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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5화

“애가 떨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죠. 낳자마자 목을 졸라 죽이는 수밖에.”고지는 담담하게 원경릉에게 말했다.

“그래, 목 졸라 죽이면 아무도 모를 거야.” 정후도 맞장구를 쳤다.

정후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정후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 위에 담긴 물 잔을 들어 정후의 얼굴에 뿌렸다.

“어떻게 남자로서 책임감이 눈곱만큼도 없습니까? 조부께서 부친께 후작 지위를 물려주신 걸 감사하며 열심히 노력도 안 하고, 딸들을 팔아가며 기생충처럼 살다가 이제는 딸들 다 팔고, 남은 건 몸뚱이 하나뿐이라 몸도 파신 겁니까? 벌린 일에 책임을 져야지, 애를 죽여요? 지금 그게 사람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

정후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원경릉이 너무 사납게 몰아세우니 그녀의 화가 풀릴 때까지만 비위를 맞춰주자는 심산이었다.

고지는 정후가 원경릉에게 찍소리도 못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원경릉은 고지의 섬뜩한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웃음이 나와? 솔직히 말해서 그 아이가 부친의 아이라는 것도 확실하지 않잖아. 설사 부친의 아이가 맞다고 해도 아이가 혼자서 가질 수 있는 거야? 모두 남자 탓이고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정화군주가 말하길 너는 명월암에 온 뒤로 계속 그 아이를 없애려고 했다면서! 사람이 어쩜 그렇게 잔인해! 백방으로 애를 가지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용가치가 없어지니까 바로 버려?”

“초왕비, 고귀한 척 우쭐대는 것은 여전하시군요. 그래요, 내가 위왕을 꼬셔서 위왕비를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걸 초왕비가 뭐라고 하면 안 되죠. 초왕이랑 어떻게 혼인하게 됐는지 하늘을 우러러 초왕비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습니까? 초왕비의 수작에 넘어간 초왕은 결국 초왕비를 사랑하게 됐고, 위왕은 그렇지 못했다는 걸 제외하면 우리 둘이 다를 게 뭐 있죠?”

“난 사람을 해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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