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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3215 챕터

제 901화

아빠는 처음이라우문호는 자기 얼굴을 원경릉의 손바닥에 문지르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당신, 정말 대단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끌어 안았다. 그렇게 그녀를 끌어 안고 있으니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내 뱉았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왔고 전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세 아이를 보는데 모두 포대기에 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보인다.우문호가: “움직이지 마, 내가 보여 줄게.”우문호가 한 손에 두 아이 포대기 뒤쪽을 꽉 쥐고 뒤집어 아이들 얼굴이 원경릉을 향하도록 했다. 원경릉은 몸을 돌려 고개를 쳐들지 않고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허공에 갑자기 귀여운 아가 얼굴 두개가 나타나니 원경릉은 당황해서 똑똑히 못 보고 희상궁이 화들짝 놀라며: “어머나 세상에, 우리 왕야, 아이를 이런 식으로 안으시면 어쩝니까? 이러면 토하……”희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아가가 젖 먹은 걸 원경릉의 얼굴과 머리에 분수처럼 토했다.“아!” 원경릉의 얼굴이 젖으로 축축해 진 걸 보고 우문호가 놀라서 아가를 내 팽개치고: “얼른 눈 감아, 눈에 젖이 들어가지 않게.”두 아가가 그나마 다행히 이불에 던져져서 ‘꽝’부딪히진 않았지만 놀라 ‘으왕’울음보가 터졌다.희상궁이 안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얼른 가서 아이를 안고 만아와 사식이를 불러 하나씩 안았는데 아가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울고 있었다. 희상궁이 무섭게 화를 내며: “이런 아빠는 본적이 없어요. 아니 아가들이 놀래서 어떤 가 좀 보세요 네? 아이고, 안고 가자, 얼른 안고 가, 여기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애가 경기 들리겠어요, 만아야, 사식 아가씨, 우리 가요.”우문호가 원경릉 얼굴에 묻은 젖을 닦아 내고 말문이 막혀서 멀뚱히 희상궁을 보며, “희상궁이 이렇게 나한테 화내는 거 처음이야.”원경릉이 힘없이 웃으며, “자기야, 아빠인 거 알고는 있어?”“알지!” 우문호가 답답하다는 듯, “세 녀석이 눈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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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2화

우문호는 찬밥우문호가 대놓고 잘못을 시인하며, “희상궁 말이 맞아, 알겠어.”희상궁이 우문호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왕야, 성지가 내리면 왕야께선 태자가 되십니다. 우선 아이들을 책임지셔야 앞으로 이 천하를 책임지시지요.”우문호가: “고마워 희상궁이 지도해 줘서.”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사실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전에는 한때의 혈기로 싸워서 태자의 지위를 빼앗겠다는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진심을 얘기한다면 우문호는 별로 태자가 되고 싶지 않다.가서 맞서 싸우는 게 두려워 서가 아니라 이건 원 선생의 바람과도 어긋나고 우문호 본인의 생각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스스로 제왕의 자질이 없다며 함부로 자신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태자와 제왕은 다른 문제라는 말이다.태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눈이 일시에 자신에게 쏠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드시 완벽해야 각 방면의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태자의 귀결점이 반드시 제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한 걸음 아니 천만 걸음 양보해서, 우문호가 태자 자리에 오른다면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 해야지, 세 쌍둥이를 낳는 능력으로 쟁취하는 건 아니지 않나.전에 조정에서 장자를 세우느냐, 적자를 세우느냐, 지혜로운 사람을 세우느냐 한바탕 논쟁이 있었다.지금 우문호는 그 중 어떤 것도 아닌, 그저 아들 셋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태자로 급부상했다.우문호는 아들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 아비인 셈!이래도 우문호가 피를 토할 상황이 아냐?하지만 이런 기분이 우문호에게 그리 오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원 선생이 임신했던 기간동안 우문호가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받아들이는 법이다.희상궁의 말을 듣고, 바로 유모를 불러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조금 있다가 안고 가서 태상황께 보여드렸다.태상황이 오신다고 초왕부 사람 모두 긴장이 장난 아니었지.원 선생은 잠이 들어 깨지 않자, 우문호는 원경릉을 깨우지 않고 가신들을 이끌고 가서 영접했다.태상황은 오늘 상당히 눈에 띠게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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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3화

증손자를 보러 온 태상황우문호는 돌아가 사람들에게 세 아이를 안고 오라고 분부하는 수밖에 없었다.세 아이는 막 우유를 먹고 기분이 좋은 상태로 포대기에 누워 태상황 앞에 왔다. 태상황이 이 아이를 보다가 또 저 아이를 보느라 침까지 흘릴 지경인데 눈은 반짝이지만 손을 뻗어 안지는 않았다.오히려 상선이 희한하게 손을 뻗으며: “소인이 안아보지요.”태상황이 상선이 내민 손을 치며, “아이를 안을 줄도 모르면서 감히 손을 뻗어 안으려 해? 안다가 다치면 어쩌려고?”우문호가 히죽 웃으며, “안아도 안 다쳐요, 방금 손자가 던졌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 걸요”태상황이 이 말을 듣고, 순간 눈을 부라리며, “던져?”“그러니까요, 이 두 녀석이 뜻밖에 젖을 토해서……” 태상황의 얼굴이 돌연 검푸르게 변하면서 격노하는 것을 보고 우문호가 말하다가 당황한 나머지 얼른 말을 고쳐, “손자가 살짝 걔들을 안아 다가 옆에 놔뒀지요.”희상궁이 일부러 우문호를 거들지 않는 게 우문호에게 따끔한 가르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앞으로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건성건성 대하지 못하게 하려면 하는 수 없다: “태상황 폐하, 모르셨겠지만 방금 두 아가가 젖을 토했는데 왕야가 뜻밖에 들어서 한쪽으로 던지는 바람에 아가가 울어서 얼굴이 자줏빛이 되었지요, 보는 쇤네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보세요 바로 이 두 아가들입니다. 그대로 한쪽에 던져졌지요.”태상황의 무쇠 주먹이 바로 우문호의 머리에 꽂히며 진노한 채로: “과인이 보니 네가 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왔어, 막 태어난 애를 감히 던졌어?”태상황은 한손으로 우문호를 밀쳐버리고 아버지한테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아파서 자기가 안을 줄 모른다는 것도 잊고 유모에게 와서 안는 법을 물어보고 이 아이를 안았다가 다른 아이가 억울한 것 같아 다른 아이를 안았다가, 또 세번째 아이를 억울하게 하기 싫어서 이리저리 안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문호가 보니 태상황이 거진 다 안아 보신 것 같아: “황조부, 저희는 서재로 가서 얘기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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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4화

태상황의 선물서일이 한 손을 들어 올려 사람을 잔뜩 부른 뒤 상자를 열었다.모든 상자를 열고 우문호 앞에 늘어놓자 우문호는 입이 딱 벌어져서 몹시 상기된 목소리로, “하나님 맙소사!”“하나님 맙소사!” 탕양과 서일도 경탄을 금치 못하고, 그렇게 내성적인 탕양조차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 작금의 황실에, 태상황이, 상상밖에 이렇게 단순하고, 조악하며, 평범하다 못해 시대에 뒤떨어진 일을 하셨단 말인가?30개 상자 중 27개는 전부 찬란한 황금이었다.“국고의 황금을 털어 오신 거 아냐?” 우문호가 경악하며 말하더니, 곧바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탕양에게: “어서, 무게 좀 재 봐.”탕양이 안에서 하사품 명세서를 가져오더니: “왕야, 여기 써 있습니다. 황금 십만 냥입니다.”우문호가 손가락을 꼽으며 중얼중얼 계산해보더니, “금 한 냥이면 은 열 냥이고, 은 한 냥이 엽전 10꾸러미, 엽전 1꾸러미는 엽전이 1,000개니까 여기 있는 게 얼마야?”서일이 지그시 우문호를 보고, “왕야, 황금 10만냥은 그냥 황금 10만냥입니다. 만약 은자로 바꾸시면 은자 100만냥이지요.”“맙소사, 쟤들 이제 막 태어났는데 벌써 부자 된 거야?” 우문호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미묘한 표정으로, “어마마마께서 그러셨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태상황폐하께서 나에게 금으로 된 무병장수 목걸이 하나 주셨다 던데.”우문호는 그 목걸이를 지금도 품에 간직하고 있다.꺼내서 황금 상자 위에 올려 두니 아이고 보잘 것 없네!너무 하찮아 보여서 울고 싶은 지경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커?탕양이 위로하며: “됐어요 왕야, 어린 시절의 자신과 사랑 싸움하지 마세요. 태상황 폐하께서 중시하시니 잘된 일 아닙니까,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저 세 상자는 뭘까?” 우문호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보는데 세 상자의 색이 다르고 상자에 구멍이 몇 개 있는데 통기구 같고 다른 상자들보다 약간 크다. “열어 보아라.”“아마도 황금일 겁니다.” 탕양이 사람을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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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5화

이름은 어떻게 짓지?국고의 은자는 궁중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함부로 쓸 수도 없다.“몰라, 나도 이상해 하던 참이야.” 우문호가 말했다.금 10만냥이면 은 100만냥이다. 원경릉은 순식간에 자신이 갑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원경릉이 주판을 튕겨보니 지금 자금도 충분하니 산후조리가 끝나는 대로 의대 건축을 시작해야 겠다.“맞다, 이름은 정했어?” 원경릉이 물었다,“아직.” 우문호도 실망해서, “속도가 너무 안 나네, 전례에 따르면 예부에서 일찌감치 좋은 이름을 몇 개 지어서 황조부에게 고르시라고 하는데, 태어나서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 이름도 못 지었어.”원경릉이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니 두 다리가 쑤시다. 우문호가 얼른 안마해주는데 전에 주지스님이 얘기하길 그 뭐냐, 출산 후에 다리를 ‘마사지’해 줘야 한다고 했다.“차라리 우리가 먼저 애들 이름을 지으면 어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찬성했지만 작명 센스가 부족해서 난감하다.이름을 짓는 건 시를 쓰는 것만큼 어렵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부드럽게: “천신만고 끝에 낳은 아이들이니, 이름 지을 권리는 너한테 줄게, 나는 네가 짓는 대로 따를 게.”원경릉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가들을 안고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아직 앉을 수가 없어서 유모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보여줬다.세 아가는 마치 이 사람이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줄 엄마라는 걸 아는 듯이, 순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며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있다.원경릉이 이 모습을 보고 눈가가 붉어졌다. 이 아이들이 뱃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세 녀석이다.원경릉, 그녀는 이제 아들이 셋 있다.일년 전의 원경릉에게 누군가 ‘앞으로 일년 후 당신은 세 아들의 엄마가 됩니다.’ 하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원경릉이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한 것을 보고 우문호가 다독거리며: “이름이 생각 안 난다고 울 것까지는 없어, 서두르지 마, 나중에 정언이한테 지어 달라고 하면 돼, 정언이는 글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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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6화

세 쌍둥이 이름이 설마?우문호가 서재로 가니 마침 서일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나가다 마주쳤는데 입으로 구절을 외우느라 하마터면 우문호와 부딪힐 뻔 했다.“왕야, 깜짝 놀랐습니다. 서재 가십니까?” 서일이 물었다.“응, 뭘 그렇게 중얼중얼 외우고 있어?” 우문호가 서일이 주변에 신경 안 쓰고 경솔한 모습을 질책했다.서일이 헤헤 웃으며, “희상궁이 저한테 식단 적어서 주방에 가져다 주라고 해서요, 있다가 각 집에 답례품 보낼 때 거렁뱅이들 불러 식혜에 떡이라도 먹여서 기쁨을 나누자고 하시네요. 식단 쪽지 써서 주방서 준비시키게요.”“가!” 서일이 웬일로 멀쩡한 일을 한다니 말리지 않고 얼른 쫓아 보냈다.“에 그럼 소신은 가보겠습니다.” 서일이 나갔다.우문호가 서재에 들어가니 탁자 위에 과연 종이가 한 장 놓여 있는데 얼핏 보니 삐뚤빼뚤 한 줄 써 있는게 한참을 들여다보고 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만두 경단 찰떡? 아명이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럼 나도 할 수 있었네.”우문호는 아무리 봐도 글씨가 조잡해서, 다시 한 장 써서, “하지만 원 선생은 역시 머리가 좋아, 만두는 경단보다 크고, 경단은 찰떡보다 크니까 대중소가 딱 들어 맞네. 만두는 첫째, 경단은 둘째, 찰떡은 셋째. 딱 이야!”우문호가 다 쓰자마자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얼른 아명을 가지고 입궁했다.탁자 왼쪽 귀퉁이에 백옥지(白玉紙)로 화선지 한 장을 눌러 놓았는데, 위에 “공청(空青), 남성(南星), 인동(忍冬)” 6글자가 써 있다.지금 서재에 이 종이 한 장만 덩그러니 무척이나 고독해 보인다.공청, 남성, 인동 세가지는 전부 한약재로 원경릉이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낸 것이다. 앞으로 의대를 열어 세 쌍둥이가 자기와 같이 의학의 길을 가되, 전통 한의학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것을 세 쌍둥이의 아명으로 정했다. 아이들이 의학의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보낸 아명을 받아 들고 태상황이 쭉 훑어보더니 상당히 불쾌한 얼굴인데 우문호가: “이건 원 선생이 붙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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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7화

아명이 기가 막혀우문호는 진심을 다해 예를 취하며 감사했다.문득 태상황이 하사한 황금이 떠올라 상선을 한쪽으로 끌고가서, “맞아, 상선, 한가지만 물어보세, 태상황 폐하께서 오늘 원 선생에게 하사한 10만냥은 어디서 난 거야? 국고에서 가져온 건 아니겠지?”상선이 푸하하하 웃으며, “그럴 리가요? 태상황 폐하께서 어찌 국고에서 금은을 가져다 왕비에게 하사 하시겠습니까? 그건 전부 폐하 본인 것입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퇴위하실 때 스스로에게 금광을 하나 내리셨습니다.”“아? 그런 일이 있었나?” 우문호가 경악하며 몰랐다고 했다.상선이: “예, 그런 일이 있었지요, 금광과 철광 다 있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경성에 전장(錢莊)도 열어서 전부 사람을 시켜 살피고 있는데 매일 막대한 수입이 들어오고 있지요.”우문호는 심장에 약간 무리가 가면서, “그러니까 황조부가 여전히 부자란 말이지?”“부자 중에 부자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상선이 말했다.우문호가 구시렁거리며: “실례했네, 실례했어, 전에 황조부에게 노인네가 가난하네, 우리 황실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 했거든.”사실 우문호가 전공을 세웠을 때 상금을 받았는데 황금 오백 냥을 태상황에게 주고 노인네 생활비에 보태라고 했거든.궁에서 사용하는 돈은 항상 빠듯해서 태후가 매년 전례로 받는 게 은 삼천 냥에 태상황도 비슷하다. 비록 자기 돈 쓸 일이 없다고는 해도 여기 저기 뇌물을 주고, 상을 내리고 하는 것도 전부 돈이다.적어도 태후와 어마마마 쪽은 소씨 집안에서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대 주고, 황후도 매년 주씨 집안에서 은자를 가져와서 가끔 아바마마를 원조해줄 정도지만 어쩔 수 없이 궁은 늘 돈이 쪼들린다.우문호는 어릴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와서 자신이 재벌 3세라는 걸 전혀 몰랐다.우문호는 구름위를 걷듯 기쁨에 들떠 출궁했다.상선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으며, 들아가서 이 일을 태상황에게 알렸다.태상황이 다 듣더니 화들짝 놀라며, “과인이 가난해? 이놈이 제대로 보지를 못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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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8화

이름이 바뀐 걸 안 원경릉하지만 이거든 아니든 아명은 이렇게 정해졌다.초왕부 사람들은 내일이 태어난 지 삼일 째 되는 날이라 ‘삼일 목욕’ 준비에 바빴다.삼일 목욕은 대길(大吉)의 예식으로 이 일을 위해 태후가 미리 기별을 넣었으므로 황실의 친인척은 시간이 있던 없던 반드시 가야 했다.세시풍속을 대략 알고 있는 원경릉도 삼일 목욕 풍습을 알고 있다. 소위 삼일 목욕은 아이가 태어난 지 삼일 째 되는 날 일가 친척과 친구를 불러 몸을 닦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생에서 가져온 더러움을 씻어 내고 이생은 평안하고 대길하길 기원하고, 몸을 청결이 해서 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당히 웅장한 의식이라 할 수 있다.정후부 쪽에서도 사람이 와서 삼일 목욕 의식에 출석한다.다음날 이른 아침 예친왕 부부가 와서 우문호에게 아가들의 아명이 이미 족보 옆에 기입이 되었고 본명이 정해지는 대로 위에 첨가할 것이라고 알렸다.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고 예친왕비가 원경릉을 보러 들어왔다.들어가서 다독거리며 칭찬하길: “정말 대단해요, 황실 가문에 남자 아이 셋을 낳아 주다니, 가서 봤는데 셋 다 똑같이 복스럽고 부귀할 상이에요.”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지금 보면 못 생겼어요, 왕비마마 말씀대로 쟤들이 복스럽게 일생 평안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꼭 그럴 거예요!” 예친왕비가 원경릉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걔들 아명을 초왕비가 붙였다면서요. 좀 특이하긴 하지만 착착 입에 붙기는 해요.”원경릉이 웃으며: “제가 의술을 알아서, 약초 이름으로 아이들의 아명을 지었어요, 걔들이 앞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요.”예친왕비가 당황해서, “그게 약 이름이라고요? 그거…… 떡 이름 아니고요?”“떡 이름이요?” 원경릉이 당황해서, “남성, 인동, 공청은 전부 약이름이에요.”예친왕비가 이상하다는 듯 원경릉을 보며, “아뇨…… 만두, 경단, 찰떡인데요?”원경릉이 눈앞이 아득해 지더니, “어떻게 만두 경단 찰떡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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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9화

만두 경단 찰떡“아가들 아명이 뭐야?”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우문소가 웃으며: “네가 붙였잖아, 기억 안나?”“뭐냐고? 왕야가 궁에 가져간 이름이 뭐냐고?” 원경릉이 웃고 있는 우문호의 얼굴을 보는데 조금도 웃고 싶지 않다.“그 종이에 써 있던 그대로지. 만두, 경단, 찰떡.” 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앉아 말했다.원경릉이 힘없이 손을 떨구더니 우문호를 노려보며, “내가 지은 거 아냐.”“어?” 우문호가 놀라서, “네가 그랬잖아 서재 책상 위에 있다고? 내가 책상에서 집은 게 바로 그거야. 써 있는게 딱 3개였어. 네가 말한 게 이 3개 아니야? 그럼 네가 붙인 이름은 뭔데?”원경릉이 화가 나서: “내가 쓴 건 공청, 남성, 인동인데 왕야는 무슨 만두가 어쩌고 찐빵이 어쩌고, 도대체 어디서 본 거야?”우문호가 경악한 얼굴로, “너 이렇게 좋은 이름을 지은 거야? 하지만 진짜 그 종이를 봤다니까, 보니까 네가 글씨를 잘 못써서 내가 다시 한 장 썼다고. 못 믿겠으면 내가 가져다 줄게.”“가서 가져와!” 원경릉은 우문호가 명확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거짓은 아닌 것 같고, 자신이 기억상실이나 기억 착오를 일으킨 거 아닐까?무슨 만두, 찐빵 이게 정말 그녀가 지은 이름이라고?우문호가 일어나서 나가더니 밖에 소리쳐서, “서일아, 가서 서재 탁자에서 그 종이 가져와.”“예이!” 서일이 밖에서 답했다.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앉아 틀림없다며: “진짜 널 속이는 게 아니야, 확실히 이 3개가 써 있었다니까.”원경릉이 풀이 죽어서, 아이들 이름은 짓는 건 사실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이 시대에선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닌지라 아명이라도 지어 줘서 자신에게 일말의 위로를 건네려 했었다.이 이름은 원경릉이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름 뒤에 자를 붙일 수 있고, 그래서 원경릉이 이 세 이름을 지으며 결국 그들의 자대로 되길 원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좋은 이름을 생각해낼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건성으로 라도 일단은 물어봐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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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0화

삼일 목욕커다란 손이 서일의 뒤를 덮쳐와 어깨를 지나 가슴으로 떨어지며, 다섯 손가락을 펼쳐 서일의 옷을 비틀어 쥐자 서일이 뒤틀려서 휘장 안으로 내동댕이쳐지며 얼른 고개를 돌리고, “공자왈 예가 아니면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우문호가 서일의 두 눈을 겨누고 주먹을 날린 뒤 성난 파도처럼, “미친 새끼가 잘못 쓴 종이 버릴 줄 몰라? 바닥에 쓰레기 바구니 있는 거 못 봤어? 엉? 버리진 못할 망정 고이 모셔서 탁자에 올려 놔? 너 일부러 내가 잘못 집게 한 거지? 결국 세 아이 아명을 서대인 너님께서 지어 주셨구나?”서일이 눈을 감싸 쥐고 줄줄이 죄를 인정하며, “오해예요, 오해입니다. 전부 오해예요, 아직 괜찮습니다. 왕야 어서 예친왕 전하를 찾아 가세요.”“찾긴 뭘 찾아, 벌써 족보에 다 올렸는데.” 우문호가 화가 치밀어 뚜껑이 열리고 손가락으로 서일의 이마를 가리키며, “넌 앞으로 일할 때 머리 좀 써 알겠어?”“예, 예, 예!” 서일이 서둘러 답했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됐어, 지금 서일한테 뭘 화내? 왕야가 잘못 집은 거지. 그 이름을 보고 뭔가 이상하면 왜 나한테 와서 물어보지 않았어?”우문호가 한 발로 서일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당장 꺼져.”서일이 광복절 특사라도 된 것처럼 얼른 꼬리를 말고 사라졌다.서일은 그 뒤로 한동안 세 아가들을 볼 때 자상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인 게, 이름을 지어준 게 자기기 때문이다.우문호는 분이 사그라지지 않는데 원경릉에게 죄스럽고 부끄러워서, “미안해, 이 일은 내가 잘못 했어.”원경릉이 얼굴을 갸웃거리더니 미소를 쥐어 짜내며, “괜찮아, 사실 만두든, 찐빵이든, 송편이든 확실히 예친왕비가 말한 대로 입에 착착 붙고 순서 구별하기도 편하네.”우문호가 감동해서, “원, 넌 정말 자상해.”하며 바로 원경릉을 안았다.원경릉이 울상을 지으며, 그럼 어떡하냐고? 널 죽여? 서일을 죽여?하지만 정말 서일에게 한마디 따끔하게 해야겠다. 쓰레기 분리 제대로 하라고 말이다.황실의 친인척이 속속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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