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377화

내딛는 한 걸음에 생사가 달라지고, 뱉는 말 한마디에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진다.

우문호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기왕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굳은 표정을 숨겼다.

우문호가 안으로 들어오자 기왕비는 병을 핑계로 침상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다섯째 왔습니까.”

우문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몸조리하시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송구합니다. 본왕이 형수님께 여쭐 게 있어서요. 형수님 부디 솔직하게 답해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곧 죽을 사람이 숨길게 뭐가 있겠습니까.”

우문호는 금이 간 관음보살 조각상을 선물해놓고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기왕비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형수님, 낙담하긴 아직 이릅니다. 병에 걸렸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니까요. 제시간에 약 챙겨 먹고, 어의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이삼 년은 거뜬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시 돋친 우문호의 말에 기왕비는 화가 나서 손에 쥐고 있던 백자(白瓷) 찻잔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한순간에 창백해져 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우문호는 사적인 감정을 숨기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유후궁이 큰형수에 핍박을 못 이겨 자결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내가 무슨 이유로 그랬겠습니까?”

“제보에 따르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진 형수께서 유후궁이 아들을 낳을까 봐 걱정했고, 유후궁을 죽이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 유후궁의 약점을 잡아 스스로 죽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기왕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를 보았다.

“다섯째는 그런 엉터리 소문을 믿는 겁니까?”

“제보가 들어온 이상 본왕은 진위를 밝혀야 합니다. 형수께서 부인을 하신다면 이는 무고(诬告)이니 조사를 철저히 해야겠죠.”

“조사를 한다고요?” 기왕비가 차갑게 웃었다.

기왕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조사가 시작되면…… 설령 무고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항간에는 그녀가 유후궁을 협박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