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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8화

원경릉은 진심으로 희상궁이 자신의 어머니였으면 했다.

사실 그녀는 친정집에 별 감정이 없기에 이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정후부에는 조모를 제외하고 어른다운 어른은 하나도 없다.

원경릉이 아이를 셋을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친 황씨는 출산한 딸을 찾아와 걱정은커녕 주씨와 싸운 얘기만 늘어놓고는 갔다.

그렇다고 시어머니에게 정을 붙일 수도 없다. 현비는 차갑고 매정하다.

아마 현비는 원경릉이 죽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상궁은 다르다.

매일 밤 원경릉의 안부를 물었고, 아픈 원경릉을 보며 가슴 아파해주었다.

힘든 시기에 누군가가 내 옆에 같이 있어주고 슬퍼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희상궁은 원경릉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기분 나쁜 일은 다 잊어버리고, 태자비의 인생을 살아요. 잠을 자는 동안은 아무 걱정 마세요. 몸 상하면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원경릉은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그녀는 한 시간가량 잠에 들었다가 깼다. 눈을 뜨니 다섯째가 옆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매우 집중한 표정으로 책을 한 장씩 넘겼고, 원경릉은 그의 모습이 낯선 듯 숨죽이고 그를 쳐다보았다.

원경릉이 가만 보니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병서(兵書)였다.

그는 완전한 무술인이기에, 병서를 제외하고 저렇게 집중하고 읽을 만한 책은 없다.

우문호가 책을 뚫어져라 보다가 책장을 쓱 넘기며 “그렇게 빤히 나를 보고 있는 이유가 뭐야?”라고 물었다.

원경릉은 웃으며 그의 옆에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옆에 눈이라도 붙어있는 거 아니야? 나 일어난 거 어떻게 알았어?”

“숨 쉬는 소리가 달라. 깨어났을 때랑 잘 때.” 그는 책을 내려놓고 “배고파? 상처는 어때?”라고 물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도 않아. 내가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책은 나중에 보고 얘기 좀 할까?”

원경릉은 그의 옆에 바싹 달라붙어 그의 손에 깍지를 꼈다.

“고지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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