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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6화

정후는 자신이 실언은 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막으며 “말이 헛나왔구나.”라고 했다.

“양심이 있으면 지금까지 벌인 나쁜 짓들을 털어놓으세요.” 원경릉이 차갑게 말했다.

정후는 원경릉을 보며 인상을 팍 썼다.

“네가 지금 태자비라고 나한테 이러는 모양인데, 넌 태자비이기 전에 내 딸이고, 난 네 아버지다! 그리고 내가 한 일은 모두 정후부를 위한 것인데 왜 나만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거야? 애당초 너도 태자에게 시집가려고 판을 짰으면서, 넌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아버지한테 훈수 질이냐?”

원경릉은 상처가 저릿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정후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멍청하면서도 악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태상황이 하사한 어장(禦杖)이 떠올랐다.

그녀는 소매 주머니에서 어장을 꺼냈다.

“솔직하게 털어놓든지 아님…… 아시지요?” 원경릉이 어장으로 탁자를 툭툭 쳤다.

“원경릉, 너 미쳤어? 이제 패륜을 저지르겠다는 거야?” 정후가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쳤다.

원경릉은 귀가 간지럽다는 듯 어장으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상부인에 대해 말해봐요. 그 사람하고 부친이랑 무슨 관계죠?”

정후는 원경릉의 무서운 눈빛에 입술을 깨물며 어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상부인은 죽은 순의장군(順義將軍)의 부인이다.”

순의장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인데……

‘설마…… 아니겠자.’

하지만 정후가 아무리 쓰레기 같다고 해도, 죽은 남편이 있는 여인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부인의 일은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말해서는 안 돼. 상부인이 패방을 내가 무너뜨렸다…… 이걸 다른 사람이 안다면 난 죽은 목숨이야!”

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호흡곤란으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정후가 말한 패방은 정결패방이다.

정결패방은 남편이 죽고도 재혼을 하지 않거나 남편을 따라 죽었을 경우에 관청에서 하사하는 패방이다.

원경릉은 현시대가 여성에게 불공평한 시대이기에 이를 욕할 수는 없었다.

역사에 따르면 패방을 하사 받고 순결을 지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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