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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3041 챕터

제 711화

탕양과 서일은 명월암 밖으로 나와 도둑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서일은 바닥에 찍힌 발자국부터 시작해서 도망갔을 경로까지 자세하게 둘러보았다.“도둑놈 말입니다. 암자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입니다. 제가 반드시 그놈을 잡아서 경조부로 끌고 가겠습니다.”서일이 말했다.“일단 찾고 나서 그 후의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 탕양이 말했다.“탕어른, 그런데 저 노부인께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탕어른께서도 깍듯하게 대하시는 걸 보니 궁금해졌습니다.”“어른을 공경하는 건 기본 아니야?”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아 그렇긴 합니다만……”서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탕양을 보고 말했다.“탕어른 저는 도대체 명월암에서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왕비께서 불교를 믿기 시작하신 겁니까?”“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탕양도 처음에는 서일처럼 왕비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암자에 와서 노부인의 목숨을 구하는 것을 보고 탕양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아마 도둑은 태상황의 명을 받고 배치된 것이고 왕비가 도착하기 직전에 사건을 벌임으로 개연성을 더했다. 탕양은 빙그레 웃으며 왕비가 이 일을 알면 태상황을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늙은 여우라고 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태상황이 노부인이 암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이 일을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사람을 시켜 호씨 집안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탕양은 원경릉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모든 사실을 간파했다.‘태상황이 바로 초왕비에게 노부인을 구하게끔 판을 짠 것이다.’*원경릉은 방금 만난 노부인이 진북후(鎮北侯)와 관련이 있거나, 어쩌면 진북후의 모친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희상궁에게 묻자 희상궁이 고개를 저으며 “진북후의 모친을 만나뵐 기회가 없어 저분인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노부인의 성씨가 심씨라고 했는데……” 사식이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조모께서 말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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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2화

희상궁은 원경릉의 명령을 받고 약을 보내러 갔다.잠시 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노부인이 희상궁이 온 것을 보고 상궁을 시켜 마중을 하라고 했다.희상궁은 웃으며 “노부인 계십시오. 지금 몸이 어떠십니까? 저희 부인께서 약을 보내드리라고 해서 왔습니다. 이 약을 입에 넣고 녹여드시고, 증상이 있을 때마다 드십시오. 그러시면 발작하는 일이 없으실 겁니다.”라고 말했다.노부인은 희상궁을 보고 상궁이지만 기품이 흐르는 것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상궁, 노인이 감히 묻겠습니다만, 댁네 부인께서 혹시 초왕비입니까?”희상궁은 놀라서 “그……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밖에 노신들이 말하건대 댁네 부인을 왕비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의술이 뛰어나고 임신을 한 왕비는 초왕비뿐이라서요.”그 말을 듣고 희상궁이 씩 웃으며 “노부인 저희 집안의 부인이 누구든 상관하지 마세요.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이니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했다.*명월암에서 원경릉은 잠시 쉬다가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이름도 남기지 않고 공양만 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식이와 원용의는 왕비가 왜 명월암에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왕비가 부처님을 섬기러 온 건가?’그 둘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원경릉은 그 둘을 보며 웃었다.“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내 목적은 바로 노부인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었어.”“예? 노부인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요? 설마…… 태상황님? 태상황님이 신도 아니고 노부인에게 병이 생길 줄 어떻게 알고요?” 사식이가 놀랐다.원용의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노부인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아마 노부인께서는 진북후의 모친일 것이야.” 원경릉이 말했다.“듣자하니 진북후가 소문난 효자라고 하더라고요. 만약 노부인이 이 일의 은혜를 갚겠다고 나선다면 왕비를 도와줄 수 있겠네요!”원용의가 말했다. “태상황님은 정말 잔머리가 좋으시네요!” 사식이가 기뻐했다.“잔머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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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3화

“왜인지 모르게 요즘 걸핏하면 졸리고 피곤해. 오늘은 마차에서 꾸벅꾸벅 졸았다니까?” 원경릉은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그럼 이제부터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쉬어.” 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했다.“이제 별일 아니면 밖에 안 나가려고. 만사가 다 귀찮다.”원경릉이 아랫배를 만지며 웃었다.“움직였다! 만져봐!”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올렸다.“배가 금방 커진 것 같네.” 우문호가 그녀의 배를 보았다.“응. 요즘 잘 먹어서 살이 쪘나 봐. 이제 돼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야.” 원경릉이 말했다.“돼지 중에서도 가장 예쁜 꽃돼지가 되겠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그의 발을 밟자 그는 발등을 움켜쥐고 그녀를 응시했다.“근데 경릉아 어찌 얼굴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구나. 나랑 떨어져 있는데 얼굴이 폈네?” 우문호가 말했다.“치!”원경릉이 그를 노려보았다.우문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 “정말 신기해. 전에는 내가 널 밀어내기 바빴는데, 지금은 없으면 허전하고 보고 싶고 너랑 떨어져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 우문호가 말했다.“전에 알던 원경릉이 아닌가 보지.” 원경릉은 그런 그를 보며 웃으며 눈동자를 반짝였다.우문호는 그녀의 배에 귀를 대고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예전의 원경릉은 의술도 몰랐고, 동정심도 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자였거든.”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깜짝 놀라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의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경릉아 뱃속에 사람이 하나가 들어있는 게 맞지? 근데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설마…… 쌍둥이는 아니겠지?” 원경릉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는 거 있잖아. 그거로 들었을 때 두 개의 심장 박동이 들렸어?” 우문호가 물었다.“나는 태동 수만 측정했지, 박동 측정은 하지 않았어.”원경릉은 손가락으로 임신 개월 수를 세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쌍둥이라면 지금 청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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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4화

“왕야께서 헛소리를 하시는 거야. 그걸 믿니?” 원경릉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둘이라니…… 원경릉은 쌍둥이 생각만 해도 눈이 질끈 감겼다.엄마가 된다는 것도 적응하는데 한참이 걸렸는데 한 번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니 원경릉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원용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원누이, 제가 한 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저도 만져보고 싶습니다!” 사식이도 벌떡 일어났다.아궁이에서 불을 지피다가 얼굴이 숯검댕이가 된 서일이 들어오며 사식이의 말을 듣고 “무슨 좋은 게 있길래 만져본다고 그럽니까?”라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우문호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일을 노려보았다.원경릉은 쓴웃음을 지었다. 임신을 하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배로 향했고, 만져보고 싶다는 둥 마치 자신을 사람이 아니라 전시품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원경릉은 원용의와 사식이를 보고 “그래, 이리 와서 만져 봐.”라고 말했다.둘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배에 손을 올렸다. 마치 귀한 보물을 만지듯이 깨질까 두려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배를 쓰다듬었다. “세자, 이모가 한 번 만져보겠습니다.” 사식이가 경건한 목소리로 큰 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언니! 안에 사람이 있어요! 너무 신기합니다! 사람 몸 안에 또 사람이 있다니!”사식이는 원용의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원용의는 사식이의 말을 듣고 웃었다. “너는 임신한 것을 처음 본 것도 아니고 게다가 원누이와 오랫동안 같이 지냈는데 뭘 그렇게 놀라느냐?”“전에는 만져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죠! 아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만져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을 느끼니 너무 신기합니다!” 사식이가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식이의 모습을 본 우문호도 처음으로 원경릉의 배를 만졌을 때의 감정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제가 세자의 이모가 될 수 있을까요?” 사식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당연하지!” 원경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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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5화

원경릉의 맥을 짚던 어의가 말을 더듬으며 “왕야…… 소신이 왕야께서 저를 찾으신다고 하여 왕비의 상태가 좋지 않은 줄 알고 금군에게 말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쉿. 어의는 맥을 짚어서 태아의 맥박에 이상한 점이 있는지만 확인하거라.” 우문호가 말했다.어의는 엄숙한 표정으로 왕비의 맥에서 이상한 점이 있는지 눈을 감고 신중하게 맥을 느꼈다. 그러나 왕비가 이전까지 별 증상이 없었고 맥박도 안정적이라 크게 이상한 점이 없었는데, 왜 지금 와서 맥을 다시 짚어보라는 건지 어의는 의아했다.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수차례 맥을 짚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조어의가 난처한 표정으로 손을 떼더니 “왕야, 맥이 조금 이상한 것은 사실이나 쌍둥이임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왜 확신할 수 없단 말이야? 조어의 그거 하나도 진단을 못 내리면서 황실 어의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문호가 어의를 몰아붙였다. 조어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활활 타오르는 난로를 보았다. “왕비님께서 지금 약을 많이 드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무우환이나 자금탕을 많이 먹으면 간혹 이런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금 맥박으로는 쌍둥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그럼 언제 확인해야 알 수 있느냐? 만약 쌍둥이라면 더 신경을 써야 할 텐데……”우문호는 쌍둥이이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초산에 쌍둥이면 원경릉이 힘들까봐 걱정이 되었다.“한두 달만 지나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어의 그럼 두 달 후에 뵙겠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예, 그럼 소신 물러가겠습니다.”만아는 조어의를 배웅하기 위해 일어섰다. 조어의가 떠난 후 우문호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두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만약 쌍둥이라면 애를 낳을 때 얼마나 위험하겠느냐!”“왕야 그런 말은 삼가세요. 왕비께서는 젊고 건강하시니까 아이를 무사하게 낳을 겁니다. 임신 중에 걱정은 독입니다. 좋은 생각만 하시고 안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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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6화

우문호는 말없이 손으로 이마를 닦았다.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난로를 힐끗 보았다. 난로 안에 불이 어찌나 활활 타오르는지 그 모습이 우문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왕야, 도대체 왕비 뱃속에 아이가 몇이라는 겁니까?” 사식이가 물었다. 우문호는 손을 저으며 “재촉하지 마라. 본왕이 지금 듣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잘 들어봐.”원경릉은 의자에 머리를 가볍게 대고 한숨을 쉬었다. 우문호는 스스로 청진기를 움직이며 숨까지 참으며 소리에 집중했다. “왕야, 도대체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원용의도 참지 못하고 우문호를 재촉했다. 우문호는 뻘뻘 땀을 흘리며 손가락을 들었다. “셋!”“셋이요?” 원경릉을 제외한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문밖의 탕양과 서일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우문호가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지며 큰 소리가 났다. “왕야!”서일과 탕양이 깜짝 놀라 기절한 우문호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우문호를 일으켜 그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잠시 후 우문호가 휘청거리며 일어나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린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예전에 태상황님께서 비취를 세 개 주셨지? 설마…… 당장 그거 돌려드려야겠다!”“왕야, 일단 진정하세요! 잘 생각해보면 좋은 일입니다!”탕양이 우문호를 끌어당겼다.우문호는 탕양의 말에 화가 났다. 그는 몸이 떨리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방방 뛰었다.“이게 어떻게 좋은 일이란 말이야? 한 번에 셋을 임신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느냐? 탕양은 셋을 낳은 여자를 본 적이 있느냐? 쌍둥이도 위험한데 세 쌍둥이라니! 자칫 잘 못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걸 알고도 좋은 일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냐?”희상궁이 황급히 우문호를 잡아당기며 “왕야, 진정하시지요. 왕비께서 놀라십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희상궁의 말에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원경릉은 날뛰는 우문호를 보자 덜컥 겁이난 듯 눈시울이 붉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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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7화

“적어도 사람이 진맥을 하는 것보다는 정확할 겁니다.”원경릉이 희상궁에게 답했다. 우문호는 지금 이 순간부터 원경릉을 제외한 모든 것이 그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서일을 불러 부병을 형녕각(邢寧閣) 주변에 배치해서 엄호하도록 했고, 문지기와 하인들에게 정후부를 수시로 순찰하게 했다. 만약 도중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나타나면 즉각 체포하라고도 지시했다.그리고 사식이와 만아에게 왕비의 곁을 지키고 만약 일이 생겨 한 사람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한 사람은 꼭 그녀의 곁을 지키도록 교육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마친 우문호는 원경릉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경릉은 그를 보고 조용히 “가서 일 봐. 하루 종일 여기 있으면 부황께서 화를 내실 거야.”라고 말했다.“부황께서 정후부에 와서 너를 볼 수 있도록 하셨어.”“다섯째, 그는 황제야. 넌 부황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그는 이미 관용을 베풀었고 그 덕에 네가 지금 정후부에 와서 나를 볼 수 있는 거야. 만약에 네가 부황을 속인다면 분명 부황께서 크게 화를 내실 거야.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경조부로 돌아가 일을 하는 게 좋겠어.”그는 원경릉의 말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아무리 자신의 아버지라고 해도 부황은 황제이다. 황제의 권위에 반항을 하는 것은 대역죄임을 우문호는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원경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가서 일해. 난 괜찮으니까.”원경릉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아 맞다! 배에 셋이나 들어있으니까 임신기간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알고 있지?”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우문호는 눈을 반짝이며 “너는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가득한 줄 아느냐? 너만 건강하다면 내 욕구정도는 참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정말?”“정말이다.”“그래, 그럼 일 잘 하고, 내일 보자.”“하…… 널 두고 발이 안 떨어져. 불안해 죽겠다.”“네가 그러면 내가 더 불안해져.”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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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8화

“참으로 경사입니다! 어떤 훌륭한 어의가 세 쌍둥이임을 진단했다고 합니까?”조어의가 물었다.“그 지역의 용한 어의라고 해요. 확실한 건 아니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손자며느리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래요.”노마님이 말했다.“걱정스러운 일인 건 확실합니다.”“심지어 초산이라고 해요.”“초산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할 일들이 많지요. 하나만 품어도 아이에게 영양 공급하기가 벅찬데, 셋이면 산모가 쉬지 않고 영양을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숨 쉬는 방법부터 운동하는 방법까지 다 달라요. 아마 6개월 정도만 돼도 무거워서 걷기 힘들 겁니다. 셋이 배에 들어있으면 조산을 할 수도 있으니 8개월이 지나면 어의를 상주시켜야 할 겁니다. 인삼을 먹이는 것도 좋아요. 산모가 기력을 잃지 않도록 좋은 음식도 많이 먹여야 합니다. 또 아이만 전문적으로 보는 어의도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나오면서 건강하지 않다면 어의가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제가 예전에 세 쌍둥이 산모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산모가 아이를 낳던 도중에 하혈을 심하게 했고, 결국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어요. 산모 그리고 아이 셋 모두 죽었습니다.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던 도중에 사망해서 아이들이 안에서 질식해 죽었거든요.”말을 하던 조어의가 노마님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노마님,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얼굴이 창백하십니다.”노마님은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 쌍둥이를 낳다가 원경릉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노마님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노마님, 괜찮으십니까? 정신을 좀 차려보세요!” 조어의가 노마님에게 소리쳤다. 노마님은 천천히 눈을 뜨고 조어의를 보았다.“난로가 너무 뜨거워서 공기가 답답했는지 머리가 핑 돌았네요.”“그럼 창문이라도 열어서 환기를 시키겠습니다.”조어의는 추운 날씨에 창문을 열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세 아이를 모두 건강하게 낳는다면 그야말로 경사입니다!” 조어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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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9화

노마님은 조어의가 기절하는 것을 보고 손씨 아주머니를 불러 그를 일으키라고 했다. 어의는 정신을 차린 후에도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울상을 지으며 노마님을 바라보았다. “노마님, 도대체 누가 세 쌍둥이라고 진단을 내린 겁니까?”“왕비가 직접 내리셨습니다.”조어의는 천천히 일어서며 “그럼 이 사실을 황상께 알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마님은 웃으며 “조어의, 그럼 이 진단을 확신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그…… 그건……” 조어의가 당황한 표정으로 노마님을 보았다. “만약 왕비께서 오진을 했다면요? 오진 사실을 황상에게 알린 죄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노마님이 물었다. “그건……”“세 쌍둥이라는 것은 지금 섣불리 진단할 수 없으니, 나중에 황상께 보고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황상께서도 예상하지 못한 세 쌍둥이라면 기쁨이 얼마나 크시겠습니까. 일단은 지켜봅시다.”조어의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머뭇거리며 노마님을 바라보았다. “그럼 노마님의 뜻은?”“일단 이 사실은 우리끼리만 압시다. 나중에 맥이 뚜렷해져서 세 쌍둥이라는 것을 조어의가 확인을 하면 그때 황상께 말씀을 드리면 됩니다. 그동안 어의는 많은 의학서적을 탐독하십시오. 이런 일은 드물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차질이 없게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합니다. 왕비와 아이들을 꼭 지켜야 합니다.”“노마님, 어의 인생을 걸고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어의의 말에 노마님은 한시름 놓았다. “어의의 손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지금부터 어의는 왕비만 신경 쓰십시오.”노마님의 말에 부담이 된 어의는 귀라도 막아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노마님의 날카로운 눈빛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의는 노마님의 정원에서 나와 책더미 속에 틀어박혀 밥 먹는 시간에도 의학 서적을 보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의 전공은 산부인과가 아니지만 조어의는 지금 이 순간부터는 이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번에 왕비가 세 아이를 모두 순산한다면 그는 당대의 최고 명의로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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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20화

우문호가 부병을 보낸 뒤로 정후부는 완전히 작은 초왕부가 되었다. 정후부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은 부병의 검사를 받아야 했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감시를 받아야 했다. 그중 가장 힘든 사람은 주방에 있는 하인들이었는데, 고기나 식품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방금 사 왔다고 해도 버려야 했다. 하인들은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지만 노마님이 허락하신 일이니 어쩔 수 없이 손씨 아주머니의 지시에 따랐다. 그뿐 아니라 후부의 분위기도 삭막해서 모두들 예민해졌다. 후작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후부를 삼일 동안 비웠는데, 하인들은 후작이 빨리 와서 이 삭막함을 정리해주길 바랬다. 며칠 전 원경릉의 형제인 원륜문이 와서 원경릉에게 많은 서적들을 가져다주며 국자감 냉정언에게 빌려왔으니 잘 읽어보라고 했다. “왕비, 냉대인(冷大人)이 말하길 뱃속의 아이의 소양을 길러주는 데에 가장 좋은 것이 독서라고 합니다.”책을 좋아하는 원경릉은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서 할 일이 없었기에 눈앞에 놓인 수많은 책들을 보고 매우 기뻤다. 원경릉이 원륜문에게 감사의 말을 하려는 찰나 조어의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굳은 표정으로 원경릉에게 말했다.“눈이 상하십니다! 독서는 삼가십시오!”“저 시력 좋아요!” 원경릉이 말했다.조어의는 그녀를 보며 “왕비 소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노마님은 원경릉에게 조어의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다고 귀띔을 했기에 원경릉은 조어의가 나서는 게 이해가 갔다. 원륜문은 정색을 하고 조어의를 보며 “뱃속에 아이에게 가장 좋은 태교가 독서라고 합니다. 견문도 넓힐 수 있고 천하를 배워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독서를 왜 금하십니까?”라고 말했다.“소인 그저…… 왕비님이 눈이 상하실까 봐……”“눈이란 자고로 글씨를 보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원륜문의 말에 조어의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한두 시간이 최대입니다. 그 이상으로 눈을 사용하는 것은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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