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의는 손을 뻗어 아이의 맥을 짚었다. “산파의 말을 들어보니 세 분 중에 마지막에 나오신 분이 모태에 계실 때 탯줄이 목에 감겨있었다고 했습니다. 강녕후 부인이 급히 조치를 취했기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목에 가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한 건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명원제는 조어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의는 이제부터 셋째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말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짐에게 보고를 하고!”“예! 알겠습니다.” 조어의가 말했다. 잠시 후, 셋째가 또 울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었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명원제는 셋째가 배고파서 그러는 것 같아 유모 상궁에게 빨리 젖을 먹이라고 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젖을 먹었지만, 셋째는 젖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울었다.명원제는 셋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됐다! 됐어! 먹지 않겠다는데 강요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보자!”유모 상궁은 셋째를 다시 명원제 품에 안겼다. 명원제는 아이를 달래주었고, 셋째는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넌 짐의 품이 그렇게 편하더냐……” 명원제가 잠든 아이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잠시 후 원판이 찾아와 원경릉의 상황에 대해 얘기할 게 있다고 하자, 명원제는 아이를 유모 상궁에게 맡겼다.“왕비께서 안정을 취한 것 같으나, 아직 혼수상태이십니다.”“안정을 취했으면 됐다. 좀 지나면 정신이 들 거야. 아이들을 건강하게 낳아주었으니, 짐이 큰 보상을 해줘야지.” *태후는 초왕부의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녀가 얼마나 기다리던 손주인가. 태후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출산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그녀 역시도 마음을 졸였다. 초왕이 사내아이 셋을 순산했다는 소리에 태후는 매우 기뻐했다. “상을 내려야지! 상을!”태후가 말했다.*태상황은 초왕비의 출산 소식을 듣고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앉아 책을 보다가 아이들이 나왔다는 소
“정말 과인을 닮았다고?”“예, 그렇습니다. 태상황님과 귀가 똑같습니다.”“귀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섯째를 닮았느냐 초왕비를 닮았느냐?”“아이들의 얼굴이 쭈굴쭈굴해서 아직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도 초왕비도 인물이 나쁜 편이 아니니 잘생겼을 겁니다.”태상황은 속으로 정후부보다는 황실의 인물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황실의 남자들은 최고 미녀들을 선별해 아내로 맞이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인물이 안 좋을 수 있겠는가? 태상황은 증손자들을 보고 싶어 오금이 저렸다. 그는 초왕비의 안위가 걱정되어 티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이 태황조부가 된 것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다 중요했다.“넌 돌아가라. 내일 해가 뜨면 과인이 직접 가볼 테야.”태상황이 말했다.명원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출궁을 하시려고요?” 라고 물었다.“뭐 그리 놀랄 일이야? 과인은 궁밖으로 못 나간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빨리 가거라! 오늘 밤 담배 한 대가 마지막 담배란 말이다! 과인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마라!”명원제는 흥분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태상황을 보았다.“부황 돌아가기 전에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그게 무엇이냐?”“오늘 소자가 말실수를 한 게 있습니다…… 실수로 초왕비를 태자비라고 해버렸습니다.”그 말을 들은 태상황은 몹시 당황했다.“어찌 그렇게 경솔할 수가 있느냐! 그게 말실수라고?”“예, 소자가 흥분한 나머지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명원제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태상황이 물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실언을 해버리다니……”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대로 해야 하나?” 태상황이 말했다.“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그래, 넌 이만 가보거라!” 태상황이 손을 휘휘 저었다.“예, 소자 물러가보겠습니다.” 명원제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던 상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모두 기분이 좋으시니, 흥을 깨면 안 되겠군……’명
호비는 황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명원제의 금빛 찬란한 옷이 보이자 그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나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강연, 황상을 뵙습니다!”명원제는 갓 목욕을 마친 뽀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은 마치 샘물처럼 맑았고 그녀의 눈동자는 깊었다. 명원제는 호비와 한 공간에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을 꺼냈다.“그래, 짐이 너를 찾아온 이유는 초왕비가 아이를 낳아서 너무 기쁘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예, 황상, 그럼 제가 옷을 갈아입고 올까요?” 호강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명원제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녀가 우스웠다. 그는 그녀를 훑어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다. 그렇게 입어도 좋다.”“그래도 이건 너무 편한 복장이라……” 호강연은 잠옷을 쭉 끌어당기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호강연이 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상궁이 황상을 마주할 때는 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친 적이 있다. 호강연이 계속 불편한 내색을 비추자 명원제는 괜찮다고 하며 자리에 앉았다.“그런데 황상,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호강연은 그의 방문이 임행(臨幸)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동침을 하기 전에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침을 도와줄 궁녀도 없고, 기록할 태감도 오지 않았다. 명원제는 호비를 보고 있다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잊어버렸다. “황상?” 호강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눈동자에는 애틋함이 실려있었다. 명원제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에 벌떡 일어났다.“짐과 함께 잠자리에 들거라!”그 말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궁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호강연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예! 명을 받들겠나이다.”호강연은 순간 초왕비와 세 쌍둥이가 고마웠다. 만약 초왕비가 세 쌍둥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왕이 즐거워서 말동무를
아빠는 처음이라우문호는 자기 얼굴을 원경릉의 손바닥에 문지르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당신, 정말 대단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끌어 안았다. 그렇게 그녀를 끌어 안고 있으니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원경릉은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내 뱉았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왔고 전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세 아이를 보는데 모두 포대기에 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보인다.우문호가: “움직이지 마, 내가 보여 줄게.”우문호가 한 손에 두 아이 포대기 뒤쪽을 꽉 쥐고 뒤집어 아이들 얼굴이 원경릉을 향하도록 했다. 원경릉은 몸을 돌려 고개를 쳐들지 않고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허공에 갑자기 귀여운 아가 얼굴 두개가 나타나니 원경릉은 당황해서 똑똑히 못 보고 희상궁이 화들짝 놀라며: “어머나 세상에, 우리 왕야, 아이를 이런 식으로 안으시면 어쩝니까? 이러면 토하……”희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아가가 젖 먹은 걸 원경릉의 얼굴과 머리에 분수처럼 토했다.“아!” 원경릉의 얼굴이 젖으로 축축해 진 걸 보고 우문호가 놀라서 아가를 내 팽개치고: “얼른 눈 감아, 눈에 젖이 들어가지 않게.”두 아가가 그나마 다행히 이불에 던져져서 ‘꽝’부딪히진 않았지만 놀라 ‘으왕’울음보가 터졌다.희상궁이 안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얼른 가서 아이를 안고 만아와 사식이를 불러 하나씩 안았는데 아가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울고 있었다. 희상궁이 무섭게 화를 내며: “이런 아빠는 본적이 없어요. 아니 아가들이 놀래서 어떤 가 좀 보세요 네? 아이고, 안고 가자, 얼른 안고 가, 여기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애가 경기 들리겠어요, 만아야, 사식 아가씨, 우리 가요.”우문호가 원경릉 얼굴에 묻은 젖을 닦아 내고 말문이 막혀서 멀뚱히 희상궁을 보며, “희상궁이 이렇게 나한테 화내는 거 처음이야.”원경릉이 힘없이 웃으며, “자기야, 아빠인 거 알고는 있어?”“알지!” 우문호가 답답하다는 듯, “세 녀석이 눈 앞에
우문호는 찬밥우문호가 대놓고 잘못을 시인하며, “희상궁 말이 맞아, 알겠어.”희상궁이 우문호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왕야, 성지가 내리면 왕야께선 태자가 되십니다. 우선 아이들을 책임지셔야 앞으로 이 천하를 책임지시지요.”우문호가: “고마워 희상궁이 지도해 줘서.”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사실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전에는 한때의 혈기로 싸워서 태자의 지위를 빼앗겠다는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진심을 얘기한다면 우문호는 별로 태자가 되고 싶지 않다.가서 맞서 싸우는 게 두려워 서가 아니라 이건 원 선생의 바람과도 어긋나고 우문호 본인의 생각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스스로 제왕의 자질이 없다며 함부로 자신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태자와 제왕은 다른 문제라는 말이다.태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눈이 일시에 자신에게 쏠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드시 완벽해야 각 방면의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태자의 귀결점이 반드시 제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한 걸음 아니 천만 걸음 양보해서, 우문호가 태자 자리에 오른다면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 해야지, 세 쌍둥이를 낳는 능력으로 쟁취하는 건 아니지 않나.전에 조정에서 장자를 세우느냐, 적자를 세우느냐, 지혜로운 사람을 세우느냐 한바탕 논쟁이 있었다.지금 우문호는 그 중 어떤 것도 아닌, 그저 아들 셋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태자로 급부상했다.우문호는 아들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 아비인 셈!이래도 우문호가 피를 토할 상황이 아냐?하지만 이런 기분이 우문호에게 그리 오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원 선생이 임신했던 기간동안 우문호가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받아들이는 법이다.희상궁의 말을 듣고, 바로 유모를 불러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조금 있다가 안고 가서 태상황께 보여드렸다.태상황이 오신다고 초왕부 사람 모두 긴장이 장난 아니었지.원 선생은 잠이 들어 깨지 않자, 우문호는 원경릉을 깨우지 않고 가신들을 이끌고 가서 영접했다.태상황은 오늘 상당히 눈에 띠게 입고
증손자를 보러 온 태상황우문호는 돌아가 사람들에게 세 아이를 안고 오라고 분부하는 수밖에 없었다.세 아이는 막 우유를 먹고 기분이 좋은 상태로 포대기에 누워 태상황 앞에 왔다. 태상황이 이 아이를 보다가 또 저 아이를 보느라 침까지 흘릴 지경인데 눈은 반짝이지만 손을 뻗어 안지는 않았다.오히려 상선이 희한하게 손을 뻗으며: “소인이 안아보지요.”태상황이 상선이 내민 손을 치며, “아이를 안을 줄도 모르면서 감히 손을 뻗어 안으려 해? 안다가 다치면 어쩌려고?”우문호가 히죽 웃으며, “안아도 안 다쳐요, 방금 손자가 던졌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 걸요”태상황이 이 말을 듣고, 순간 눈을 부라리며, “던져?”“그러니까요, 이 두 녀석이 뜻밖에 젖을 토해서……” 태상황의 얼굴이 돌연 검푸르게 변하면서 격노하는 것을 보고 우문호가 말하다가 당황한 나머지 얼른 말을 고쳐, “손자가 살짝 걔들을 안아 다가 옆에 놔뒀지요.”희상궁이 일부러 우문호를 거들지 않는 게 우문호에게 따끔한 가르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앞으로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건성건성 대하지 못하게 하려면 하는 수 없다: “태상황 폐하, 모르셨겠지만 방금 두 아가가 젖을 토했는데 왕야가 뜻밖에 들어서 한쪽으로 던지는 바람에 아가가 울어서 얼굴이 자줏빛이 되었지요, 보는 쇤네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 보세요 바로 이 두 아가들입니다. 그대로 한쪽에 던져졌지요.”태상황의 무쇠 주먹이 바로 우문호의 머리에 꽂히며 진노한 채로: “과인이 보니 네가 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왔어, 막 태어난 애를 감히 던졌어?”태상황은 한손으로 우문호를 밀쳐버리고 아버지한테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아파서 자기가 안을 줄 모른다는 것도 잊고 유모에게 와서 안는 법을 물어보고 이 아이를 안았다가 다른 아이가 억울한 것 같아 다른 아이를 안았다가, 또 세번째 아이를 억울하게 하기 싫어서 이리저리 안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문호가 보니 태상황이 거진 다 안아 보신 것 같아: “황조부, 저희는 서재로 가서 얘기하시죠.”
태상황의 선물서일이 한 손을 들어 올려 사람을 잔뜩 부른 뒤 상자를 열었다.모든 상자를 열고 우문호 앞에 늘어놓자 우문호는 입이 딱 벌어져서 몹시 상기된 목소리로, “하나님 맙소사!”“하나님 맙소사!” 탕양과 서일도 경탄을 금치 못하고, 그렇게 내성적인 탕양조차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 작금의 황실에, 태상황이, 상상밖에 이렇게 단순하고, 조악하며, 평범하다 못해 시대에 뒤떨어진 일을 하셨단 말인가?30개 상자 중 27개는 전부 찬란한 황금이었다.“국고의 황금을 털어 오신 거 아냐?” 우문호가 경악하며 말하더니, 곧바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탕양에게: “어서, 무게 좀 재 봐.”탕양이 안에서 하사품 명세서를 가져오더니: “왕야, 여기 써 있습니다. 황금 십만 냥입니다.”우문호가 손가락을 꼽으며 중얼중얼 계산해보더니, “금 한 냥이면 은 열 냥이고, 은 한 냥이 엽전 10꾸러미, 엽전 1꾸러미는 엽전이 1,000개니까 여기 있는 게 얼마야?”서일이 지그시 우문호를 보고, “왕야, 황금 10만냥은 그냥 황금 10만냥입니다. 만약 은자로 바꾸시면 은자 100만냥이지요.”“맙소사, 쟤들 이제 막 태어났는데 벌써 부자 된 거야?” 우문호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미묘한 표정으로, “어마마마께서 그러셨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태상황폐하께서 나에게 금으로 된 무병장수 목걸이 하나 주셨다 던데.”우문호는 그 목걸이를 지금도 품에 간직하고 있다.꺼내서 황금 상자 위에 올려 두니 아이고 보잘 것 없네!너무 하찮아 보여서 울고 싶은 지경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커?탕양이 위로하며: “됐어요 왕야, 어린 시절의 자신과 사랑 싸움하지 마세요. 태상황 폐하께서 중시하시니 잘된 일 아닙니까,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저 세 상자는 뭘까?” 우문호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보는데 세 상자의 색이 다르고 상자에 구멍이 몇 개 있는데 통기구 같고 다른 상자들보다 약간 크다. “열어 보아라.”“아마도 황금일 겁니다.” 탕양이 사람을 시켜
이름은 어떻게 짓지?국고의 은자는 궁중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함부로 쓸 수도 없다.“몰라, 나도 이상해 하던 참이야.” 우문호가 말했다.금 10만냥이면 은 100만냥이다. 원경릉은 순식간에 자신이 갑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원경릉이 주판을 튕겨보니 지금 자금도 충분하니 산후조리가 끝나는 대로 의대 건축을 시작해야 겠다.“맞다, 이름은 정했어?” 원경릉이 물었다,“아직.” 우문호도 실망해서, “속도가 너무 안 나네, 전례에 따르면 예부에서 일찌감치 좋은 이름을 몇 개 지어서 황조부에게 고르시라고 하는데, 태어나서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 이름도 못 지었어.”원경릉이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니 두 다리가 쑤시다. 우문호가 얼른 안마해주는데 전에 주지스님이 얘기하길 그 뭐냐, 출산 후에 다리를 ‘마사지’해 줘야 한다고 했다.“차라리 우리가 먼저 애들 이름을 지으면 어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찬성했지만 작명 센스가 부족해서 난감하다.이름을 짓는 건 시를 쓰는 것만큼 어렵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부드럽게: “천신만고 끝에 낳은 아이들이니, 이름 지을 권리는 너한테 줄게, 나는 네가 짓는 대로 따를 게.”원경릉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가들을 안고 오라고 했다.원경릉은 아직 앉을 수가 없어서 유모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보여줬다.세 아가는 마치 이 사람이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줄 엄마라는 걸 아는 듯이, 순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며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있다.원경릉이 이 모습을 보고 눈가가 붉어졌다. 이 아이들이 뱃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세 녀석이다.원경릉, 그녀는 이제 아들이 셋 있다.일년 전의 원경릉에게 누군가 ‘앞으로 일년 후 당신은 세 아들의 엄마가 됩니다.’ 하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원경릉이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한 것을 보고 우문호가 다독거리며: “이름이 생각 안 난다고 울 것까지는 없어, 서두르지 마, 나중에 정언이한테 지어 달라고 하면 돼, 정언이는 글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