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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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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1화

원경릉의 입덧태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초왕비가 질투심이 많고 속이 좁은 걸 잊었구나. 됐다. 복중의 아이의 얼굴을 봐서 너는 절대로 왕비에게 화내지 말아라. 기껏 참아봤 자 1년반 정도가 아니냐. 아이가 태어나면 할미가 나서서 너에게 후궁을 넉넉히 정해주도록 하마.”우문호는 어서 출궁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얘기했다 가는 후궁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우문호가 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막 탕을 마시고 한바탕 토한 참이다.황제폐하께서 보낸 내의원 원판에게도 보였는데 태아가 확실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처방대로 매일 달여서 매일 먹어야 한다고 우문호에게 신신당부했다.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임신성 구토는 어쩔 수 없지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여야 한다고 말이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이 토하느라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끌어 안고 관아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원경릉은 전신이 힘이 없고, 머리를 우문호의 다리에 댄 채 엉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맥없이: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 어요. 임신을 했어도 어제 오늘이 아닐 텐데 전에는 토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토하게 됐는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가슴 아프게: “약 상자에 약이 있는지 봤어? 토하는 거 멈출 수는 없어?”“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어요.”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정말 내가 너 대신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문호는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건 아마 별거 아닐 거예요, 낳을 때가 진짜 고통스럽죠.”현재의 의학수준을 보건데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한 발을 관속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다.일단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못할 때, 역아나 가로 태위 등으로 큰 출혈이 발생할 경우 구할 방법조차 없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자기가 목숨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도 마음이 괴롭긴 마찬가지다. 회임은 원래 기쁜 일이지만 궁 안의 압박과 외부 세력의 압박, 임신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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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2화

원경릉의 회임의 위험원경릉이 침대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절반쯤 죽어가는 상태였다.침대에서 일어나면 하늘과 땅이 뱅뱅 돌고 미친듯이 토한다.어의가 들어오자 원경릉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왜 전 이렇게 심하게 입덧을 하나요?”조어의가: “왕비마마, 몸이 많이 상하셨고, 그제 밤에 화가 올라와서 간에 울혈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니 이렇게 힘이 드신 겁니다. 서서히 몸조리를 하시면 점차 좋아지실 겁니다.”“빨리 몸조리 해주세요. 무슨 약이든지 괜찮으니까 어지럼증이랑 구토 좀 멈추게……” 원경릉은 눈을 뜰 힘조차 없었다.우문호는 마음이 급해서 한손으로 어의를 끌고 나오며, “좀 더 잘 듣는 처방은 없나? 태후께서 하사하신 약이 잔뜩 있는데 그걸 써 보는 건 어때?”조어의는 오히려 우문호를 끌고 더 멀리 가서 한숨을 쉬며, ”왕야, 사실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의원 원판과도 상의했는데 왕비마마께서 이번에 회임하신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마마의 몸이 아직 낫지 않으셨고, 그때 자금탕을 드시고 틀림없이 날짜를 사이에 두고 해독약을 드셨을 겁니다. 그 해독약은 자금탕의 차가운 성질을 강제로 억제했던 것으로, 지금 한꺼번에 폭발하니 왕비마마께서 백배로 고통스러우신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 때 기혈이 상하셨습니다. 합당하지 않은 말이나 소신이 감히 말씀 올립니다. 왕비마마의 오장육부는 낡은 솜 같은 상태로 가볍게 누르기만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지탱할 힘 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우문호가 이 말을 듣자 이가 다 뿌드득 갈렸다. 그때의 자신은 어쩌면 그렇게 망할 자식이었을까?어의가 계속: “왕비마마의 몸 상태가 이러 신데 회임을 하실 수 있었다니, 틀림없이 지금단의 위력일 겁니다. 자금단이 기혈의 순환을 도왔으나 어쨌든 임시방편이라 약효가 떨어지면 그저 왕비마마 본인의 신체의 조화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어의에게: “만약 이 아이가 필요 없다면?”어의가 대경실색해서, “그건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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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3화

원경릉의 임신에 대한 정후의 생각정후는 둘째 노마님과 아내 황씨의 얼굴을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어이가 없어서, “왜 이렇게 빨리 와? 남아서 밥 먹고 가라고 안 해?”황씨는 입이 댓 발 나와서: “남긴 뭘 남아요? 들어와서 물건 여기에 두고 가라는데, 초왕비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아무도 안 만난데요.”“아직도 유세를 떨어? 이 몹쓸 것 같으니!” 정후가 펄펄 뛴다.황씨가 변명하며: “뭐 그렇게 유세부린 건 아니고요, 다른 왕비랑 공주도 만나 주지 않고 그냥 보내더라고요. 듣자 하니 태아가 불안해 어의가 절대 안정을 취하도록 지키고 있고, 초왕도 누구든 병문안 오는 것을 엄금했다고 해요.”“태아가 안정적이질 못해?” 정후는 흠칫 놀라 안색이 돌변해, “어째서 태아가 불안한 거야? 물어봤어?”“누구한테 물어봐요?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황씨가 기분이 상해서, “아니 초왕도 그렇지, 내가 좋으나 싫으나 장모 아니야, 그런데 이따위로 냉대를 해? 앞으로 나도 안 가고 말지.”정후가 꾸짖으며, “닥쳐, 초왕이 널 냉대한 게 뭐? 아직도 분을 못 참아? 초왕은 어엿한 친왕이고, 당신을 장모님이라고 부르더라도 당신은 군신의 예를 차려야 하는 법이거늘.”황씨는 꾸지람을 듣고 감히 말대꾸도 못했다.둘째 노마님이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팔룡아, 숙모가 그러지 않았니, 네가 서둘러도 쓸데없다고. 초왕이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네가 직접 가도 만날 수 없다는 뜻이지. 우선 좀 기다려 보는 게 낫겠구나.”정후가 손으로 탁자를 지그시 누르며, 눈썹을 치켜 올리고: “못 기다립니다. 관리의 인사고과가 연말엔 시작될 텐데 반드시 경릉을 만나 초왕에게 아부하라고 시켜야 된다고요. 그러면 초왕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일을 처리할 거란 말입니다. 지금 경릉이 임신했으니 초왕은 무조건 그녀의 말을 따를 거예요.”황씨가 가만 들어보니 정후의 관직과 연관이 있는지라 긴장해서, “이 못된 기지배, 처음부터 에미랑 가깝게 지낼 것이지 아니, 에미가 가게 만들어? 초왕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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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4화

할머니와 원경릉정후는 큰 마님이 자신의 말을 분명 듣지 못하고 손씨 아주머니에게 준비를 분부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큰 마님이 분명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 주실 거라 믿고, 괜히 신신당부할 필요 없다고 여기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정후의 생각이 딱 들어 맞았다.우문호는 정후부 사람이 원경릉을 만나지 못하게 했으나, 원경릉이 할머니에겐만은 신경 쓰는 것을 알고 있고, 원경릉의 할머니인 큰 마님이 아프신 와중에 직접 오셨 다니 만나지 않게 할 방도가 없다.초왕이 친히 나가서 모시고 와서 공손하게 예를 올리고 할머님이란 존칭을 사용했다.큰 마님은 현주 출신으로 예의 범절을 잘 알고 있어 우문호의 손을 잡아 말리며: “왕야, 어서 일어나세요. 할머니라니요.”초왕의 할머니는 사실 현재의 태후마마로, 만약 좀더 친근한 사이였으면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텐데 예의로는 이렇게 하는 게 합당하니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사양의 말이 나오기 전에 우문호가 먼저 인사를 올려서 큰 마님도 뭐라 다시 말하기 어려운 게 자칫하면 눈치 없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우문호가 웃으며 들어오시라고 하고 원경릉은 할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려고 했다.우문호가 서둘러 가서 막으며, “일어나지 마. 누워있어도 돼, 할머니가 어려운 분도 아니고.”원경릉이 투덜거리며, “누워있느라 허리가 끊어질 거 같아.”“있다가 허리 주물러 줄게. 우선 큰 마님이랑 애기 나눠, 난 관아에 좀 다녀올 게.”정후부 인물 중에 우문호가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큰 마님이다.그래서 큰 마님이 오셨으니 안심하고 할머니와 손녀가 얘기 나누게 하려는 배려다. 만약 자신이 초왕부에 있으면서 두 사람과 같이 있지 않으면 모양세가 좋지 못하니, 이 참에 관아에 다녀올 생각인 것이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자리를 비키길 간절히 바랬다. 꼬박 이틀을 삼엄하게 주시하는 우문호의 눈빛을 받으며 누워 있었더니 미쳐버릴 지경이기 때문이다.우문호가 가고 큰 마님은 침대 곁에 앉아 심지어 만족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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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5화

속보이는 정후와 큰 마님의 결심원경릉이 전력을 다해 할머니에게 식사하고 가시라고 만류했지만 큰 마님은 완강하게 일찍 돌아가시겠다며 병이 중해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고 하셨다.큰 마님은 억지로 만류할 수 없는 분이라 희상궁을 불러 나가시는 걸 모셔다 드릴 수 밖에 없었다.문을 나서는데 큰 마님이 희상궁에게 예를 취하며, “저희 손녀가 아는 게 없어서 다른 사람을 위할 줄을 모르니 집사께서 잘 좀 보살펴 주세요.”희상궁은 펄쩍 뛰며, 황급히 노마님을 부축해서, “현주께서 절을 하시다니요, 쇤네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왕비마마께서 쇤네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쇤네가 반드시 잘 보살펴 드릴 것입니다.”“그렇다면 집사께 감사드립니다. 집사님은 궁에서 오셨으니 견문이 넓고 침착하신 줄 압니다. 집사께서 돌봐 주시면 저도 안심입니다.” 큰 마님이 말했다.손씨 아주머니와 마부가 와서 큰 마님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정후부로 돌아오자 정후가 급히 나와 큰 마님을 맞이하며, “어머니, 경릉이를 만나셨습니까?”큰 마님은 비틀거리며 숨을 헐떡거리고, “봤다.”정후가 기뻐하며, “그럼 왕야도 보셨습니까?”손씨 아주머니가 대신 답하며, “나리, 왕야께서 직접 나와서 큰 마님을 맞아 주셨습니다.”정후는 더욱 기뻐하며, “그거 잘 됐군, 정말 잘 됐어.”둘째 노마님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약간 굳어지며 조금 있다가 웃으며: “과연 큰 마님은 출신 집안이 좋으시니 초왕도 자연스럽게 더 공경하는 군요.”상당히 비꼬는 신랄한 말투다.큰 마님은 둘째 마님을 상대하지 않았다.정후도 상대하지 않고 큰 마님을 부축하며 묻길: “그럼 왕야에게 한 말씀 드리셨죠?”큰 마님이 자리에 앉자 시녀가 차를 가져와서 몇 모금 마시고, 기다리느라 초조한 정후에게 아랑곳없이 비로소 천천히: “왕야께서 너에게 이 말을 전하라고 하더구나. 지금부터 연말까지 아직 몇 개월의 시간이 있으니, 관아의 일에 마음을 두고 단정한 태도를 취하면 왕야도 비로소 널 위해 말을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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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6화

기왕비와 제왕비가 보낸 선물이 도착하였다.기왕비는 비취로 만든 관음(觀音) 보살 조각상을 보냈다. 조각상은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웠으며 값도 꽤 나가 보였다. 기왕비는 최상품의 조각상을 구하려다 살림 밑천이 거덜 날 뻔했다. 사실 중등품의 조각상을 선물했어도 원경릉은 구별하지 못했을 테지만,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왕비는 무리해서라도 최상품을 준비했다.이에 비해 제왕비인 주명취가 보낸 선물은 초라했다.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인삼 두 뿌리에 당귀 몇 개뿐이었다. 주명취는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다. 그녀는 원경릉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원경릉이 임신한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동서지간에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게 티가 나니까 대충 구색에 맞게 준비를 했다. 주명취는 어차피 선물한 약재도 초왕비가 먹지 않을 것이기에 질 좋은 약재를 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기상궁은 관음보살을 들어다가 잘 보이는 곳에 옮겨 두고, 마른 걸레로 닦다가 보살의 등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금이 간 부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비취의 무늬라고 여기기 십상이었다. 무릇 불상조각은 완전무결해야 한다. ‘금이 간 관음을 보낸 이유가 뭘까?’기상궁은 화가 나서 희상궁에게 말했다. “이 일을 왕비님이 신경쓰지 않게 왕야께 말하는 게 좋겠네.” 희상궁이 말했다.“기왕비가 우리 왕비님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 저주를 하다니! 음흉해!”기상궁이 화를 냈다.기상궁은 평소에 상전을 비난하는 말을 잘 하지 않는데, 이번 일에는 화가 많이 났는지 계속해서 기왕비의 욕을 했다. 두 상궁 모두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관음에 흠집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왕비의 방안에 두었다면……’기상궁과 희상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희상궁도 이번 일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왕비의 잘못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녀는 관음을 받자마자 금이 간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게 한이였다. “일단 거기에 두자고.” 희상궁이 말했다.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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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7화

내딛는 한 걸음에 생사가 달라지고, 뱉는 말 한마디에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진다. 우문호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기왕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굳은 표정을 숨겼다.우문호가 안으로 들어오자 기왕비는 병을 핑계로 침상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다섯째 왔습니까.”우문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몸조리하시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송구합니다. 본왕이 형수님께 여쭐 게 있어서요. 형수님 부디 솔직하게 답해 주십시오”“괜찮습니다. 곧 죽을 사람이 숨길게 뭐가 있겠습니까.”우문호는 금이 간 관음보살 조각상을 선물해놓고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기왕비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형수님, 낙담하긴 아직 이릅니다. 병에 걸렸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니까요. 제시간에 약 챙겨 먹고, 어의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이삼 년은 거뜬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가시 돋친 우문호의 말에 기왕비는 화가 나서 손에 쥐고 있던 백자(白瓷) 찻잔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한순간에 창백해져 뼈가 도드라져 보였다.우문호는 사적인 감정을 숨기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유후궁이 큰형수에 핍박을 못 이겨 자결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내가 무슨 이유로 그랬겠습니까?” “제보에 따르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진 형수께서 유후궁이 아들을 낳을까 봐 걱정했고, 유후궁을 죽이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 유후궁의 약점을 잡아 스스로 죽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기왕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를 보았다.“다섯째는 그런 엉터리 소문을 믿는 겁니까?”“제보가 들어온 이상 본왕은 진위를 밝혀야 합니다. 형수께서 부인을 하신다면 이는 무고(诬告)이니 조사를 철저히 해야겠죠.”“조사를 한다고요?” 기왕비가 차갑게 웃었다.기왕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조사가 시작되면…… 설령 무고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항간에는 그녀가 유후궁을 협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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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8화

우문호는 어린 시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네가 옮겼다는 관음보살은 어떻게 생겼느냐? 색깔은 무슨 색이고?”“어…… 그게……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옥 백색이었던 것 같습니다……”어린 시녀는 덜덜 떨며 그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우문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기왕비를 보았다.“형수님께서는 본왕을 바보로 아시는 겁니까?”기왕비의 동공이 흔들렸다.“다섯째,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사건 조사를 계속해야겠다는 뜻입니다.”기왕비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천천히 폈다.“제상궁! 네 죄를 네가 알 테다!” 기왕비가 호통을 쳤다.어린 시녀를 때리던 상궁이 창백해진 얼굴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상궁은 기왕비가 혼인할 때 데리고 온 상궁으로 기왕비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기왕비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 사람이다. “들어오거라!”우문호는 기왕비의 변명은 듣기 싫다는 듯 밖에 있는 호위를 불렀다.“예! 부르셨습니까!”“여기 제상궁을 끌고 가, 곤장 삼십 대를 치거라!”우문호가 말했다.기왕비는 침통한 표정으로 제상궁을 보더니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우문호는 피도 눈물도 없는 표정으로 기왕비를 보았다.기왕비는 처량하게 웃으며 “미천한 상궁이 벌인 일로 이렇게 화를 내실 필요가 있으십니까?”라고 말했다.“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우문호가 한숨을 내쉬었다.기왕비는 그를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왕야께서 이렇게 여자들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지 몰랐네요. 하지만 여자들끼리 싸움에 남자는 끼지 않는 것이 좋죠. 이렇게 끼어드신다면 속 좁다고 욕먹습니다.”우문호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왕비를 노려보았다.“형수께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으니, 저도 한 마디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 부인의 손 끝하나라도 건드리신다면 본왕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여자들의 싸움이요? 싸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제가 응수해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기왕비가 크게 웃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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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9화

제상궁은 눈물을 훔치며 기왕비를 보았다.“왕비 쇤네 때문에 슬퍼하지 마세요. 몸이라도 상하실까 걱정입니다. 쇤네는 괜찮습니다.”기왕비는 분노와 슬픔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 치욕은 반드시 복수할 거야.”제상궁은 한숨을 내쉬며 “초왕이 이런 사사로운 작은 일로 이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습니다. 몇 마디 주의로 끝날 줄 알았는데…… 왕비님 초왕을 조심하세요. 그는 왕비님의 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유후궁에 대한 것도 알고 있으니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지금 그는 태자가 될 줄 알고 저렇게 기세가 등등한 것이지. 만약 뱃속에 그 아이가 없어진다면 과연 지금처럼 오만방자하게 굴 수 있을까?” 기왕비가 차갑게 말했다.“왕비. 이 일에 손을 떼시는 게 좋겠습니다. 궁에는 보는 눈이 많습니다. 만약 잘못된다면 변명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놀란 제상궁이 기왕비를 말렸다.“걱정 마.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거야. 듣자 하니 원경릉이 자금탕을 먹어서 태아가 불안전하다던데, 이때를 틈 타 그녀를 화나게 하거나, 놀라게 한다면 태아는 금방 떨어질 것이야.”“맞습니다.” 제상궁이 음흉하게 말했다.그 시각 초왕부.왕부로 돌아온 우문호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이를 본 탕양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왕야. 기왕비는 음흉하고 악독한 사람이니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본왕이 기왕비를 건드린 것도 아닌데, 소란을 피울 이유가 있겠는가? 그리고 상태를 보아하니 원경릉이 아이를 순산하는 것도 못 보고 갈 것 같더구먼…… 제 코가 석자인데 누굴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느냐?”우문호의 말을 들은 탕양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경릉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속 구역질만 해댔다.‘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도 이렇게 괴로웠으려나? 만약 그랬다면 정말 죄송스럽구나……. 엄마에게 은혜도 갚지 못하고 이곳으로 오다니……’그녀는 입덧이 심해서 며칠 동안 음식은 입에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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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0화

눈물을 흘리는 원경릉을 보자 우문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우문호, 나 집에 가고 싶어.” 원경릉은 그만 울음을 떠트리고 말았다.그녀는 집이 그리웠다.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 준 음식, 외손주를 위해 하나하나 소중하게 고른 손바닥만 한 옷과 양말, 엄마의 정겨운 잔소리…… 그 모든 것이 그리웠다.그녀는 문득 시공간 속에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알까?’우문호는 그녀가 조모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눈물을 닦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래, 그래. 내가 녹주한테 말해서 조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할게. 조모님께 부탁해서 여기 있다 가시라고 할게. 어때?”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더욱 서럽게 울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왜 이렇게 우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는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괴로웠다. 그때 희상궁이 깜짝 놀란 얼굴로 들어왔다. “왕야! 태상황님께서 오셨습니다!”“뭐?” 우문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짭니다! 밖에 사람들이 와있으니 희상궁보고 먼저 나가보라고 하겠습니다.”기상궁이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맙소사, 태상황이 얼마 만에 궁 밖으로 나오신 거지? 태상황이 초왕비를 보러 나온 건가?원경릉은 울음을 그치고 우문호를 마주 보았다. ‘이거…… 실화냐? 태상황님이 오셨다고?’황후와 현비는 몰라도 태상황님이 오실 리가 없었다. “평상복을 입으셨어?” 우문호가 물었다.“아니요. 의장을 입고 오셨습니다.”“나 나갔다가 올게.”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그는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밖에 나가니 의장을 입은 태상황과 상선이 함께 걸어오는 것이 보였고, 그 뒤에는 의경들과 수많은 궁인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황조부님을 뵙니다.” 우문호가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태상황은 검은 반룡포에 관을 썼고, 깔끔하게 수염을 민 모습이 왠지 모르게 활기차 보였다. 그의 걸음걸이는 사뿐하고 가벼운 것이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던 사람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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