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331 - 챕터 340

2927 챕터

제 331화

주재상 앞에 무릎 꿇은 주명취주명취는 자신이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주명취는 뼈 속 깊이 후회하고 있다. 당초에 왜 우문호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지금 호오빠는 황제 폐하의 마음에 든 데다 태상황 폐하의 병이 나은 후 태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아졌다.친정에 돌아와 할머니 곁에 있는데, 할머니는 목소리를 잃은 후 앓아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다.주명취는 계속 기다렸지만 주재상은 밤 늦게 서야 돌아왔다.주재상이 주명취를 보더니 차갑게: “왕비마마 저와 서재로 가시지요.”주명취가 “예!”하고 대답했다.주재상이 서재에 들어가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자, 안에 입은 검은 박쥐무늬 비단 옷때문에 더욱 위엄 있고 신중하게 보였다.장미목 책상 뒤에 앉아 주명취를 깊이 쏘아보며, “제왕이 칼에 찔리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주명취는 감히 사실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고: “손녀가 그랬습니다.”주재상이 싸늘하게: “일 하는 꼴이 갈수록 네 멋대로구나.”“손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성문밖에 일도 모함을 당했다, 누군가 제왕부에 맞서고 있다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방법이 이것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주명취가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럼 네 계책은 성공했느냐? 초왕의 눈을 속였느냐?” 주재상이 냉랭하게 말했다.주명취의 눈에 아픔이 스쳐 지나며 숨도 거의 쉬어지지 않았다, “초왕이…… 손녀는 초왕이 이렇게 매정할 줄 몰랐습니다.”주재상이 냉소를 지으며, “너는 초왕이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하느냐? 너희들이 각자 혼인한 뒤 초왕이 알아챈 게 틀림없어. 황제의 아들 중에 제일 똑똑한 게 바로 초왕이야, 너의 그런 잔꾀에 초왕이 넘어갈 성 싶으냐? 주제도 모르는 것 같으니!”주명취는 무릎을 꿇고 슬픈 목소리로: “할아버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당초에 제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주재상은 천천히 책상 위의 담뱃대를 집어 들고 안에 담배를 채우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오늘 내가 어서방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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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2화

주재상의 뜻을 안 주명취주명취는 바닥에 꿇어 앉아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주명취처럼 똑똑한 사람이 할아버지가 두고 있는 바둑의 수를 어찌 모를까?할아버지에게 있어 주명취는 버려진 바둑돌이다.주명취은 온통 슬픔과 분노로 예의 범절도 무시하고 차갑게 물었다: “두렵 건데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제왕비인 게 못마땅하시지요? 누구 물색해 둔 사람이 있으세요? 명양인가요?”“너는 신경 쓸 것 없다. 네 몫의 일이나 잘 해내면 돼.” 주재상은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고 말했다.“왜요?” 주명취가 사무쳐 하며: “손녀가 일 하나를 잘못했을 뿐인데 어째서 할아버지는 저를 버리려 하십니까? 제가 성밖에서 죽을 배급하는 것도 할아버지의 뜻이었고, 만약 굳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면, 할아버지야 말로……”재난의 원흉이란 5글자에서 딱 막혔다. 주명취가 제아무리 당돌해도 감히 이 5글자를 내뱉을 순 없었다.하지만 주재상은 차갑게: “재난의 원흉이란 말이지? 맞아. 네가 죽 배급소를 열고 어질다는 명성을 퍼트리는 건 전부 내 생각이었지. 그러나 아쉽게도 넌 과유불급이라 죽 배급소를 널리 열어 며칠간 죽을 배급하는 것으로, 수도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으면 될 것을 어쩌자고 양부인과 예친왕비를 찾아 간 것이냐? 너는 매사에 지나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아마 쓸데없이 지혜를 낭비하고 기회를 틈타 욕심을 채우겠지. 네가 하나를 제대로 했으면 지금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상황 병환이 위중할 때 너는 내 말이라고 속여 희상궁을 위협했지. 그때부터 너를 버릴 마음이었으나 네가 정실부인의 손녀라는 점을 생각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었 건만, 너는 귀하게 여기지 않았어. 게다가 일이 터지자 또다시 회임을 했다는 핑계를 대며 문책에서 빠져나가 조금도 책임을 질 생각이 하지 않지. 그런 너를 어찌 제왕비라고 하겠느냐? 나는 절대로 네가 제왕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주명취는 슬픔과 분노로 가득해,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의 친 손녀가 아닙니까, 제왕을 그토록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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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3화

주명취를 향한 제왕의 마음주명취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어 작은 소리로: “내일 입궁하려고 해요.”제왕은 순간 주명취가 뭘 하려는 지 알지 못해 ‘응’외에 아무 말도 못했다.주명취는 갑자기 눈가가 붉어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조금 흐느끼며, “제가 잘못한 일은 제가 바로잡아야 지요. 사실 요 며칠 마음속으로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줄곧 부질없는 문제에 매달렸어요. 제가 한 일때문에 당신의 명예가 다치게 될까, 당신까지 아바마마의 처벌에 연루될까 두려운 나머지 그래서, 어떻게든 책임을 피해보려고 온갖 방법을 생각해봤어요. 저는 정말 제가 임신한 줄 알았는데 결과는 요란한 빈 수레였어요. 저는 정말 후회하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입궁해서 보고 드리려고 해요.”주명취는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가까스로 눈물을 참으며, “그래서 저는 내일 입궁해서 죄를 청하기로 결정 했어요. 제가 져야할 책임을 져야죠.”이 말은 제왕에게 의외였다.제왕이 주명취의 눈빛을 보니 아프고, 부끄럽고, 뉘우치며 자책하는 마음 가운데 억지로 강한 척 하는 것이 느껴졌다.제왕은 주명취의 손을 잡고, “안심해. 내가 널 위해 사정할거야.”“응!” 주명취가 눈물을 떨구며 억지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더없이 아프게 했다. “여전히 저를 믿어줘서 고마워요, 제가 오늘…… 저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미쳤나 봐요.”제왕이 너그럽게: “다 각자의 감정이 있는 법이지. 성밖에서 생긴 일이 그렇게 커졌는데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그런 결과를 나을 줄 생각도 못했지. 그러니 아바마마께서도 당신을 가볍게 처벌할 게요.”주명취는 머리를 숙여 제왕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며: “당신이 절 여전히 믿어주니 고마워요.”제왕은 한동안 주명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로소 작은 목소리로: “난 당연히 당신을 믿어. 당신은 내 왕비니까.”하지만 그 말을 하는 제왕의 눈은 초점을 잃었다.제왕은 주명취를 믿어야 할지 말지 모르겠다.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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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4화

원경릉의 호칭과 주명취에 대한 처분원경릉도 오늘밤 파리를 삼킨 기분이다.왜냐면 우문호가 원경릉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원경릉’이라고 직접 이름을 부르자니 분위기가 너무 없고,‘왕비’라고 부르자니 너무 삭막하고 공식적인 느낌이다.‘굥’이……라고 불렀다간 전신에 닭살이 돋아, 닭이 돼서 날아갈 것 같고,‘릉이’는 ‘령이’랑 헷갈린다. 우문호는 ‘령이’가 입에 붙어 있는데다 ‘령이’는 우문령이다.‘릉아’……라는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원경릉이 한 손을 덮었다. 오래 산 부부도 오글거리는 게 싫지만은 않다.최종적으로 우문호는 결정을 내렸다. 원 선생.원경릉의 머릿속에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회장님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손을 잡고 치하하며: “원 선생, 지난 40년 동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오늘 드디어 영광스런 퇴직이군요!”원경릉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원 선생이라니, 이 무슨 고색창연한 호칭이란 말인가, 그녀는 지금 고작 17살 소녀란 말이다.원경릉은 뾰로통하게: “그럼 너는 뭐라고 불러?”우문호는 패기 넘치게: “나리!”원경릉은 상대도 하기 싫은 지 등을 돌리고 홱 돌아섰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화났어? 그럼 뭐라고 부를지 얘기해 봐.”“우문호!”“그럼 난 널 어떻게 불러?”“난 이름도 성도 바뀐 적이 없거든. 원경릉!”우문호는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에이 너무 따분해.”우문호는 하여간 원 선생이 꽤 마음에 들었고, 계속 부르다 보면 언젠가 원경릉도 명실상부한 원 선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그땐 둘 다 늙어서 자식과 손자들에 둘러 쌓여 정말 기쁘고 충실한 인생일 거야.원경릉의 머릿속은 황제 폐하께서 주명취를 도대체 어떻게 처분하실 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우문호가 지그시 누르며, “무슨 생각해?”원경릉이 바로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안 해, 너무 졸려.”“좋아, 우리가 잠자는 건 절대 방해할 수 없지!”원경릉은 문득 최근 집 생각을 한 횟수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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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5화

손왕을 만나러 간 원경릉원경릉이: “제왕은 분명 아내와 함께 가겠지?”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 같이 안 간데. 제왕비만 간데.”원경릉은 또 의외였다. “이렇게 큰 일에, 아내한테 죽고 못사는 제왕이 같이 안 간다고? 성격이 변했나?”“내 생각에도 이상해. 제왕부에 가서 좀 물어볼까 생각 중이야.” 원경릉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아닌지 우문호가 조심스럽게 원경릉의 안색을 살폈다.원경릉이: “가봐.”이렇게 상쾌하게 답하다니 함정이 있는 게 분명하다. “됐어, 별로 가고 싶지도 않고.”원경릉이: “가라니까!”원경릉은 우문호의 속셈은 상관없고, 그저 주명취가 왜 스스로 죄를 청했으며, 더군다나 제왕이 왜 같이 가지 않는지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온몸이 근질근질해 죽겠다.우문호는 홱 돌아서며, “안가!”안 간다는 데도 굳이 가라고 함정을 파는 걸 보니 사람을 얕잡아 봐도 한참 얕잡아 봤다.우문호는 다음날 관아로 돌아가고 원경릉은 우선 회왕부로 갔다가 이어서 손왕부로 갔다.손왕은 다친 이래 초왕부에 온 적이 없다.원경릉은 일찍 문병을 가지 못한 무례를 그제서야 깨달았다.손왕이 후궁을 맞는 일이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 모르겠다.손왕부에 가니 손왕비가 맞이 했다. 원경릉이: “둘째 아주버님은요?”손왕비는 웃으며: “꽃밭에서 뛰고 계세요.”원경릉이 놀라서, “살 빼시는 거예요?”“네, 지난 번 사건 이후로 계속 자기가 살쪘기 때문이라고, 위급할 때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으니 창피하다며 분발하시는 중이랍니다.” 손왕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면 피격 당한 일이 차라리 잘 된 거라고 해야 하나요.”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손왕비가 그다지 낙관적인 태도가 아닌 게, “며칠이나 갈 지 두고 봐야죠.”이렇게 자극을 받아 살을 빼겠다고 결심하고 맹세한 게 어디 한두 번 이어야지 말이다.매년 새해가 되면 머리에 질끈 띠를 두르고 누구보다 단단하게 결심하지만 보름도 못 가서 또 똑같이 포기한다.“손왕 전하는 이제 겨우 상처가 아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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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6화

손왕에 대한 손왕비와 원경릉의 생각손왕은 목욕 하고 의관을 정제한 뒤 나타났다.사실 손왕은 스스로가 좀 날씬하게 야윈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주 약간 빠져 보이긴 하다. 이만한 것도 대단하다.“둘째 아주버님 의지가 아주 대단하신 데요.” 원경릉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손왕는 바나나 같은 손을 휘휘 저으며, “신체를 단련하니 좋아, 좀 있다가 검술 연습도 해야 돼.”원경릉이 의아해 하며, “검술을 연마하신다고요? 그럼 아주버님 오늘 운동량이 엄청 나신데요, 어쩐지 마르셨더라.”“검술 연습은 필요해, 무공은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법이거든.” 손왕이 뻔뻔하게 허세를 부리며, “내가 검술 연습을 제법 하는 편이거든, 고수라고 칭할 만큼은 아니지만 다섯째랑 대련하면 별 차이 없을 게 틀림없어.”손왕비는 차를 마시다가 뿜었다.원경릉은 손왕비를 슬쩍 보고도 그녀가 손왕의 허세를 까발리는 타입이란 걸 알아챘다.우문호의 무공이 어떤 수준인지 원경릉도 모른다. 그녀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하지만 손왕비의 저 반응을 보니 다섯째의 무공이 뛰어난 게 틀림없다.“왜 웃어? 설마 내가 다섯째에 못 미친다는 거야?” 손왕이 노발대발하며 손왕비에게 눈을 흘겼다.“아니요, 어떻게 못 미칠 수가 있어요? 진짜 겨루면 다섯째도 당신의 적수가 못되죠. 당신 엉덩이 한쪽만으로도 다섯째를 깔려 죽게 할 수 있는 걸요.” 손왕비가 진지하게 말했다.손왕은 씩씩거리며 나가버렸다.원경릉이 손왕비에게, “형님은 왜 항상 아주버님을 그렇게 몰아붙이세요? 아주버님이 얼마나 어렵사리 투지를 가진 건데.”손왕비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어렵사리 투지를 가졌다고? 저이가 정말 투지가 있으면 나도 손왕 전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죠, 그런데 저이는 투지가 없어요. 그저 외모만 살을 좀 빼고 싶을 뿐인데 바깥에 사람들은 저이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원경릉이 당황해서, “그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손왕비가 한탄하듯, “이 많은 친왕들을, 친왕부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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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7화

꽃 감상회의 목적며칠이 지나고 회왕이 입궁해 문안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명원제는 죽을 뻔했던 아들을 보고 감개무량한 나머지 노비 앞에서 원경릉에게 상을 내리도록 목여태감에게 명령했다.상금 천냥……짜리 약속어음 한 장.원경릉은 상금을 받는데, 주명취는 벌금이 만만치 않다.부상자의 약값과 의원비용, 간호비용 외에 조정의 명예를 훼손했기에 상당한 은자를 내야 했고, 성밖에 죽 배급소를 짓는 것 만도 족히 한달은 걸렸다.명원제 생각에 주명취가 저지른 모든 사건 중 가장 괘씸한 것이 바로 가짜 회임이다.비록 호되게 꾸짖었지만 후궁에 돌아가서 황후에게 한바탕 성질을 부렸다.황후도 당연히 주명취가 입궁해서 꾸중을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주명취는 황후의 말에 억울했지만 감히 하소연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주명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황후의 질책으로 제왕은 결국 주명취를 위해 한 마디 변명도 해주지 않고 나무토막처럼 서서 듣고 있었다.다시 이틀이 지나고 황후가 꽃감상 연회를 거행했다.귀족 집안의 부인들과 아가씨들이 입궁해 꽃을 감상하고 친왕비들도 당연히 체면을 위해서라도 출석해야 했다.원경릉도 옷을 갖춰 입고 출석했는데 원걸 일로 황제 폐하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황실의 연회가 그렇듯 원경릉은 착실하게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처신하고 있었다.초왕부를 나갈 때 우문호가 신신당부 하며, “만약 황후께서 너한테 ‘어떤 아가씨가 괜찮냐’거나 ‘어떤 아가씨가 마음에 드냐’고 여쭤 보시면 반드시 ‘전부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 알았지?”원경릉이 의아해 하며, “나한테 그런 질문을 왜 해?”“하여간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됐어.” 우문호가 애매하게 얼버무렸다.원경릉이 가만히 곱씹어 보니 놀랍기 그지없는 게, “널 위해 후궁을 찾아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우문호가: “일곱째한테만 찾아주며 좋은데, 네가 황후한테 밉보였으니 황후가 분명 나도 한 명 찾아주려고 할 거야.”“내가 언제 황후마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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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8화

마차 전복 사건, 주재상과 희상궁의 만남서일이 머리를 감싸 쥐고 쫓겨나간 뒤 왕비의 마차를 몰아야 했다.원경릉이 마차에 앉아서, 서일이 뚱한 얼굴로 마차에 뛰어 오르는 것을 보고: “너도 따라 가?”“왕야께서 소인에게 마차를 몰아 마마 입궁하시는 거 모셔다 드리래요.” 서일이 웅얼웅얼 대답했다.원경릉이 웃으며, “왜 또 맞았어?”하지만 서일은 감히 원망하지 못하고, “소인이 입이 방정이라 걸핏하면 왕야 심기를 건드리네요.”원경릉이 가리개를 내리며 웃었다. 서일은 정말 매를 버는 존재다.서일이 몰래 가리개를 올리고 머리를 안으로 들이밀며, “왕비마마, 방금 물어보셨던 거기, 소인이 내일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왕야 모시기 어려운데 그래도 왕비마마 비위를 맞추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왕비마마께서 서일을 지켜 주실 것이다.희상궁이 혼을 내며, “네가 정말 살기가 싫은 모양이구나. 왕비마마께서 농담 좀 하셨기로 서니 네가 진심으로 받아들여? 밖에 가서 헛소리만 지껄여 봐라, 아주 혀를 잘라 버릴 테니. 왕야께서 걸핏하면 널 때리시는 게 다 이유가 있었네. 이 죽어 마땅한 놈아.”서일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데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요즘 자꾸 죄를 뒤집어 쓰는 게, 사고는 누가 치고, 심기는 누가 건드린 건데? 왜 맨날 내가 혼나는 거야!마차가 청조대로(青鳥大街)를 가는 도중 마차 바퀴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랴’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원경릉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서일……”갑자기 마차가 ‘꽈당’하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쏠렸다.그나마 다행히 서일의 반응이 빨라서 바로 뛰어 내려와 한쪽을 받쳐 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왕비마마 빨리 내려오세요. 마차가 굴렀어요.”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서둘러 마차에서 내리는데 예의를 차릴 게재가 아닌 게 서일이 받치고 있다가 그대로 넘어 지는게 아닌가 싶었다.두 사람이 모두 마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서일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괴로워하며 마차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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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9화

희상궁을 살려서 곁에 두는 이유“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재상 어르신은 안녕하시지요?” 희상궁이 말했다.“그래, 상궁은 지금 왕비의 시중을 들고 있다고?” 주재상이 인사말을 나누는 것 같지만 원경릉의 귀엔 상당히 화기애애하게 들렸다.“예!” 희상궁이 말했다. 희상궁은 내내 똑바로 주재상을 바라보지 않았다.반면 주재상은 계속 희상궁을 뚫어지게 쳐다본다.원경릉은 문득 자기가 곁다리란 생각이 들어 한걸음 물러났다.원경릉은 희상궁과 주재상 사이에 얽히고 설킨……과거가 있었음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론 잘 모른다.전에 원경릉은 두사람은 먼 옛날 관계라 여전히 서로가 마음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특히 주재상은 지금 높고 막중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젊었던 한 때 궁녀에게 설레고 두근거렸던 마음을 기억할 리가 없겠지?그러나 지금 주재상의 눈빛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마부와 서일이 마차를 한쪽으로 치우고 어찌어찌 길을 비킨 셈이 되었다.마부가 와서: “나으리, 가시지요.”주재상은 미소 띤 얼굴로 원경릉에게: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재상 어르신 살펴 가세요!” 원경릉이 말했다.주재상은 바로 가지 않고 희상궁을 보는데 눈빛마저 온화하게, “희상궁 몸조심하게.”“재상 어르신 강녕하소서!” 주재상에 비해 희상궁은 딱딱하게 말하는 것이 냉담함이 도드라져 보였다.주재상은 또 그윽하게 희상궁을 쳐다보고 비로소 떠나갔다.마차에 올라 주재상의 가리개를 내리기 전에 희상궁을 한번 더 봤다.마차는 희상궁 곁을 지나는데 가리개는 다시 열리는 일 없이 서서히 사라졌다.희상궁은 고개를 숙이고 한쪽에 서 있는데 표정이 쓸쓸하다.서일이 마차를 고치고: “잠깐 궁까지는 모셔다 드릴 수 있겠습니다. 궁에 도착하면 소인이 다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원경릉과 희상궁은 다시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은 가는 내내 말이 없고 원경릉도 묻지 않았다. 사적이고 은밀한 부분에 관한 일은 묻는 개 마땅치 않다.마침내 궁에 거의 다되어 갈 무렵 희상궁이 입을 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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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0화

주재상에 대한 희상궁과 원경릉의 생각한참을 생각하더니 원경릉이: “그땐 감히 못 그랬죠.”“감히 못 하셨다고요? 이건 분명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군요.”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그래요, 확실히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네요.”하지만 이런 생각도 가능한 게 당시의 원경릉은 사면초가였거든.“그래서요?” 희상궁이 물었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모르겠 어요, 사람 인연이란 게 야릇해서 당시 내가 입궁할 때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는데 희상궁이 유일하게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었 거든요. 그거 영원히 기억할거예요.” 그런 희상궁의 배신을 겪었으니, 저 말은 확실히 앞 뒤가 맞는 말은 아니다.하지만 희상궁의 마음을 울렸는지 눈물 같은 것이 얼핏 비쳤다.“영원히.” 희상궁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쓸쓸하게 웃었다. “오래 전에 누군가 저에게 영원히 잘해주겠다고 했지요.”“그 사람 그러지 못했어요?” 원경릉이 물었다. 그 사람 혹시 주재상 아냐? 아니다, 주재상이 고작 궁녀 하나로 눈에 찰 리가 있겠어? “전 안 믿어요!” 희상궁이 실의에 찬 표정으로, “누가 믿겠어요? 그 사람은 어떤 분이며 제 신분은 또 어떤 데요? 안 믿어요. 쭉 사실여부를 모르는 게 좋아요.”슈뢰딩거의 고양이다.믿지 않고, 시도하지 않으면 답은 영원히 두 개로 남아 있다.원경릉은 탄식했다.“이번 생은, 이렇게 뭣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희상궁이 조용히 말했다.“아름답고도 슬픈 옛날 이야기네요.” 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이 웃으며, “그런 가요?” 아름답지 않다. 오직 당사자만 알 뿐이다.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 그 오랜 세월, 기나긴 고통을 희상궁은 하나하나 다 겪으며 지나왔기 때문이다.후회했지만 한없이 후회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일단 끝없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헛된 마음이 들고 그러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지금은 비록 뭣도 모르는 것처럼 이나마 한평생을 평안하게 아무 일없이 고인 물처럼 지냈다.원경릉이 분위기가 갑자기 애통해지는 것을 느끼고: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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