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어떻게 짓지?국고의 은자는 궁중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함부로 쓸 수도 없다.“몰라, 나도 이상해 하던 참이야.” 우문호가 말했다.금 10만냥이면 은 100만냥이다. 원경릉은 순식간에 자신이 갑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원경릉이 주판을 튕겨보니 지금 자금도 충분하니 산후조리가 끝나는 대로 의대 건축을 시작해야 겠다.“맞다, 이름은 정했어?” 원경릉이 물었다,“아직.” 우문호도 실망해서, “속도가 너무 안 나네, 전례에 따르면 예부에서 일찌감치 좋은 이름을 몇 개 지어서 황조부에게 고르시라고 하는데, 태어나서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 이름도 못 지었어.”원경릉이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니 두 다리가 쑤시다. 우문호가 얼른 안마해주는데 전에 주지스님이 얘기하길 그 뭐냐, 출산 후에 다리를 ‘마사지’해 줘야 한다고 했다.“차라리 우리가 먼저 애들 이름을 지으면 어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찬성했지만 작명 센스가 부족해서 난감하다.이름을 짓는 건 시를 쓰는 것만큼 어렵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부드럽게: “천신만고 끝에 낳은 아이들이니, 이름 지을 권리는 너한테 줄게, 나는 네가 짓는 대로 따를 게.”원경릉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가들을 안고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아직 앉을 수가 없어서 유모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보여줬다.세 아가는 마치 이 사람이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줄 엄마라는 걸 아는 듯이, 순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며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있다.원경릉이 이 모습을 보고 눈가가 붉어졌다. 이 아이들이 뱃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세 녀석이다.원경릉, 그녀는 이제 아들이 셋 있다.일년 전의 원경릉에게 누군가 ‘앞으로 일년 후 당신은 세 아들의 엄마가 됩니다.’ 하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원경릉이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한 것을 보고 우문호가 다독거리며: “이름이 생각 안 난다고 울 것까지는 없어, 서두르지 마, 나중에 정언이한테 지어 달라고 하면 돼, 정언이는 글을 많이
세 쌍둥이 이름이 설마?우문호가 서재로 가니 마침 서일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나가다 마주쳤는데 입으로 구절을 외우느라 하마터면 우문호와 부딪힐 뻔 했다.“왕야, 깜짝 놀랐습니다. 서재 가십니까?” 서일이 물었다.“응, 뭘 그렇게 중얼중얼 외우고 있어?” 우문호가 서일이 주변에 신경 안 쓰고 경솔한 모습을 질책했다.서일이 헤헤 웃으며, “희상궁이 저한테 식단 적어서 주방에 가져다 주라고 해서요, 있다가 각 집에 답례품 보낼 때 거렁뱅이들 불러 식혜에 떡이라도 먹여서 기쁨을 나누자고 하시네요. 식단 쪽지 써서 주방서 준비시키게요.”“가!” 서일이 웬일로 멀쩡한 일을 한다니 말리지 않고 얼른 쫓아 보냈다.“에 그럼 소신은 가보겠습니다.” 서일이 나갔다.우문호가 서재에 들어가니 탁자 위에 과연 종이가 한 장 놓여 있는데 얼핏 보니 삐뚤빼뚤 한 줄 써 있는게 한참을 들여다보고 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만두 경단 찰떡? 아명이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럼 나도 할 수 있었네.”우문호는 아무리 봐도 글씨가 조잡해서, 다시 한 장 써서, “하지만 원 선생은 역시 머리가 좋아, 만두는 경단보다 크고, 경단은 찰떡보다 크니까 대중소가 딱 들어 맞네. 만두는 첫째, 경단은 둘째, 찰떡은 셋째. 딱 이야!”우문호가 다 쓰자마자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얼른 아명을 가지고 입궁했다.탁자 왼쪽 귀퉁이에 백옥지(白玉紙)로 화선지 한 장을 눌러 놓았는데, 위에 “공청(空青), 남성(南星), 인동(忍冬)” 6글자가 써 있다.지금 서재에 이 종이 한 장만 덩그러니 무척이나 고독해 보인다.공청, 남성, 인동 세가지는 전부 한약재로 원경릉이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낸 것이다. 앞으로 의대를 열어 세 쌍둥이가 자기와 같이 의학의 길을 가되, 전통 한의학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것을 세 쌍둥이의 아명으로 정했다. 아이들이 의학의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보낸 아명을 받아 들고 태상황이 쭉 훑어보더니 상당히 불쾌한 얼굴인데 우문호가: “이건 원 선생이 붙인 이름
아명이 기가 막혀우문호는 진심을 다해 예를 취하며 감사했다.문득 태상황이 하사한 황금이 떠올라 상선을 한쪽으로 끌고가서, “맞아, 상선, 한가지만 물어보세, 태상황 폐하께서 오늘 원 선생에게 하사한 10만냥은 어디서 난 거야? 국고에서 가져온 건 아니겠지?”상선이 푸하하하 웃으며, “그럴 리가요? 태상황 폐하께서 어찌 국고에서 금은을 가져다 왕비에게 하사 하시겠습니까? 그건 전부 폐하 본인 것입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퇴위하실 때 스스로에게 금광을 하나 내리셨습니다.”“아? 그런 일이 있었나?” 우문호가 경악하며 몰랐다고 했다.상선이: “예, 그런 일이 있었지요, 금광과 철광 다 있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경성에 전장(錢莊)도 열어서 전부 사람을 시켜 살피고 있는데 매일 막대한 수입이 들어오고 있지요.”우문호는 심장에 약간 무리가 가면서, “그러니까 황조부가 여전히 부자란 말이지?”“부자 중에 부자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상선이 말했다.우문호가 구시렁거리며: “실례했네, 실례했어, 전에 황조부에게 노인네가 가난하네, 우리 황실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 했거든.”사실 우문호가 전공을 세웠을 때 상금을 받았는데 황금 오백 냥을 태상황에게 주고 노인네 생활비에 보태라고 했거든.궁에서 사용하는 돈은 항상 빠듯해서 태후가 매년 전례로 받는 게 은 삼천 냥에 태상황도 비슷하다. 비록 자기 돈 쓸 일이 없다고는 해도 여기 저기 뇌물을 주고, 상을 내리고 하는 것도 전부 돈이다.적어도 태후와 어마마마 쪽은 소씨 집안에서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대 주고, 황후도 매년 주씨 집안에서 은자를 가져와서 가끔 아바마마를 원조해줄 정도지만 어쩔 수 없이 궁은 늘 돈이 쪼들린다.우문호는 어릴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와서 자신이 재벌 3세라는 걸 전혀 몰랐다.우문호는 구름위를 걷듯 기쁨에 들떠 출궁했다.상선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으며, 들아가서 이 일을 태상황에게 알렸다.태상황이 다 듣더니 화들짝 놀라며, “과인이 가난해? 이놈이 제대로 보지를 못 했
이름이 바뀐 걸 안 원경릉하지만 이거든 아니든 아명은 이렇게 정해졌다.초왕부 사람들은 내일이 태어난 지 삼일 째 되는 날이라 ‘삼일 목욕’ 준비에 바빴다.삼일 목욕은 대길(大吉)의 예식으로 이 일을 위해 태후가 미리 기별을 넣었으므로 황실의 친인척은 시간이 있던 없던 반드시 가야 했다.세시풍속을 대략 알고 있는 원경릉도 삼일 목욕 풍습을 알고 있다. 소위 삼일 목욕은 아이가 태어난 지 삼일 째 되는 날 일가 친척과 친구를 불러 몸을 닦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생에서 가져온 더러움을 씻어 내고 이생은 평안하고 대길하길 기원하고, 몸을 청결이 해서 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당히 웅장한 의식이라 할 수 있다.정후부 쪽에서도 사람이 와서 삼일 목욕 의식에 출석한다.다음날 이른 아침 예친왕 부부가 와서 우문호에게 아가들의 아명이 이미 족보 옆에 기입이 되었고 본명이 정해지는 대로 위에 첨가할 것이라고 알렸다.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고 예친왕비가 원경릉을 보러 들어왔다.들어가서 다독거리며 칭찬하길: “정말 대단해요, 황실 가문에 남자 아이 셋을 낳아 주다니, 가서 봤는데 셋 다 똑같이 복스럽고 부귀할 상이에요.”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지금 보면 못 생겼어요, 왕비마마 말씀대로 쟤들이 복스럽게 일생 평안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꼭 그럴 거예요!” 예친왕비가 원경릉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걔들 아명을 초왕비가 붙였다면서요. 좀 특이하긴 하지만 착착 입에 붙기는 해요.”원경릉이 웃으며: “제가 의술을 알아서, 약초 이름으로 아이들의 아명을 지었어요, 걔들이 앞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요.”예친왕비가 당황해서, “그게 약 이름이라고요? 그거…… 떡 이름 아니고요?”“떡 이름이요?” 원경릉이 당황해서, “남성, 인동, 공청은 전부 약이름이에요.”예친왕비가 이상하다는 듯 원경릉을 보며, “아뇨…… 만두, 경단, 찰떡인데요?”원경릉이 눈앞이 아득해 지더니, “어떻게 만두 경단 찰떡이 될
만두 경단 찰떡“아가들 아명이 뭐야?”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우문소가 웃으며: “네가 붙였잖아, 기억 안나?”“뭐냐고? 왕야가 궁에 가져간 이름이 뭐냐고?” 원경릉이 웃고 있는 우문호의 얼굴을 보는데 조금도 웃고 싶지 않다.“그 종이에 써 있던 그대로지. 만두, 경단, 찰떡.” 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앉아 말했다.원경릉이 힘없이 손을 떨구더니 우문호를 노려보며, “내가 지은 거 아냐.”“어?” 우문호가 놀라서, “네가 그랬잖아 서재 책상 위에 있다고? 내가 책상에서 집은 게 바로 그거야. 써 있는게 딱 3개였어. 네가 말한 게 이 3개 아니야? 그럼 네가 붙인 이름은 뭔데?”원경릉이 화가 나서: “내가 쓴 건 공청, 남성, 인동인데 왕야는 무슨 만두가 어쩌고 찐빵이 어쩌고, 도대체 어디서 본 거야?”우문호가 경악한 얼굴로, “너 이렇게 좋은 이름을 지은 거야? 하지만 진짜 그 종이를 봤다니까, 보니까 네가 글씨를 잘 못써서 내가 다시 한 장 썼다고. 못 믿겠으면 내가 가져다 줄게.”“가서 가져와!” 원경릉은 우문호가 명확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거짓은 아닌 것 같고, 자신이 기억상실이나 기억 착오를 일으킨 거 아닐까?무슨 만두, 찐빵 이게 정말 그녀가 지은 이름이라고?우문호가 일어나서 나가더니 밖에 소리쳐서, “서일아, 가서 서재 탁자에서 그 종이 가져와.”“예이!” 서일이 밖에서 답했다.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앉아 틀림없다며: “진짜 널 속이는 게 아니야, 확실히 이 3개가 써 있었다니까.”원경릉이 풀이 죽어서, 아이들 이름은 짓는 건 사실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이 시대에선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닌지라 아명이라도 지어 줘서 자신에게 일말의 위로를 건네려 했었다.이 이름은 원경릉이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름 뒤에 자를 붙일 수 있고, 그래서 원경릉이 이 세 이름을 지으며 결국 그들의 자대로 되길 원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좋은 이름을 생각해낼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건성으로 라도 일단은 물어봐야 했
삼일 목욕커다란 손이 서일의 뒤를 덮쳐와 어깨를 지나 가슴으로 떨어지며, 다섯 손가락을 펼쳐 서일의 옷을 비틀어 쥐자 서일이 뒤틀려서 휘장 안으로 내동댕이쳐지며 얼른 고개를 돌리고, “공자왈 예가 아니면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우문호가 서일의 두 눈을 겨누고 주먹을 날린 뒤 성난 파도처럼, “미친 새끼가 잘못 쓴 종이 버릴 줄 몰라? 바닥에 쓰레기 바구니 있는 거 못 봤어? 엉? 버리진 못할 망정 고이 모셔서 탁자에 올려 놔? 너 일부러 내가 잘못 집게 한 거지? 결국 세 아이 아명을 서대인 너님께서 지어 주셨구나?”서일이 눈을 감싸 쥐고 줄줄이 죄를 인정하며, “오해예요, 오해입니다. 전부 오해예요, 아직 괜찮습니다. 왕야 어서 예친왕 전하를 찾아 가세요.”“찾긴 뭘 찾아, 벌써 족보에 다 올렸는데.” 우문호가 화가 치밀어 뚜껑이 열리고 손가락으로 서일의 이마를 가리키며, “넌 앞으로 일할 때 머리 좀 써 알겠어?”“예, 예, 예!” 서일이 서둘러 답했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됐어, 지금 서일한테 뭘 화내? 왕야가 잘못 집은 거지. 그 이름을 보고 뭔가 이상하면 왜 나한테 와서 물어보지 않았어?”우문호가 한 발로 서일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당장 꺼져.”서일이 광복절 특사라도 된 것처럼 얼른 꼬리를 말고 사라졌다.서일은 그 뒤로 한동안 세 아가들을 볼 때 자상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인 게, 이름을 지어준 게 자기기 때문이다.우문호는 분이 사그라지지 않는데 원경릉에게 죄스럽고 부끄러워서, “미안해, 이 일은 내가 잘못 했어.”원경릉이 얼굴을 갸웃거리더니 미소를 쥐어 짜내며, “괜찮아, 사실 만두든, 찐빵이든, 송편이든 확실히 예친왕비가 말한 대로 입에 착착 붙고 순서 구별하기도 편하네.”우문호가 감동해서, “원, 넌 정말 자상해.”하며 바로 원경릉을 안았다.원경릉이 울상을 지으며, 그럼 어떡하냐고? 널 죽여? 서일을 죽여?하지만 정말 서일에게 한마디 따끔하게 해야겠다. 쓰레기 분리 제대로 하라고 말이다.황실의 친인척이 속속 도착
아가를 둘러싼 궁중 여인들삼일 목욕은 정오 즈음에 있는데 이 때가 태양이 중천에 떠서 하루 중 제일 기온이 높아 목욕 할 때 아가가 동상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정오가 다가오자 태후, 명원제, 주황후, 현비, 귀비, 덕비, 호비가 모두 도착했다.태상황은 오지 않고 상선을 보냈는데 오늘 초왕부에 사람이 많으니 흥을 깨지 않으려고 오지 않았다.마치 궁중에서처럼 성대하니 솔직히 부럽고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초왕부에 들어서자마자 태후는 아가들이 보고싶어 한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희상궁이 유모를 시켜 세 쌍둥이를 안고 와서 태후 앞에 두니 태후는 거의 모습이 똑같은 세 아가를 보고 기쁨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정말 이보다 더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총애가 지극했다.태후가 안자 아가가 심지어 입을 벌리고 웃는데, 그 웃는 얼굴에 태후의 심장이 녹아 내렸다. 천지신명에 빌고 빌어 마침내 꿈에 그리던 증손자를 안았으니, 태후는 아가를 안고 조상의 영전 앞에 꿇어 앉아 조상님의 보우하심에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어서 오너라, 와서 다들 좀 안아 봐!” 주황후는 별로 안고 싶지 않았다. 사실 속으로 기분이 나쁜 것이, 현비가 득의양양한 꼴이 보기 싫기 때문이다.그날 현비가 성지를 잘못 전한 일이 궁에 온통 알려졌지만 태후와 황제는 현비를 벌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주황후 심기가 더욱 불편했다.하지만 막상 아가를 안으니 아가가 주황후를 보고 웃는데 마음에 가득하던 고뇌가 전부 사라지는 듯하며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어마마마, 이제 태어난 지 사흘밖에 안된 아가인데 어쩜 웃을 줄 알아요. 신기하죠 그죠?”“신기하다, 신기하고 말고, 부처님 오신 날 태어난 아이니 당연히 특별하고 말고.” 태후는 모든 행운과 복이 모두 세 아가들에게 가득 머물길 간절히 바랄 뿐더러 아이들에게 믿을 만한 뒷배경을 찾아주려고 끊임없이 애를 쓰며, “부처님 오신 날 태어난 아이들이니 보살들이 살펴 주실 게야.”귀비와 덕비도 안아보더니 귀비가 웃으며: “오랫동안 이렇
현비가 황귀비로?현비는 은근 열이 받아서 가서 경단을 안았는데, 세상에나 경단을 품에 안자 또 똑같이 울어서 안되겠다.현비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막내 찰떡이를 안아보려고 갔는데 찰떡이는 처음엔 안 울더니 현비가 안은 뒤에 젖을 토했는데 현비가 허둥지둥 닦자 찰떡이가 울기 시작했다.찰떡이는 원래 작아서 울음 소리는 크지 않지만 울기 시작하면 잘 토해서 현비가 안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찰떡이 얼굴이 괴로워서 자주빛이 되었다. 태후가 화가 나서, “됐다, 넌 앉아라, 안을 필요 없어.”태후는 희상궁을 불러 찰떡이를 데리고 와서 자신에게 안겨 달라고 했다.현비는 수치와 모욕감으로 자리에 앉는데 눈물이 고였다.태후가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찰떡이를 깨끗이 닦은 뒤 무릎에 놓고 살살 흔들어주다가 포대기를 톡톡 두드려주며, “착하지, 우리 착한 아가야, 괜찮아 괜찮아, 왕할미가 안고 있어, 예뻐 하고 있어.”세 아가는 모두 울지 않았다.현비는 사람들에게 세게 따귀를 몇 대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다들 자신을 멸시하고 비웃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얘들은 현비의 친손자인데 다른 사람이 안으면 멀쩡한데 오직 현비만 안을 수가 없다.하필 귀비가 이때 웃으며: “그나저나 이상하네요. 다 안아도 상관없는데 유독 친할머니인 현비 마마가 안으면 안되는 게, 마마 손에 가시가 났나요 아님 왜 그러죠?”다들 현비의 얼굴을 응시하자 현비는 부끄럽고 화가 나서, “오늘은 좋은 날인데, 귀비 마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현비는 전에 귀비가 이렇게 짜증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왜 사사건건 현비를 걸고 넘어지지?현비는 냉정하게 생각하고 조금 있다가 삼일 목욕이 끝난 뒤에도 귀비가 여전히 득의양양한지 봤다.현비는 태후전에 갔다가 황제가 오늘 조서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았는데, 분명 삼일 목욕 후 천하에 다섯째를 태자로 책봉하는 것을 선포할 것이 틀림없다.태자의 친모는 지위가 낮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예전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