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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1화

태상황은 최근 2년 동안 애가 탔다.

병든 여섯째, 장님인 여덟째,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홉째, 그리고 나머지 친왕들은 모두 아들을 낳지 못했다. 그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조급했다. 그는 매번 명원제 앞에서 증손자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효자인 명원제도 태상황의 재촉에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리하여 정세를 읽은 조정의 신하들은 친왕들 중에 누가 아들을 낳아서 태자가 될 것인가를 추측했다.

“이리 가져오거라!” 태상황이 상선에게 말했다.

상선은 뒤에 서있던 궁인에게 식합(食盒)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그것을 희상궁에게 전해주었다.

“이것은 태상황님께서 왕비에게 하사하는 것이니, 상궁이 왕비께 드리세요.”

희상궁은 두 손으로 식합을 받아들며“왕비는 지금 먹는 대로 토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가져가거라. 한 입을 먹어도 두 입을 먹어도 상관없다. 태상황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가거라.”상선이 말했다.

희상궁은 식합을 들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 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희상궁이 식합을 들고 들어오자 원경릉이 “태상황님께서는 가셨어요?” 라고 물었다.

“아직입니다. 지금 밖에 계시는데, 태상황님께서 식합을 주셨으니 한술이라도 드세요.”

원경릉은 얼굴을 찌푸리며 “못 먹겠는데……”라고 말했다.

희상궁이 식합 뚜껑을 열자 안에는 희멀건 국이 있었다. 무언가 둥둥 떠있었고, 야자 향기가 났다. 희상궁은 수저에 국을 조금 덜어 그녀의 입에 가져갔다.

“설탕물인가요? 세상에, 이런 건 못 먹는데” 원경릉의 미간이 한순간에 찌푸렸다.

“숟가락에 혀라도 대보세요.”

“이렇게 대충 먹어도 되는 건가요?”

“입이라도 댔으니 어르신의 마음은 받으신 겁니다.” 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원경릉은 수저를 집어 핥더니 멍한 표정으로 희상궁을 보았다.

“어? 이거 달지 않네요?”

그녀는 침상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식합 안에 국을 들이 마셨다.

희상궁은 그녀가 토를 할까 봐 걱정되어 급히 타구(痰盂)를 들고 왔다.

원경릉은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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