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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3043 챕터

제 891화

이번 제천대전에는 당대의 모든 문무백관들이 참석했고 이전보다 규모도 커졌다. 제단 아래에는 사람들의 머리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안왕의 예리한 눈동자가 군중 속에 서있는 서일에게 멈추었다. 서일의 눈은 줄곧 주지스님을 향해 있었다.안왕은 차갑게 웃었다. ‘과연, 주지가 핵심인물이었군.’그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서일이 주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명원제는 제사를 지낸 뒤 마차를 타고 궁으로 돌아가 우문가(宇文家)의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했다.서일은 가까스로 안왕의 부하들을 따돌렸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명원제가 탄 마차를 쫓기는 역부족이었다.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마차 뒤꽁무니를 쫓았으나 금군의 호위와 수많은 군중들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서일이 큰 소리로 ‘주지스님!’이라고 외쳐도 주지는 듣지 못했다. 그는 우문호에게 명원제가 타고 있는 마차를 멈춰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왕부로 돌아왔다.산실 안에 있던 우문호는 원경릉의 뱃가죽이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배를 가르는 모습은 마치 괴물의 입처럼 길게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원경릉이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이었다. “다섯째, 내 심장 뛰는 것 좀 봐줘. 그리고 배는 보지 말고 나를 봐.” 원경릉이 말했다. 우문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청진기를 귀에 대고 그녀의 심박을 확인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원경릉의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고 귀에서 자신의 심장소리만 들렸다. 희상궁과 만아는 겁에 질린 얼굴로 서있었고, 사식이는 원경릉의 지시에 맞게 물건을 강녕후 부인에게 건넸다. 강녕후 부인 옆에 산파는 아이가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자궁을 절개할 겁니다.” 원경릉은 청동거울로 자궁의 위치를 보며 지휘했다. “강녕후 부인, 긴장 푸세요. 손이 떨리시는 건 같습니다. 괜찮으니 심호흡하고 천천히 칼을 대세요.”“사식아 너는 솜으로 피를 막거라. 그래, 잘하고 있어.” 원경릉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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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2화

탕양의 말을 들은 구사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폈다.“다바오 소리는 안 들리는데?”잠시 후, 수술실 밖으로 사식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원경릉이 배를 가를 때부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수술을 돕던 사식이는 안전하게 두 아이가 나오자 마음속의 짐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사식이는 침상에 누워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사식, 여기 한 명 더!” 강녕후 부인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끌며 “울지 말고 빨리 도와줘.”라고 말했다.원경릉도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고 위에 붙은 청동거울을 보았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아, 안 돼!” 원경릉은 눈물이 쏟아졌다. 산파는 아이의 손을 만져도 보고 등을 두드려도 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강녕후 부인은 곧장 아이에게 다가가 심장을 살살 누르며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힘없이 머리를 옆으로 돌린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았다. “안 돼! 다섯째 빨리 구해줘! 내 새끼를 구해줘!” 원경릉은 아이를 보며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문호가 창백한 얼굴로 아이에게 다가가는 찰나에 “으앙!”하는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는 깜짝 놀라 그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축하드립니다! 왕비, 왕야!” 산파가 말했다.우문호는 한 솜으로 침상 가장자리를 잡고 힘겹게 일어나더니 원경릉을 껴안았다.“수고했어!”원경릉은 힘없이 웃으며 우문호를 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세상에! 피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사식아 여기 빨리 지혈 좀 부탁해!”강녕후 부인이 비명을 질렀다.우문호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원경릉의 얼굴을 감싸 안고 다독였다.“경릉아, 제발 일어나. 정신 차려.”“지혈, 수혈, 빨리 주지를 찾아……” 원경릉이 어렵게 몇 마디를 뱉어냈다.“그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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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3화

현비의 마음속에는 몇 가지가 떠올랐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아이는 모두 살고 원경릉이 죽는 것이다. “본궁이 들어가야겠다. 고생한 왕비를 위로하고 옆에 있어줘야겠어.” 현비가 구사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현비마마 왕야의 분부가 있어서 절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구사가 고개를 저었다.“다섯째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어.” 현비가 분노하며 구사를 위아래로 흘겨보았다.“왕야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들었습니다!”“비켜!”“죄송합니다. 소신은 왕야의 신하로 그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현비마마께서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네가 나를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 보자고! 네가 누구든 본궁의 손끝하나 건드리는 사람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현비가 고개를 쳐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황제의 여인이기에 구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뒷짐을 지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을 본 현비는 가슴을 쭉 펴고 구사 앞으로 다가왔다.“막아보거라! 본궁을 막아보란 말이야!”그 모습을 본 희상궁이 달려와서는 현비 앞을 막았다.“구사, 비키세요. 제가 하겠습니다!”현비는 희상궁의 뺨을 내리치며 “물러서거라!”라고 소리쳤다.희상궁을 이를 악물며 “현비마마께서 쇤네를 죽이셔도 좋습니다. 쇤네를 물러서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현비는 콧방귀를 뀌며 “이목아! 사람을 데리고 오너라! 본궁을 못 들어가게 막는 이 자들을 모두 데리고 태후께 가거라!”라고 말했다.이목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구사가 그들을 향해 “꼼짝 마라!”라고 말했다.이목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현비를 보았다.희상궁은 현비를 막으며 옆에 시녀에게 눈짓으로 혈액이 맞는 사람들을 안으로 들이라고 했다.현비는 팔황자가 다쳤을 때를 생각했다. 팔황자가 죽을 고비에 있을 때 수혈로 목숨을 구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현비는 초왕비와 혈액이 맞는 사람들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초왕비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목아! 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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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4화

구사는 천천히 걸어가 이목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이목은 강하게 반항을 했으나 탕양의 합세로 금세 제압되었다.그 모습을 본 현비는 분노했다.“대담하구나! 본궁의 말에 불복하다니! 구사와 탕양 너희는 태후께서 아주 큰 벌을 내릴 것이야!”호위병들이 이목을 돕기 위해 우르르 몰려갔다. 그 모습을 본 부병들이 호위병들과 싸움을 벌였고, 이내 태후의 금군들도 부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비는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대문을 지키며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문 안쪽에서는 원경릉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고, 밖에서는 금군과 부병들이 현비의 호위병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시간은 점점 흘렀고, 희상궁은 점점 초조해졌다. 희상궁은 결심한 표정으로 머리에 꽂혀있던 비녀를 뽑더니 현비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을 잡아당겼다. “모두 멈추어라!”“감히! 네가 본궁에 옥체에 손을……!” 현비는 희상궁이 자신에 목에 비녀를 갖다 댈 줄을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으로 눈을 희번덕거렸다. “모두 멈춰! 그렇지 않는다면……”“모두들 신경 쓰지 마라! 상궁 따위가 본궁을 해치기라도 하겠느냐!”희상궁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현비, 움직이지 마세요. 저조차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지금 당장 제게 중요한 것은 초왕비의 안전입니다.”라고 말했다.희상궁은 결의에 찬 얼굴로 현비를 질질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물러서거라! 저 사람들을 안으로 들여보내거라!”희상궁의 모습을 본 호상궁은 깜짝 놀라서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상궁님, 제발 멈추세요! 현비마마의 옥체를 상하게 하신다면 상궁님은 죽은 목숨입니다!”“괜찮아!” 희상궁이 시녀를 막고 있던 호위병들을 노려보며 “물러서거라 지금 당장!”라고 소리쳤다.현비는 호위병들을 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아무도 들여 보내선 안 돼!”라고 말했다.희상궁은 호위병들이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고 현비 얼굴을 비녀로 긋고는 바로 옆구리에 바짝 갖다 댔다. 현비의 비명소리에 호위병들은 크게 놀라 물러섰다.“구사!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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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5화

“데리고 가거라!”명원제가 손을 휘저었다. 현비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명원제를 보며 “신첩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그녀는 많은 이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왠지 모르게 희열이 느껴졌다.‘황상께서는 내 죄를 알고도 나를 폐위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우문호를 태자로 책봉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황실의 법도에 따르면 모비가 폐위된다면 태자로 책봉될 수 없다.현비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끌려 나왔다.현비가 끌려나간 후, 명원제는 현비를 도운자들을 모두 숙청했다. 명원제는 희상궁을 일으키며 “상궁, 고생이 많네요.”라고 말했다.희상궁은 눈물을 흘리며 명원제를 보았다.“소인 그저…… 왕비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예, 그 마음 잘 압니다.” 명원제가 수술실을 보며 “모두 무사하니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다섯째가 이렇게 빨리 왕부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주지스님이 마차에 타자마자 초왕부로 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서일의 말을 듣고 마차를 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명원제와 주지스님이 탄 마차를 보았다.명원제는 초왕비가 삼 형제를 낳았다는 말을 듣고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안에서 현비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분노했다. 현비만 아니었다면 명원제는 당장이라도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 들었을 것이다.명원제는 아이들이 보고 싶었지만, 초왕비가 위급하다는 소리에 문밖에서 소식을 기다렸다. “황상께서는 소월각에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아이들을 데리고 소월각으로 가 젖을 먹게 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이에 명원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리고 온 사람들과 함께 소월각으로 향했다. 소월각에 도착한 명원제는 준비된 차를 마시며 초조하게 아이들을 기다렸다.잠시 후 명원제가 벌떡 일어나더니 옆에 있던 목여태감에게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아이들은 아직이냐?”“황상,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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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6화

명원제의 말 한마디에 원경릉은 태자비로 확정됐다. 수술실 안에서 강녕후 부인이 지혈침을 놓고 자궁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했고, 주지스님은 오자마자 수혈을 시작했다. 잠시 후 원경릉의 심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많은 피를 흘려서 언제 쇼크가 올 지 모르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주지스님은 진정 주사를 놓고는 원경릉의 복부 피부를 8자로 꿰매었다. 원경릉이 수혈을 받는 내내 우문호는 곁에서 피가 그녀의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지금 이순간 아이들보다 원경릉이 더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 형제를 보고 기뻐했지만, 그들은 낳은 원경릉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심장박동을 듣고 있었다. 심장박동은 정상보다 빨라지자 주지수님이 우문호에게 원경릉의 옆에서 그녀를 진정시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다독였다. 원경릉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가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자 이마가 번쩍거렸다. 그녀의 눈은 감겨있었고 속눈썹에는 눈물이 묻어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가련한지 마치 비를 쫄딱 맞은 까마귀의 날개 같았다.예전부터 우문호는 그녀에게 못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피부도 곱고, 이목구비도 선명하니 절세미인이 따로 없었다. “경릉아, 나와 우리 아이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우문호가 말했다.그 순간 주지스님이 강녕후 부인에게 “부인, 소변관을 연결할 줄 아시나요?”라고 물었다.“예! 압니다.” 강녕후 부인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여러 해 용태후의 조수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그녀는 식은 죽 먹기라는 듯 서둘러 준비했다.주지는 밖으로 나갔고 우문호는 눈을 크게 뜨고 강녕후 부인이 약상자 속에서 무엇을 꺼내는지 지켜보았다. “왕야…… 이건 왕야께서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녕후 부인이 말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사식이와 만아가 입을 가리고 웃었고, 수술실의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우문호는 그제야 멋쩍은 듯 얼굴을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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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7화

‘이제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구나.’명원제는 곧 황제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섯째가 적임자이건 아니건 지금 상황으로 태자가 될 자격은 수많은 친왕 중에 다섯째만 갖추었다. 또 명원제도 반신반의했던 기적을 초왕비가 이루었다. 몸도 좋지 않은 초왕비가 건강한 사내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강녕후 부인의 말대로 배를 갈라서 낳은 것이기는 하나 어쨌거나 뱃속에 세 아이를 품은 것이 어디 보통일이겠는가?명원제는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목여태감은 줄곧 명원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명원제가 고개를 들더니 “태감, 이제 결정을 해야 할 시기기 됐지?”라고 물었다. “황상께서는 영생하실 겁니다!” 목여태감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북당에는 새로운 군주가 필요하다.” 명원제가 말했다.유모 상궁은 아이들이 울기만 하고 젖을 먹지 않자 몹시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본 조어의는 고뇌하다가 명원제에게 갔다.“황상, 세 분이 모두 울기만 할 뿐 도통 젖을 드시지 않습니다. 어찌나 크게 우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셨습니다.”“그게 무슨 일이야? 방금까지는 멀쩡했잖아!”조어의의 말을 듣고 놀란 명원제가 벌떡 일어났다.명원제가 다가가 유모 상궁이 안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으며 콧등에 핏대가 솟아있었다. 그 작은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아이들이 울자 명원제는 안쓰러운 마음에 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상하게도 그가 품에 안자 아이가 잠시 울음을 그치고 그의 가슴 쪽으로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젖을 찾았다.“이거 봐! 애들이 이렇게 배고픈데 너희들이 안 먹인 거 아니냐?” 명원제가 물었다.“폐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젖을 먹는 법을 모르는 듯합니다.”목여태감이 말했다.“그런가?” 명원제가 물었다.“그래도 젖을 먹어야 합니다.” 조어의가 말했다.명원제는 유모 상궁에게 아이를 안겨주며 “병풍 뒤에 가서 먹이거라!”라고 말했다.유모 상궁은 아이를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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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8화

조어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맥을 짚었다. “산파의 말을 들어보니 세 분 중에 마지막에 나오신 분이 모태에 계실 때 탯줄이 목에 감겨있었다고 했습니다. 강녕후 부인이 급히 조치를 취했기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목에 가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한 건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명원제는 조어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의는 이제부터 셋째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말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짐에게 보고를 하고!”“예! 알겠습니다.” 조어의가 말했다. 잠시 후, 셋째가 또 울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었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명원제는 셋째가 배고파서 그러는 것 같아 유모 상궁에게 빨리 젖을 먹이라고 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젖을 먹었지만, 셋째는 젖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울었다.명원제는 셋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됐다! 됐어! 먹지 않겠다는데 강요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보자!”유모 상궁은 셋째를 다시 명원제 품에 안겼다. 명원제는 아이를 달래주었고, 셋째는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넌 짐의 품이 그렇게 편하더냐……” 명원제가 잠든 아이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잠시 후 원판이 찾아와 원경릉의 상황에 대해 얘기할 게 있다고 하자, 명원제는 아이를 유모 상궁에게 맡겼다.“왕비께서 안정을 취한 것 같으나, 아직 혼수상태이십니다.”“안정을 취했으면 됐다. 좀 지나면 정신이 들 거야. 아이들을 건강하게 낳아주었으니, 짐이 큰 보상을 해줘야지.” *태후는 초왕부의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녀가 얼마나 기다리던 손주인가. 태후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출산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그녀 역시도 마음을 졸였다. 초왕이 사내아이 셋을 순산했다는 소리에 태후는 매우 기뻐했다. “상을 내려야지! 상을!”태후가 말했다.*태상황은 초왕비의 출산 소식을 듣고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앉아 책을 보다가 아이들이 나왔다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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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9화

“정말 과인을 닮았다고?”“예, 그렇습니다. 태상황님과 귀가 똑같습니다.”“귀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섯째를 닮았느냐 초왕비를 닮았느냐?”“아이들의 얼굴이 쭈굴쭈굴해서 아직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도 초왕비도 인물이 나쁜 편이 아니니 잘생겼을 겁니다.”태상황은 속으로 정후부보다는 황실의 인물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황실의 남자들은 최고 미녀들을 선별해 아내로 맞이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인물이 안 좋을 수 있겠는가? 태상황은 증손자들을 보고 싶어 오금이 저렸다. 그는 초왕비의 안위가 걱정되어 티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이 태황조부가 된 것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다 중요했다.“넌 돌아가라. 내일 해가 뜨면 과인이 직접 가볼 테야.”태상황이 말했다.명원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출궁을 하시려고요?” 라고 물었다.“뭐 그리 놀랄 일이야? 과인은 궁밖으로 못 나간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빨리 가거라! 오늘 밤 담배 한 대가 마지막 담배란 말이다! 과인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마라!”명원제는 흥분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태상황을 보았다.“부황 돌아가기 전에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그게 무엇이냐?”“오늘 소자가 말실수를 한 게 있습니다…… 실수로 초왕비를 태자비라고 해버렸습니다.”그 말을 들은 태상황은 몹시 당황했다.“어찌 그렇게 경솔할 수가 있느냐! 그게 말실수라고?”“예, 소자가 흥분한 나머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명원제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태상황이 물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실언을 해버리다니……”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대로 해야 하나?” 태상황이 말했다.“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그래, 넌 이만 가보거라!” 태상황이 손을 휘휘 저었다.“예, 소자 물러가보겠습니다.” 명원제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던 상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모두 기분이 좋으시니, 흥을 깨면 안 되겠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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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0화

호비는 황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명원제의 금빛 찬란한 옷이 보이자 그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나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강연, 황상을 뵙습니다!”명원제는 갓 목욕을 마친 뽀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은 마치 샘물처럼 맑았고 그녀의 눈동자는 깊었다. 명원제는 호비와 한 공간에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을 꺼냈다.“그래, 짐이 너를 찾아온 이유는 초왕비가 아이를 낳아서 너무 기쁘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예, 황상, 그럼 제가 옷을 갈아입고 올까요?” 호강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명원제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녀가 우스웠다. 그는 그녀를 훑어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다. 그렇게 입어도 좋다.”“그래도 이건 너무 편한 복장이라……” 호강연은 잠옷을 쭉 끌어당기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호강연이 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상궁이 황상을 마주할 때는 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친 적이 있다. 호강연이 계속 불편한 내색을 비추자 명원제는 괜찮다고 하며 자리에 앉았다.“그런데 황상,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호강연은 그의 방문이 임행(臨幸)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동침을 하기 전에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침을 도와줄 궁녀도 없고, 기록할 태감도 오지 않았다. 명원제는 호비를 보고 있다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잊어버렸다. “황상?” 호강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눈동자에는 애틋함이 실려있었다. 명원제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짐과 함께 잠자리에 들거라!”그 말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궁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호강연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예! 명을 받들겠나이다.”호강연은 순간 초왕비와 세 쌍둥이가 고마웠다. 만약 초왕비가 세 쌍둥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왕이 즐거워서 말동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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