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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0화

호비는 황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명원제의 금빛 찬란한 옷이 보이자 그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나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강연, 황상을 뵙습니다!”

명원제는 갓 목욕을 마친 뽀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은 마치 샘물처럼 맑았고 그녀의 눈동자는 깊었다.

명원제는 호비와 한 공간에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을 꺼냈다.

“그래, 짐이 너를 찾아온 이유는 초왕비가 아이를 낳아서 너무 기쁘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예, 황상, 그럼 제가 옷을 갈아입고 올까요?” 호강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원제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녀가 우스웠다. 그는 그녀를 훑어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다. 그렇게 입어도 좋다.”

“그래도 이건 너무 편한 복장이라……” 호강연은 잠옷을 쭉 끌어당기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강연이 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상궁이 황상을 마주할 때는 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친 적이 있다.

호강연이 계속 불편한 내색을 비추자 명원제는 괜찮다고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황상,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호강연은 그의 방문이 임행(臨幸)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동침을 하기 전에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침을 도와줄 궁녀도 없고, 기록할 태감도 오지 않았다.

명원제는 호비를 보고 있다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잊어버렸다.

“황상?” 호강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눈동자에는 애틋함이 실려있었다.

명원제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

“짐과 함께 잠자리에 들거라!”

그 말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궁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호강연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예! 명을 받들겠나이다.”

호강연은 순간 초왕비와 세 쌍둥이가 고마웠다.

만약 초왕비가 세 쌍둥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왕이 즐거워서 말동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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