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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1화

“솔직하게 말해봐.” 원경릉의 눈빛이 반짝였다.“그 여자가 뭐라고 했어?” 원경릉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두 손으로 목을 감은 채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우문호는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성을 잃을 뻔했지만, 탕양이 당시에 한 말이 떠올랐다.‘여자에게는 사실의 절반만 말해야 한다.’“그 여자가 네가 예전에 저지른 일을 언급하며 너를 비겁하고 비열하다고 하길래, 내가 화가 나서 반박했다. 너는 선량하고 대범하고 현명하다고, 오점을 찾을 수 없는 너를 함부로 욕하다니 내가 어찌 그냥 넘어가겠어? 내가 한바탕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내가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니 나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원경릉은 웃으며 그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하니까 걔가 뭐래?”라고 물었다.“화를 내더니 앞으로 제왕부에 오지 말라고 하더라.”원경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거짓말이지?”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손을 들고 맹세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만약 거짓 말이라면……”그녀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는 깜짝 놀라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응? 만약 그렇다면?” 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문호는 이를 악 물었다.“네 방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겠다.”그의 입술이 원경릉의 입술에 포개졌다. 원경릉은 그를 밀치며 “잠깐만, 내가 뭐 좀 가져와야 할 게 있어.”라고 말했다.“뭘 가져와? 이따가 해!” 그녀는 다시 그녀의 하얀 목에 얼굴을 묻었다.“안돼, 지금 가져와야 해! 기다려 내가 옷 벗고 기다릴게.”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요염하게 웃었다.우문호는 어쩔 수 없이 일어서며 “뭘 가져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문을 열고 캄캄한 정원을 가리키며 “저기 밖에 너의 염낭을 두고 왔어 가져와줘.”라고 말했다.“너 정말!” 우문호는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나가자 그녀는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었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원경릉! 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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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2화

얼마나 되었을까 우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밖에 있을 때, 우문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원경릉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는 그 이유가 주명취와 단둘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절대 주명취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 그는 원경릉 앞에서 다짐했다.원경릉은 그를 보고 “나는 지금 질투를 하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니야. 난 그저 네가 처신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설령 네가 주명취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고 해도,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정이라는 게 있잖아. 그 여자가 그 정을 이용해 너를 모함할 수도 있어. 공주부에서 있었던 일 잊은 거 아니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자신이 공주부에서 저지른 부끄러운 일을 들먹이면서까지도, 그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감동하는 동시에 원경릉의 얼굴이 두껍다고 생각해다. ‘무슨 자신감으로 공주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그는 속마음을 숨기고 그녀의 말대로 앞으로 처신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이 말한 모함, 사실 우문호도 주명취가 자신을 모함할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록 제왕부 접객실 밖에 서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명취의 사람들이었다. 만약 당시에 그녀가 무슨 일을 꾸며 그를 모함했더라면, 그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주명취를 얕잡아 보면 안된다.’ 원경릉의 화가 조금 가라앉은 듯하자 우문호는 얌전한 표정으로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왕비의 말이 맞아, 앞으로 본왕이 주의하겠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때렸다.“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야?”“무슨 생각?”“그……!” 원경릉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날 밤, 우문호와 원경릉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잠이 들었다.다음 날,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원경릉은 회왕부로, 우문호는 관아로 돌아가 물건들을 챙겨 입궁하여 사건 보고를 했다.원경릉이 회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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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3화

우문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방금 내가 다 말씀 드리지 않았는가?’우문호는 난처한 듯 눈썹을 만졌다.“짐의 뜻대로 하게. 나가봐.”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아뇨, 부황, 소자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럼 짐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냐?”명원제가 분노했다.“부황.” 우문호가 한 걸음 걸어 나오며 “원걸은 공을 세웠습니다. 공을 세운 신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면, 다른 신하들이 어떤 마음을 갖겠습니까.”라고 말했다.명원제는 화난 표정으로 우문호를 노려보았다.“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처리하면 된다. 나가거라!”우문호가 반박을 하려고 하자 목여태감이 다가왔다.“소인이 왕야를 배웅해 드리겠습니다.”목여태감은 우문호에게 더 이상 명원제를 자극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우문호도 부황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물러났다. 지금 그가 나선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공수를 한 채 “소자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목여태감이 그를 배웅하러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몸을 기울였다.“오늘 새벽에 제왕부 사람이 황상을 찾아와 제왕비의 임신 소식을 알렸습니다.”우문호는 평온한 눈빛으로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태감.”이라고 말했다.목여태감은 탄식하며 “왕야 이만 돌아가시지요. 원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황상도 알고 계십니다. 추후에 황상께서 원걸에게 반드시 보상을 내릴 겁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추후에 보상을 한다고 해도, 정의를 잃은 마음은 어떻게 회복시킨단 말인가.궁에서 나온 그는 관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명원제가 한 말을 신하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날 경조부의 많은 병사들 모두가 원걸이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원걸이 벌을 받게 된다면 경조부의 많은 병사들이 사기를 잃고, 국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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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4화

“어떠한 결정을 내리던 왕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듣자 하니 그날 초왕비도 성 밖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힘을 썼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냉정언이 침착하게 말했다.“그렇습니다.”우문호는 그의 입에서 원경릉이 언급되자 불안함을 느끼고 “초왕비를 이 일에 엮지 마세요.”라며 냉정언에게 경고했다.“초왕비와 엮어야지요!”냉정언이 말했다.우문호는 탁자를 내리쳤다. “어림없는 소리!”“왕야 일단 소인의 말을 다 듣고 판단하시지요.”우문호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궁금하지 않습니다.”“왕비께서 성 밖에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백성들이 보았죠? 그래서 초왕비가 마음씨가 좋고 인품이 곱다는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지지 않았습니까? 이 사건엔 초왕비가 제격입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우문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지금 태상황님께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요즘 백성들에서 인기가 많은 왕비가 누구입니까? 초왕비가 벌을 받는다면 태상황님께서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그리고 초왕비는 홍등군주를 구했으니 황숙(皇叔)께서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협박 아닙니까?” 우문호는 이러한 행동이 부황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여겼다.부황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원경릉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여인을 걸고 도박을 하다니, 우문호는 냉정언의 방법이 내키지 않았다.냉정언은 우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 말을 들으십시오. 초왕비가 제격입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를 노려보며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그건 책임은 왕야께서 지셔야죠!” 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이거 완전 양아치 아닌가!”냉정언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우문호는 국자감에서 나와 말을 타고 원걸이 있는 성문으로 갔다.성문에는 어깨와 팔을 붕대로 감은 원걸이 있었다. 그는 그날 사람들을 구하려다가 부상을 입었다.“왕야!” 원걸이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삼식아, 왕야께 차를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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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5화

“원걸에게 상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원경릉이 분노했다.“본왕도 그렇게 생각한다. 안 그래도 마음이 쓰여 오는 길에 성문에 들러 그를 보고 오는 길인데, 원걸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성문을 지키고 있더라.”우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원경릉은 실망감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원경릉은 연구원으로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만약 원걸에게 벌을 내리면 백성들이 실망할 것임을 알았다.“다른 방법은 없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없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지.”“잔인해 정말.” 원경릉이 한숨을 내쉬었다.수장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해낸 수장에게 상을 못 주더라도 벌을 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실 왕부로 오기 전에 국자감에 냉정언을 보고 왔어.” 우문호가 말했다.“무슨 방법이 있대?” 원경릉이 다급히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한참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네가 죄를 받는 것이다.”“내가? 내가 무슨 죄? 무관 무직인 내가 무슨 죄를?”원경릉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정언이 말하길, 초왕비로서 태상황과 백성들의 총애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 제지를 하지 못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홍등군주가 중상을 입고 위급해졌다고 말했다.”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어이가 없었다.“그건…… 황상께서 내 설명을 들으시면, 상황을 이해해 주실 거야.”“맞아, 그럼 부황께서 너에게 죄를 내릴까?”“그래서 나보고 죄를 덮어쓰라고? 어장 맛 좀 볼래?”우문호는 퉁명스럽게 “네 어장은 일곱째나 겁줄 수 있지.”라고 말했다.“어쭈? 그래서 안 무섭다고?” 원경릉이 어장을 꺼내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우문호는 다급한 목소리로 “휘두르지 마! 빨리 내려놓거라!”라고 말했다.그녀는 어장을 내려두고 우문호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네 말 뜻은 부황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지 않으실 거라고? 부황이 네 의도를 간파하실 텐데.”“지금 너는 민심을 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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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6화

우문호는 원경릉의 허를 찌르는 신랄한 말에 깜짝 놀랐다.사실 그녀의 말도 틀린 게 없다. 일곱째가 태자에 책봉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지금 주수보가 나서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이다. 지금은 나설 적기가 아니다.원경릉의 태도를 보니 우문호는 문득 그녀가 진짜 황태자비 자리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황태자비가 되면 장차 이 나라의 황후가 될 텐데, 물론 태자가 황제가 안전하게 황제의 자리에 올라간다면 말이다. “너는 본왕이 태자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이 싫으냐?”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내가 그 일에 관여할 필요가 뭐가 있어. 내가 태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그렇지만, 내가 태자가 되면 너는 태자비가 되는데.”원경릉은 웃으며 “태자비나 왕비나 무슨 차이가 있는데?”라고 물었다.“차이가 없다니? 본왕을 바보로 아는 거야? 넌 황후가 되고 싶지 않아?”우문호가 그녀를 쳐다봤다.원경릉은 탁자 위에 마시던 잔을 내려놓더니 조용하게 “마음이 동할 수는 있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험해. 굳이 그 길을 걸어야 할 가치는 없어.”라고 말했다.그도 예상했던 말이다. 태자가 된다면 많은 희생을 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가 순조롭게 태자가 된다면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태자가 된다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생각해?”원경릉의 눈이 반짝였다.우문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혹시 몰라서 최악의 상황을 미리 얘기해 두는 거야.”라고 말했다.설사 그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우문호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원경릉은 어깨를 으쓱하며“벌어지지 않은 일을 사서 걱정할 필요 없지. 부황은 아직 건강하시잖아, 지금은 원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마음을 추스르고“네 말이 맞아, 너도 내가 방금 한 말에 동의했으니, 지금 입궁하자. 지금 부황이 어서방에서 내각 대신들과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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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7화

초왕비가 밖에 무릎을 꿇고 죄를 고하러 왔다니? 어서방에 있던 내각 대신들이 술렁였다. 측전과 어서방 정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명원제가 측전 안쪽으로 들어가자 원경릉이 이를 보고 다른 문으로 들어왔다. 원경릉은 무릎을 꿇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명원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일어나거라!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당장 궁에서 나가거라!”원경릉은 그가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부황, 성문에서 벌어진 일은 소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야단법석을 떨어?” 명원제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다섯째와 그의 부인은 왜 이렇게 생떼를 쓰는 것일까.’“상관이 있지요. 소인이 초왕비로서 황상님과 백성들의 은혜를 듬뿍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서 잘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부상자가 증가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인이 소동을 일찍 막지 못한 탓입니다. 당시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줄곧 먼저 손을 쓰지 않고 요행을 바랐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제때 경조부에 알리지 못했습니다. 백성들이 제왕비를 비난하는 것을 보니 같은 친왕비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비난은 마땅히 소인이 받았어야 했습니다. 소인을 처단하여 북당의 민심을 다스리십시오.”원경릉이 큰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은 냉정언의 계책을 따라 자신을 희생하되, 실제로 죄를 지은 주명취를 언급해서 그녀에게도 죄책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의 생각과 언변이 점점 태상황을 닮아가고 있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명원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보니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자신이 큰 대역 죄를 지은 것처럼 울부짖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밖에 있는 신하들이 듣고 있어서 그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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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8화

우문호는 궁문 입구에서 초조하게 원경릉을 기다렸다.‘옴팡 욕을 먹고 있으려나? 혹시 이미 곤장을 맞고 있는 건 아니겠지? 원경릉이 몸은 튼튼해도 맷집은 없는데 말이야.’서일은 오매불망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우문호를 보고 “왕야, 궁에 들어가 보시지요? 왕비께서는 말이 워낙 직설적이셔서 미움을 사기 쉽지 않습니까? 황상의 노여움을 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조용히 좀! 그 정도는 아닐 거다!” 우문호가 뒷집을 지고 입구를 배회했다. ‘곤장을 맞는다고 해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텐데, 설마 정신을 잃은 걸까?’“곤장을 맞는게 그나마 낫죠. 그게 아니라면…….”서일이 우물쭈물했다.우문호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는 서일을 노려보았다.“서일. 넌 입을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게냐?”“소인 걱정이되서 그런겁니다!”그는 걱정이 생기면 말을 함부로 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자신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통제가 잘되지 않았다.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원경릉과 희상궁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붉은 옷에 머리를 쳐들고 가슴을 높게 들었으며 발걸음이 의기양양한 것이 마치 승리를 거둔 붉은 암탉 같았다. 우문호는 한참이나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그녀의 팔을 잡고 위아래로 살피며 “맞았어?”라고 물었다.원경릉은 그를 한 번 흘겨보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맞기라도 바랬던 거야?”라고 물었다.“걱정돼서 그렇지!”우문호가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조심해.”원경릉은 웃으며 “얼씨구? 갑자기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야? 입궁하기 전에는 이렇게 부축도 안 해줬잖아.”라고 말했다.그녀가 마차에 오르자 우문호는 그 옆에 앉아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연신 그녀를 쓰다듬었다.“어땠어, 부황께서 뭐라고 하셨어? 화가 많이 나셨어?”“얼마나 화를 내시던지, 내가 놀라서 말이 안 나오더라니까. 근데 시간이 지나니 화가 좀 풀리셨어.”원경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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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9화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꼬집었다.“서일이 너는 입으로 미움을 산다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구나.”원경릉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네 생각엔 부황께서 주명취를 벌하실 것 같아?”라고 물었다.우문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보았다.“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내 생각엔 그냥 넘어갈 것 같아. 물론 내가 부황님을 찾아간 게 아무런 효과가 없지는 않을 거야. 부황님은 적어도 원걸을 벌하시지는 않겠지.”우문호도 원경릉의 생각과 같았기에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주수보가 그날 주명취를 위해 사정 하는 것을 미루어보아 주명취가 자신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황도 일곱째를 위해서 주명취에게 벌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사실 주명취가 어떻게 되든 우문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단지 원걸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기만을 바랐다.하지만, 그는 원경릉이 내심 서운할까 걱정이 됐다. 자신을 희생해서 원걸을 빼냈지만, 정작 죄를 지은 주명취는 무탈하니 말이다.‘부황께서 뭐에 단단히 씐 게 틀림없다. 눈앞에 죄인을 보지 못하다니.’그 시각 제왕부.주명취는 제왕의 침상에 걸터앉아 한 손에는 탕을 한 손에는 수저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수저로 탕을 휘휘 젓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자, 입 벌리세요!”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왕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그의 턱에는 상처가 보였다. 검붉은 상처가 있음에도 그의 얼굴은 흉악해 보이기는커녕 가련하게 느껴졌다.제왕이 손을 내밀어 “본왕 스스로 먹겠다.”라고 말하며 그릇을 뺏었다.주명취는 멍한 얼굴로 그가 꿀꺽꿀꺽 탕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마치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탕을 서둘러 마시는 그를 보고 주명취가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어?”제왕은 그릇을 한쪽으로 치워두고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아니, 너도 다쳤는데 내 시중을 들게 할 수는 없지.”“왕야를 돌보는 게 부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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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0화

주명취가 천천히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제왕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배에 얹었다.“이 아이는 장차 황자(皇子)가 될 아이야.”제왕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서 손을 홱 빼고 그녀를 응시했다.주명취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너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라고 물었다.제왕은 깜짝 놀랐다. 그는 주명취에게 이런 야심이 있을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현재 그는 친왕의 신분으로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이라고 쳐도 기껏해야 세자다. 아직 태자로 책봉된 것도 아닌데, 뱃속의 아이를 황자라고 말하다니. “명취야, 그런 허튼 소리 하지 마!”제왕은 너무 놀라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잊어버렸다.주명취는 제왕의 반응에 뺨을 내리치고 싶었지만, 그의 몸 상태를 보며 화를 억눌렀다. 그녀는 자신이 야망도 없고 쓸모없는 사람과 혼인을 했다는 것이 한스러웠다.잠시 후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제왕에게 다가갔다. “조부께서 너를 태자로 세우겠다고 하시며 너의 마음을 시험해보라고 하셨다. 이것이 바로 그 시험이다.”“시험?” 제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응, 조부께서는 네가 태자가 될 그릇인지. 네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 싶어 하셨지.”주명취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제왕은 잠시 침묵하더니 “주수보께서 생각을 많이 하셨구나. 태자 책봉은 부황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다. 참견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주명취는 속으로 비웃었다. ‘태자 책봉을 참견하지 말라고? 궁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태자 자리에 쏠려있다! 지금 문무백관들이 태자로 올릴 적당한 친왕을 물색 중이란 말이다. 국정에 관심도 없던 손왕마저 계획을 세우는데, 어찌 너만 이렇게 태평한 것이야!’주명취는 제왕의 태도를 보고 마음이 차게 식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넌 쉬고 있어. 난 어디 좀 다녀올게.”그러자 제왕이 놀라서 소리쳤다.“명취야!”그녀는 고개를 돌려 제왕을 보았다. 제왕은 놀란 듯 숨을 헐떡였다. “너…… 너 치마에……, 월경이 시작된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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