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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4화

“남자들은 이게 문제라니까? 그러니까 아랫도리 간수를 잘했어야지.” 고지는 분노했다.

정후는 당장이라도 고지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그녀의 모습이 너무 흉측해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은표 한 장을 꺼내 고지의 손에 쥐어두고는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

“빨리 나가! 그리고 다시는 본후의 딸을 찾아오지 말거라. 이 은표면 네가 도성을 떠나 어디든 가서 살기에 충분할 거야. 그리고 본후와 있었던 일은 죽을 때까지 입 밖으로 꺼낼 생각 하지 마!”

“그러죠!”

고지는 은표를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꿈쩍도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원경릉이 별채 문을 열어젖혔고, 그 뒤에 사식이가 즉시 문을 닫았다.

정후는 화가 잔뜩 난 원경릉을 보자 놀라서 덜덜 떨었다.

“태자비, 아직 산달인데, 바람을 쐬면 어쩝니까……”정후는 애써 태연한 척 원경릉을 걱정했다.

하지만 원경릉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았다.

“너…… 괜찮아? 누가 태자비를 화나게 한 것이냐?” 정후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말했다.

“잡소리 집어치우고,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지나 알아봐요.” 원경릉은 분노를 삭이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했다.

“뭘 해결해?”정후는 끝까지 발뺌했다.

“저 여자 뱃속에 당신 새끼.”원경릉은 손가락으로 고지의 배를 가리켰다.

“이 여자가 누군데? 난 이 여자를 몰라!”

고지는 정후의 말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뭘 웃어? 빨리 안 꺼져? 어디 거지 같은 게 들어와서는 간도 크지!”정후가 소리를 질렀다.

“부친, 아직도 저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까? 제가 직접 소개라도 해드려야 아시겠어요?”

“……”

“저 여자 이름은 고지, 위왕의 애첩이었죠. 그녀가 위왕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 태후께서도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가 위왕을 하나도 닮지 않고 부친을 닮았다면, 일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참 재밌죠?”

정후는 원경릉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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