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처음이라우문호는 자기 얼굴을 원경릉의 손바닥에 문지르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당신, 정말 대단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끌어 안았다. 그렇게 그녀를 끌어 안고 있으니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내 뱉았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왔고 전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세 아이를 보는데 모두 포대기에 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보인다.우문호가: “움직이지 마, 내가 보여 줄게.”우문호가 한 손에 두 아이 포대기 뒤쪽을 꽉 쥐고 뒤집어 아이들 얼굴이 원경릉을 향하도록 했다. 원경릉은 몸을 돌려 고개를 쳐들지 않고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허공에 갑자기 귀여운 아가 얼굴 두개가 나타나니 원경릉은 당황해서 똑똑히 못 보고 희상궁이 화들짝 놀라며: “어머나 세상에, 우리 왕야, 아이를 이런 식으로 안으시면 어쩝니까? 이러면 토하……”희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아가가 젖 먹은 걸 원경릉의 얼굴과 머리에 분수처럼 토했다.“아!” 원경릉의 얼굴이 젖으로 축축해 진 걸 보고 우문호가 놀라서 아가를 내 팽개치고: “얼른 눈 감아, 눈에 젖이 들어가지 않게.”두 아가가 그나마 다행히 이불에 던져져서 ‘꽝’부딪히진 않았지만 놀라 ‘으왕’울음보가 터졌다.희상궁이 안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얼른 가서 아이를 안고 만아와 사식이를 불러 하나씩 안았는데 아가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울고 있었다. 희상궁이 무섭게 화를 내며: “이런 아빠는 본적이 없어요. 아니 아가들이 놀래서 어떤 가 좀 보세요 네? 아이고, 안고 가자, 얼른 안고 가, 여기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애가 경기 들리겠어요, 만아야, 사식 아가씨, 우리 가요.”우문호가 원경릉 얼굴에 묻은 젖을 닦아 내고 말문이 막혀서 멀뚱히 희상궁을 보며, “희상궁이 이렇게 나한테 화내는 거 처음이야.”원경릉이 힘없이 웃으며, “자기야, 아빠인 거 알고는 있어?”“알지!” 우문호가 답답하다는 듯, “세 녀석이 눈 앞에
우문호는 찬밥우문호가 대놓고 잘못을 시인하며, “희상궁 말이 맞아, 알겠어.”희상궁이 우문호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왕야, 성지가 내리면 왕야께선 태자가 되십니다. 우선 아이들을 책임지셔야 앞으로 이 천하를 책임지시지요.”우문호가: “고마워 희상궁이 지도해 줘서.”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사실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전에는 한때의 혈기로 싸워서 태자의 지위를 빼앗겠다는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진심을 얘기한다면 우문호는 별로 태자가 되고 싶지 않다.가서 맞서 싸우는 게 두려워 서가 아니라 이건 원 선생의 바람과도 어긋나고 우문호 본인의 생각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스스로 제왕의 자질이 없다며 함부로 자신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태자와 제왕은 다른 문제라는 말이다.태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눈이 일시에 자신에게 쏠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드시 완벽해야 각 방면의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태자의 귀결점이 반드시 제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한 걸음 아니 천만 걸음 양보해서, 우문호가 태자 자리에 오른다면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 해야지, 세 쌍둥이를 낳는 능력으로 쟁취하는 건 아니지 않나.전에 조정에서 장자를 세우느냐, 적자를 세우느냐, 지혜로운 사람을 세우느냐 한바탕 논쟁이 있었다.지금 우문호는 그 중 어떤 것도 아닌, 그저 아들 셋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태자로 급부상했다.우문호는 아들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 아비인 셈!이래도 우문호가 피를 토할 상황이 아냐?하지만 이런 기분이 우문호에게 그리 오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원 선생이 임신했던 기간동안 우문호가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받아들이는 법이다.희상궁의 말을 듣고, 바로 유모를 불러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조금 있다가 안고 가서 태상황께 보여드렸다.태상황이 오신다고 초왕부 사람 모두 긴장이 장난 아니었지.원 선생은 잠이 들어 깨지 않자, 우문호는 원경릉을 깨우지 않고 가신들을 이끌고 가서 영접했다.태상황은 오늘 상당히 눈에 띠게 입고
증손자를 보러 온 태상황우문호는 돌아가 사람들에게 세 아이를 안고 오라고 분부하는 수밖에 없었다.세 아이는 막 우유를 먹고 기분이 좋은 상태로 포대기에 누워 태상황 앞에 왔다. 태상황이 이 아이를 보다가 또 저 아이를 보느라 침까지 흘릴 지경인데 눈은 반짝이지만 손을 뻗어 안지는 않았다.오히려 상선이 희한하게 손을 뻗으며: “소인이 안아보지요.”태상황이 상선이 내민 손을 치며, “아이를 안을 줄도 모르면서 감히 손을 뻗어 안으려 해? 안다가 다치면 어쩌려고?”우문호가 히죽 웃으며, “안아도 안 다쳐요, 방금 손자가 던졌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 걸요”태상황이 이 말을 듣고, 순간 눈을 부라리며, “던져?”“그러니까요, 이 두 녀석이 뜻밖에 젖을 토해서……” 태상황의 얼굴이 돌연 검푸르게 변하면서 격노하는 것을 보고 우문호가 말하다가 당황한 나머지 얼른 말을 고쳐, “손자가 살짝 걔들을 안아 다가 옆에 놔뒀지요.”희상궁이 일부러 우문호를 거들지 않는 게 우문호에게 따끔한 가르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앞으로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건성건성 대하지 못하게 하려면 하는 수 없다: “태상황 폐하, 모르셨겠지만 방금 두 아가가 젖을 토했는데 왕야가 뜻밖에 들어서 한쪽으로 던지는 바람에 아가가 울어서 얼굴이 자줏빛이 되었지요, 보는 쇤네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보세요 바로 이 두 아가들입니다. 그대로 한쪽에 던져졌지요.”태상황의 무쇠 주먹이 바로 우문호의 머리에 꽂히며 진노한 채로: “과인이 보니 네가 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왔어, 막 태어난 애를 감히 던졌어?”태상황은 한손으로 우문호를 밀쳐버리고 아버지한테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아파서 자기가 안을 줄 모른다는 것도 잊고 유모에게 와서 안는 법을 물어보고 이 아이를 안았다가 다른 아이가 억울한 것 같아 다른 아이를 안았다가, 또 세번째 아이를 억울하게 하기 싫어서 이리저리 안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문호가 보니 태상황이 거진 다 안아 보신 것 같아: “황조부, 저희는 서재로 가서 얘기하시죠.”
태상황의 선물서일이 한 손을 들어 올려 사람을 잔뜩 부른 뒤 상자를 열었다.모든 상자를 열고 우문호 앞에 늘어놓자 우문호는 입이 딱 벌어져서 몹시 상기된 목소리로, “하나님 맙소사!”“하나님 맙소사!” 탕양과 서일도 경탄을 금치 못하고, 그렇게 내성적인 탕양조차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 작금의 황실에, 태상황이, 상상밖에 이렇게 단순하고, 조악하며, 평범하다 못해 시대에 뒤떨어진 일을 하셨단 말인가?30개 상자 중 27개는 전부 찬란한 황금이었다.“국고의 황금을 털어 오신 거 아냐?” 우문호가 경악하며 말하더니, 곧바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탕양에게: “어서, 무게 좀 재 봐.”탕양이 안에서 하사품 명세서를 가져오더니: “왕야, 여기 써 있습니다. 황금 십만 냥입니다.”우문호가 손가락을 꼽으며 중얼중얼 계산해보더니, “금 한 냥이면 은 열 냥이고, 은 한 냥이 엽전 10꾸러미, 엽전 1꾸러미는 엽전이 1,000개니까 여기 있는 게 얼마야?”서일이 지그시 우문호를 보고, “왕야, 황금 10만냥은 그냥 황금 10만냥입니다. 만약 은자로 바꾸시면 은자 100만냥이지요.”“맙소사, 쟤들 이제 막 태어났는데 벌써 부자 된 거야?” 우문호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미묘한 표정으로, “어마마마께서 그러셨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태상황폐하께서 나에게 금으로 된 무병장수 목걸이 하나 주셨다 던데.”우문호는 그 목걸이를 지금도 품에 간직하고 있다.꺼내서 황금 상자 위에 올려 두니 아이고 보잘 것 없네!너무 하찮아 보여서 울고 싶은 지경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커?탕양이 위로하며: “됐어요 왕야, 어린 시절의 자신과 사랑 싸움하지 마세요. 태상황 폐하께서 중시하시니 잘된 일 아닙니까,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저 세 상자는 뭘까?” 우문호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보는데 세 상자의 색이 다르고 상자에 구멍이 몇 개 있는데 통기구 같고 다른 상자들보다 약간 크다. “열어 보아라.”“아마도 황금일 겁니다.” 탕양이 사람을 시켜
이름은 어떻게 짓지?국고의 은자는 궁중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함부로 쓸 수도 없다.“몰라, 나도 이상해 하던 참이야.” 우문호가 말했다.금 10만냥이면 은 100만냥이다. 원경릉은 순식간에 자신이 갑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원경릉이 주판을 튕겨보니 지금 자금도 충분하니 산후조리가 끝나는 대로 의대 건축을 시작해야 겠다.“맞다, 이름은 정했어?” 원경릉이 물었다,“아직.” 우문호도 실망해서, “속도가 너무 안 나네, 전례에 따르면 예부에서 일찌감치 좋은 이름을 몇 개 지어서 황조부에게 고르시라고 하는데, 태어나서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 이름도 못 지었어.”원경릉이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니 두 다리가 쑤시다. 우문호가 얼른 안마해주는데 전에 주지스님이 얘기하길 그 뭐냐, 출산 후에 다리를 ‘마사지’해 줘야 한다고 했다.“차라리 우리가 먼저 애들 이름을 지으면 어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찬성했지만 작명 센스가 부족해서 난감하다.이름을 짓는 건 시를 쓰는 것만큼 어렵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부드럽게: “천신만고 끝에 낳은 아이들이니, 이름 지을 권리는 너한테 줄게, 나는 네가 짓는 대로 따를 게.”원경릉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가들을 안고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아직 앉을 수가 없어서 유모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보여줬다.세 아가는 마치 이 사람이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줄 엄마라는 걸 아는 듯이, 순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며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있다.원경릉이 이 모습을 보고 눈가가 붉어졌다. 이 아이들이 뱃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세 녀석이다.원경릉, 그녀는 이제 아들이 셋 있다.일년 전의 원경릉에게 누군가 ‘앞으로 일년 후 당신은 세 아들의 엄마가 됩니다.’ 하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원경릉이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한 것을 보고 우문호가 다독거리며: “이름이 생각 안 난다고 울 것까지는 없어, 서두르지 마, 나중에 정언이한테 지어 달라고 하면 돼, 정언이는 글을 많이
세 쌍둥이 이름이 설마?우문호가 서재로 가니 마침 서일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나가다 마주쳤는데 입으로 구절을 외우느라 하마터면 우문호와 부딪힐 뻔 했다.“왕야, 깜짝 놀랐습니다. 서재 가십니까?” 서일이 물었다.“응, 뭘 그렇게 중얼중얼 외우고 있어?” 우문호가 서일이 주변에 신경 안 쓰고 경솔한 모습을 질책했다.서일이 헤헤 웃으며, “희상궁이 저한테 식단 적어서 주방에 가져다 주라고 해서요, 있다가 각 집에 답례품 보낼 때 거렁뱅이들 불러 식혜에 떡이라도 먹여서 기쁨을 나누자고 하시네요. 식단 쪽지 써서 주방서 준비시키게요.”“가!” 서일이 웬일로 멀쩡한 일을 한다니 말리지 않고 얼른 쫓아 보냈다.“에 그럼 소신은 가보겠습니다.” 서일이 나갔다.우문호가 서재에 들어가니 탁자 위에 과연 종이가 한 장 놓여 있는데 얼핏 보니 삐뚤빼뚤 한 줄 써 있는게 한참을 들여다보고 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만두 경단 찰떡? 아명이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럼 나도 할 수 있었네.”우문호는 아무리 봐도 글씨가 조잡해서, 다시 한 장 써서, “하지만 원 선생은 역시 머리가 좋아, 만두는 경단보다 크고, 경단은 찰떡보다 크니까 대중소가 딱 들어 맞네. 만두는 첫째, 경단은 둘째, 찰떡은 셋째. 딱 이야!”우문호가 다 쓰자마자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얼른 아명을 가지고 입궁했다.탁자 왼쪽 귀퉁이에 백옥지(白玉紙)로 화선지 한 장을 눌러 놓았는데, 위에 “공청(空青), 남성(南星), 인동(忍冬)” 6글자가 써 있다.지금 서재에 이 종이 한 장만 덩그러니 무척이나 고독해 보인다.공청, 남성, 인동 세가지는 전부 한약재로 원경릉이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낸 것이다. 앞으로 의대를 열어 세 쌍둥이가 자기와 같이 의학의 길을 가되, 전통 한의학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것을 세 쌍둥이의 아명으로 정했다. 아이들이 의학의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보낸 아명을 받아 들고 태상황이 쭉 훑어보더니 상당히 불쾌한 얼굴인데 우문호가: “이건 원 선생이 붙인 이름
아명이 기가 막혀우문호는 진심을 다해 예를 취하며 감사했다.문득 태상황이 하사한 황금이 떠올라 상선을 한쪽으로 끌고가서, “맞아, 상선, 한가지만 물어보세, 태상황 폐하께서 오늘 원 선생에게 하사한 10만냥은 어디서 난 거야? 국고에서 가져온 건 아니겠지?”상선이 푸하하하 웃으며, “그럴 리가요? 태상황 폐하께서 어찌 국고에서 금은을 가져다 왕비에게 하사 하시겠습니까? 그건 전부 폐하 본인 것입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퇴위하실 때 스스로에게 금광을 하나 내리셨습니다.”“아? 그런 일이 있었나?” 우문호가 경악하며 몰랐다고 했다.상선이: “예, 그런 일이 있었지요, 금광과 철광 다 있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경성에 전장(錢莊)도 열어서 전부 사람을 시켜 살피고 있는데 매일 막대한 수입이 들어오고 있지요.”우문호는 심장에 약간 무리가 가면서, “그러니까 황조부가 여전히 부자란 말이지?”“부자 중에 부자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상선이 말했다.우문호가 구시렁거리며: “실례했네, 실례했어, 전에 황조부에게 노인네가 가난하네, 우리 황실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 했거든.”사실 우문호가 전공을 세웠을 때 상금을 받았는데 황금 오백 냥을 태상황에게 주고 노인네 생활비에 보태라고 했거든.궁에서 사용하는 돈은 항상 빠듯해서 태후가 매년 전례로 받는 게 은 삼천 냥에 태상황도 비슷하다. 비록 자기 돈 쓸 일이 없다고는 해도 여기 저기 뇌물을 주고, 상을 내리고 하는 것도 전부 돈이다.적어도 태후와 어마마마 쪽은 소씨 집안에서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대 주고, 황후도 매년 주씨 집안에서 은자를 가져와서 가끔 아바마마를 원조해줄 정도지만 어쩔 수 없이 궁은 늘 돈이 쪼들린다.우문호는 어릴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와서 자신이 재벌 3세라는 걸 전혀 몰랐다.우문호는 구름위를 걷듯 기쁨에 들떠 출궁했다.상선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으며, 들아가서 이 일을 태상황에게 알렸다.태상황이 다 듣더니 화들짝 놀라며, “과인이 가난해? 이놈이 제대로 보지를 못 했
이름이 바뀐 걸 안 원경릉하지만 이거든 아니든 아명은 이렇게 정해졌다.초왕부 사람들은 내일이 태어난 지 삼일 째 되는 날이라 ‘삼일 목욕’ 준비에 바빴다.삼일 목욕은 대길(大吉)의 예식으로 이 일을 위해 태후가 미리 기별을 넣었으므로 황실의 친인척은 시간이 있던 없던 반드시 가야 했다.세시풍속을 대략 알고 있는 원경릉도 삼일 목욕 풍습을 알고 있다. 소위 삼일 목욕은 아이가 태어난 지 삼일 째 되는 날 일가 친척과 친구를 불러 몸을 닦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생에서 가져온 더러움을 씻어 내고 이생은 평안하고 대길하길 기원하고, 몸을 청결이 해서 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당히 웅장한 의식이라 할 수 있다.정후부 쪽에서도 사람이 와서 삼일 목욕 의식에 출석한다.다음날 이른 아침 예친왕 부부가 와서 우문호에게 아가들의 아명이 이미 족보 옆에 기입이 되었고 본명이 정해지는 대로 위에 첨가할 것이라고 알렸다.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고 예친왕비가 원경릉을 보러 들어왔다.들어가서 다독거리며 칭찬하길: “정말 대단해요, 황실 가문에 남자 아이 셋을 낳아 주다니, 가서 봤는데 셋 다 똑같이 복스럽고 부귀할 상이에요.”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지금 보면 못 생겼어요, 왕비마마 말씀대로 쟤들이 복스럽게 일생 평안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꼭 그럴 거예요!” 예친왕비가 원경릉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걔들 아명을 초왕비가 붙였다면서요. 좀 특이하긴 하지만 착착 입에 붙기는 해요.”원경릉이 웃으며: “제가 의술을 알아서, 약초 이름으로 아이들의 아명을 지었어요, 걔들이 앞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요.”예친왕비가 당황해서, “그게 약 이름이라고요? 그거…… 떡 이름 아니고요?”“떡 이름이요?” 원경릉이 당황해서, “남성, 인동, 공청은 전부 약이름이에요.”예친왕비가 이상하다는 듯 원경릉을 보며, “아뇨…… 만두, 경단, 찰떡인데요?”원경릉이 눈앞이 아득해 지더니, “어떻게 만두 경단 찰떡이 될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냉정언은 술잔을 들고 계속 탕양에게 술을 권했다. 잔을 몇 번이나 주고 받자, 탕양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져 말조차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후, 냉정언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말했다."술을 꽤 마셨다 보니, 탕양이 좀 취한 것 같네. 정원에 나가 산책을 조금 하면서 술기운을 가시는 것이 어떻소?"일곱째 아가씨도 약간 취한 상태였기에, 바람을 쐬며 땀을 내면 술이 깰 것 같다며 동의했다."예. 그럼 다들 돌아가서 쉬시지요. 제가 호명과 함께 탕 대인을 돌보겠습니다.""좋소. 수고하시게나!"냉정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자, 어서 돌아가시게!"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새가 흩어지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일곱째 아가씨는 호명과도 함께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탕양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었다."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탕양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는데, 술에 많이 취한듯 몸을 심하게 휘청거렸다."어찌 못 걷겠습니까? 취하지 않았습니다!""예. 그럼, 몇 걸음 더 걸어보시지요. 정말 못 걸으시겠으면 방으로 돌아가 쉬시고요. 취기를 덜어줄 탕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탕양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곧게 뻗은 직선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는 뒤돌아 일곱째 아가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보시지요. 얼마나 똑바로 걷는지! 안 취했습니다. 이제 믿을 수 있습니까?"일곱째 아가씨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하. 예, 안 취하셨네요. 그럼 이만 나가서 함께 산책하시지요."그녀는 그가 오래 걷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기로 했다.역시나 문을 나서자마자 탕양은 난간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하도 휘청거리는 탓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탕 대인이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그러니 일곱째 아가씨께도 예쁘다고 말해 보십시오. 분명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지만 탕 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를 겁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이제 그런거에 좋아할 나이를 지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그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어찌 그럴 리 있습니까?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탕 대인, 대인께서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탕 대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 하하하. 그렇습니까?""예! 모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탕 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입니다.""기분 좋으십니까?"택란이 묻자 탕 대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하며 말했다."이 녀석!"택란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탕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꼭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탕 대인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해서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 고맙습니다."저녁엔 계약이 성공한 기념으로 연회가 열렸다.소박한 술자리긴 했지만, 커다란 술통들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마음껏 마시며 즐길수 있었다.택란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주 아가씨가 매실청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택란의 마음에 쏙 들었다.술잔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모두 패기 있게 약도성을 북당에서 제일가는 도성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벌써 독산을 어떻게 개발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경치를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반면, 택란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했다. 독산에 온천이 있으니 오두막을 지어 온천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여러 개의 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의하였다.택란의 생각은 이 시절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그녀는 탕양을 힐긋 바라보는데, 예전의 담담하고 온화한 모습 없이 뜨겁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그렇게 죽을 때까지 버틴다 해도, 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을 것이었다."탕 대인, 지금 어디를 보는 것이오?"그때, 냉정언이 물었다."예? 무슨 말이십니까?"탕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냉정언을 바라보자, 냉정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께서 계속 일곱째 아가씨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소.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술렁이며 이상한 시선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주 아가씨가 급히 택란의 귀를 막으며 말했다."보지도, 듣지도 마십시오!"탕양은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마구흔들었다."아닙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냉 대인께서 잘못 보신 겁니다.""아니오. 분명 아가씨의 옷깃과 가슴을 보고 있었소!"말을 마치자마자 냉 대인은 숭이를 안고 단호하게 밖으로 나갔고, 탕양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일곱째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곱째 아가씨는 기침을 하며 옷깃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흥. 변태!"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도 돌아서 나가버렸다.탕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한 얼굴로 주 아가씨와 홍엽을 보며 말했다."다들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라는..."홍엽이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눈이 자네 얼굴에 달려 있는데, 자네가 누굴 보고 어디를 보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주 아가씨는 택란의 손을 잡고 나가며 말했다."마마, 이제 탕 대인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마십시오. 인품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탕양은 여전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냉정언의 한마디에 그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져 버렸다.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명여야..."냉명여 또한 귀를 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탕 대인께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십니다!"탕양은 그만 머리를 감싼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