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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9화

“그만해! 지금 몇 시인데 그래! 나 차가운 물로 씻고 싶지 않아. 어의가 당부 한 말 잊은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버럭 했다.

우문호는 누워서 호흡을 천천히 조절하며 불끈 솟은 마음을 다잡았다.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요괴이고 악마이며 만질 수도 없고 안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원경릉은 본래 우문호 놀리는 게 재밌어서 더 그를 자극해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고 있는 우문호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미타불!” 그는 계속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눈동자 색이 짙어지면서 손이 천천히 그녀의 등을 감싸자, 원경릉은 옆에 놓인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싱글벙글 웃으며 눕더니 그를 보며 정색했다.

“나를 건드리면 안 돼. 우리 사이에는 삼팔선, 아미타불이 계시니까.”

우문호는 욕지거리를 해대며 일어나 옷을 걸치고는 신발을 신고 바닥이 울릴 정도로 쿵쿵 발을 내디디며 나갔다.

“왕야 또 냉수욕을 하러 가십니까?” 보초를 서다가 돌아온 서일이 그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우문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서일은 어깨를 으쓱하며 “내가 기생을 구해준다는데도 싫다고 하시니 누굴 탓하겠어?”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우문호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상한 온천 옆에는 냉수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원경릉이 임신한 후부터 이곳에 자주 오게 되자 탕양은 다른 사람을 시켜 그곳에 등불을 남겨두게 하였다.

등불이 어두워서 그가 병풍 쪽에 서서 겉옷을 벗고 안에 입은 침의를 벗으려고 할 때, 갑자기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우문호는 웃으며 “안 잤어? 여기까지 따라와서 뭐해 빨리 가서 잠이나 자.”라고 말했다.

입술이 그의 어깨에 찍혔다.

우문호는 이 여인이 원경릉인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에 놀라서 자신을 껴안은 사람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둥근 얼굴, 붉은 뺨, 촉촉한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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