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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3215 챕터

제 911화

아가를 둘러싼 궁중 여인들삼일 목욕은 정오 즈음에 있는데 이 때가 태양이 중천에 떠서 하루 중 제일 기온이 높아 목욕 할 때 아가가 동상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정오가 다가오자 태후, 명원제, 주황후, 현비, 귀비, 덕비, 호비가 모두 도착했다.태상황은 오지 않고 상선을 보냈는데 오늘 초왕부에 사람이 많으니 흥을 깨지 않으려고 오지 않았다.마치 궁중에서처럼 성대하니 솔직히 부럽고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초왕부에 들어서자마자 태후는 아가들이 보고싶어 한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희상궁이 유모를 시켜 세 쌍둥이를 안고 와서 태후 앞에 두니 태후는 거의 모습이 똑같은 세 아가를 보고 기쁨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정말 이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총애가 지극했다.태후가 안자 아가가 심지어 입을 벌리고 웃는데, 그 웃는 얼굴에 태후의 심장이 녹아 내렸다. 천지신명에 빌고 빌어 마침내 꿈에 그리던 증손자를 안았으니, 태후는 아가를 안고 조상의 영전 앞에 꿇어 앉아 조상님의 보우하심에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어서 오너라, 와서 다들 좀 안아 봐!” 주황후는 별로 안고 싶지 않았다. 사실 속으로 기분이 나쁜 것이, 현비가 득의양양한 꼴이 보기 싫기 때문이다.그날 현비가 성지를 잘못 전한 일이 궁에 온통 알려졌지만 태후와 황제는 현비를 벌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주황후 심기가 더욱 불편했다.하지만 막상 아가를 안으니 아가가 주황후를 보고 웃는데 마음에 가득하던 고뇌가 전부 사라지는 듯하며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어마마마, 이제 태어난 지 사흘밖에 안된 아가인데 어쩜 웃을 줄 알아요. 신기하죠 그죠?”“신기하다, 신기하고 말고, 부처님 오신 날 태어난 아이니 당연히 특별하고 말고.” 태후는 모든 행운과 복이 모두 세 아가들에게 가득 머물길 간절히 바랄 뿐더러 아이들에게 믿을 만한 뒷배경을 찾아주려고 끊임없이 애를 쓰며, “부처님 오신 날 태어난 아이들이니 보살들이 살펴 주실 게야.”귀비와 덕비도 안아보더니 귀비가 웃으며: “오랫동안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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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2화

현비가 황귀비로?현비는 은근 열이 받아서 가서 경단을 안았는데, 세상에나 경단을 품에 안자 또 똑같이 울어서 안되겠다.현비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막내 찰떡이를 안아보려고 갔는데 찰떡이는 처음엔 안 울더니 현비가 안은 뒤에 젖을 토했는데 현비가 허둥지둥 닦자 찰떡이가 울기 시작했다.찰떡이는 원래 작아서 울음 소리는 크지 않지만 울기 시작하면 잘 토해서 현비가 안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찰떡이 얼굴이 괴로워서 자주빛이 되었다. 태후가 화가 나서, “됐다, 넌 앉아라, 안을 필요 없어.”태후는 희상궁을 불러 찰떡이를 데리고 와서 자신에게 안겨 달라고 했다.현비는 수치와 모욕감으로 자리에 앉는데 눈물이 고였다.태후가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찰떡이를 깨끗이 닦은 뒤 무릎에 놓고 살살 흔들어주다가 포대기를 톡톡 두드려주며, “착하지, 우리 착한 아가야, 괜찮아 괜찮아, 왕할미가 안고 있어, 예뻐 하고 있어.”세 아가는 모두 울지 않았다.현비는 사람들에게 세게 따귀를 몇 대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다들 자신을 멸시하고 비웃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얘들은 현비의 친손자인데 다른 사람이 안으면 멀쩡한데 오직 현비만 안을 수가 없다.하필 귀비가 이때 웃으며: “그나저나 이상하네요. 다 안아도 상관없는데 유독 친할머니인 현비 마마가 안으면 안되는 게, 마마 손에 가시가 났나요 아님 왜 그러죠?”다들 현비의 얼굴을 응시하자 현비는 부끄럽고 화가 나서, “오늘은 좋은 날인데, 귀비 마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현비는 전에 귀비가 이렇게 짜증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왜 사사건건 현비를 걸고 넘어지지?현비는 냉정하게 생각하고 조금 있다가 삼일 목욕이 끝난 뒤에도 귀비가 여전히 득의양양한지 봤다.현비는 태후전에 갔다가 황제가 오늘 조서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았는데, 분명 삼일 목욕 후 천하에 다섯째를 태자로 책봉하는 것을 선포할 것이 틀림없다.태자의 친모는 지위가 낮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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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3화

황태자 책봉귀비가 와서 자세히 보고 손으로 긁어도 보는데 발바닥을 긁어서 빨갛게 되었는데도 색이 없어지지 않자 태후가 불쾌해 하며, “어떻게 그릴 수가 있느냐? 어서 안아라, 아직 날이 춥구나.”희상궁이 유모에게 분부하며, “안고 준비하자, 시간이 거의 다 되었구나. 씻으셔야지.”씻는다는 얘기를 듣고 태후가 비로소: “어째서 사돈댁에서는 아직 오지 않았는가?”희상궁이 웃으며: “태후 마마, 왔습니다. 노마님과 정후부부 모두 와 있습니다. 정후는 밖에서 선포를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오, 그럼 어서 들어와서 아이를 보셔야지, 너희들은 가서 준비하거라.” 태후가 말했다.정후는 오늘 참으로 어깨를 쫙 폈다.출산을 마치고 도련님이란 것을 알고 바로 사람을 시켜 대례를 준비시키고 삼일 목욕 이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지금 태후와 황제가 안에서 아이를 보고 정후는 문 앞에서 황제의 접견을 기다리는데 노마님과 황씨, 원경병이 원경릉을 보러 갔다.정후는 들어가서 착실하게 예를 취해 아주 예의가 바른 모습으로 보였다.태후가 정후를 추켜세우는 말을 아끼지 않으니 정후는 기뻐서 얼굴에 꽃이 활짝 피었으나 감히 표현하지 못한 것이 황제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제는 정후의 눈에 진노가 없고 이미 아미타불인 것을 봤다.삼일 목욕이 막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실내엔 구리 대야 세 개에 절반정도 물이 담겨 있고, 구리 대야에 비친 물이 금빛으로 찬란한데 물 안에는 배꼽 집게가 놓여 있고, 대야 주변에 수건, 항아리 화로, 좁쌀, 작은 금괴와 은 등 길하고 복을 비는 물건들이 놓여있었다.삼일 목욕을 주관한 사람은 아가들을 받아 주신 산파이기도 한 강녕후 부인, 주패(朱佩) 고모님이다.하지만 셋이기 때문에 최대인이 소개한 산파와 희상궁이 같이 목욕을 시켰다.실내는 따듯하고 온화한 빛이 비치는 것이 여름 같아 옷을 벗긴 후 살짝 구리 대야에 내려놓는데, 원래 마르고 약한 세 아가가 지금은 옷을 벗고 서로 똑 닮은 강아지처럼 물에 들어가 손발을 꼼지락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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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4화

현비가 황귀비로?현비는 가슴이 쿵쾅거려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입을 틀어 막고 태후의 발 앞에 꿇어앉아 있는데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소씨 집안에서 마침내 인물이 나왔고, 현비가 황후는 아니라도 언젠가는 태후가 될 것이다.현비도 잠시 꿇어 있다가 일어나 목여태감이 책봉조서를 꺼내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없었다. 황제는 그저 우문호를 바라 본 뒤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더니: “폐하께서 궁으로 돌아가신다. 가마를 대령해라!” 오늘은 그저 절차만 밟을 뿐 군신이나 부자간의 대화는 다음에 다시 해야 할 것이다.현비는 명원제가 정말 가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불러서, “폐하, 잠시만!”명원제가 고개를 돌려 현비를 보고, 음산한 눈빛으로, “또 무슨 일이냐?”현비가 명원제의 이 눈빛을 보니 그날 따귀를 맞았던 생각이 나서 가슴이 철렁하며 목구멍까지 차 올랐던 얘기를 꿀꺽 삼키고 눈을 내리깔고: “신첩 태자비와 잠시 함께 있고 싶사오니 조금 늦게 궁으로 돌아가겠습니다.”명원제는 밝지 않은 얼굴로: “허락한다!”우문호와 다른 친왕은 태후, 황후 및 다른 마마들을 나가시는 것을 공손히 배웅하고, 손왕, 회왕, 제왕이 우문호를 둘러싸고 축하했다.안왕이 홰나무 아래 서 있는데 마침 홰나무 그늘에 가려서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다섯째야, 축하한다!”우문호가 안왕을 보고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넷째 형 고맙습니다.”안왕이 고요하게: “이런 아무래도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으니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어, 안 그러면 황태자의 자리를 뺏길 지도 모를 일 아니냐.”이런 도발적인 말에도 우문호는 조금도 맞받아치려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넷째 형 말이 맞습니다.”안왕이 눈을 내리깔았지만 곁눈질하더니 홀연히 스쳐 지나갔다.안왕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분부해 안왕비를 오라고 하더니 안왕부로 돌아가겠다며 작별했다.안왕을 보내고 현비는 바로 우문호를 작은 서재방으로 끌어갔다.현비의 표정은 최고로 엄숙하고 준엄해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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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5화

엄마가 하는 짓이라니현비는 목소리가 이상하게 꺾이며,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우문호가 현비를 보고, “어마마마, 원 선생이 해산하던 그날, 어마마마께서 뭘 하셨는지 아십니까?”현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서, “어미가 한 모든 행동은 다 널 위해서 였다. 원경릉은 널 놀며 즐기게 망가뜨릴 뿐이야, 네가 무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생을 보내게 만들 뿐이라고.”“제 왕비를 죽이려고 시도한 것이 저를 위해서란 말입니까?” 우문호가 말을 해놓고도 마음이 섬뜩해서, “별 일없이 일생을 보내는 것이 뭐가 나쁩니까? 부모 된 도리란 자식이 일생을 평안하고 즐겁게 보내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제가 제왕의 집안에 태어나 만약 별 일없이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다행이 아니고 무엇입니까?”현비는 얼이 빠져서 우문호를 보는데 오직 분노가 가슴속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실망스럽고 가슴 아파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소씨 집안은 이미 몰락했지만 네 외할아버지와 네 외삼촌이 너를 지원하는데 조금도 아끼지 않았던 것은 언젠가 네가 황위에 오를 수……”우문호가 냉소를 지으며, “언젠가 제가 황위에 오르면 소씨 집안이 제후와 공작 벼슬에 봉해 질 것이다 아닌가요? 그러면 그들이 한 행동은 전부 저를 위한 겁니까? 그들 자신을 위한 겁니까? 또 소씨 집안이 몰락한 것이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만약 제가 황제가 돼서 소씨 집안의 위엄을 다시금 진작시킬 수 있다면, 지금 황조모는 폐하의 어머니고, 소씨 집안 사람인데 아바마마께서 줄곧 소씨 집안을 살펴 주셨 건만 어째서 소씨 집안이 다시 부흥하는 모습을 못 볼까요? 문제는 처음부터 누가 황제가 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씨 집안에 기용할 만한 인재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현비는 크게 충격을 받고, “너…… 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소씨 집안에 어째서 인재가 없어? 네 외조부, 네 외삼촌 전부 조정에서 직책을 맡으셨는데 그분들이 왜 쓸모가 없어?”“직책을 맡으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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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6화

원경릉의 생각은 잘못됐다. 노부인이 급히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휴식시간을 황씨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고, 또 괜한 말을 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이유는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경병은 원경릉 옆에 남아 조모가 화가 나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모친께서는 이번에 할머니께 크게 혼나시겠습니다.” 원경병이 말했다.원경릉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원경병을 보았다.“가만…… 넌 표정이 왜 그래? 어디 불편해?”원경병은 그녀를 보며 입을 삐죽거리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방금 만아가 저한테 누이가 배를 갈라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원경병이 자기도 아이를 낳을 때 배를 가르게 될까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너는 나하고 달라. 난 이번에 세 아이를 임신했고, 몸도 약했잖아 그래서 배를 가를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넌 아니야. 걱정 마. 네가 임신하면 내가 네 옆에 꼭 붙어있을 테니까.”원경병은 코를 훌쩍이며 그녀를 보았다. “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누이가 어떻게 될까 걱정돼서 우는 겁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원경병은 입만 사납지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구나.’원경릉은 동생의 손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난 괜찮아. 나는 말이야, 다른 사람을 아끼는 만큼 나 자신도 아껴주거든.”원경릉은 마음속에 아끼는 사람이 있기에 자신의 생명을 더 아끼게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잘못되면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슬퍼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내가 존재해야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원경병은 원경릉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며칠 후, 제왕절개한 곳의 상처는 많이 나았지만 아직 산달이어서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원경릉이 할 수 있는 것은 왕부 내에서 몇 발짝 걸어 다니는 것뿐이었다. 강녕후 부인은 원경릉이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 마장(馬場)으로 돌아갔다. 원경릉은 떠나는 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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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7화

“저 때문에 내려오신 겁니까?” 원경릉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정화군주를 보았다. 정화군주는 산에서 내려오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사잖아요.직접 축하해드리고 싶었습니다.”정화군주가 말했다.만아가 차를 내왔고, 정화군주는 미소를 지으며 만아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만아는 그녀의 따듯한 미소에 부끄러운 듯 “뜨거우니 조심히 드십시오……”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정화군주가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신분의 귀천을 나누지 않는, 황실에서는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몸은 좀 어떱니까?” 원경릉이 정화군주에게 물었다.“괜찮습니다.”“잠은 잘 잡니까?”정화군주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요즘 꿈을 자주 꿉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꿈에 나옵니다.”“시간이 약입니다. 나중엔 아무렇지 않을 겁니다.” 원경릉이 그녀를 위로했다.“예, 그렇겠죠.” 그녀의 눈빛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듣자 하니 초왕비께 무우산이 있다고 하던데 저한테 좀 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무우산? 그거로 뭐 하시게요?” 원경릉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배를 응시했다. 정화군주는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어서 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오해 마세요. 제가 쓰려는 게 아니니까요.” 정화군주가 웃었다. 원경릉은 정화군주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명월암에는 비구니들 밖에 없는데, 무우산을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고지가 아이를 낳을 것 같습니다.” 정화군주가 말했다.“고지?” 원경릉은 그녀의 말을 듣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예, 아마 아기가 생각보다 일찍 나올 것 같습니다.” 정화군주가 말했다.“그럼 군주께서 고지랑 계속 같이 있었다고요? 지금 고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고지는 위험인물이라고요!”정화군주는 원경릉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괜찮습니다. 그녀는 나를 다치게 할 수 없거든요.”라고 말했다.“왜 그렇게 확신하십니까?”“그게…… 고지는 두 눈이 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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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8화

“당시엔 힘도 나지 않고 절망적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게 절망스러워할 필요가 없더군요.”정화군주의 창백한 얼굴엔 무미건조한 웃음이 걸려있었다.“그래요. 다 지나갈 겁니다.” 원경릉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지가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어요.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초왕비가 알까요?”“무슨 생각이 드셨습니까?”“고지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듣고 어떻게 나라는 것을 알았을까? 정말 웃기더군요. 그때 고지의 표정이 얼마나 가련했던지…… 구해주기로 약속하고 그녀를 끌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어요. 살려달라니까 살려서 꼭대기로 데리고 간 것 아닙니까? 내가 한 번 구해준 목숨이니 그다음엔 내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요.”“데리고 올라간 이유는……”“혼자 죽기는 싫었거든요.”“고지는 군주의 의도를 몰랐죠? 고지는 자신이 쫓기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닙니까?”“처음엔 저도 고지가 모르는 줄 알았어요. 근데 산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고지가 무릎을 꿇고 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면, 지금 죽으려고 한다면 자신도 따르겠다고 하더라고요.”“그게 진심일까요?”“진심일 리가 있겠어요? 고지의 말에 대꾸도 안 하고 산꼭대기에 둘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녀에게서는 사향냄새가 짙게 풍겼어요. 그래서 제가 이 냄새는 어디에 쓰이는 것이냐고 물으니 아이를 지울 때 사향냄새를 맡으면 애가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명월암 약방에서 훔쳤다며……”“아이를 지우는 게 그녀의 목숨을 더 위험하게 할 텐데…… 고지는 무슨 생각일까요?”원경릉이 의아해했다.태후가 아무리 고지를 싫어한다고 해도, 그녀의 뱃속에 황실에 아이가 있기에 아이만 있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저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왜 아이를 지우려고 하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안왕이 자객을 보내서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남강으로 피신해야 하는데, 뱃속에 아이가 있으니 도망갈 수 없으니 아이를 떼고 가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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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9화

정후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다 늙어서 발정이 났다고 해도 위왕의 노여움을 살 게 뻔한 일을 저지르다니? 그리고 고지는 정후가 좋아할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원경릉은 고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고,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고지의 속셈을 밝혀내야 했다.“아무튼 고지가 그렇게 말했으니, 나중에 한 번 물어보세요.”원경릉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섯째가 태자로 책봉되었고, 원경릉은 태자비가 됐다. 태자비의 부친이 위왕의 애첩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다니!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안왕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설마 안왕의 큰 그림?’원경릉은 이게 사실이라면 안왕이 너무 무섭다고 생각했다.“고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명월암 곁채에 있어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정화군주, 제가 고지를 만나 정말로 제 부친과 관계를 맺었는지, 그 아이가 부친의 아이가 맞는지 묻고 싶습니다.”정화군주는 원경릉을 보며 “사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고지가 말하는 건 열에 한 마디만 믿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이 사실을 누가 알겠습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라고 말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군주,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 납니다!”정화군주는 가만히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네요. 그럼 초왕비께서 고지를 보고 싶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내세요. 절대로 고지를 안왕의 손에 넘겨주면 안 되니까요. 지금 안왕을 포함한 그 누구도 제가 고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걸 모릅니다.”“지금도 안왕이 그녀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는 말이죠? 안왕은 고지가 안왕이 꾸민 계략 때문에 고의로 위왕부에 접근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그런 겁니다. 혹시 모르니 보험으로 고지를 정후와 엮은 것이고요. 안왕이 고지를 죽이라고 사람을 보냈다면…… 그 뜻은 제 부친은 이미 안왕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죠.”“태자비도 몸 조심하셔야겠습니다.”원경릉은 사식이와 서일을 불러들여 정화군주를 바래다주라고 하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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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0화

원경릉은 고지를 의심했다. “어쨌든 고지한테 제대로 물어봐야겠어.”“너무 신경쓰지 마. 정화군주도 말했잖아 고지가 한 말에 열에 하나만 진짜라고, 혹시 알아 고지가 일부러 널 자극하려고 그러는지도 모르잖아?”“나도 고지 말을 믿는 건 아냐. 하지만 부친께 물어보기 전에 고지한테 사실 확인을 해야겠어.”“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불러서 물어봐. 근데 조심해야 해. 고지는 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원경릉은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예, 알겠습니다. 전하! 근데 오늘 뭐 하러 갔어? 하루종일 못 본 것 같아.”“오늘 예부(禮部)에 다녀왔어. 아이들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뭐라고 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예부에서도 부황께서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고 기다리라는데. 휴, 벌써 며칠째 아이들 이름도 못 부르니까 마음이 답답해.”“이름은 부르기 쉬운 이름이 최고인 것 같아.” 원경릉은 아이들의 아명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래, 그것도 좋지만…… 아냐 이름은 제대로 지어야 해.”우문호는 말을 마치고 원경릉을 침상에 눕혔다.“많이 걸어 다니지 마. 명심해 넌 갓 출산을 한 사람이라는 걸.”“알겠어!” 원경릉이 옆으로 돌아눕더니 우문호의 손을 붙잡고는 “가지 마. 옆에 있어줘.”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최근에 내가 너무 바빴지? 부중에 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아서 그랬어. 미안해.”원경릉은 그를 빤히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더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우문호 씨, 태자가 되더니 소감이 어떠십니까?”“태자가 된 후에 일도 많고, 접대도 너무 많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근데 은화는 많이 주니까 그거 하나 좋다. 근데 너무 밝혀도 속물이라고 생각하겠지?”“은화야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우리 왕부에는 은화가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지.”구두쇠 원경릉이 음흉한 미소를 띠며 부드럽게 말했다. “부족해? 큰형한테서 받아온 구만냥하고 태상황께서 주신 십 만금(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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