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님은 조어의가 기절하는 것을 보고 손씨 아주머니를 불러 그를 일으키라고 했다. 어의는 정신을 차린 후에도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울상을 지으며 노마님을 바라보았다. “노마님, 도대체 누가 세 쌍둥이라고 진단을 내린 겁니까?”“왕비가 직접 내리셨습니다.”조어의는 천천히 일어서며 “그럼 이 사실을 황상께 알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마님은 웃으며 “조어의, 그럼 이 진단을 확신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그…… 그건……” 조어의가 당황한 표정으로 노마님을 보았다. “만약 왕비께서 오진을 했다면요? 오진 사실을 황상에게 알린 죄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노마님이 물었다. “그건……”“세 쌍둥이라는 것은 지금 섣불리 진단할 수 없으니, 나중에 황상께 보고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황상께서도 예상하지 못한 세 쌍둥이라면 기쁨이 얼마나 크시겠습니까. 일단은 지켜봅시다.”조어의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머뭇거리며 노마님을 바라보았다. “그럼 노마님의 뜻은?”“일단 이 사실은 우리끼리만 압시다. 나중에 맥이 뚜렷해져서 세 쌍둥이라는 것을 조어의가 확인을 하면 그때 황상께 말씀을 드리면 됩니다. 그동안 어의는 많은 의학서적을 탐독하십시오. 이런 일은 드물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차질이 없게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합니다. 왕비와 아이들을 꼭 지켜야 합니다.”“노마님, 어의 인생을 걸고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어의의 말에 노마님은 한시름 놓았다. “어의의 손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지금부터 어의는 왕비만 신경 쓰십시오.”노마님의 말에 부담이 된 어의는 귀라도 막아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노마님의 날카로운 눈빛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의는 노마님의 정원에서 나와 책더미 속에 틀어박혀 밥 먹는 시간에도 의학 서적을 보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의 전공은 산부인과가 아니지만 조어의는 지금 이 순간부터는 이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번에 왕비가 세 아이를 모두 순산한다면 그는 당대의 최고 명의로 칭
우문호가 부병을 보낸 뒤로 정후부는 완전히 작은 초왕부가 되었다. 정후부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은 부병의 검사를 받아야 했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감시를 받아야 했다. 그중 가장 힘든 사람은 주방에 있는 하인들이었는데, 고기나 식품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방금 사 왔다고 해도 버려야 했다. 하인들은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지만 노마님이 허락하신 일이니 어쩔 수 없이 손씨 아주머니의 지시에 따랐다. 그뿐 아니라 후부의 분위기도 삭막해서 모두들 예민해졌다. 후작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후부를 삼일 동안 비웠는데, 하인들은 후작이 빨리 와서 이 삭막함을 정리해주길 바랬다. 며칠 전 원경릉의 형제인 원륜문이 와서 원경릉에게 많은 서적들을 가져다주며 국자감 냉정언에게 빌려왔으니 잘 읽어보라고 했다. “왕비, 냉대인(冷大人)이 말하길 뱃속의 아이의 소양을 길러주는 데에 가장 좋은 것이 독서라고 합니다.”책을 좋아하는 원경릉은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서 할 일이 없었기에 눈앞에 놓인 수많은 책들을 보고 매우 기뻤다. 원경릉이 원륜문에게 감사의 말을 하려는 찰나 조어의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굳은 표정으로 원경릉에게 말했다.“눈이 상하십니다! 독서는 삼가십시오!”“저 시력 좋아요!” 원경릉이 말했다.조어의는 그녀를 보며 “왕비 소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노마님은 원경릉에게 조어의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다고 귀띔을 했기에 원경릉은 조어의가 나서는 게 이해가 갔다. 원륜문은 정색을 하고 조어의를 보며 “뱃속에 아이에게 가장 좋은 태교가 독서라고 합니다. 견문도 넓힐 수 있고 천하를 배워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독서를 왜 금하십니까?”라고 말했다.“소인 그저…… 왕비님이 눈이 상하실까 봐……”“눈이란 자고로 글씨를 보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원륜문의 말에 조어의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한두 시간이 최대입니다. 그 이상으로 눈을 사용하는 것은 좋
잉꼬같은 우문호 부부, 이상한 장인 부부이 말이 한동안 원경릉의 귓가를 맴돌았다. 원경릉은 줄곧 우문호에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즉,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지 모르겠다.“왜 그래?” 원경릉이 갑자기 멍한 것을 보고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쭈뼛쭈뼛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니야, 그냥 왕야가 어의 얘기를 하길래 조어의가 긴장한 모습이 생각나서 웃었던 거야.”“넌 그게 웃겨? 조어의는 당장이라도 울겠더라.”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다들 진짜 이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니까, 나도 긴장된다고. 세 쌍둥이 사실 별거 아니야, 조심만 하면 돼.”우문호는 원경릉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것을 보며, 하긴 원경릉은 위로를 하는 입장이지 언제 위로는 받았던 적이 있었나?그래도 역시 원경릉에게 그렇게 큰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우문호는 일부러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럼 됐네, 네가 걱정하지 않으니까 나도 걱정 안해.”어의가 이 시기에는 많이 걸어야 한다고 해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밖이 춥다고 우문호가 원경릉을 뚱뚱한 펭귄처럼 꽁꽁 싸매는 바람에 걷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우문호가 뜬금없이 뒷북을 치며 “그러고보니 우리 장인 어르신은?”이렇게 여러 번 왔는데 거의 한번도 만난적이 없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문상하러 가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누가 돌아가셨어?” 우문호는 정후부에서 친척의 장례가 있는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원경릉이 잠깐 생각하더니, “표면적으론 큰 이모와 큰 이모부가 돌아가셨다는데, 기억이 없어.”우문호가 복도에서 얼른 숨는 황색 옷을 입은 여인을 쳐다보고, “큰이모? 그럼 장모님은 안 가셔?”“첩인 주씨 부인을 데리고 가셨어.”우문호가 어이없어서, “큰이모가 돌아가셨는데, 친동생인 장모님이 안가시고, 장인 어르신은 첩을 데리고 정실 부인의 큰 언니 문상을 갔다고? 무슨 집구석이 그
위왕비 소식안타깝게도 황씨가 원경릉 부부 쪽까지 가기도 전에 우문호가 원경릉을 이끌고 돌아 가버렸다.황씨는 걸음을 멈추고 심하게 실망했다.아니 황씨가 가고 있었던 걸 못 본 거야? 몸집도 이렇게 크고 눈에 띄는 색 옷을 입었는데 안 보이는게 더 어려운 거 아닌가? 진짜 눈이 멀었네.황씨는 씩씩거리며 원경릉 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순간 쫓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그때 빠른 걸음으로 부부가 다시 오더니 원경릉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작은 목소리: “따라 오시겠어요? 뒤를 밟으신 거예요?”“발자국 소리를 못 들었으니 뒤를 밟으신 건 아닐 거야.” 우문호가 저음으로 말했다.원경릉이 ‘어머’하더니, “요즘 제가 귀가 어두워졌지 뭐예요, 진짜 임신하면 삼 년은 바보가 된다더니.”우문호가 느긋하게: “약간 바보스러우니까 얼마나 좋아, 넌 좀 더 바보스러워야 해. 너무 똑똑하면 다루기 힘들다니까.”“아직도 나를 다루려고?” 원경릉이 눈을 흘겼다.우문호가 얼른: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입버릇이 튀어나와 버렸네요, 아내님 고정하세요.”“맞다, 진북후는 도착했나?” 원경릉이 갑자기 그 일을 떠올렸다.우문호가: “모레일걸. 나도 들은 거야. 신경 안 써서.”진북후의 입성을 계속 주목하고 있으라고 사람을 시켰을 뿐이다.큰 적을 앞에 두고 있을 때처럼.원경릉이: “그래, 나귀빈 사건은 재상께서 어서 해결하셨으면 좋겠다.”나귀빈 얘기를 꺼내자 우문호는 여전히 좀 갑갑한 기분이 들며, “지금 난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같아.”원경릉이 돌아서 우문호를 껴안고, “불쌍한 왕야, 나때문에. 원래 경조부에서 처리하면 될 일인데, 만약 내가 후궁 건을 반대하지 않았으면 왕야가 아바마마께 쫓겨날 일도 없었을 텐데.”“너랑 무슨 상관인이야? 원래 정직상태로 조사하는 거였어.” 우문호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원경릉이 측은하게 여기는 게 기뻐서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두사람이 잠시 서로 끌어안고 있을 때 조어의의 목소리가 저쪽에서, “왕야, 절제하세요, 절제!”원경
위왕비 진찰손왕비가 열 받아서 말했다. “아니, 위왕비는 어쩜 그렇게 바보 같아요? 어휴, 셋째도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나 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지(故知)가 미끄러져서 유산기운이 있다며, 어젯밤에 셋째는 계속 고지 곁을 지키느라, 세상에 위왕비 생사에는 신경도 안 쓰고 보러 가지도 않았다고 해요. 위왕비 혼자 고통을 참고 있어요.”다리가 부러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의 빗장이 풀어졌다.게다가 의원들도 마땅히 효과가 좋은 진통제가 없고, 한약의 진통 효과는 조금씩 천천히 들기 때문에, 다리가 부러진 사람 입장에선 확실히 힘들고 고통스럽다.손왕비가 원경릉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통증을 멈추게 할 수 있죠? 가서 좀 봐줘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럼 같이 가요.”기왕비가 원경릉을 흘겨보더니, “초왕비는 어쩜 쓸데없는 일도 그렇게 잘 해요? 그건 다른 집 부부 사이 일이예요.”원경릉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집 부부 사정을 물어보러 가는게 아니라 위왕비 다리 상처를 보고 통증을 멎게 해주고 싶을 뿐이예요.”기왕비가 구시렁거리며 “그때 나를 치료해 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애를 쓰게 만들더니, 이번엔 아주 알아서 찾아가네요.”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위왕비는 저를 해친 적이 없거든요.”기왕비는 씩씩거릴 뿐 아무 말이 없다.정오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우문호는 사람을 시켜 원경릉에게 오늘은 못 온다고 알렸다. 황제폐하께서 기왕이 만조백관을 이끌고 성문에서 진북후가 입성하는 것을 맞이하라는 어명을 내리셨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약상자를 들고 손왕비와 마차에 오르는데 기왕비가 의외로 같이 가자고 해서 손왕비는 뜻밖이라며 놀랐다.손왕비가 담담하게 답했다. “가도 좋은데, 기왕비는 가서 가급적 입을 다물고, 위왕비에게는 말 걸지 마세요.”기왕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내가 밥 먹고 할 짓이 없어서 헛소리 할까 봐요? 전 원래 좋은 사람이예요.”그런데 사실이 그렇다.기왕비는 원래 표면적으로 아주 좋은 사람으로, 좋은 말도 상
누가 위왕비를 밀었나?다리는 이미 싸매서 고정돼 있었지만 골절이 있어 아마 골절통때문에 아픈 것일 것이다.손도 상처가 있는데 위왕비 말이 뛰어 내릴 때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쌌지만 충격이 너무 커서 이마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원경릉이 위왕비에게 진통주사를 놓고 복용할 약을 몇 알 처방해주었는데, 주사를 놓을 때 원경릉이 전에 줬던 약을 베개 밑에 두고 안 먹은 걸 발견했다.위왕비 자신도 들킨 걸 알고 곁눈질 하더니 난감해 하며: “그게…… 나중에 어의가 처방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서, 서로 상충될 까봐 지어 주신 약은 안 먹었어요.”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가지고 계세요.”진통주사를 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왕비가 의아하게 여기며: “진짜 별로 아프지 않네요.”방금 위왕비는 주사를 맞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위왕비는 침이나 뜸을 싫어했다.게다가 이 침은 크고 안에 물도 있다.손왕비는 그제서야 안도하며 잔소리하길: “이거 봐요, 아직도 사람을 못 믿는 다니까요.”손왕비는 잔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눈가가 붉어지더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손목 긋는 거로도 모자라서 다락집에서 뛰어 내린 거예요? 절 놀라게 해서 죽일 작정인 건가요?”위왕비가 멍하게, “최근 환각을 자꾸 봐요,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원래는 그냥 나가서 바람을 쐬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을 뿐인데, 어떻게 된 건지, 환각이 생기더니 뒤에 누가 미는 게 느껴지고 내가 아래로 뛰어내렸지 뭐예요.”손왕비가 대경실색하며 연달아 묻는데: “누가 위왕비를 밀었어요? 누구죠? 본 사람 있어요? 위왕비는 스스로 다락에 올라간 거예요? 어디 다락이에요? 다락에서 어떻게 뛰어내릴 수가 있었죠?”위왕비가 고개를 저으며, “진짜 누가 민 게 아니라, 환각이었어요, 사실 저 매번 손목을 그을 때마다 환각을 보곤 하거든요. 그 뒤로 저도 제가 뭘 하지는 모르겠더니 깨나고 보니 이미 자살시도를 했더라고요.”손왕비가 이상하게 여기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죠? 어젯밤
위왕비가 떨어진 다락“초왕비도 누가 민 거 같아요?”초왕비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손왕비가 흠칫하며 물었다.원경릉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음, 저는 기왕비의 의견에 찬성해요. 제가 그 다락에 가봐도 되나요?”“그럼요, 그런데 초왕비는 조심하셔야 해요.” 위왕비의 얼굴이 갈수록 창백해 지며 시녀 하나를 불러 원경릉을 네모칸 다락으로 모셔가라고 했다.왕비 셋이 모두 가고 만아와 사식이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네모칸 다락은 높은 편은 아니어서 눈대중으로 높아봐야 두 장(6m, 1丈이 약 3m)남짓으로 일반 1층보다 한 층 정도 더 있는 높이다.네모칸 아래는 사실 일종의 정자로 남북 양면에 벽돌로 담이 쳐져 있으며 동쪽과 서쪽엔 두 개의 큰 대들보가 서있어 이층을 받치고 있다.계단은 안에서 올라가게 되어 있고 휘장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방식으로 목재로 된 계단은 견고하고 중후해서 걸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2층으로 올라가니 그곳은 다락으로 안에 방이 하나 있기 때문에 현대의 건축 구조로 봤을 땐 다락 바깥에 발코니를 설치한 모습으로 발코니에 앉아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다.난간은 낮아서 대략 8cm 정도로 위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원경릉은 밖을 쓱 한 번 보고 안으로 다시 돌아가 보니 팔선교자상에 의자 몇 개가 놓여 있다.원경릉은 발코니 반대쪽 의자 팔걸이에 손을 내려 놓았다. 이 의자 삐뚤어졌다.모든 물건이 꽤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데 유독 이 의자만 삐뚤어져 있다.마치 누군가 부딪혀서 의자가 비뚤어졌는데 급하게 자리를 뜨느라 바로 잡아 놓지 못한 것 같다.원경릉이 갑자기 손왕비에게, “듣자 하니 고지가 어젯밤 유산기가 있었다 던데 떨어져서 그런 건아이고요?”“모르겠어요.” 손왕비가 한탄하듯 말했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어쨌든 고지가 위왕 전하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데, 유산기라면 우리가 병문안을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손왕비가 눈을 부릅뜨고, “아직도 고지한테 문병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나는 고지가 차
고지를 찾아간 왕비들온고각 안에서 시중 드는 사람은 어림잡아도 열 몇명은 돼 보이는 게 왕비의 방과 비교하니, 비슷한 수준은 커녕 한참 더 많다.원경릉 등 사람이 들어가자 누가 바로 안으로 들어가 보고하려 했다.원경릉이 가는 길을 막고: “첩이 유산기가 있다니 맞으러 나올 필요 없이 우리가 들어가면 돼.”한 어멈이: “왕비마마, 고지부인은 첩이 아니십니다.”“부인?” 손왕비가 차갑게 비웃으며, “언제 부인이 되셨나 그래? 셋째도 참 너무 하네, 첩을 들이는 큰 일에 형수인 나와 상의 한마디 없을 수가 있나. 그리고 부인과 첩이 무슨 차이야? 후궁도 아내 축에 못 드는데.”손왕비의 말을 듣고 어멈이 나서서 방자하게 굴지는 못해도 눈을 흘기며: “왕야는 어쩌면 고지부인과의 사적인 관계를 외부 사람에게 알릴 필요 못 느끼셨나 봅니다.”“너……” 손왕비가 열 받아 손부터 올라가며, “네 이 년,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기왕비가 덤덤하게 손왕비를 막으며, “손왕비마마 역정 내실 게 뭐 있습니까? 어멈 말이 맞네요, 고지 부인이던 첩이던 어차피 외부사람인 것을, 우리 황실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어멈이 고개를 들어 기왕비를 째려보려다 기왕비의 안색은 창백하나 냉정하고 엄숙한 태도를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한다.어멈이 다시 원경릉을 보니 배가 불렀는데도 귀티가 흐르고 초왕비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 이 사람은 인상이 좋다는 생각에: “초왕비 마마, 고지부인 몸이 약하셔서 왕비마마께서 좀 봐 주시기를 청합니다.”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원경릉이 차갑게: “내가 왜 봐줘야 하지? 외부 사람에 불과한데.”어멈이 당황해서 원경릉의 냉정한 얼굴을 보고 다시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세 사람을 데리고 들어갔다.고지는 이미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 곁에 점잖게 서서 예를 갖추며, “고지, 왕비마마를 뵙습니다.”고지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 발엔 흰색 실내화를 신고 폭이 넓은 옷으로 편하게 몸을 감싸고 있어 한층 약하게 보였다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