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371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원경릉의 입덧

태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초왕비가 질투심이 많고 속이 좁은 걸 잊었구나. 됐다. 복중의 아이의 얼굴을 봐서 너는 절대로 왕비에게 화내지 말아라. 기껏 참아봤 자 1년반 정도가 아니냐. 아이가 태어나면 할미가 나서서 너에게 후궁을 넉넉히 정해주도록 하마.”

우문호는 어서 출궁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얘기했다 가는 후궁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우문호가 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막 탕을 마시고 한바탕 토한 참이다.

황제폐하께서 보낸 내의원 원판에게도 보였는데 태아가 확실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처방대로 매일 달여서 매일 먹어야 한다고 우문호에게 신신당부했다.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임신성 구토는 어쩔 수 없지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여야 한다고 말이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이 토하느라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끌어 안고 관아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원경릉은 전신이 힘이 없고, 머리를 우문호의 다리에 댄 채 엉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맥없이: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 어요. 임신을 했어도 어제 오늘이 아닐 텐데 전에는 토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토하게 됐는지.”

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가슴 아프게: “약 상자에 약이 있는지 봤어? 토하는 거 멈출 수는 없어?”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어요.”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내가 너 대신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문호는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다.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건 아마 별거 아닐 거예요, 낳을 때가 진짜 고통스럽죠.”

현재의 의학수준을 보건데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한 발을 관속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다.

일단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못할 때, 역아나 가로 태위 등으로 큰 출혈이 발생할 경우 구할 방법조차 없다.

원경릉은 진심으로 자기가 목숨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문호도 마음이 괴롭긴 마찬가지다. 회임은 원래 기쁜 일이지만 궁 안의 압박과 외부 세력의 압박, 임신으로 인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372화

    원경릉의 회임의 위험원경릉이 침대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절반쯤 죽어가는 상태였다.침대에서 일어나면 하늘과 땅이 뱅뱅 돌고 미친듯이 토한다.어의가 들어오자 원경릉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왜 전 이렇게 심하게 입덧을 하나요?”조어의가: “왕비마마, 몸이 많이 상하셨고, 그제 밤에 화가 올라와서 간에 울혈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니 이렇게 힘이 드신 겁니다. 서서히 몸조리를 하시면 점차 좋아지실 겁니다.”“빨리 몸조리 해주세요. 무슨 약이든지 괜찮으니까 어지럼증이랑 구토 좀 멈추게……” 원경릉은 눈을 뜰 힘조차 없었다.우문호는 마음이 급해서 한손으로 어의를 끌고 나오며, “좀 더 잘 듣는 처방은 없나? 태후께서 하사하신 약이 잔뜩 있는데 그걸 써 보는 건 어때?”조어의는 오히려 우문호를 끌고 더 멀리 가서 한숨을 쉬며, ”왕야, 사실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의원 원판과도 상의했는데 왕비마마께서 이번에 회임하신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마마의 몸이 아직 낫지 않으셨고, 그때 자금탕을 드시고 틀림없이 날짜를 사이에 두고 해독약을 드셨을 겁니다. 그 해독약은 자금탕의 차가운 성질을 강제로 억제했던 것으로, 지금 한꺼번에 폭발하니 왕비마마께서 백배로 고통스러우신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 때 기혈이 상하셨습니다. 합당하지 않은 말이나 소신이 감히 말씀 올립니다. 왕비마마의 오장육부는 낡은 솜 같은 상태로 가볍게 누르기만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지탱할 힘 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우문호가 이 말을 듣자 이가 다 뿌드득 갈렸다. 그때의 자신은 어쩌면 그렇게 망할 자식이었을까?어의가 계속: “왕비마마의 몸 상태가 이러 신데 회임을 하실 수 있었다니, 틀림없이 지금단의 위력일 겁니다. 자금단이 기혈의 순환을 도왔으나 어쨌든 임시방편이라 약효가 떨어지면 그저 왕비마마 본인의 신체의 조화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어의에게: “만약 이 아이가 필요 없다면?”어의가 대경실색해서, “그건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 명의 왕비   제 373화

    원경릉의 임신에 대한 정후의 생각정후는 둘째 노마님과 아내 황씨의 얼굴을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어이가 없어서, “왜 이렇게 빨리 와? 남아서 밥 먹고 가라고 안 해?”황씨는 입이 댓 발 나와서: “남긴 뭘 남아요? 들어와서 물건 여기에 두고 가라는데, 초왕비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아무도 안 만난데요.”“아직도 유세를 떨어? 이 몹쓸 것 같으니!” 정후가 펄펄 뛴다.황씨가 변명하며: “뭐 그렇게 유세부린 건 아니고요, 다른 왕비랑 공주도 만나 주지 않고 그냥 보내더라고요. 듣자 하니 태아가 불안해 어의가 절대 안정을 취하도록 지키고 있고, 초왕도 누구든 병문안 오는 것을 엄금했다고 해요.”“태아가 안정적이질 못해?” 정후는 흠칫 놀라 안색이 돌변해, “어째서 태아가 불안한 거야? 물어봤어?”“누구한테 물어봐요?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황씨가 기분이 상해서, “아니 초왕도 그렇지, 내가 좋으나 싫으나 장모 아니야, 그런데 이따위로 냉대를 해? 앞으로 나도 안 가고 말지.”정후가 꾸짖으며, “닥쳐, 초왕이 널 냉대한 게 뭐? 아직도 분을 못 참아? 초왕은 어엿한 친왕이고, 당신을 장모님이라고 부르더라도 당신은 군신의 예를 차려야 하는 법이거늘.”황씨는 꾸지람을 듣고 감히 말대꾸도 못했다.둘째 노마님이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팔룡아, 숙모가 그러지 않았니, 네가 서둘러도 쓸데없다고. 초왕이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네가 직접 가도 만날 수 없다는 뜻이지. 우선 좀 기다려 보는 게 낫겠구나.”정후가 손으로 탁자를 지그시 누르며, 눈썹을 치켜 올리고: “못 기다립니다. 관리의 인사고과가 연말엔 시작될 텐데 반드시 경릉을 만나 초왕에게 아부하라고 시켜야 된다고요. 그러면 초왕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일을 처리할 거란 말입니다. 지금 경릉이 임신했으니 초왕은 무조건 그녀의 말을 따를 거예요.”황씨가 가만 들어보니 정후의 관직과 연관이 있는지라 긴장해서, “이 못된 기지배, 처음부터 에미랑 가깝게 지낼 것이지 아니, 에미가 가게 만들어? 초왕이 설마

  • 명의 왕비   제 374화

    할머니와 원경릉정후는 큰 마님이 자신의 말을 분명 듣지 못하고 손씨 아주머니에게 준비를 분부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큰 마님이 분명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 주실 거라 믿고, 괜히 신신당부할 필요 없다고 여기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정후의 생각이 딱 들어 맞았다.우문호는 정후부 사람이 원경릉을 만나지 못하게 했으나, 원경릉이 할머니에겐만은 신경 쓰는 것을 알고 있고, 원경릉의 할머니인 큰 마님이 아프신 와중에 직접 오셨 다니 만나지 않게 할 방도가 없다.초왕이 친히 나가서 모시고 와서 공손하게 예를 올리고 할머님이란 존칭을 사용했다.큰 마님은 현주 출신으로 예의 범절을 잘 알고 있어 우문호의 손을 잡아 말리며: “왕야, 어서 일어나세요. 할머니라니요.”초왕의 할머니는 사실 현재의 태후마마로, 만약 좀더 친근한 사이였으면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텐데 예의로는 이렇게 하는 게 합당하니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사양의 말이 나오기 전에 우문호가 먼저 인사를 올려서 큰 마님도 뭐라 다시 말하기 어려운 게 자칫하면 눈치 없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우문호가 웃으며 들어오시라고 하고 원경릉은 할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려고 했다.우문호가 서둘러 가서 막으며, “일어나지 마. 누워있어도 돼, 할머니가 어려운 분도 아니고.”원경릉이 투덜거리며, “누워있느라 허리가 끊어질 거 같아.”“있다가 허리 주물러 줄게. 우선 큰 마님이랑 애기 나눠, 난 관아에 좀 다녀올 게.”정후부 인물 중에 우문호가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큰 마님이다.그래서 큰 마님이 오셨으니 안심하고 할머니와 손녀가 얘기 나누게 하려는 배려다. 만약 자신이 초왕부에 있으면서 두 사람과 같이 있지 않으면 모양세가 좋지 못하니, 이 참에 관아에 다녀올 생각인 것이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자리를 비키길 간절히 바랬다. 꼬박 이틀을 삼엄하게 주시하는 우문호의 눈빛을 받으며 누워 있었더니 미쳐버릴 지경이기 때문이다.우문호가 가고 큰 마님은 침대 곁에 앉아 심지어 만족한 표정으로:

  • 명의 왕비   제 375화

    속보이는 정후와 큰 마님의 결심원경릉이 전력을 다해 할머니에게 식사하고 가시라고 만류했지만 큰 마님은 완강하게 일찍 돌아가시겠다며 병이 중해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고 하셨다.큰 마님은 억지로 만류할 수 없는 분이라 희상궁을 불러 나가시는 걸 모셔다 드릴 수 밖에 없었다.문을 나서는데 큰 마님이 희상궁에게 예를 취하며, “저희 손녀가 아는 게 없어서 다른 사람을 위할 줄을 모르니 집사께서 잘 좀 보살펴 주세요.”희상궁은 펄쩍 뛰며, 황급히 노마님을 부축해서, “현주께서 절을 하시다니요, 쇤네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왕비마마께서 쇤네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쇤네가 반드시 잘 보살펴 드릴 것입니다.”“그렇다면 집사께 감사드립니다. 집사님은 궁에서 오셨으니 견문이 넓고 침착하신 줄 압니다. 집사께서 돌봐 주시면 저도 안심입니다.” 큰 마님이 말했다.손씨 아주머니와 마부가 와서 큰 마님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정후부로 돌아오자 정후가 급히 나와 큰 마님을 맞이하며, “어머니, 경릉이를 만나셨습니까?”큰 마님은 비틀거리며 숨을 헐떡거리고, “봤다.”정후가 기뻐하며, “그럼 왕야도 보셨습니까?”손씨 아주머니가 대신 답하며, “나리, 왕야께서 직접 나와서 큰 마님을 맞아 주셨습니다.”정후는 더욱 기뻐하며, “그거 잘 됐군, 정말 잘 됐어.”둘째 노마님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약간 굳어지며 조금 있다가 웃으며: “과연 큰 마님은 출신 집안이 좋으시니 초왕도 자연스럽게 더 공경하는 군요.”상당히 비꼬는 신랄한 말투다.큰 마님은 둘째 마님을 상대하지 않았다.정후도 상대하지 않고 큰 마님을 부축하며 묻길: “그럼 왕야에게 한 말씀 드리셨죠?”큰 마님이 자리에 앉자 시녀가 차를 가져와서 몇 모금 마시고, 기다리느라 초조한 정후에게 아랑곳없이 비로소 천천히: “왕야께서 너에게 이 말을 전하라고 하더구나. 지금부터 연말까지 아직 몇 개월의 시간이 있으니, 관아의 일에 마음을 두고 단정한 태도를 취하면 왕야도 비로소 널 위해 말을 넣기

  • 명의 왕비   제 376화

    기왕비와 제왕비가 보낸 선물이 도착하였다.기왕비는 비취로 만든 관음(觀音) 보살 조각상을 보냈다. 조각상은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웠으며 값도 꽤 나가 보였다. 기왕비는 최상품의 조각상을 구하려다 살림 밑천이 거덜 날 뻔했다. 사실 중등품의 조각상을 선물했어도 원경릉은 구별하지 못했을 테지만,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왕비는 무리해서라도 최상품을 준비했다.이에 비해 제왕비인 주명취가 보낸 선물은 초라했다.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인삼 두 뿌리에 당귀 몇 개뿐이었다. 주명취는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다. 그녀는 원경릉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원경릉이 임신한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동서지간에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게 티가 나니까 대충 구색에 맞게 준비를 했다. 주명취는 어차피 선물한 약재도 초왕비가 먹지 않을 것이기에 질 좋은 약재를 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기상궁은 관음보살을 들어다가 잘 보이는 곳에 옮겨 두고, 마른 걸레로 닦다가 보살의 등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금이 간 부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비취의 무늬라고 여기기 십상이었다. 무릇 불상조각은 완전무결해야 한다. ‘금이 간 관음을 보낸 이유가 뭘까?’기상궁은 화가 나서 희상궁에게 말했다. “이 일을 왕비님이 신경쓰지 않게 왕야께 말하는 게 좋겠네.” 희상궁이 말했다.“기왕비가 우리 왕비님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 저주를 하다니! 음흉해!”기상궁이 화를 냈다.기상궁은 평소에 상전을 비난하는 말을 잘 하지 않는데, 이번 일에는 화가 많이 났는지 계속해서 기왕비의 욕을 했다. 두 상궁 모두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관음에 흠집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왕비의 방안에 두었다면……’기상궁과 희상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희상궁도 이번 일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왕비의 잘못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녀는 관음을 받자마자 금이 간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게 한이였다. “일단 거기에 두자고.” 희상궁이 말했다.우문호

  • 명의 왕비   제 377화

    내딛는 한 걸음에 생사가 달라지고, 뱉는 말 한마디에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진다. 우문호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기왕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굳은 표정을 숨겼다.우문호가 안으로 들어오자 기왕비는 병을 핑계로 침상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다섯째 왔습니까.”우문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몸조리하시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송구합니다. 본왕이 형수님께 여쭐 게 있어서요. 형수님 부디 솔직하게 답해 주십시오”“괜찮습니다. 곧 죽을 사람이 숨길게 뭐가 있겠습니까.”우문호는 금이 간 관음보살 조각상을 선물해놓고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기왕비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형수님, 낙담하긴 아직 이릅니다. 병에 걸렸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니까요. 제시간에 약 챙겨 먹고, 어의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이삼 년은 거뜬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가시 돋친 우문호의 말에 기왕비는 화가 나서 손에 쥐고 있던 백자(白瓷) 찻잔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한순간에 창백해져 뼈가 도드라져 보였다.우문호는 사적인 감정을 숨기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유후궁이 큰형수에 핍박을 못 이겨 자결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내가 무슨 이유로 그랬겠습니까?” “제보에 따르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진 형수께서 유후궁이 아들을 낳을까 봐 걱정했고, 유후궁을 죽이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 유후궁의 약점을 잡아 스스로 죽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기왕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를 보았다.“다섯째는 그런 엉터리 소문을 믿는 겁니까?”“제보가 들어온 이상 본왕은 진위를 밝혀야 합니다. 형수께서 부인을 하신다면 이는 무고(诬告)이니 조사를 철저히 해야겠죠.”“조사를 한다고요?” 기왕비가 차갑게 웃었다.기왕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조사가 시작되면…… 설령 무고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항간에는 그녀가 유후궁을 협박해

  • 명의 왕비   제 378화

    우문호는 어린 시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네가 옮겼다는 관음보살은 어떻게 생겼느냐? 색깔은 무슨 색이고?”“어…… 그게……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옥 백색이었던 것 같습니다……”어린 시녀는 덜덜 떨며 그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우문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기왕비를 보았다.“형수님께서는 본왕을 바보로 아시는 겁니까?”기왕비의 동공이 흔들렸다.“다섯째,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사건 조사를 계속해야겠다는 뜻입니다.”기왕비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천천히 폈다.“제상궁! 네 죄를 네가 알 테다!” 기왕비가 호통을 쳤다.어린 시녀를 때리던 상궁이 창백해진 얼굴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상궁은 기왕비가 혼인할 때 데리고 온 상궁으로 기왕비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기왕비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 사람이다. “들어오거라!”우문호는 기왕비의 변명은 듣기 싫다는 듯 밖에 있는 호위를 불렀다.“예! 부르셨습니까!”“여기 제상궁을 끌고 가, 곤장 삼십 대를 치거라!”우문호가 말했다.기왕비는 침통한 표정으로 제상궁을 보더니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우문호는 피도 눈물도 없는 표정으로 기왕비를 보았다.기왕비는 처량하게 웃으며 “미천한 상궁이 벌인 일로 이렇게 화를 내실 필요가 있으십니까?”라고 말했다.“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우문호가 한숨을 내쉬었다.기왕비는 그를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왕야께서 이렇게 여자들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지 몰랐네요. 하지만 여자들끼리 싸움에 남자는 끼지 않는 것이 좋죠. 이렇게 끼어드신다면 속 좁다고 욕먹습니다.”우문호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기왕비를 노려보았다.“형수께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으니, 저도 한 마디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 부인의 손 끝하나라도 건드리신다면 본왕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여자들의 싸움이요? 싸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제가 응수해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기왕비가 크게 웃더

  • 명의 왕비   제 379화

    제상궁은 눈물을 훔치며 기왕비를 보았다.“왕비 쇤네 때문에 슬퍼하지 마세요. 몸이라도 상하실까 걱정입니다. 쇤네는 괜찮습니다.”기왕비는 분노와 슬픔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 치욕은 반드시 복수할 거야.”제상궁은 한숨을 내쉬며 “초왕이 이런 사사로운 작은 일로 이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습니다. 몇 마디 주의로 끝날 줄 알았는데…… 왕비님 초왕을 조심하세요. 그는 왕비님의 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유후궁에 대한 것도 알고 있으니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지금 그는 태자가 될 줄 알고 저렇게 기세가 등등한 것이지. 만약 뱃속에 그 아이가 없어진다면 과연 지금처럼 오만방자하게 굴 수 있을까?” 기왕비가 차갑게 말했다.“왕비. 이 일에 손을 떼시는 게 좋겠습니다. 궁에는 보는 눈이 많습니다. 만약 잘못된다면 변명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놀란 제상궁이 기왕비를 말렸다.“걱정 마.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거야. 듣자 하니 원경릉이 자금탕을 먹어서 태아가 불안전하다던데, 이때를 틈 타 그녀를 화나게 하거나, 놀라게 한다면 태아는 금방 떨어질 것이야.”“맞습니다.” 제상궁이 음흉하게 말했다.그 시각 초왕부.왕부로 돌아온 우문호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이를 본 탕양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왕야. 기왕비는 음흉하고 악독한 사람이니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본왕이 기왕비를 건드린 것도 아닌데, 소란을 피울 이유가 있겠는가? 그리고 상태를 보아하니 원경릉이 아이를 순산하는 것도 못 보고 갈 것 같더구먼…… 제 코가 석자인데 누굴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느냐?”우문호의 말을 들은 탕양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경릉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속 구역질만 해댔다.‘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도 이렇게 괴로웠으려나? 만약 그랬다면 정말 죄송스럽구나……. 엄마에게 은혜도 갚지 못하고 이곳으로 오다니……’그녀는 입덧이 심해서 며칠 동안 음식은 입에 갖다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 명의 왕비   제 3028화

    풍도성 안은 술잔을 주고받고 건배하며 흥겨운 잔치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안지여는 오늘 황금색 예복을 입었는데 예복에 거대한 이무기를 수놓았으며, 황실의 밝은 황색과는 약간 구별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곤룡포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이무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용과 매우 흡사했다.안지여는 자신의 야심을 이미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당연히 안지여는 오늘도 야심을 감출 생각 없이 손님들에게 보란 듯이 자세를 잡았다. 심지어 인근 지역 조정 관리들이 손님으로 왔어도 안지여는 전부터 맺어온 관계였기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두터워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 있는 황제가 그들을 시시콜콜 관리할 수 없었다.그 자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오늘 황실에서 파견한 일행이 온다는 것을 알고, 연회석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성주님, 듣자하니 안풍 친왕 전하와 이리 부마께서 오늘 오신다던데 어째서 안 보입니까?”안지여가 잔을 들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면 결국 오겠지요.”“여정을 듣기론 오늘 분명 풍도성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밤이 되도록 아직 안 보입니까? 설마 성주님이 직접 나가서 맞이하셔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성주님이 가서 맞이하셔야 한다고? 아주 허세가 대단한데? 퉤!”“누가 아니랍니까?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하는 거였으면 며칠 전에 풍도성에 도착해 성의를 보여야지, 오늘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늦게서야 와서, 아직도 잔치에 오지 않은 건 분명 성주님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못 들어오게 막고 돌려보내시지요, 마음만 받은 셈 치고요. ”“맞습니다. 그동안 조정에서는 풍도성에서 받은 공물이 적지 않았으니, 만족한 줄도 알아야죠.”“풍도성은 더 이상 조공을 바칠 필요 없어요. 뭐 때문에 그럽니까? 수백 년 전에 풍도성은 원래 북당의 영토가 아니었어요. 선을 긋고 나와 독립해야 합니다.”모두 안지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서, 몇 잔 들어가자, 비위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