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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36화

일을 만드는 정후

정후가 마차에서 내려 혼자 동대로를 걸어가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흥청거리는 모습에 정후는 더욱 적막하고 절망적이 되었다.

정후는 작은 술집을 혼자 찾아 들어가 술 한 병을 시키고 자작하며 고금의 시인묵객처럼 가슴에 넘쳐 나는 슬픔을 시로 달래려 하나 문학에 소홀한지 오래 되었고, 그동안 명예와 이득을 위해 꼬리치며 권세 빌붙어 관직을 할 생각만 했지 문학이고 나발이고 할 엄두나 내봤나?

마음은 답답해져만 가고 꿀꺽꿀꺽 반 병이나 마셨더니 술기운이 올라 머리가 어지럽고 눈 앞이 흐릿하다.

“어, 이거 원시랑(元侍郎)이 아닌가?” 갑자기 어디선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니 청색 비단 도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시종을 데리고 걸어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뜻밖에 이부의 오시랑(吳侍郎)이다.

정후는 순간 머리가 텅 비고 황당했다. 왜냐면 이 오시랑 부인과 전에 밀애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시랑은 올해 53세로 원래 부인은 그가 승진할 즈음 질투를 이유로 소박을 놓고 다시 지금의 부인과 결혼했는데 그 뒤로 계속 첩을 맞이해 지금 첩만 3명이고 첩지를 받지 못한 사람도 일고 여덟은 된다고 한다.

첫 고과 평가할 때 잘못을 저지른 게 있어 시랑으로 승진하고 싶어서 뒷문으로 쪼르르 간 뒤로 계속 고과를 통과하지 못한 게 걱정돼서 오시랑에게 청탁하면서 선물도 적지 않게 보냈지만 오시랑의 탐심이 만족을 못했는지 은자 삼천 냥을 더 가져오라고 했다. 갑자기 마련할 방법이 없어 뇌물을 못 줘서 오시랑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원래 그 해에 통과를 못하는 거였는데 다행히 뒤에 외삼촌이 나서 줘서 겨우 일이 해결되었다.

오시랑이 지나간 뒤 조롱하며: “아차 잊을 뻔 했군, 지금은 원시랑이 아니지, 나리라고 불러야 하는데 말이야, 병을 이유로 관직을 사직했다고, 병은 좀 좋아졌나?”

정후는 이 사람에게 습관적으로 아부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비굴하게 굴어, 말에 멸시와 조롱이 감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웃는 얼굴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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