까지 발뺌했다.“저 여자 뱃속에 당신 새끼.”원경릉은 손가락으로 고지의 배를 가리켰다.“이 여자가 누군데? 난 이 여자를 몰라!” 고지는 정후의 말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뭘 웃어? 빨리 안 꺼져? 어디 거지 같은 게 들어와서는 간도 크지!”정후가 소리를 질렀다.“부친, 아직도 저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까? 제가 직접 소개라도 해드려야 아시겠어요?”“……”“저 여자 이름은 고지, 위왕의 애첩이었죠. 그녀가 위왕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 태후께서도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가 위왕을 하나도 닮지 않고 부친을 닮았다면, 일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참 재밌죠?”정후는 원경릉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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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5화

“애가 떨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죠. 낳자마자 목을 졸라 죽이는 수밖에.”고지는 담담하게 원경릉에게 말했다.“그래, 목 졸라 죽이면 아무도 모를 거야.” 정후도 맞장구를 쳤다. 정후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정후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 위에 담긴 물 잔을 들어 정후의 얼굴에 뿌렸다.“어떻게 남자로서 책임감이 눈곱만큼도 없습니까? 조부께서 부친께 후작 지위를 물려주신 걸 감사하며 열심히 노력도 안 하고, 딸들을 팔아가며 기생충처럼 살다가 이제는 딸들 다 팔고, 남은 건 몸뚱이 하나뿐이라 몸도 파신 겁니까? 벌린 일에 책임을 져야지, 애를 죽여요? 지금 그게 사람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정후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원경릉이 너무 사납게 몰아세우니 그녀의 화가 풀릴 때까지만 비위를 맞춰주자는 심산이었다. 고지는 정후가 원경릉에게 찍소리도 못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원경릉은 고지의 섬뜩한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았다.“지금 웃음이 나와? 솔직히 말해서 그 아이가 부친의 아이라는 것도 확실하지 않잖아. 설사 부친의 아이가 맞다고 해도 아이가 혼자서 가질 수 있는 거야? 모두 남자 탓이고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정화군주가 말하길 너는 명월암에 온 뒤로 계속 그 아이를 없애려고 했다면서! 사람이 어쩜 그렇게 잔인해! 백방으로 애를 가지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용가치가 없어지니까 바로 버려?”“초왕비, 고귀한 척 우쭐대는 것은 여전하시군요. 그래요, 내가 위왕을 꼬셔서 위왕비를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걸 초왕비가 뭐라고 하면 안 되죠. 초왕이랑 어떻게 혼인하게 됐는지 하늘을 우러러 초왕비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습니까? 초왕비의 수작에 넘어간 초왕은 결국 초왕비를 사랑하게 됐고, 위왕은 그렇지 못했다는 걸 제외하면 우리 둘이 다를 게 뭐 있죠?”“난 사람을 해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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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6화

정후는 자신이 실언은 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막으며 “말이 헛나왔구나.”라고 했다.“양심이 있으면 지금까지 벌인 나쁜 짓들을 털어놓으세요.” 원경릉이 차갑게 말했다.정후는 원경릉을 보며 인상을 팍 썼다.“네가 지금 태자비라고 나한테 이러는 모양인데, 넌 태자비이기 전에 내 딸이고, 난 네 아버지다! 그리고 내가 한 일은 모두 정후부를 위한 것인데 왜 나만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거야? 애당초 너도 태자에게 시집가려고 판을 짰으면서, 넌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아버지한테 훈수 질이냐?”원경릉은 상처가 저릿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정후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멍청하면서도 악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태상황이 하사한 어장(禦杖)이 떠올랐다. 그녀는 소매 주머니에서 어장을 꺼냈다.“솔직하게 털어놓든지 아님…… 아시지요?” 원경릉이 어장으로 탁자를 툭툭 쳤다.“원경릉, 너 미쳤어? 이제 패륜을 저지르겠다는 거야?” 정후가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쳤다.원경릉은 귀가 간지럽다는 듯 어장으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상부인에 대해 말해봐요. 그 사람하고 부친이랑 무슨 관계죠?”정후는 원경릉의 무서운 눈빛에 입술을 깨물며 어장을 힐끔 쳐다보았다.“상부인은 죽은 순의장군(順義將軍)의 부인이다.”순의장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인데……‘설마…… 아니겠자.’하지만 정후가 아무리 쓰레기 같다고 해도, 죽은 남편이 있는 여인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상부인의 일은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말해서는 안 돼. 상부인이 패방을 내가 무너뜨렸다…… 이걸 다른 사람이 안다면 난 죽은 목숨이야!”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호흡곤란으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정후가 말한 패방은 정결패방이다. 정결패방은 남편이 죽고도 재혼을 하지 않거나 남편을 따라 죽었을 경우에 관청에서 하사하는 패방이다.원경릉은 현시대가 여성에게 불공평한 시대이기에 이를 욕할 수는 없었다.역사에 따르면 패방을 하사 받고 순결을 지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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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7화

“그리고는…… 없어.” 정후는 말을 아꼈다.원경릉은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구심단(救心丹)을 한 알 삼켰다.“아니, 거짓말은 그만하세요. 지금이라도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은 여인들이 더 있으면 빨리 말해요. 약까지 먹은 마당에 화를 낸다고 죽기라도 하겠어요?”정후는 구심단을 먹은 원경릉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사실대로 말을 해도, 저 약을 먹었으니 얘가 죽지는 않겠구나.’그는 지금까지 유부녀 약 열 명 정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말했고, 그중에 두 여인은 조정의 관리 본처들이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그 자리에서 눈이 뒤집어졌다.‘여자들도 미쳤나? 저……원팔룡(元八隆)을 왜 좋아하는 거지?’원경릉은 잠시 정후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마흔이 넘었는데도 몸이나 얼굴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고, 눈도 깊은 것이 유부녀들이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가 술과 담배에 찌들었지만, 본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근 몇 년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돈도 없고, 벼슬도 못하고 있는 마당에 어쩌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정후부가 어떻게 먹고살겠느냐는 말이다! 나도 여자들한테 몸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겠느냐? 나도 싫었어! 근데 어쩌겠냐고! 수치스러워도 먹고는 살아야지!”정후가 열변을 토했다.정후는 딸 앞에서 이런 더러운 과거를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수치스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두 가지 선택이 있으니 잘 생각하고 고르세요. 첫 번째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는다. 두 번째 처자식을 데리고 경성을 떠난다. 부친 때문에 잘 살고 있는 오라버니의 앞길도 막지 말고요.”원경릉이 말했다.“사실 두 가지 모두 필요 없어. 네가 입만 다물고 있어 준다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두 선택 모두 명예롭지 못하잖아?”“정말 끝까지 이렇게 구질구질할 겁니까? 부친과 고지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안왕이 알고 있잖아요! 안왕이 그런 큰 패를 쥐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을 거라고 믿는 겁니까? 부친은 바봅니까?”“안왕도 이제 쓸모없어. 무슨 힘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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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8화

원경릉은 진심으로 희상궁이 자신의 어머니였으면 했다. 사실 그녀는 친정집에 별 감정이 없기에 이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정후부에는 조모를 제외하고 어른다운 어른은 하나도 없다. 원경릉이 아이를 셋을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친 황씨는 출산한 딸을 찾아와 걱정은커녕 주씨와 싸운 얘기만 늘어놓고는 갔다. 그렇다고 시어머니에게 정을 붙일 수도 없다. 현비는 차갑고 매정하다. 아마 현비는 원경릉이 죽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상궁은 다르다. 매일 밤 원경릉의 안부를 물었고, 아픈 원경릉을 보며 가슴 아파해주었다. 힘든 시기에 누군가가 내 옆에 같이 있어주고 슬퍼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희상궁은 원경릉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기분 나쁜 일은 다 잊어버리고, 태자비의 인생을 살아요. 잠을 자는 동안은 아무 걱정 마세요. 몸 상하면 안 됩니다.”“예, 알겠습니다.”원경릉은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그녀는 한 시간가량 잠에 들었다가 깼다. 눈을 뜨니 다섯째가 옆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매우 집중한 표정으로 책을 한 장씩 넘겼고, 원경릉은 그의 모습이 낯선 듯 숨죽이고 그를 쳐다보았다.원경릉이 가만 보니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병서(兵書)였다. 그는 완전한 무술인이기에, 병서를 제외하고 저렇게 집중하고 읽을 만한 책은 없다. 우문호가 책을 뚫어져라 보다가 책장을 쓱 넘기며 “그렇게 빤히 나를 보고 있는 이유가 뭐야?”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웃으며 그의 옆에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옆에 눈이라도 붙어있는 거 아니야? 나 일어난 거 어떻게 알았어?”“숨 쉬는 소리가 달라. 깨어났을 때랑 잘 때.” 그는 책을 내려놓고 “배고파? 상처는 어때?”라고 물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도 않아. 내가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책은 나중에 보고 얘기 좀 할까?”원경릉은 그의 옆에 바싹 달라붙어 그의 손에 깍지를 꼈다.“고지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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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9화

“상부인뿐 아니라 조정의 관리들의 본처들을 포함한 십여 명정도의 여인들과도 정을 통했다고 해……”원경릉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경릉아 장인께서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수가 있느냐? 발정이 나지 않고서야 사람이 어떻게 그래?”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우문호는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보며 “음…… 장인을 멀리 보내는 건 어때? 이 일 때문에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거야.”라고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생각하면 할수록 정후가 이해되지 않았다.“근데 장인께서는 고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하셔?”“인정하기 싫겠지. 근데 고지가 애를 낳으면 바로 목을 졸라 죽일 거라고 하더라.”원경릉은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한숨을 내쉬었다.“출세가 뭐라고 사람을 그 지경까지 만드는 걸까? 사람으로서 하면 안 되는 말을 하시네.”“악질이야.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겐 강한 그런 악질.”우문호는 아무래도 자신의 장인이기에 원경릉이 악질이라고 하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장인께서는 간도 크시다. 그렇게 많은 여인들과 정을 통하고도 안 들킬 줄 알았다는 게 신기하네.”“에휴, 그러게 말이야. 난 이 일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 정 안되면 그를 경성 밖으로 보내버리고 죽은 듯 조용히 살라고 할까 봐 아니면 저기 어디 시골로 보내버리든가…… 아니면 그냥 콱 죽여버리 든가.”우문호는 정후와 원경릉을 보며 기가 찼다. 정후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을 죽일 궁리만 하고 있고, 원경릉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하고 있다. 원씨 부녀는 참…… 무섭네.“고지가 장인과 그런 짓을 한 건 넷째 형님이 고지의 뒤를 봐주었기 때문이야. 이 말은 즉 넷째 형님이 장인이 저지른 일을 다 알고 있다는 거고. 상부인과 다른 여인들의 일은 넷째 형님이 알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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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30화

“그걸 왜 탕양 당신이 판단해? 이건 내 일이야. 내가 남강에 가지 않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저지른 일이니 책임을 지겠다고!” 정후가 화를 냈다.정후는 탕양의 입에서 남강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화가 났다. 일평생 평민들과 말도 섞지 않던 정후가 북당에서도 환경이 열악한 남강에서 그들과 함께 살 수 있겠는가?그는 이 사실을 탕양에게까지 발설한 원경릉을 찾아가 뺨을 세게 내리치고 싶었다.원래 이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입이 가벼운 원경릉 때문에 지금 여러 사람들이 알게 됐다. 만약 소문이 퍼져 정후가 형벌을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원경릉에게 있다.탕양은 정후의 태도를 보아 좋은 말로 해서는 정후가 순순이 남강으로 갈 것 같지 않았다.“후작, 당신과 정을 통한 여인들은 보통 여인들이 아닙니다. 상부인도 그렇지만 다른 관리들의 본처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이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된다면 후작을 가만 두겠습니까? 지금 남강으로 떠나면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태자께도 피해가 가지 않을 거고요.”“내가 왜 태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거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리고 태자정도 됐으면 이 정도는 알아서 막아줄 수 있는 거 아니야?”“후작, 당신이 정을 통한 여인들의 부군은 조정의 고위 관리들이라는 걸 잊으셨습니까?”탕양은 멍청한 정후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버럭 화를 냈다. “그래서 뭐? 그 여인들도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야. 남편에게 이 사실을 들킨다면 그 여인들에게도 좋을 게 뭐가 있겠어? 그리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랬겠어? 여자들이 남사스럽게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겠냐고? 나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그러니까 원경릉과 태자 그리고 너만 입 조심해!”“후자, 진정하고 생각을 좀 하시지요. 당신은 태자의 장인이십니다. 태자의 앞날을 생각하셔야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습니다.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는 태자를 이대로 무너뜨리시려는 겁니까?”정후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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