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상궁이 매실탕을 들고 들어오자 원경릉은 목이 말랐는지 단숨에 그릇에 담겨있던 시큼한 매실탕을 들이켰다. “난 어쩜 이렇게 신 걸 잘 먹지?”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희상궁은 웃으며 “매운 것을 잘 먹으면 여자아이, 신 걸 잘 먹으며 남자아이라고 했습니다. 분명 뱃속에 세자가 들어 계신 겁니다.” 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빙그레 웃으며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게만 나와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맞습니다. 건강하게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죠.” 희상궁이 말했다.잠시 후, 원경병이 동그란 얼굴이 귀여운 샤오란을 데리고 들어왔다.샤오란은 겁에 질린 눈으로 원경병 뒤에 졸졸 쫓아오며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다 원경릉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 모습이 마치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소인 왕비를 뵈어 영광입니다!” 샤오란이 앞으로 나와 절을 했다.“샤오란! 나하고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빨리 일어나서 앉아라.”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은 샤오란에게서 좋은 감정이 느껴졌다.‘원주도 이 소녀를 좋아했나 보군.’환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샤오란이 그녀를 쳐다보고는 “언니!” 라고 소리쳤다. 원경릉은 해맑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슬퍼졌다. ‘이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가 늙은이에게 시집을 간다니……’원경릉은 원경병과 샤오란과 몇 마디를 대화를 나눈 후 속이 또 좋지 않아, 원경병에게 샤오란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샤오란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왔다.“언니, 혹시 저 왕부에서 하루 묵어도 되겠습니까? 딱 하루 만요! 절대 막 돌아다니지 않을게요!”원경병은 놀란 얼굴로 “그건 안 돼. 형부가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 너는 후부 가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샤오란은 실망한 표정이었다.“그럼 하루만 머물러. 오랜만에 오순도순 얘기나 하자.” 원경릉은 샤오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언니! 고맙습니다!” 샤오란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원경릉은 녹주에게 샤오
원경릉이 힘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며 “가지 마, 여기 있어.” 라고 말했다.“애교도 부릴 줄 알아?” 우문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볼에 뽀뽀를 했다.원경릉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문득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나는 줄곧 우리 둘만의 세상을 보내고 싶었는데, 한 명이 더 생긴다니.”“둘만의 세상? 둘만의 세상이 뭔데?”“아이가 없는 너와 나를 말하는 거야.”“왕부에도 너랑 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원경릉은 눈을 치켜트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됐다. 설명해 봤자 내 입만 아프다.’저녁밥은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상선이 직접 국을 담아 보내주었다. 한 입 먹어보니 지난번과 똑같았다. 답답했던 속이 국을 들이 켜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우문호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상선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죠? 제발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절대 안 됩니다. 효과가 좋은 것에는 일정한 해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태상황님은 왕비님이 아무것도 못 드시는 게 안타까워 이것을 보내시는 겁니다. 만약 밥을 잘 먹고 잘 지낸다면, 이걸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안에는 야자 제비집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요? 해로운 게 하나도 없는데?”제비집이 별다른 좋은 점이 없다는 것은 그녀도 알지만 인체에 해로울 것까지는 없었다.“왕비께서는 고작 두 가지만 알아내신 겁니까?” 상선이 웃으며 물었다.“그리고 약간 감초 맛도 나고, 아닌가? 해열에 좋은 시호가 들어있나?”원경릉이 고개를 갸우뚱했다.우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감초, 시후, 야자 즙, 제비집 이런 게 다 한 번에 들어갔다고? 맛없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아냐 진짜 맛있어! 근데 먹고 나면 위가 아파.”원경릉이 답했다.“왕비님, 구토가 멈추면 저에게 꼭 알려주세요.” 상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건곤전으로 돌아갔다.원경릉은 미간을 찌푸리고 “분명히 아주 이상한
“그만해! 지금 몇 시인데 그래! 나 차가운 물로 씻고 싶지 않아. 어의가 당부 한 말 잊은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버럭 했다. 우문호는 누워서 호흡을 천천히 조절하며 불끈 솟은 마음을 다잡았다.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요괴이고 악마이며 만질 수도 없고 안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아미타불! 관세음보살!”원경릉은 본래 우문호 놀리는 게 재밌어서 더 그를 자극해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고 있는 우문호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미타불!” 그는 계속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눈동자 색이 짙어지면서 손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감싸자, 원경릉은 옆에 놓인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싱글벙글 웃으며 눕더니 그를 보며 정색했다.“나를 건드리면 안 돼. 우리 사이에는 삼팔선, 아미타불이 계시니까.”우문호는 욕지거리를 해대며 일어나 옷을 걸치고는 신발을 신고 바닥이 울릴 정도로 쿵쿵 발을 내디디며 나갔다.“왕야 또 냉수욕을 하러 가십니까?” 보초를 서다가 돌아온 서일이 그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우문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서일은 어깨를 으쓱하며 “내가 기생을 구해준다는데도 싫다고 하시니 누굴 탓하겠어?”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우문호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상한 온천 옆에는 냉수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원경릉이 임신한 후부터 이곳에 자주 오게 되자 탕양은 다른 사람을 시켜 그곳에 등불을 남겨두게 하였다. 등불이 어두워서 그가 병풍 쪽에 서서 겉옷을 벗고 안에 입은 침의를 벗으려고 할 때, 갑자기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우문호는 웃으며 “안 잤어? 여기까지 따라와서 뭐해 빨리 가서 잠이나 자.”라고 말했다.입술이 그의 어깨에 찍혔다.우문호는 이 여인이 원경릉인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에 놀라서 자신을 껴안은 사람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둥근 얼굴, 붉은 뺨, 촉촉한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우문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처제의 말투를 보니 그녀가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자 잠에 들려고 했던 원경릉도 놀라서 급하게 나왔다. 바닥에 망토가 질질 끌렸고 옆에는 희상궁이 그녀를 부축했다. “무슨 일이야?” 그녀는 앞으로 나와 샤오란을 한 번 보고 격노한 우문호를 보았다..원경병은 억울하다는 듯“언니, 왕야께서 샤오란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라고 말했다.우문호는 화나 나서 “본왕이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아이가 뛰어들어와 뒤에서 본왕을 껴안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이야.”라고 말했다.“헛소리……” 원경병이 말했다.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샤오란을 바라보며 “산책한다고 나갔잖아 너 어디 갔었어?”라고 물었다.이렇게 물으면서도 원경병은 샤오란의 심성이 착하고 단순하다고 완벽히 믿고 있었다. 샤오란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원경병은 자신이 그녀를 추궁해서 우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한번 쳐다보며 서일에게 말했다. “왕야를 목욕탕으로 모시고 가세요.”“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우문호는 노기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원경릉의 싸늘한 눈빛을 받으며 목욕탕으로 향했다.“방금 저 여자가 만졌던 곳은 더 깨끗하게 박박 닦아라 서일아! 껍질이 벗겨져도 괜찮다! 박박 닦아라!”“예! 알겠습니다!” 서일이 우문호를 끌고 갔다.목욕탕으로 가던 중에 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언급했다.“본왕은 결백하다! 난 저 여자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녹주, 기라, 동생과 샤오란을 편청으로 데리고 가라.”원경릉이 몸을 돌리자 희상궁이 다가와 부축했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숨이 가빠졌다. 기라는 샤오란을 일으키며 “빨리 일어나세요. 울긴 왜 웁니까? 왕야께서 당신을 괴롭히기라고 했습니까?”라고 말하자 원경병이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럼 샤오란이 일부러 왕야
샤오란이 일으킨 사건의 결말“희상궁, 초왕부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좀 알아봐요. 샤오란 결혼시키게.” 원경릉이 말했다.“문간방 땅이(阿土)가 아직 결혼을 안 했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그래, 초왕부에서 은자를 대고 땅이와 샤오란의 혼례를 준비해요.” 원경릉이 말했다.샤오란이 당황해서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훌쩍거리며, “경릉 언니, 그건 저한테 죽으라는 말이 에요!”원경병도 분이 사그라지지 않아 계속 고개를 저었다.원경릉이 다가가며: “널 죽인다고? 네 스스로 노비가 되서라도 초왕부에 남겠다고 했잖아. 왜? 진심이 아니야?”샤오란이 깜짝 놀라 눈물도 뚝 그치고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경릉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원경릉이 싸늘한 말투로: “뭘 잘못했는데?”샤오란이 울면서: “누가 저한테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줬어요. 그 사람이 왕야가 저를 건드리기만 하면 저를 바로 후궁으로 삼을 게 확실하다고, 그 사람이 말하길 경릉 언니도 그렇게 초왕비가 됐다고 했어요.”원경병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하얗게 질려서, “샤오란, 너 지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샤오란이 얼굴을 들어 원경병을 보고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경병 언니, 용서해 줄꺼죠? 저도 잠시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예요. 오 대학사에게 시집가기 싫어요. 초왕 전하 후궁이 되면 파혼해도 오 대학사가 아빠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잖아요.”원경병이 화가 치밀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너….너….진짜 바보구나. 말 문이 막힌다 진짜. 난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줄 알았는데 네가 나서서 한 짓이었네. 너 왜 그렇게 멍청해? 정말 한대 패서 죽여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샤오란이 ‘으앙’하고 울며 망연자실해서 원경병을 보고, 다시 원경릉을 보고 오락가락 두렵고 불안한 눈빛이다.“널 그런 식으로 꾄 게 누구지?” 원경릉이 차갑게 물었다.샤오란이 여전히 울기만 하고 말이 없다.원경병이 화가 나서 샤오란의 손을 잡아 끌고, “어서
샤오란 사건으로 오싹한 우문호우문호가 목욕하고 돌아왔는데 여전히 얼굴에 노기가 가득하다.“처분 내렸어?” 우문호가 문을 들어와 씩씩거리며 물었다. “죽을 때까지 매를 쳤겠지?”원경릉이 미소를 띠고 나와서 시중을 들며, 차를 올리고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고, 어깨를 주무르며, “쫓아냈어, 이 참에 아주 크게 혼쭐났을 거야.”“그렇게 쉽게 놔줬단 말이야?” 우문호가 분이 안 풀리기도 했고,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게, 처음에 원경릉이 아닌 걸 바로 알아차리지 못해서 샤오란이 자신을 끌어안도록 놔둔 걸 원 선생이 신경 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원경릉이: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길을 잘못 든 아기 토끼에 불과한 걸, 오 대학사한테 시집가고 싶지 않아서 너한테 그렇게 하고 후궁이 되고 싶었다더라.”“시켜? 누가 시켰어?” 우문호는 바로 한 사람이 떠올라서, “기왕비?”“응 맞아.” 원경릉이 우문호를 끌어당겨 가까이에 앉히고는, “이 일은 더 이상 캐지 말아줘. 둘째 경병이가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더 캐물으면 초왕부에 다시 못 올 거야.”“이번엔 사람보는 안목이 없어서 샤오란을 도와준 꼴이 되었군.” 우문호가 중얼거렸다.“이용당한 거니 혼내지 마. 화 풀어, 화 풀어.” 원경릉이 우문호의 등을 쓸어주며 싱글거렸다.우문호가 크고 거친 목소리로, “이번은 당신 얼굴을 봐서 더이상 캐묻지 않겠지만 만약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초왕부에 한 발자국도 못 들여놓을 줄 알라고 해.”“알았어, 알았어!” 원경릉이 확답하며, “내가 벌써 경고 했어, 다시는 안 그럴 거야.” “그리고……” 우문호가 눈썹을 찡그리는 게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원경릉이 손을 떼더니 우문호를 흘끔 보고, “거진 다 됐네.”우문호가 화를 싹 거두고 원경릉의 손을 끌어서 자기 가슴에 대고는 너무너무 억울하다는 듯: “계속 해줘.”원경릉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며, 남자도 ‘오구오구’ 해줘야 하는 존재구나.두 사람이 잠시 얘기하며 우문호의 머리가 마
일파만파가 된 샤오란 사건태후가 이 소식을 듣고 큰일 났다 싶었다. 임신 중인 초왕비가 이런 큰 소동을 참을 수 있을까? 바로 사람을 시켜 우문호를 불러들였다.태후가 직접 질문하길, “이상한 온천에서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우문호가 놀라서, “황조모께서 알고 계셨습니까?”이 말을 듣고 태후는 뒷목을 잡으며 우문호를 손가락질 하는데, “이 멍청한 놈, 초왕비가 난리법석을 떠는 걸로 끝나 그나마 다행이지 배 속에 아이가 어찌되었으면 내가 제 명에 못 죽었을 게다.”우문호가 할머니가 이렇게 심각하게 말씀하시는 걸 듣고 황급히: “황조모 안심하세요, 왕비는 소란을 떨지 않았습니다. 사리분별이 정확한 사람이에요, 진짜.”“안되지, 안돼.” 할머니는 손사레를 치며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네 일은 내가 황제와 상의하도록 하마.”우문호가: “상의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일은 아바마마께 말씀드릴 정도 아닙니다. 정말 괜찮아요.”“됐다, 넌 가서 왕비를 잘 돌보도록 해라. 다시 이런 일로 소란이 일어나면 너부터 용서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알아라.” 태후가 매섭게 말했다.우무호는 이번에 정말 어리둥절해서 태후전에서 나와 상궁을 귀퉁이로 끌고 가 자세히 물었다.우문호는 자초지종을 듣고 야단났다 싶어, “일이 왜 그렇게 와전됐지? 누가 태후마마께 헛소리를 한 거야?”기왕비는 지금 병중이라 입궁해서 태후를 알현할 수 없다.“오늘 황후마마께서 오셔서 문안을 드리셨습니다.” 상궁이 조용히 말했다.황후는 이 일을 알리 없다. 누군가 입궁해서 알리지 않았다면 말이다.“오늘 누가 입궁해서 황후마마께 문안을 드렸느냐?” 우문호가 물었다.상궁이 미소를 띠고, “쇤네 그 점은 알지 못하지만 왕야께서 알고 싶으시다면 구대인에게 물으시지요. 구대인이 오늘 당직이라 궁문 시위 대장으로 순시하고 있습니다.”우문호는 바로 구사를 찾아갔다.구사는 마침 궁문 밖에서 순시중으로 우문호가 붙들어 세우고 묻길, “구사, 사실대로 말해, 오늘 누가 입궁해서
구사와 원경병의 세번째 만남구사 이 사람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신속하다.저녁에 출궁해 첫번째 자료를 가지고 재빠르게 초왕부로 가서 진행상황을 알렸다.때마침 큰 마당에서 원경병을 보고 구사는 순식간에 때를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다.“둘째 아가씨!” 구사가 나와 인사했다. 지난번 일이 있었으니 원경병도 구사를 기억하겠지.원경병이 구사를 보더니, “공자님, 얼굴이 낯익네요.”구사는 마음이 파스스 부서지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구사로 둘째 아가씨 형부와 절친입니다.”원경병이 놀라며 그제서야 이 사람이 전에 성밖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 와서 아는 척을 하더니 또 뭐가 어떻게 됐는지 갑자기 홱 돌아서 갔던 사람이라는 게 떠올랐다.“어머, 구 대인이셨군요, 몰라 뵀습니다.” 원경병이 얼굴빛을 단정하게 하고 다소곳하게 말했다.“절 아시겠습니까?” 구사가 골똘히 쳐다보며 물었다.“저희 만난 적이 있지요, 하지만 아마 구대인께서는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원경병이 미소를 띠고 말했다.기억을 못해? 다음 생에도 기억할 지경이다.구사가 머리를 짜내서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모양을 취하더니 잘 모르겠다는 듯, “어디서 뵀더라?”원경병이, “성 밖에서요, 제왕비께서 죽을 배급하다가 일이 터졌던 그 때.”“아!” 구사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맞아요, 기억납니다. 그날 초왕비마마와 같이 계셨지요. 두 분 말씀나누시는데 제가 갔었지요.”원경병이: “네, 그런데 왜 갑자기 가버리셨는지 모르겠어요.”“예, 그날 부상자들이 위급한 상황이라 저도 마음이 급해서, 사람을 구하러 가느라 실례가 많았습니다.” 구사가 사과했다.원경병이 예를 취하며, “대인께서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시니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무슨 말씀을,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구사가 손을 내저으며 겸손하게 웃었다.복도를 돌아서 오던 우문호와 원경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어쩌지? 구사를 한 대 패고 싶은데.” 우문호가 구사를 보며 원경릉에게 말했다.“구사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