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의 꿈정후가 아첨하는 미소를 짓는데 이 미소는 습관성이라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만다.웃고 나니 비로소 고지 일을 안왕이 계획한 것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술집 점원이 술잔을 가져와서 탁자에 두자 정후가 바로 공손하게 일어나 술을 따르며, “왕야, 한잔 하시지요.”안왕은 정후의 비굴한 태도를 보고 만족스러운지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하더니, “이 술은 별로군요, 만약 싫은 게 아니면 안왕부에서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싫다니요, 사양하지 않고 당연히 가지요!” 정후가 과분한 대우에 기뻐하면서도 한편 불안한 마음으로 바로 대답했다.안왕이 일어나 의미심장하게: “가시지요!”정후가 예를 취하며, “왕야 그럼.”안왕부에 와서 안왕이 좋은 술을 올리라고 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후는 7~80% 취했다.정후는 주량이 상당히 좋은데 몇년간 접대를 많이 하다 보니 주량도 당연히 늘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근심이 있고, 상당히 센 술이라 버티질 못하겠다.정후가 거진 취한 것을 보고 안왕이 술잔을 내려놓고 정후를 보며, “올해 고작 마흔을 좀 넘기지 않았습니까? 한창 일할 나이라 조정을 위해 힘을 다해야 마땅한 시기에 어째서 은퇴하여 관직을 물러나신 겁니까?”정후는 술이 거나한 상태로 이 얘기를 듣고 안왕의 의미심장한 얼굴을 보니, 이 일은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울분이 치밀며 무릎을 꿇고, “왕야, 만약 저를 도우실 수 있으면 왕야를 위해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습니다.”안왕이 꼿꼿하게 앉더니 입에 엷은 미소를 띠고 눈을 빛내며 정후를 천천히 부축해 일으키며, “이럴 필요 없습니다. 만약 정말 다시 관직에 복귀하고 싶으시면 마침 적합한 기회가 하나 있습니다.”정후가 안왕부를 떠날 때 발걸음이 갈지자로 흔들리고 머리도 상당히 어지러웠다.안왕이 사람을 시켜 정후를 배웅한 뒤 정후는 마차에 올라 잠이 들었고 정후부에 도착해서야 부축을 받고 첩 주씨 방으로 들
정후와 노마님의 눈물주씨는 정후가 갑자기 눈을 뜨는 걸 보고 놀라서 얼른 뒤로 물러나 바로 퉁명스럽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시체가 일어나는 줄 알았잖아요.”정후가 이 말을 듣고 성질을 부리며: “입 닥쳐, 네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지, 시체가 뭐야? 내가 죽었어?”주씨는 정후가 소리를 지르니 깜짝 놀랐는데 요즘 정후는 화를 심하게 내서 건드리지 못하겠다. 해장국을 가져와서: “일단 해장국 좀 드세요.”정후는 목이 말라서 받아 들고 한 입에 쭉 들이켜더니: “어머니는 오늘 저녁식사 하셨어?”주씨가 입을 삐죽거리며, “누가 알아요? 부인이 거기서 시중을 들고 있는데.”정후가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가려 하자 주씨가 말리며, “당신 뭐하는 거예요? 밤이 늦었는데 가시려 거든 내일 아침에 가세요. 노마님도 주무세요.”정후가 갈지자로 비틀비틀 문을 나가며 욕을 하는데, “뭘 안다고 그래, 중풍에 걸린 사람은 잠에 빠졌는데 밤낮을 가릴 거 같아? 낮에 많이 자면 밤에 깨 있는 거야.”주씨가 씩씩거리며: “전에도 이렇게 효도한 적이 없더니 무슨 꿍꿍인가 몰라, 이제서야 만회할 생각인 거 보니, 당신이 노마님을 열 받게 한 거 아니예요?”정후가 확 뒤를 돌아 흉폭하게: “헛소리하지 마, 죽여버릴 줄 알아.”주씨는 정후가 살인자 같은 얼굴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에서 입이 딱 굳었다.노마님은 확실히 깨 있었다. 조어의가 침을 놔서 경락과 혈맥이 통하면서 상황이 상당히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말을 하시지는 못했다. 정후는 비틀비틀 침대로 오는데 술냄새가 전신에 풀풀 나 노마님에게 훅 끼쳤다.정후가 침대에 앉았다가 노마님이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는 것을 보고 놀라 덜덜 떨며 바닥에 떨어졌다.“어머니, 어머니, 깨어나셨나요?” 정후는 천천히 기어올라 반듯하게 앉아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노마님이 정후를 보고 중풍이 온 이후 말을 할 수 없지만 머리속으로 정후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겨우
안왕의 협박정후가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며, “누가? 무슨 말을?”안왕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상부인(尚夫人)이 정후 나리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보러 오지 않냐고.”정후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에 꿇어앉아 몸을 채로 치는듯 탈탈거렸다.안왕이 오만하고 냉담한 모습으로 정후를 보고, “정후, 사람은 다 이기적인 법이네, 반편생을 골육간의 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관직과 앞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눈 앞에 큰 기회를 두고 정말 포기할 수 있나? 당신이 이렇게 태자비를 감싼다고 당신한테 일이 터지면 태자비가 감싸 줄까 과연?”정후는 땅에 꿇어 앉아 여전히 몸을 떨며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다.“왕야, 어떻게 알게 된 거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후는 스스로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다고 생각했고 상부인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사람이 아닌데 안왕은 어떻게 안 거지?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군. 상부인 뿐 아니라 정후가 벌인 일을 난 다 알고 있어. 이제 정후에게 두가지 선택만 있지, 어제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느냐, 아니면 내가 이 일을 천하에 공개하느냐, 정후가 직접 결정하지.”정후는 무릎걸음으로 나오며 애원하길, “안됩니다, 왕야, 상의한 대로 해요, 왕야 제발 비밀을 지켜주세요.”“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해.” 안왕이 차갑게 말했다.정후는 울상을 지으며, “왕야, 만약 이 일이 발각되면 사형을 면치 못합니다. 왕야 저는 정말 할 수 없어요, 왕야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거 말고 다른 일은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안왕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화조차 내지 않고, “정후 당신에게 안타깝게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능력은 없어, 이 일이 만약 발각될 경우 분명 사형감이지만, 나도 절대 당신이 발각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발각되면 내가 발각되니까. 내 목숨이 아깝지
인생에 대한 태상황의 생각주지스님이 정말 힘을 써 주신 게 현실로 증명됐다. 명원제는 초왕 가족이 잠시 초왕부에 살도록 윤허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초왕의 전에 봉호로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초왕부라고 불러도 예법에 저촉되거나 타당하지 못한 면이 없었다.세 아가의 만 한달 축하연이 어떤 격식으로 거행되어야 하는지 황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태상황이 일률적으로 황제의 적장자의 규례에 따라 거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그동안 태상황은 건곤전에서도 안정 하지를 못하고 종일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며 뭔가 상당히 애타는 듯한 모습이었다.상선이 태상황에게,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술이 고프신 건 아닌지요? 만약 드시고 싶으시면 제가 가서 주재상과 소요공에게 입궁하여 폐하를 모시라 전하겠습니다.”태상황이 뒤를 돌아 상선에게, “부르지 마, 됐어, 걔들은 귀찮아.”“그럼 왜 그러십니까?” 상선이 물었다.태상황이 말없이 여전히 뱅글뱅글 맴을 돌고 자리에 앉아 다바오를 오라고 하더니 개를 훈련시키다가, 상선이 멍하니 한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괜찮으면 초왕부에 좀 보러 가.”“뭘 볼까요?” 상선은 태상황이 증손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짐짓 모르는 척, “초왕부에 볼 게 뭐가 있습니까? 궁에 볼 게 많지요.”태상황이 성질을 내며, “가라면 갈 것이지, 뭘 보든 상관없으니 그냥 가.”상선이 웃으며: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태상황이: “창고에 태자비가 몸보신에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고 가져다 줘라.”상선이: “태상황 폐하, 최근 궁에서 나간 인삼(人參)과 녹용(鹿茸)이 아마도 태자비께서 매일 드셔도 1년동안 다 못 드실 양입니다.”“뭘 안다고 그래? 해산한 여인은 몸조리를 잘 해야 하고 말고? 몸조리를 잘해야 계속 낳을 수 있지.” 태상황이 역정을 냈다.상선이 ‘아!’하더니, “일년 육개월은 아마도 낳지 못하실 겁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시겠지만 세 도련님은 배를 가르고 낳으신 겁니다.”“일년 육개월후에 낳
태자에게 후궁을?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죽기 살기로 싸워서 결국 편안해 지자는 거 아닌가?상선은 초왕부에 와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어르려고 했다.왜냐면 본인은 남녀의 인연이 없는 몸이라 소월각 안에 들어가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원경릉도 일어나 옆에서 같이 있을 수 있었다.만두는 특히 상선을 좋아해서 상선을 보자 헤벌쭉 웃었다.만두는 많이 먹고 통통해서 웃는 모습이 동자승 같은데 상당히 귀엽고 상선이 어르는 맛이 있다.“궁 안에 사시면 딱 좋을 텐데요.” 상선이 아쉬운 듯 만두를 내려놓고 경단이와 찰떡이를 안으며, “궁 안에 사셔야 합니다, 밖에 계시니 한 달에 한 번 뵙기도 어렵고 태상황 폐하께서는 아가들이 보고 싶으신데 태자비께서 아직 나오지 못하는 개월수라 궁 안을 안고 걷지도 못하고, 폐하 본인도 밖에 나오시기 어려운지라 아주 많이 그리워하세요.”원경릉이 웃으며: “만약 태상황 폐하께서 데리고 계신 것이 좋으시면 만 한달이 차거든 데려다 주시고 2년간 데리고 있다가 돌려주셔도 됩니다.”상선이 보물을 다루듯 경단이를 가슴에 안고 살살 흔들며, “정말이십니까? 만약 정말 이시면 폐하깨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실 겁니다.” 원경릉이: “저도 한적하니 좋지요.”상선이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에게: “맞아요, 몸조리를 잘 하셔야지요, 오늘 태상황께서 또 그러셨습니다, 앞으로 만약 태자 전하께서 딸을 원하시면 후궁에게 낳도록 하고 마마를 고생시킬 수는 없다고. 태상황 폐하는 참으로 마마를 제 몸처럼 아끼세요.”원경릉이 놀라며, “뭐요? 어느 후궁에게서 낳게 한다는 겁니까?”“아직 후궁도 없지 않습니까?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고르시지요.” 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정신이 안 돌아온 상태로 희상궁이 한손으로 경단이를 빼앗으며 화가 나서: “후궁이 왠말입니까? 왕비마마께서 아직 산후 조리도 마치지 않으셨는데 고작 태자 생각한다는 게 전하께 후궁을 맞이하시게 하는 겁니까?”상선이: “빠르던 늦던 언젠가는 있을 일이 아닙니까? 전에 친
태자 책봉 전희상궁이 화가 나서: “어서 가기나 해,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해야지, 사람 마음 다치게 하는 거 안보여?”상선이 희상궁의 격한 반응을 보고 태자비 원경릉의 불쾌한 낯빛을 떠올리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상선이 돌아가서 태상황에게, “폐하께서 분부하신 말씀을 소인이 했더니 태자비는 불쾌해 하시고, 희상궁도 바로 저를 쫓아내던 데요, 일이 쉽지 않겠습니다!”태상황이: “무슨 말?”“말씀하셨던 후궁일 말입니다.”태상황이 놀라며, “후궁? 뜬금없이 왠 후궁?”상선이: “아직 맞지 않아서 그렇지 맞으면 후궁의 딸도 있는 거지요.”태상황이 담담하게: “네가 이런 몹쓸 놈이라고 욕 먹었다고 했지? 아직 후궁조차 없는데 네가 먼저 말을 꺼낸 데다가 배를 갈라 아이 셋을 나은 게 가슴 아프다고 했지? 어쩌자고 이럴 때 가서 태자비에게 후궁이 어쩌고 산통이 어쩌고 지껄였어? 과인이 보니 넌 나이가 들수록 잔인해 져. 독하다 독해.”상선이 말문이 막혀서, “소인이 뭐가 잔인한데요? 이건 오늘 폐하께서 분부하신 일이 아니십니까?”“시끄러워, 과인은 성정이 착해서 이런 일 안 해, 과인이 살아 있을 동안은 후궁 어쩌고는 없는 일이니, 과인이 죽은 후에 알아서 들 하든가!”태상황은 ‘인생 뭘까’하는 눈빛인 상선에게: “아가들은 어땠어?”상선이 얼른 답하길: “좋아요, 소인이 안으니 바로 웃는데 웃는 모습이 제가 그냥 샘물처럼 녹아버리겠더라구요.”“하루에 젖은 몇 번 먹는데? 끙아는 몇 번 하고? 쉬는? 잠은 얼마나 자? 찰떡이는 황달 없어졌어?”태상황이 줄줄이 질문을 해대는데 상선이 눈만 뻐끔뻐끔 뜨고 아무 말도 못하는게 후궁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이런 얘기를 묻기도 전에 희상궁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다.태상황은 상선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진짜 갈수록 쓸모가 없다니까 태자에게 후궁이 필요한 게 너와 무슨 상관인가?”말을 마치고 유유히 다바오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했다.상선이 따라 나가 복도 앞에 앉아 태상황이 다바
태후를 조르는 현비진심이든 거짓이든 후궁 마마들은 태후 앞에 문안하며 모두 세 쌍둥이의 복을 비는 말을 하곤 했다.태후도 기분이 좋은데 유일하게 불만인 것이 태자가 동궁에 살지 않는 것으로 태후가 아무 때나 세 쌍둥이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하지만 주지 스님이 세 쌍둥이가 부처님 오신 날 태어나서 태어난 곳에서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고 하니 주지 스님의 말 대로 했다. 어쨌든 그 방면에선 주지 스님이 전문가니 말이다.이날 현비는 또 태후를 찾아왔다.태후도 요즘 현비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필 자기 조카에 소씨 집안 사람이라 또 귀찮게 해도 형식적으로 대강대강 받아주는 수밖에 없다.사실 황제가 현비의 책봉을 이래저래 늦추는 게 태후가 생각해도 이상하다.하지만 태후는 이 사실을 묻지 않고 늘 자식의 뜻을 따랐듯이 아들이 그렇다면 그러려니 했다.현비는 여전히 질질 짰지만 오늘 한층 더 조급증이 나는지 아니면 그날 호비에게 따귀를 맞았는데 황제가 결국 호비에게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의 지위와 신분이 매우 위험하다고 느꼈나 보다.현비가 훌쩍 거리며: “고모, 폐하께서 조카를 말려 죽이시려고 해요. 바깥사람들이 전부 제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바람에 아들은 태자로 책봉되었는데 어미의 품계는 오르지 못한다고 추측한다고요. 마마께서 조카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으시면 조카는 사람들을 볼 낯이 없어요.”태후는 위로할 수 있는 말은 다했는데 현비가 이렇게 집착하며 나날이 강도가 더하는 게 방법이 없어: “네 품계를 높이지 않는 것은 폐하가 틀림없이 생각이 있어서니 네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다. 미움만 커지게 할 뿐이니 돌아가거라, 나도 널 도울 수가 없구나.”현비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여전히 달갑지 않다는 얼굴로, “북당 왕조가 시작된 이래 아들이 태자에 오르면 어미의 품계가 오르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조상께서 정해 놓은 규칙임을 태후마마도 아시는데 폐하께서 어찌 조상의 규칙을
진실을 알게 된 태후태후가 본론으로 들어가며: “이제 황태자가 정해졌으니 이 어미도 한시름 덜었구나, 그런데 아들 덕에 어미가 귀해진다고 하지 않더냐, 우리 북당은 예로부터 자식덕에 비빈의 품계를 올려주는 규례가 있는데 태자를 세웠는데도 현비의 품계를 올려주지 않으니 바깥 사람들이 네가 아직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예단해도 어쩔 수 없구나.”명원제가 미소를 지으며, “어마마마 안심하세요, 짐에게 이미 생각이 있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태후가 명원제에게, “어미에게 얘기해 다오, 현비가 출산을 방해했던 일 때문이 아니냐?”명원제의 눈이 다시 한번 병풍을 흘끔 보더니: “태자비가 해산하기 전후 및 해산할 때 현비가 ‘어미를 버리고 아이를 남기라’고 했는데 다행히 태자비의 명이 길어 살아서 버텨내고 다섯째를 태자에 옹립 시켰지요. 짐도 당연히 조상의 규칙을 알고 태자의 어미도 함께 책봉하고자 했으나 짐이 연속으로 삼일간 황실의 종묘에서 성배를 잃어버린 것이 열조께서 전부 현비의 책봉에 동의하지 않아서 인가 싶습니다.”태후가 놀라서, “세상에 그랬단 말이냐?”명원제가: “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현비는 이런 걸 따질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어미를 버리고 아이를 살리라는 건 현비의 주장이었으니, 지금 아들은 귀한 몸이 되고 어미는 평범한 신분인 것도 바로 그 이치가 아니겠습니까.”태후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치 따위 따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어미를 버리고 아이를 남기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냐?” 태후가 그날 해산할 때 현비가 소동을 일으킨 것을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몰랐다.명원제가 약간 의외라는 듯, “어마마마, 그 일은 궁 안에 소문이 자자한테 모르셨습니까?”명원제는 태후가 이미 알고 있는 줄 안 게 어쨌든 이미 비밀도 아니고 태후가 벌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예전처럼 고모 조카 정에 끌려서 그러는구나 생각했었다.“무슨 소문인데? 그런데 왜 나는 몰랐지?” 태후가 점점 어안이 벙벙해 졌다.호상궁이 당황해서 태후를 쳐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