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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9화

“정말 과인을 닮았다고?”

“예, 그렇습니다. 태상황님과 귀가 똑같습니다.”

“귀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섯째를 닮았느냐 초왕비를 닮았느냐?”

“아이들의 얼굴이 쭈굴쭈굴해서 아직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도 초왕비도 인물이 나쁜 편이 아니니 잘생겼을 겁니다.”

태상황은 속으로 정후부보다는 황실의 인물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황실의 남자들은 최고 미녀들을 선별해 아내로 맞이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인물이 안 좋을 수 있겠는가?

태상황은 증손자들을 보고 싶어 오금이 저렸다. 그는 초왕비의 안위가 걱정되어 티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이 태황조부가 된 것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다 중요했다.

“넌 돌아가라. 내일 해가 뜨면 과인이 직접 가볼 테야.”태상황이 말했다.

명원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출궁을 하시려고요?” 라고 물었다.

“뭐 그리 놀랄 일이야? 과인은 궁밖으로 못 나간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빨리 가거라! 오늘 밤 담배 한 대가 마지막 담배란 말이다! 과인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마라!”

명원제는 흥분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태상황을 보았다.

“부황 돌아가기 전에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오늘 소자가 말실수를 한 게 있습니다…… 실수로 초왕비를 태자비라고 해버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태상황은 몹시 당황했다.

“어찌 그렇게 경솔할 수가 있느냐! 그게 말실수라고?”

“예, 소자가 흥분한 나머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명원제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태상황이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실언을 해버리다니……”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대로 해야 하나?” 태상황이 말했다.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래, 넌 이만 가보거라!” 태상황이 손을 휘휘 저었다.

“예, 소자 물러가보겠습니다.” 명원제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던 상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모두 기분이 좋으시니, 흥을 깨면 안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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