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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33화

정후와 노마님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좋아.”

황실에서 이름을 지을 땐 의미와 뜻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원경릉은 셋째의 화(和)자가 제일 좋았다.

마음이 온화하고 어우러져 사는 일생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화(和)자는 인동과도 참으로 어울린다.

우문호는 효(孝)자가 좋다.

원 선생이 아이들을 낳느라 고생이 심한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서 앞으로 아이들이 반드시 원 선생에게 효도하길 원했다.

고지가 명월암으로 내쳐진 후 원경릉이 기상궁을 그쪽으로 보내 무우산을 쥐어 주고 보살피게 했다.

정후는 최근 간교한 모략을 꾸미는 대신 그저 일심으로 정후부에서 노모를 모셨다.

지금 노모가 유일한 그의 구세주로 죽어서도 안 되지만 완전 살려 놔도 곤란하다.

첩인 주씨는 정후가 고생스럽게 노마님을 보살피는 것을 보고, 몰래 정후에게: “나리, 힘들게 고생하지 마세요, 하인에게 시중 들게 하시면 될 것을, 노마님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

정후가 이 말을 듣고 한 대 갈기며 성을 내는데: “뭐가 아무래도 안 돼? 다시 한번만 더 그딴 소리 해봐, 아주 주둥이를 찢어버릴 테니까.”

정후는 주씨를 한결같이 사랑만 해 와서 화 한번 내본 적 없고 손찌검은 말할 것도 없다.

주씨가 얼굴을 움켜쥐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리, 이게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꺼져!” 정후가 짜증을 냈다.

주씨가 울면서 나갔다.

정후가 씩씩거리며 앉아서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마음은 황망하고 어지럽기만 하다.

정후는 이번에 정말 후회하고 있다.

어머니가 갑자기 풍 발작을 일으킨 게 바로 자신이 부인들과 일을 얘기했기 때문으로 어머니가 좀 도와 주길 바랬을 뿐인데, 충격을 받고 한 손을 들어 정후를 때리려 다가 때리기도 전에 쓰러지셨다.

정후는 전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생각해서 인정이 없다며 멀리했고, 어떨 때는 정말 심하게 박정했다.

하지만 정후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계시기에, 믿을 구석이 있고,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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