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와 호비, 정후와 태자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여자들 중에 당신처럼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사람 정말 몇 없어요.”기왕비가 아무렇지도 않게:”다 궁지에 몰리며 살아와서 그래요, 부부서가 서로 사랑하며 알콩달콩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억지로 강요할 순 없죠. 인생을 반을 보냈는데 안 누려본 게 있겠어요? 지금은 그저 아이를 위한 것만 생각해요. 그 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해주고 싶고, 딸이 좋다고 하면 안심이 돼요.”이미 엄마가 된 원경릉은 이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맞다.” 기왕비가 갑자기 어떤 일이 생각나서 원경릉에게: “알아요? 현비마마께서 궁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신 거. 상당히 심하게 난리를 쳤다고.”“무슨 난리를 쳐요?” 원경릉이 현비 얘기를 하니 산실에서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나 섬뜩했다.기왕비가: “어디서 소란을 피워요? 그럴 자격이나 있어요, 지금 다섯째가 태자이니 정상적이라면 현비는 황귀비여야 하는데 아바마마께서 책봉을 늦추시는 게 기분 나쁘다고 차마 황제 폐하 앞에서는 못하고 태후 앞에서 울고불고 어제 태후도 더이상 못 참겠는지 현비를 질책하자 순간 열 받은 현비가 태후를 들이 받았는데, 마침 호비가 태후에게 문안하러 왔다가 태후가 기가 막혀서 뒷목 잡는 걸 보고 현비에게 몇 마디 했는데, 현비가 호비의 따귀를 때렸지 뭐예요. 그런데 그게 호비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따귀를 되갚아 주니 현비가 바닥에 쓰러지고 이빨까지 하나 빠져서 지금 말이 샌 데요.”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할말을 잃고, “결국 어떻게 수습됐어요?”기왕비가 웃으며, “수습이 될 리가 있나요? 현비는 강한 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한 사람이니 막 입궁했다고 얕봤다가 호비가 세게 나오니까 현비도 어쩌질 못하고 그저 태후 앞에서 울면서 하소연하는 걸로 그냥 끝이죠 뭐.”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후궁의 마마님들이 각자 속내가 있다고는 해도 최근까지
일을 만드는 정후정후가 마차에서 내려 혼자 동대로를 걸어가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흥청거리는 모습에 정후는 더욱 적막하고 절망적이 되었다.정후는 작은 술집을 혼자 찾아 들어가 술 한 병을 시키고 자작하며 고금의 시인묵객처럼 가슴에 넘쳐 나는 슬픔을 시로 달래려 하나 문학에 소홀한지 오래 되었고, 그동안 명예와 이득을 위해 꼬리치며 권세 빌붙어 관직을 할 생각만 했지 문학이고 나발이고 할 엄두나 내봤나?마음은 답답해져만 가고 꿀꺽꿀꺽 반 병이나 마셨더니 술기운이 올라 머리가 어지럽고 눈 앞이 흐릿하다.“어, 이거 원시랑(元侍郎)이 아닌가?” 갑자기 어디선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니 청색 비단 도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시종을 데리고 걸어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뜻밖에 이부의 오시랑(吳侍郎)이다. 정후는 순간 머리가 텅 비고 황당했다. 왜냐면 이 오시랑 부인과 전에 밀애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오시랑은 올해 53세로 원래 부인은 그가 승진할 즈음 질투를 이유로 소박을 놓고 다시 지금의 부인과 결혼했는데 그 뒤로 계속 첩을 맞이해 지금 첩만 3명이고 첩지를 받지 못한 사람도 일고 여덟은 된다고 한다.첫 고과 평가할 때 잘못을 저지른 게 있어 시랑으로 승진하고 싶어서 뒷문으로 쪼르르 간 뒤로 계속 고과를 통과하지 못한 게 걱정돼서 오시랑에게 청탁하면서 선물도 적지 않게 보냈지만 오시랑의 탐심이 만족을 못했는지 은자 삼천 냥을 더 가져오라고 했다. 갑자기 마련할 방법이 없어 뇌물을 못 줘서 오시랑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원래 그 해에 통과를 못하는 거였는데 다행히 뒤에 외삼촌이 나서 줘서 겨우 일이 해결되었다.오시랑이 지나간 뒤 조롱하며: “아차 잊을 뻔 했군, 지금은 원시랑이 아니지, 나리라고 불러야 하는데 말이야, 병을 이유로 관직을 사직했다고, 병은 좀 좋아졌나?”정후는 이 사람에게 습관적으로 아부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비굴하게 굴어, 말에 멸시와 조롱이 감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웃는 얼굴로: “오
정후의 꿈정후가 아첨하는 미소를 짓는데 이 미소는 습관성이라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만다.웃고 나니 비로소 고지 일을 안왕이 계획한 것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술집 점원이 술잔을 가져와서 탁자에 두자 정후가 바로 공손하게 일어나 술을 따르며, “왕야, 한잔 하시지요.”안왕은 정후의 비굴한 태도를 보고 만족스러운지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하더니, “이 술은 별로군요, 만약 싫은 게 아니면 안왕부에서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싫다니요, 사양하지 않고 당연히 가지요!” 정후가 과분한 대우에 기뻐하면서도 한편 불안한 마음으로 바로 대답했다.안왕이 일어나 의미심장하게: “가시지요!”정후가 예를 취하며, “왕야 그럼.”안왕부에 와서 안왕이 좋은 술을 올리라고 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후는 7~80% 취했다.정후는 주량이 상당히 좋은데 몇년간 접대를 많이 하다 보니 주량도 당연히 늘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근심이 있고, 상당히 센 술이라 버티질 못하겠다.정후가 거진 취한 것을 보고 안왕이 술잔을 내려놓고 정후를 보며, “올해 고작 마흔을 좀 넘기지 않았습니까? 한창 일할 나이라 조정을 위해 힘을 다해야 마땅한 시기에 어째서 은퇴하여 관직을 물러나신 겁니까?”정후는 술이 거나한 상태로 이 얘기를 듣고 안왕의 의미심장한 얼굴을 보니, 이 일은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울분이 치밀며 무릎을 꿇고, “왕야, 만약 저를 도우실 수 있으면 왕야를 위해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습니다.”안왕이 꼿꼿하게 앉더니 입에 엷은 미소를 띠고 눈을 빛내며 정후를 천천히 부축해 일으키며, “이럴 필요 없습니다. 만약 정말 다시 관직에 복귀하고 싶으시면 마침 적합한 기회가 하나 있습니다.”정후가 안왕부를 떠날 때 발걸음이 갈지자로 흔들리고 머리도 상당히 어지러웠다.안왕이 사람을 시켜 정후를 배웅한 뒤 정후는 마차에 올라 잠이 들었고 정후부에 도착해서야 부축을 받고 첩 주씨 방으로 들
정후와 노마님의 눈물주씨는 정후가 갑자기 눈을 뜨는 걸 보고 놀라서 얼른 뒤로 물러나 바로 퉁명스럽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시체가 일어나는 줄 알았잖아요.”정후가 이 말을 듣고 성질을 부리며: “입 닥쳐, 네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지, 시체가 뭐야? 내가 죽었어?”주씨는 정후가 소리를 지르니 깜짝 놀랐는데 요즘 정후는 화를 심하게 내서 건드리지 못하겠다. 해장국을 가져와서: “일단 해장국 좀 드세요.”정후는 목이 말라서 받아 들고 한 입에 쭉 들이켜더니: “어머니는 오늘 저녁식사 하셨어?”주씨가 입을 삐죽거리며, “누가 알아요? 부인이 거기서 시중을 들고 있는데.”정후가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가려 하자 주씨가 말리며, “당신 뭐하는 거예요? 밤이 늦었는데 가시려 거든 내일 아침에 가세요. 노마님도 주무세요.”정후가 갈지자로 비틀비틀 문을 나가며 욕을 하는데, “뭘 안다고 그래, 중풍에 걸린 사람은 잠에 빠졌는데 밤낮을 가릴 거 같아? 낮에 많이 자면 밤에 깨 있는 거야.”주씨가 씩씩거리며: “전에도 이렇게 효도한 적이 없더니 무슨 꿍꿍인가 몰라, 이제서야 만회할 생각인 거 보니, 당신이 노마님을 열 받게 한 거 아니예요?”정후가 확 뒤를 돌아 흉폭하게: “헛소리하지 마, 죽여버릴 줄 알아.”주씨는 정후가 살인자 같은 얼굴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에서 입이 딱 굳었다.노마님은 확실히 깨 있었다. 조어의가 침을 놔서 경락과 혈맥이 통하면서 상황이 상당히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말을 하시지는 못했다. 정후는 비틀비틀 침대로 오는데 술냄새가 전신에 풀풀 나 노마님에게 훅 끼쳤다.정후가 침대에 앉았다가 노마님이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는 것을 보고 놀라 덜덜 떨며 바닥에 떨어졌다.“어머니, 어머니, 깨어나셨나요?” 정후는 천천히 기어올라 반듯하게 앉아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노마님이 정후를 보고 중풍이 온 이후 말을 할 수 없지만 머리속으로 정후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겨우
안왕의 협박정후가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며, “누가? 무슨 말을?”안왕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상부인(尚夫人)이 정후 나리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보러 오지 않냐고.”정후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에 꿇어앉아 몸을 채로 치는듯 탈탈거렸다.안왕이 오만하고 냉담한 모습으로 정후를 보고, “정후, 사람은 다 이기적인 법이네, 반편생을 골육간의 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관직과 앞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눈 앞에 큰 기회를 두고 정말 포기할 수 있나? 당신이 이렇게 태자비를 감싼다고 당신한테 일이 터지면 태자비가 감싸 줄까 과연?”정후는 땅에 꿇어 앉아 여전히 몸을 떨며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다.“왕야, 어떻게 알게 된 거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후는 스스로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다고 생각했고 상부인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사람이 아닌데 안왕은 어떻게 안 거지?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군. 상부인 뿐 아니라 정후가 벌인 일을 난 다 알고 있어. 이제 정후에게 두가지 선택만 있지, 어제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느냐, 아니면 내가 이 일을 천하에 공개하느냐, 정후가 직접 결정하지.”정후는 무릎걸음으로 나오며 애원하길, “안됩니다, 왕야, 상의한 대로 해요, 왕야 제발 비밀을 지켜주세요.”“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해.” 안왕이 차갑게 말했다.정후는 울상을 지으며, “왕야, 만약 이 일이 발각되면 사형을 면치 못합니다. 왕야 저는 정말 할 수 없어요, 왕야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거 말고 다른 일은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안왕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화조차 내지 않고, “정후 당신에게 안타깝게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능력은 없어, 이 일이 만약 발각될 경우 분명 사형감이지만, 나도 절대 당신이 발각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발각되면 내가 발각되니까. 내 목숨이 아깝지
인생에 대한 태상황의 생각주지스님이 정말 힘을 써 주신 게 현실로 증명됐다. 명원제는 초왕 가족이 잠시 초왕부에 살도록 윤허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초왕의 전에 봉호로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초왕부라고 불러도 예법에 저촉되거나 타당하지 못한 면이 없었다.세 아가의 만 한달 축하연이 어떤 격식으로 거행되어야 하는지 황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태상황이 일률적으로 황제의 적장자의 규례에 따라 거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그동안 태상황은 건곤전에서도 안정 하지를 못하고 종일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며 뭔가 상당히 애타는 듯한 모습이었다.상선이 태상황에게,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술이 고프신 건 아닌지요? 만약 드시고 싶으시면 제가 가서 주재상과 소요공에게 입궁하여 폐하를 모시라 전하겠습니다.”태상황이 뒤를 돌아 상선에게, “부르지 마, 됐어, 걔들은 귀찮아.”“그럼 왜 그러십니까?” 상선이 물었다.태상황이 말없이 여전히 뱅글뱅글 맴을 돌고 자리에 앉아 다바오를 오라고 하더니 개를 훈련시키다가, 상선이 멍하니 한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괜찮으면 초왕부에 좀 보러 가.”“뭘 볼까요?” 상선은 태상황이 증손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짐짓 모르는 척, “초왕부에 볼 게 뭐가 있습니까? 궁에 볼 게 많지요.”태상황이 성질을 내며, “가라면 갈 것이지, 뭘 보든 상관없으니 그냥 가.”상선이 웃으며: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태상황이: “창고에 태자비가 몸보신에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고 가져다 줘라.”상선이: “태상황 폐하, 최근 궁에서 나간 인삼(人參)과 녹용(鹿茸)이 아마도 태자비께서 매일 드셔도 1년동안 다 못 드실 양입니다.”“뭘 안다고 그래? 해산한 여인은 몸조리를 잘 해야 하고 말고? 몸조리를 잘해야 계속 낳을 수 있지.” 태상황이 역정을 냈다.상선이 ‘아!’하더니, “일년 육개월은 아마도 낳지 못하실 겁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시겠지만 세 도련님은 배를 가르고 낳으신 겁니다.”“일년 육개월후에 낳
태자에게 후궁을?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죽기 살기로 싸워서 결국 편안해 지자는 거 아닌가?상선은 초왕부에 와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어르려고 했다.왜냐면 본인은 남녀의 인연이 없는 몸이라 소월각 안에 들어가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원경릉도 일어나 옆에서 같이 있을 수 있었다.만두는 특히 상선을 좋아해서 상선을 보자 헤벌쭉 웃었다.만두는 많이 먹고 통통해서 웃는 모습이 동자승 같은데 상당히 귀엽고 상선이 어르는 맛이 있다.“궁 안에 사시면 딱 좋을 텐데요.” 상선이 아쉬운 듯 만두를 내려놓고 경단이와 찰떡이를 안으며, “궁 안에 사셔야 합니다, 밖에 계시니 한 달에 한 번 뵙기도 어렵고 태상황 폐하께서는 아가들이 보고 싶으신데 태자비께서 아직 나오지 못하는 개월수라 궁 안을 안고 걷지도 못하고, 폐하 본인도 밖에 나오시기 어려운지라 아주 많이 그리워하세요.”원경릉이 웃으며: “만약 태상황 폐하께서 데리고 계신 것이 좋으시면 만 한달이 차거든 데려다 주시고 2년간 데리고 있다가 돌려주셔도 됩니다.”상선이 보물을 다루듯 경단이를 가슴에 안고 살살 흔들며, “정말이십니까? 만약 정말 이시면 폐하깨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실 겁니다.” 원경릉이: “저도 한적하니 좋지요.”상선이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에게: “맞아요, 몸조리를 잘 하셔야지요, 오늘 태상황께서 또 그러셨습니다, 앞으로 만약 태자 전하께서 딸을 원하시면 후궁에게 낳도록 하고 마마를 고생시킬 수는 없다고. 태상황 폐하는 참으로 마마를 제 몸처럼 아끼세요.”원경릉이 놀라며, “뭐요? 어느 후궁에게서 낳게 한다는 겁니까?”“아직 후궁도 없지 않습니까?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고르시지요.” 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정신이 안 돌아온 상태로 희상궁이 한손으로 경단이를 빼앗으며 화가 나서: “후궁이 왠말입니까? 왕비마마께서 아직 산후 조리도 마치지 않으셨는데 고작 태자 생각한다는 게 전하께 후궁을 맞이하시게 하는 겁니까?”상선이: “빠르던 늦던 언젠가는 있을 일이 아닙니까? 전에 친
태자 책봉 전희상궁이 화가 나서: “어서 가기나 해,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해야지, 사람 마음 다치게 하는 거 안보여?”상선이 희상궁의 격한 반응을 보고 태자비 원경릉의 불쾌한 낯빛을 떠올리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상선이 돌아가서 태상황에게, “폐하께서 분부하신 말씀을 소인이 했더니 태자비는 불쾌해 하시고, 희상궁도 바로 저를 쫓아내던 데요, 일이 쉽지 않겠습니다!”태상황이: “무슨 말?”“말씀하셨던 후궁일 말입니다.”태상황이 놀라며, “후궁? 뜬금없이 왠 후궁?”상선이: “아직 맞지 않아서 그렇지 맞으면 후궁의 딸도 있는 거지요.”태상황이 담담하게: “네가 이런 몹쓸 놈이라고 욕 먹었다고 했지? 아직 후궁조차 없는데 네가 먼저 말을 꺼낸 데다가 배를 갈라 아이 셋을 나은 게 가슴 아프다고 했지? 어쩌자고 이럴 때 가서 태자비에게 후궁이 어쩌고 산통이 어쩌고 지껄였어? 과인이 보니 넌 나이가 들수록 잔인해 져. 독하다 독해.”상선이 말문이 막혀서, “소인이 뭐가 잔인한데요? 이건 오늘 폐하께서 분부하신 일이 아니십니까?”“시끄러워, 과인은 성정이 착해서 이런 일 안 해, 과인이 살아 있을 동안은 후궁 어쩌고는 없는 일이니, 과인이 죽은 후에 알아서 들 하든가!”태상황은 ‘인생 뭘까’하는 눈빛인 상선에게: “아가들은 어땠어?”상선이 얼른 답하길: “좋아요, 소인이 안으니 바로 웃는데 웃는 모습이 제가 그냥 샘물처럼 녹아버리겠더라구요.”“하루에 젖은 몇 번 먹는데? 끙아는 몇 번 하고? 쉬는? 잠은 얼마나 자? 찰떡이는 황달 없어졌어?”태상황이 줄줄이 질문을 해대는데 상선이 눈만 뻐끔뻐끔 뜨고 아무 말도 못하는게 후궁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이런 얘기를 묻기도 전에 희상궁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다.태상황은 상선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진짜 갈수록 쓸모가 없다니까 태자에게 후궁이 필요한 게 너와 무슨 상관인가?”말을 마치고 유유히 다바오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했다.상선이 따라 나가 복도 앞에 앉아 태상황이 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