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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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1화

태상황은 최근 2년 동안 애가 탔다. 병든 여섯째, 장님인 여덟째,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홉째, 그리고 나머지 친왕들은 모두 아들을 낳지 못했다. 그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조급했다. 그는 매번 명원제 앞에서 증손자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효자인 명원제도 태상황의 재촉에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리하여 정세를 읽은 조정의 신하들은 친왕들 중에 누가 아들을 낳아서 태자가 될 것인가를 추측했다.“이리 가져오거라!” 태상황이 상선에게 말했다.상선은 뒤에 서있던 궁인에게 식합(食盒)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그것을 희상궁에게 전해주었다.“이것은 태상황님께서 왕비에게 하사하는 것이니, 상궁이 왕비께 드리세요.”희상궁은 두 손으로 식합을 받아들며“왕비는 지금 먹는 대로 토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가져가거라. 한 입을 먹어도 두 입을 먹어도 상관없다. 태상황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가거라.”상선이 말했다.희상궁은 식합을 들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 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희상궁이 식합을 들고 들어오자 원경릉이 “태상황님께서는 가셨어요?” 라고 물었다.“아직입니다. 지금 밖에 계시는데, 태상황님께서 식합을 주셨으니 한술이라도 드세요.”원경릉은 얼굴을 찌푸리며 “못 먹겠는데……”라고 말했다.희상궁이 식합 뚜껑을 열자 안에는 희멀건 국이 있었다. 무언가 둥둥 떠있었고, 야자 향기가 났다. 희상궁은 수저에 국을 조금 덜어 그녀의 입에 가져갔다.“설탕물인가요? 세상에, 이런 건 못 먹는데” 원경릉의 미간이 한순간에 찌푸렸다. “숟가락에 혀라도 대보세요.”“이렇게 대충 먹어도 되는 건가요?”“입이라도 댔으니 어르신의 마음은 받으신 겁니다.” 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은 수저를 집어 핥더니 멍한 표정으로 희상궁을 보았다.“어? 이거 달지 않네요?”그녀는 침상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식합 안에 국을 들이 마셨다. 희상궁은 그녀가 토를 할까 봐 걱정되어 급히 타구(痰盂)를 들고 왔다.원경릉은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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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2화

원경릉이 가마를 타고 오는 것을 본 태상황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쟤는 뭣 하러 여길 온 거야?”원경릉은 의장을 입은 태상황을 보고 놀랐다.‘나를 보러 오신다고, 저렇게 옷을 입고 온 건가?’우문호는 빠른 걸음으로 나가 원경릉을 안아들었다. 어의가 그녀의 상태를 보고 한 걸음도 땅에 발을 딛지 못하게 했기에 지금까지 목욕이든 식사를 하든 우문호가 안아서 이동했다. 원경릉은 과잉보호를 받는 느낌을 견딜 수 없어 그의 팔을 두드리며 “내려줘 내가 걸어갈게. 라고 말했다.“어의가 넌 걷는 것도 조심하랬어.” 그는 그녀를 의자 위에 앉히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착각하지 마. 내가 왕부에 없을 때 맘대로 걸어 다니는 거 내가 다 알고 있어.”라고 말했다.“이렇게 움직이지 않다가는 걷는 법도 까먹겠다.”원경릉이 투덜거리며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태상황을 보며 “황조부 그렇지 않습니까?” 라고 물었다.태상황은 그녀를 슬쩍 보더니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았다.“나가기 전에 침상에 묶어두면 되지 않느냐? 말을 듣지 않으면 매를 들어 다스리거라.”태상황이 말했다.“예, 기억해두겠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원경릉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태상황을 보았다.“임신했다고 너무 안 움직여도 태아에게 좋지 않아요. 제가 제 몸은 더 잘 압니다! 그리고 전 의사라고요!”“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졌더라도 자신의 병은 자신이 고치지 못하는 법이지. 맞다! 국은 잘 마셨느냐?”국 얘기가 나오자 그녀의 눈에서 빛이 났다.“예!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안에는 제비집이랑 야자가 들어있는 것 같던데, 맞습니까?”“뭐가 들었던 좋은 것만 담았습니다. 먹으면 속도 편하고, 태아에게도 좋습니다.” 상선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이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우문호는 깜짝 놀랐다.“황조부, 국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습니까?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그 정도 먹었으면 됐다. 너무 많이 먹어서도 안 좋아. 그럼 이만 난 셋째 얼굴 좀 보러 가야겠다.” 태상황이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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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3화

“응, 확실히 좋아졌어. 토할 것 같지도 않고, 야자가 들어있는 것 같던데. 여기서도 야자를 구할 수 있나? 아무튼 속이 아주 편해.”경도는 북쪽에 위치해 있고, 지금은 가을이라 야자가 생산되는 곳이 없을 텐데…… 혹시 야자를 어디에 숨겨두고 있는 건가?“궁에는 없는 게 없다. 남방에서 생산되는 야자를 받기만 하면 되는걸? 태상황의 귀영위는 대단하다.”“귀영위?”“응 귀영위는 태상황 재위 때 성립된 곳으로 민간과 백관 사이를 살피며 소식을 캐거나 전했는데, 부황이 재위하자 귀영위는 태상황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게 됐지.”원경릉은 건곤전에서 봤던 검은 옷을 입은 시위들이 생각이 났다. “말이 심부름꾼이지, 내 생각엔 태상황님이 소식에 밝은 것을 보니 귀영위들이 아직도 세상의 모든 소식을 캐고 있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지, 어차피 조정에는 태상황님을 수 없어.” 우문호가 답했다.원경릉은 방금 우문호가 한 말은 희상궁에게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희상궁은 태상황의 곁에서 여러 해 시중을 들었으니, 아마도 그녀는 귀영위 중에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내가 줄곧 너한테 숨기고 있었던 일이 있는데…….” 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며 말했다.“말해! 나 오늘 기분 좋으니까, 첩을 얻거나 여자에 관한 일 빼고는 다 용서해 줄게.”“첩을 얻는 일은 아니지만, 여자에 관한 일은 맞다.”“주명취?” 원경릉이 우문호를 노려보았다.“주명취가 누구야? 모르는 사람이다.” 우문호가 어깨를 으쓱했다.원경릉은 그의 팔짱을 끼며 “잘 빠져나가는군”이라고 말했다.“주명취가 누구더라? 아! 제왕비를 말하는 거구나? 그 여자에 관한 일은 아니고, 기왕비에 관한 일이다.”“왜? 무슨 일 있어?”“그저께 기왕비가 관음보살을 선물로 보냈잖아.”“어. 예쁘던데? 귀한 물건이라고 휘상궁이 잘 보관한다고 가져갔어.”“그 조각상 등 쪽에 금이 가 있었어.” 우문호는 말을 하다가 화가 치밀었다.“금 갔어? 아까워라…….”원경릉을 실망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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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4화

우문호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원경릉은 “기왕비하고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물었다.우문호는 기왕부에서 있었던 일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그는 기왕비의 마지막 말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원경릉에게 당부했다.“기왕비 혹은 그 주위 사람이 우리 관계를 해하려는 말을 할 수도 있으니 어떤 말도 믿지 마.”원경릉은 웃으며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거 하나 구분 못하게?”라고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그녀가 자신을 오해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둘의 관계가 좋아진 것은 원경릉이 태상황을 치료한 다음인데, 혹시 그녀가 속으로 우문호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했다.그는 원경릉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이 생길까 묻지 않았다.태상황이 보내준 국 때문에, 원경릉은 이틀 동안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속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전처럼 심하게 토를 하지 않았다.또한 어의가 가벼운 걷기는 된다고 해서 그녀는 매일 정원에 나와 산책도 할 수 있게 되었다.기왕비 사건 이후 우문호는 매번 집을 나서기 전에 그녀에게 주위를 잘 살피고 항상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서일과 어의에게 그녀가 어디를 갈 때마다 놓치지 말고 뒤를 잘 따르라고 경고했다.이틀 후, 원경병이 싱글벙글 웃으며 짐을 싸 들고 왔다.“부친께서 언니를 잘 돌보라고 하셨습니다!”“돌보라고?” 원경릉은 천방지축 원경병이 자신을 돌볼 생각에 웃음이 터졌다.“예! 명령하는 말투긴 했지만, 부친께서는 많이 나긋나긋해졌습니다.”원경병이 없는 정후부는 조용했다.원경병은 지금까지 정후부에 있던 일들을 원경릉에게 전했다.“조모는 최근 들어 밥도, 약도 알아서 잘 챙겨드시고, 운동도 하십니다. 원륜문은 호부(戶部)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아 맞다 누이! 어느 날 둘째 노마님은 집사를 훈계하는데, 그날따라 조모가 이를 막아 집사를 도와주었어요! 그때 둘째 노마님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놀랐는지 눈은 휘둥그레지고, 딱 봐도 기분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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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5화

“오빠는 더 좋을 것을 사주고 싶었지만, 오빠가 봉록도 모두 공금으로 받아서 은화가 없대요. 그리고 둘째 노마님이 경제권을 쥐고 있으니 매달 손에 들어오는 것도 얼마 없나 봐요.” 원경병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알겠어.” 원경릉은 오빠가 준 북을 희상궁에게 주며 “잘 보관해 놓으세요.”라고 말했다.원경병은 두 벌의 작은 옷을 꺼냈다. 청색에 은은한 구름무늬의 부드러워 보이는 옷이었다.“이건 내가 만들었는데……”원경릉은 냉큼 옷을 집어 들었다.“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너무 예쁘다!”“이모니까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데, 당장 줄 게 없으니 정성껏 옷을 만들어 봤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또 만들어 주겠습니다.” 원경병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다.원경병은이 평소 덤벙거리고 대장부 같은 성격이어서 바느질 솜씨가 이렇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구사가 이런 여자를 놓치면 안 될 텐데’구사 생각이 나자 원경릉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원경병에게 혼사에 관한 일을 물었다.“혼사 관련 소식은? 뭐 없어?”“아 방금까지 기분 좋았는데, 왜 그런 거 물어봐요?” 원경병은 씩씩거렸다.“내가 네 형부한테 알아보라고 했는데……” “됐어요! 왕야가 이 일에 신경이라도 쓰겠습니까? 나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라면 그만하세요. 이제는 늙은이든 못생겼든 내 목숨만 해치지 않는다면 아무나 상관없습니다.” “왜 그렇게 비관적이야?” 원경릉은 앞길 창창한 어린 동생이 걱정됐다.“비관적이라뇨? 누이, 샤오란 기억나요? 걔가 누구한테 시집간 줄 알아요? 올해 62살인 오대학사한테 시집갔어요! 걔는 16살도 안됐는데!”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샤오란의 천진난만한 동그란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경조부에서 일을 했으며 소녀는 웃을 때 보조개가 예쁘고, 제기차기와 나비 잡기를 좋아하며 바느질도 잘했다. 원경릉은 그런 꽃다운 소녀가 늙은이에게 시집을 갔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났다. “언제?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원경릉은 벌레를 삼킨 듯 속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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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6화

정후부의 상황은 원경릉도 잘 알고 있었다.후부는 몇 년 동안 줄곧 힘을 못썼다. 부친은 시랑이라는 관직을 지키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썼으며, 시랑 관직을 유지하기 위한 심사를 거칠 때마다 윗사람들에게 아부를 하기 위해 돈을 찔러줬다.황제는 금년 초부터 부정부패를 저지른 관원들의 이름을 집어 비판하며 올해부터는 시험을 치러 썩은 가지는 잘라내겠다고 밝혔다.정후는 황제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그는 매번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며 불평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자신의 실력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생각해도 자신에게는 탁월한 능력이 없었다.그는 굳이 굳이 여식을 이용해 조정에 지위를 굳히려고 했으며, 늘 상서(尚書) 자리에 오르겠다고 말만 하고 실은 시랑 지위에 안주했다. 이는 정후 자신도, 관아의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때문에 원경병이 구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여식의 혼인이 전부 엎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대외적으로 들키고 싶지 않았다.원경릉은 한숨을 내쉬며 “됐어. 이 일은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라고 말했다.“누이, 나 때문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난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했어요.” 원경병이 빙그레 웃으며 “사실, 샤오란도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부러워한다고요. 샤오란 가문에서 대학사 집안으로 시집을 가는 것은 조상이 도와야만 가능한 일이거든요.”라고 말을 이었다. 원경병의 말에는 후부에 대한 풍자가 느껴졌다. 원경릉은 갑자기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참지 못하고 타구 앞으로 달려가 토를 했다.깜짝 놀란 원경병은 재빨리 문을 열어 사람을 부르고는 원경릉의 등을 두드렸다.“괜찮아 괜찮아 이건 아무것도 아냐.” 원경릉은 창백한 얼굴로 동생을 보았다.그 둘의 대화를 듣던 희상궁이 조용히 원경병을 한쪽으로 끌어당겼다.“만약 샤오란이 오면, 왕비님을 만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원경병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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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7화

희상궁이 매실탕을 들고 들어오자 원경릉은 목이 말랐는지 단숨에 그릇에 담겨있던 시큼한 매실탕을 들이켰다. “난 어쩜 이렇게 신 걸 잘 먹지?”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희상궁은 웃으며 “매운 것을 잘 먹으면 여자아이, 신 걸 잘 먹으며 남자아이라고 했습니다. 분명 뱃속에 세자가 들어 계신 겁니다.” 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빙그레 웃으며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게만 나와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맞습니다. 건강하게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죠.” 희상궁이 말했다.잠시 후, 원경병이 동그란 얼굴이 귀여운 샤오란을 데리고 들어왔다.샤오란은 겁에 질린 눈으로 원경병 뒤에 졸졸 쫓아오며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다 원경릉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 모습이 마치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소인 왕비를 뵈어 영광입니다!” 샤오란이 앞으로 나와 절을 했다.“샤오란! 나하고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빨리 일어나서 앉아라.”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은 샤오란에게서 좋은 감정이 느껴졌다.‘원주도 이 소녀를 좋아했나 보군.’환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샤오란이 그녀를 쳐다보고는 “언니!” 라고 소리쳤다. 원경릉은 해맑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슬퍼졌다. ‘이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가 늙은이에게 시집을 간다니……’원경릉은 원경병과 샤오란과 몇 마디를 대화를 나눈 후 속이 또 좋지 않아, 원경병에게 샤오란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샤오란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왔다.“언니, 혹시 저 왕부에서 하루 묵어도 되겠습니까? 딱 하루 만요! 절대 막 돌아다니지 않을게요!”원경병은 놀란 얼굴로 “그건 안 돼. 형부가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 너는 후부 가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샤오란은 실망한 표정이었다.“그럼 하루만 머물러. 오랜만에 오순도순 얘기나 하자.” 원경릉은 샤오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언니! 고맙습니다!” 샤오란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원경릉은 녹주에게 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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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8화

원경릉이 힘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며 “가지 마, 여기 있어.” 라고 말했다.“애교도 부릴 줄 알아?” 우문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볼에 뽀뽀를 했다.원경릉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문득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나는 줄곧 우리 둘만의 세상을 보내고 싶었는데, 한 명이 더 생긴다니.”“둘만의 세상? 둘만의 세상이 뭔데?”“아이가 없는 너와 나를 말하는 거야.”“왕부에도 너랑 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원경릉은 눈을 치켜트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됐다. 설명해 봤자 내 입만 아프다.’저녁밥은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상선이 직접 국을 담아 보내주었다. 한 입 먹어보니 지난번과 똑같았다. 답답했던 속이 국을 들이 켜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우문호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상선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죠? 제발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절대 안 됩니다. 효과가 좋은 것에는 일정한 해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태상황님은 왕비님이 아무것도 못 드시는 게 안타까워 이것을 보내시는 겁니다. 만약 밥을 잘 먹고 잘 지낸다면, 이걸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안에는 야자 제비집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요? 해로운 게 하나도 없는데?”제비집이 별다른 좋은 점이 없다는 것은 그녀도 알지만 인체에 해로울 것까지는 없었다.“왕비께서는 고작 두 가지만 알아내신 겁니까?” 상선이 웃으며 물었다.“그리고 약간 감초 맛도 나고, 아닌가? 해열에 좋은 시호가 들어있나?”원경릉이 고개를 갸우뚱했다.우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감초, 시후, 야자 즙, 제비집 이런 게 다 한 번에 들어갔다고? 맛없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아냐 진짜 맛있어! 근데 먹고 나면 위가 아파.”원경릉이 답했다.“왕비님, 구토가 멈추면 저에게 꼭 알려주세요.” 상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건곤전으로 돌아갔다.원경릉은 미간을 찌푸리고 “분명히 아주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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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9화

“그만해! 지금 몇 시인데 그래! 나 차가운 물로 씻고 싶지 않아. 어의가 당부 한 말 잊은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버럭 했다. 우문호는 누워서 호흡을 천천히 조절하며 불끈 솟은 마음을 다잡았다.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요괴이고 악마이며 만질 수도 없고 안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아미타불! 관세음보살!”원경릉은 본래 우문호 놀리는 게 재밌어서 더 그를 자극해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고 있는 우문호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미타불!” 그는 계속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눈동자 색이 짙어지면서 손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감싸자, 원경릉은 옆에 놓인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싱글벙글 웃으며 눕더니 그를 보며 정색했다.“나를 건드리면 안 돼. 우리 사이에는 삼팔선, 아미타불이 계시니까.”우문호는 욕지거리를 해대며 일어나 옷을 걸치고는 신발을 신고 바닥이 울릴 정도로 쿵쿵 발을 내디디며 나갔다.“왕야 또 냉수욕을 하러 가십니까?” 보초를 서다가 돌아온 서일이 그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우문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서일은 어깨를 으쓱하며 “내가 기생을 구해준다는데도 싫다고 하시니 누굴 탓하겠어?”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우문호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상한 온천 옆에는 냉수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원경릉이 임신한 후부터 이곳에 자주 오게 되자 탕양은 다른 사람을 시켜 그곳에 등불을 남겨두게 하였다. 등불이 어두워서 그가 병풍 쪽에 서서 겉옷을 벗고 안에 입은 침의를 벗으려고 할 때, 갑자기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우문호는 웃으며 “안 잤어? 여기까지 따라와서 뭐해 빨리 가서 잠이나 자.”라고 말했다.입술이 그의 어깨에 찍혔다.우문호는 이 여인이 원경릉인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에 놀라서 자신을 껴안은 사람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둥근 얼굴, 붉은 뺨, 촉촉한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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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0화

우문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처제의 말투를 보니 그녀가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자 잠에 들려고 했던 원경릉도 놀라서 급하게 나왔다. 바닥에 망토가 질질 끌렸고 옆에는 희상궁이 그녀를 부축했다. “무슨 일이야?” 그녀는 앞으로 나와 샤오란을 한 번 보고 격노한 우문호를 보았다..원경병은 억울하다는 듯“언니, 왕야께서 샤오란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라고 말했다.우문호는 화나 나서 “본왕이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아이가 뛰어들어와 뒤에서 본왕을 껴안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이야.”라고 말했다.“헛소리……” 원경병이 말했다.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샤오란을 바라보며 “산책한다고 나갔잖아 너 어디 갔었어?”라고 물었다.이렇게 물으면서도 원경병은 샤오란의 심성이 착하고 단순하다고 완벽히 믿고 있었다. 샤오란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원경병은 자신이 그녀를 추궁해서 우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한번 쳐다보며 서일에게 말했다. “왕야를 목욕탕으로 모시고 가세요.”“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우문호는 노기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원경릉의 싸늘한 눈빛을 받으며 목욕탕으로 향했다.“방금 저 여자가 만졌던 곳은 더 깨끗하게 박박 닦아라 서일아! 껍질이 벗겨져도 괜찮다! 박박 닦아라!”“예! 알겠습니다!” 서일이 우문호를 끌고 갔다.목욕탕으로 가던 중에 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언급했다.“본왕은 결백하다! 난 저 여자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녹주, 기라, 동생과 샤오란을 편청으로 데리고 가라.”원경릉이 몸을 돌리자 희상궁이 다가와 부축했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숨이 가빠졌다. 기라는 샤오란을 일으키며 “빨리 일어나세요. 울긴 왜 웁니까? 왕야께서 당신을 괴롭히기라고 했습니까?”라고 말하자 원경병이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럼 샤오란이 일부러 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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