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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3041 챕터

제 731화

헛탕친 우문호원경릉이 말했다. “고지가 아이를 가졌으니 태후마마께서는 절대 그녀를 경성에서 떠나도록 하실 리 없습니다. 하지만 태후마마께서 위왕 전하를 각별히 사랑하시니, 자연히 위왕 전하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도록 고지에게 따로 장소를 마련해 주고 지켜 보실 겁니다. 아이를 낳은 후에 다시 생각하시겠지요.”“위왕은 분명 싫어할 텐데요.” 기왕비가 말했다.“싫으면 난동을 부리라고 하죠.”기왕비가 코웃음을 치며, “이기적이기도 하지, 제가 눈치 못 챌 거 같습니까? 위왕이 난동을 피우면 초왕은 아바마마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심산이죠? 초왕비도 위왕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였네요.”원경릉이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가 위왕비를 위해 뭘 해줄 필요가 없어요. 본인이 이미 생각이 있던 걸요.”“그걸 어떻게 알아요?” 기왕비가 화들짝 놀랐다. 음모나 계략은 기왕비가 훤히 꿰뚫어 보지만 위왕비의 생각은 기왕비도 알 수가 없었다.전에 기왕비와 위왕비는 마주친 적이 많지 않아서 받은 인상은 그저 유약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것 정도다.“짐작한 거죠.” 원경릉은 기왕비와 오래 말을 주고받고 싶지 않았다. 기왕비는 추측하는데 달인으로 그녀와 말을 섞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완전 피곤.기왕비가 말했다. “저는 위왕비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 그게 아니면 손목을 그을 필요도 없잖아요, 이번에 다락에서 떨어진 건 누가 밀어서라고 해도, 손목을 그은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위왕비 자신인 걸요. 본인 마음이 약한 걸 다른 사람 탓할 순 없죠.”“위왕비는 병이 있어요.” 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그만 한마디 하고 말았다.“무슨 병이요?” 원경릉은 기왕비의 호기심이 왕성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고개를 젓고 어이없이 웃다가: “마음의 병이겠죠.”기왕비가 구시렁거리며, “마음에 병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황실의 며느리가 되면 행복은 없는 거라고요.”기왕비가 얘기하다가 원경릉을 흘끔흘끔 보며, “초왕비는 뭐 예외 지만요.”원경릉은 웃으며 기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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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2화

기고만장한 진북후의 속내야심이란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진북후는 고작 비적을 토벌하고 백성을 평안케 했을 뿐인데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한 거야?”적을 물리쳐서 나라를 지킨 것이라면 왕야에 봉해달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우문호가 설명하길: “진북 일대는 줄곧 조정의 골칫거리로, 진북의 인구는 조만간 80만에 달하며 이들은 장난 아니게 사나워. 이유는 지난 조정에서 가제(嘉帝)가 어명을 내려 전국의 비적을 토벌하게 했는데, 워낙 세가 크다 보니 비적과 산적들이 전부 진북 일대로 도망을 쳤어. 진북 쪽은 북막(北漠)과 접경지역이라 조정에서 공격하기 어렵거든. 조정의 대군이 진북으로 간다고 생각해봐, 북막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말아. 그래서 가제는 어쩔 수 없이 비적과 산적들이 진북에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게 했지. 화근을 남긴 셈이지. 진북의 비적들은 매년 북당 각처로 돌며 약탈과 살인을 일삼다가 볼일을 마치면 다시 진북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지. 몇 년 전에 아바마마께서 호대장군을 진북으로 파견해 비적을 토벌하게 한 것은, 그저 적당히 위협하거나 약간 압박을 가하길 바란 건데 진북후가 비적을 깨끗하게 토벌해 버린 거야. 그 뿐 아니라 남은 자들을 전부 투항하게 해서 자신의 진북군에 편입시켰어, 바꿔 말해 지금 진북후 수중의 병마는 시들시들한 걸 빼고도 적어도 2~30만은 될 걸. 이것도 보수적으로 잡은 거야.”원경릉이 그제서야: “그러니까 진북후는 업적도 있고 병력도 있다. 이런 뜻이지?”“바로 그거야. 진북후는 진북의 황제라고 할 수 있어서 아무도 반대하지 못하고 병력을 가졌으니 위세가 대단한 데다 전공도 황제보다 크다고 생각하니 방자하게 날뛰고 있지. 일단 야심이 큰 게 조정의 큰 우환이야.”원경릉이 이제서야 명원제의 난감한 상황이 이해되었다.원경릉 생각에 명원제는 자신에게 인자한 편이었다.북당이 이런 국면에 처해 있어 명원제가 세운 모든 계획을, 다른 여자가 내 남편을 빼앗아 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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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3화

목욕하는 원경릉과 우문호원경릉은 배가 점점 나와서 목욕하기 편하지 않은 데다 희상궁과 만아가 옆에서 목욕 시중을 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서 가끔 낭패를 볼 때가 있었다.목욕탕이 따듯한 게 일찍부터 난로를 피워 놓았는데 정후부는 초왕부처럼 지렁이가 있어서 가는 곳마다 전부 숯화로를 피워야 했다.우문호는 목욕탕이 충분히 따듯한 것을 보고 난로를 밖으로 가져갔는데 조금 있다가 옷을 입을 때 다시 가지고 들어올 것이다.원경릉이 지금 임신을 해서 탕 목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아가 정성 들여 목욕 전용 의자를 만들어 원경릉을 목욕통 옆에 앉히고 안에 긴 바가지를 띄워 놓은 뒤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어 주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옷을 벗겨주는데 황실 출신이지만 군에서 지낸 세월이 많아 세심한 구석이 좀 서툰 면이 있다. 그래도 조심조심 하는 법을 배워서 여자 옷을 어떻게 벗기는지 잘 알게 되었다.원경릉의 하얀 죽순 같은 속살을 보고 우문호는 마음 속으로 끝없이 감탄하며 배 속에 이 꼬맹이 녀석아, 꼭 지금 왔어야 했어?우문호가 원경릉을 의자에 앉히고 옷을 벗기니 배가 한층 더 커 보이는 게 원경릉의 배를 만지며: “넌 몇 번째 녀석이냐,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아빠가 너네 목욕시켜 줄게.”원경릉이 어이없다는 듯, “여기 온도가 사실 그렇게 따듯한 게 아닌 거 알아?”우문호가 얼른 바가지를 집어 원경릉의 몸에 물을 뿌리는데 물온도가 딱 좋아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난다.“온도 괜찮아?” 우문호가 물을 뿌려주며 묻는데 다른 손으론 원경릉의 몸을 닦는 것이 상당히 정성스럽다.원경릉 답했다.: “좋아.”원경릉이 자신의 발가락을 보며 아직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우문호가 한동안 물을 끼얹더니 잠시 멈췄다가 원경릉의 몸에 세정제를 바르는 폼이 영락없는 프로다.원경릉이 웃음이 터지는 걸 참지 못하고, 우문호의 고집불통의 모습을 보며, 재촉하듯: “왕야,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자 필요한 거 아냐?”우문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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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4화

우문호의 질문과 위왕의 갑작스런 방문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꺾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우문호의 손가락이 천천히 원경릉의 심장을 가리키며, “이 안에 사람이 바뀌었어.”“어?” 눈초리가 사나워지며 웃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억지로 침착한 척 하지 마, 속으로 허둥대는 거 다 알아.”원경릉이 ‘응’하고 고개를 숙이고 옷을 정리했다. “어디 얘기 좀 해봐 내가 뭘 허둥댄다고 그래.”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떠받치더니 그녀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원경릉 마음속의 솜털 하나까지 다 들여다 보는 것 같다.“뭘 봐? 할 말 있으면 해.”우문호의 눈이 천천히 부드러워지며, “싫어, 열심히 변명하고 거짓말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네가 한 말 너도 수긍 못하잖아.”원경릉은 엄청 난처해서, “뭘!”우문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어떻게 의술을 배워서 알게 됐는지 왜 약 상자가 갑자기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그 약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던 그때 네 표정은 진실했지만 찬찬히 따져보니 하나도 말이 되는 게 없더라.”원경릉이 뾰로통하게: “그땐 믿었잖아.”“순진해서 너란 사악한 여인을 믿었지. 순진한 게 내 전문이거든.” 우문호가 원경릉을 안았다. 이 목욕탕은 잘못 만들어져서 물이 천천히 빠져서 바닥이 미끄러웠다.원경릉이 우문호의 가슴에 파묻혀 웃었다. 우문호가 바보스럽긴 좀 바보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점점 세심하게 변하고 있다.적어도 마음 속의 의문을 참고 원경릉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만큼은 됐다.아니다, 이 말은 할 필요 없다. 우문호의 마음속엔 생각이 다 있다.목욕을 마치고 부부 두사람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우문호가 떠났다.원경릉은 막 자려고 준비하는데 만아가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한 만아가 말했다. 왕비마마, 위왕 전하께서 붉으락푸르락하며 오셨습니다. 왕비마마를 뵙겠다고 하는데요.”원경릉이 ‘에’하더니, “이렇게 빨리? 난 또 내일 올 줄 알았는데.”“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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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5화

원경릉을 찾아온 분노한 위왕단지 얼굴이 분노로 가득해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우문 집안 특유의 얼굴형을 약간 흉악하게 만들었다.위왕은 원경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에서 불꽃이 튀며 원경릉을 노려보는데 확실히 만아 얘기처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반대로 원경릉은 붉고 윤기나는 얼굴에 입가엔 미소가 감돌며 사뿐히 들어와 예를 취하고, “셋째 아주버님이 오실 줄 모르고 멀리 나가지 못해 송구합니다.”말을 마치고 위왕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가서 앉았다.위왕의 눈을 부릅뜨고 손을 들어 탁자를 무겁게 내리쳤다.‘팡’하는 소리가 났는데, 위왕의 손보다 빨리 탁자에 떨어진 게 있었다. 놀라서 보니, 원경릉 손에 뭔가 막대기 같은 걸 쥐고 그것으로 탁자를 내리친 것이다.위왕은 눈이 먼 게 아니니 태상황이 원경릉에게 하사한 어장이란 것을 알아봤다.분노의 불꽃이 순식간에 어장으로 인해 진압되었다.위왕이 차갑게 말했다. “듣자 하니 오늘 위왕부에 갔다면서요.”원경릉이 물었다. “예, 셋째 아주버님, 셋째 형님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아직도 아프신 가요? 제가 드린 약은 드셨나요?”위왕이 냉랭하게 답했다. “모릅니다. 내가 온 건 그 때문이 아닙니다.”원경릉이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이 일 때문이 아니라고요? 그럼 셋째 아주버님은 왜 오셨죠?”위왕은 터져 나오는 분노를 삭힐 수 없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까?”원경릉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지며, “괴롭혔다? 뭘 괴롭혔죠?”“당신도 알고 있잖아!” 위왕이 위협적으로 원경릉을 노려봤다.원경릉이 냉소를 지으며, “알고 있죠, 당연히 알고 있죠, 셋째 아주버님은 친왕답지 못하게 백성의 딸을 위왕부에 강제로 살게 하고 그녀를 겁탈해 아이를 가지게 했다는 걸요. 만약 오늘 저와 기왕비, 손왕비 마마가 같이 가서, 고지가 울면서 자기가 겁탈당했다고 하는 소리를 두 귀로 듣지 않았으면 저는 셋째 아주버님이 그런 사람이라고 못 믿었을 겁니다.”“헛소리 하지마요. 고지는 절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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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6화

위왕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원경릉의 눈빛에 멈칫해 들어 올린 손을 내리칠 수 없었지만, 애써 체면을 지키기 위해 부들거리며 검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툭 밀쳤다.“또다시 그따위 말을 한다면 본왕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알겠어?”원경릉은 움찔하지도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그를 노려보았다.“겉과 속이 다른 걸 보니 연기도 참 잘하시는 것 같군요. 어디다가 대고 씨알도 안 먹히는 경고를 하는 겁니까? 내가 겁이라도 낼 줄 알아요? 그 여자는 속이 음흉해서 한낱 환술(幻術)로 위왕비 자리를 얻으려고 하는 겁니다.”“……”“위왕은 어찌 그리 쉽게도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위왕비에게 소홀하신 겁니까? 위왕을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로 위왕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정신머리가 그렇게 나약해서야……”원경릉은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위왕을 몰아갔다.원경릉의 말을 들은 위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숨을 헐떡였다. “감히 본왕에게 나약하다는 말을 하다니! 내가 입궁해서 너를 황상께 고발할 것이야!”“고발? 저는 그저 정의를 위해 나선 것뿐입니다. 위왕을 도우려고 하는 제 마음을 어찌 이리 모르십니까? 내일 손왕비께서 입궁해 태후께 오늘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다 보고할 것입니다. 그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분명히 들었습니다. 위왕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이럴 시간에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여인이 당신을 왜 수렁에 빠뜨리려고 하는지 물어볼 것 같은데요?”위왕은 부들거리며 원경릉에게 손가락질을 했다.“네가 뭘 안다고 짓 거려? 본왕이 그녀를 배신한 것이 아니다! 그 여자가…… 옛정을 다 버리고 음흉하게 딴 남자랑 놀아나다가 임신을 했으니! 그녀가 임신을 한 것은 본왕의 자식이 아니라 그 남자의 자식이었다고!”원경릉은 그를 보며 “증거! 증거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본왕이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둘 다 내 손에 죽었을 것이야!”그가 원경릉을 보는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너는 지금 본왕을 개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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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7화

희상궁의 말에 사식이가 위왕부로 향했다. “왕비 생각엔 위왕이 위왕비님을 다치게 할 것 같습니까?”희상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제가 위왕의 속을 긁어놨으니 어딘가에 분풀이를 하겠죠.”원경릉이 한숨을 내쉬었다. “왕비, 방금 고지가 환술을 쓴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위왕은 고지(故知)의 환술에 홀린 겁니까?” 만아가 물었다. “만아야 오늘 네가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너와 같은 환술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느냐?”“예. 소인이 그녀에 팔찌에서 흰독말풀꽃 향이 났습니다.”“흰독말풀꽃? 그것을 이용한 환술의 효과가 얼마나 가는지 아느냐?”“최면에 들게 하는 것은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갑니다. 만약 흰독말풀꽃을 사용했다면……”만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이 향은 남자를 조종하는데 탁월합니다. 이 향과 최면을 같이 사용하면 2년에서 3년도 환술에 걸리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그때 네가 다섯째에게 최면을 걸었을 때 무엇을 썼지?”만아는 하얗게 질려서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왕비님, 그때는 제가 미쳤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원경릉은 한숨을 내쉬며 “그냥 물어보는 것뿐이니 사실대로 말해줘라.”라고 말했다.“그렇다면…… 당시 둘째 아가씨의 부탁으로 흰독말풀꽃를 사용했는데, 왕야께는 이 향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최면에 걸린 것도 잠시일 뿐 금방 정신을 차리시고 둘째 아가씨를 밀쳐냈습니다. 일반적인 사내라면 흰독말풀꽃 향에 취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을 겁니다.”“그렇다면 위왕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겠구나.”“예 그런 것 같습니다. 소인이 맡은 흰독말풀꽃 향은 진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위왕이 깨어나려는 의지만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하지만 그는 분노로 얼룩져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어. 지금 어떤 방법을 써도 위왕은 위왕비를 믿지 않을 것이야.”원경릉의 예상은 적중했다. 위왕은 위왕부에 도착하자마자 위왕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그는 문을 발로 차고 빠르게 위왕비가 누워있는 곳으로 달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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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8화

위왕비는 침착한 얼굴로 그의 말을 들었다. 위왕비의 입에서 고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에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침상 위의 비단이불을 등 뒤에 대고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 잘 왔어요. 내가 당신에게 할 말이 있었거든요. 거기 앉으세요.”위왕은 평온한 위왕비의 얼굴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 그는 그녀의 멱살을 놓으며 천천히 침상 옆에 섰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서서 듣겠다.”위왕비는 자세를 가다듬고 자리에 앉아 그를 쳐다보았다. “오늘 일로 불쾌했다는 건 일이 일어난 이후에 알았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왕야께서 번거로우시겠지만 제 사과를 고지에게도 전해주세요.”“마음에도 없는 소리…… 가소롭구나. 너는 고지가 죽기만을 바라잖아? 어디서 착한 척이냐!”“예. 왕야의 말이 맞아요. 전 그녀가 죽도록 밉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여자를 미워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뭔짓을 하든 무슨 상관입니까? 저 또한 그녀를 비난할 자격이 없죠. 이제 그녀를 미워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초왕비가 나설 것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잖아? 고의로 고지를 모욕하려고 한 게 아니라는 거짓말은 하지 마라. 뻔뻔하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나중에 알았다고? 네가 말하고도 웃기지 않느냐?”“그들이 고지를 찾으러 간다길래, 그들이 고지를 괴롭힐 걸 알았습니다.”“근데도 왜 막지 않았어? 넌 어쩌면 그렇게 독한 것이야? 고지가 임신한 몸으로 초왕비 무리에게 모욕을 당하게 내버려 두다니!”위왕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위왕비는 코웃음을 치며 위왕을 노려보았다.“제가 왜 막아야 하죠? 내가 왜 그 여자를 보호해야 합니까? 나에겐 그럴 의무가 없어요.”“초왕비가 왜 고지를 모욕하겠어? 다 너를 위해서 아니냐?”위왕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네, 맞죠.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고맙습니다.”“그게 무슨 억지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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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9화

위왕의 폭탄발언에 위왕비의 평온하던 얼굴이 일그러지고 온 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의 눈에는 충격과 공포가 가득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악을 썼다. “다시 한번 말해봐!”위왕비는 자신의 아이가 유산된 이유가 위왕 때문이라는 말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아프고 귓속에 삐-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입에서 나올 대답을 기다렸다. 그는 그런 그녀가 우습다는 듯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그녀에게 말했다. “똑똑히 들어. 딱 한 번만 다시 얘기해 줄 테니까. 너와 청양군 사이에서 생긴 그 아이는 본왕이 직접 죽인 것이야.”그녀는 마음 저 구석에 있던 마지막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저 말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고, 그녀는 살아있는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손목을 놓고 부들거리는 몸을 진정하며 그를 노려보았다.그녀는 충격으로 몸을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고, 순식간에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쓰러진 위왕비를 보며 위왕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의 마음 속에 긴 시간 동안 억눌려있었던 한과 억울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본왕이 부황께 보고를 하겠노라. 너를 폐비시킬 것이니 너는 친정으로 갈 채비를 하거라. 본왕은 다시는 너를 보지 않을 것이야. 그 자리는 고지가 앉게 될 것이야.”말을 마친 그는 위왕비의 상태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시녀와 하인들이 서둘러 위왕비에게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맥박을 확인했다. “아이고, 왕야께서 어쩜 저렇게 현명하지 못하실까!”“왕비님 괜찮으십니까?” 시녀와 하인들이 울먹거렸다.쓰러진 위왕비의 눈밑이 파르르 떨렸다. “왕비님! 왜 그러십니까? 오씨 어멈이 여기 있습니다!”파자가 울며 그녀를 안았다.위왕비는 천천히 파자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멈…… 저…… 여기는 너무 춥습니다……” 위왕비가 가는 목소리로 부르르 떨며 말했다.파자는 황급히 하인들에게 “빨리 온도를 높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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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40화

사식이는 위왕부 옥상에서 귀를 기울여 내부상황을 파악했다. 사식이는 위왕이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사실대로 말했다.“위왕이 위왕비를 때렸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상황을 제지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관여하지 않았습니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한숨을 내쉬었다.“위왕비를 다치게 한 것은 폭력보다 어쩌면 그의 말 때문이 아닌가 싶구나.”“위왕비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펴서 아이를 낳다니요……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사식이가 말했다.“아무래도 위왕이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 둘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무리 오해라고 해도 그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 위왕은 어쩌면 자신의 자식일지도 모르는 뱃속의 아이를 죽였어.”원경릉은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뱃속의 자식을 잃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위왕비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걱정이 됐다. 위왕비는 위왕이 자신을 폐비시키겠다고 말을 했을 때보다 오늘이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원경릉은 위왕비가 걱정되어 밤새도록 뒤척였다. 그녀는 사건이 벌어진 위왕부에 위왕비를 혼자 두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위왕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왕부내에서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는 착하고 얌전한 사람이다. 하지만 고지는 다르다. 위왕비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고지와 함께 위왕부에서 지낸다는 것을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원경릉은 만아를 손왕부에 보내 손왕비에게 이 사실을 태후께 전하라고 했다. *손왕비가 궁에 들어가 태후에게 문안인사를 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황조모께서 셋째 며느리를 도와주셔야 합니다!”태후는 원래부터 셋째 며느리인 최씨를 가엾게 여기었으며 게다가 작년에 아이도 유산했으니 태후도 최씨가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였다. 게다가 손왕비까지 입궁해 최씨의 억울함을 호소하니 태후는 얼빠진 셋째 위왕이 야속했다. 태후는 위왕이 부중에 다른 여인을 데리고 들어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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