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감상회의 목적며칠이 지나고 회왕이 입궁해 문안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명원제는 죽을 뻔했던 아들을 보고 감개무량한 나머지 노비 앞에서 원경릉에게 상을 내리도록 목여태감에게 명령했다.상금 천냥……짜리 약속어음 한 장.원경릉은 상금을 받는데, 주명취는 벌금이 만만치 않다.부상자의 약값과 의원비용, 간호비용 외에 조정의 명예를 훼손했기에 상당한 은자를 내야 했고, 성밖에 죽 배급소를 짓는 것 만도 족히 한달은 걸렸다.명원제 생각에 주명취가 저지른 모든 사건 중 가장 괘씸한 것이 바로 가짜 회임이다.비록 호되게 꾸짖었지만 후궁에 돌아가서 황후에게 한바탕 성질을 부렸다.황후도 당연히 주명취가 입궁해서 꾸중을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주명취는 황후의 말에 억울했지만 감히 하소연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주명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황후의 질책으로 제왕은 결국 주명취를 위해 한 마디 변명도 해주지 않고 나무토막처럼 서서 듣고 있었다.다시 이틀이 지나고 황후가 꽃감상 연회를 거행했다.귀족 집안의 부인들과 아가씨들이 입궁해 꽃을 감상하고 친왕비들도 당연히 체면을 위해서라도 출석해야 했다.원경릉도 옷을 갖춰 입고 출석했는데 원걸 일로 황제 폐하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황실의 연회가 그렇듯 원경릉은 착실하게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처신하고 있었다.초왕부를 나갈 때 우문호가 신신당부 하며, “만약 황후께서 너한테 ‘어떤 아가씨가 괜찮냐’거나 ‘어떤 아가씨가 마음에 드냐’고 여쭤 보시면 반드시 ‘전부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 알았지?”원경릉이 의아해 하며, “나한테 그런 질문을 왜 해?”“하여간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됐어.” 우문호가 애매하게 얼버무렸다.원경릉이 가만히 곱씹어 보니 놀랍기 그지없는 게, “널 위해 후궁을 찾아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우문호가: “일곱째한테만 찾아주며 좋은데, 네가 황후한테 밉보였으니 황후가 분명 나도 한 명 찾아주려고 할 거야.”“내가 언제 황후마마한
마차 전복 사건, 주재상과 희상궁의 만남서일이 머리를 감싸 쥐고 쫓겨나간 뒤 왕비의 마차를 몰아야 했다.원경릉이 마차에 앉아서, 서일이 뚱한 얼굴로 마차에 뛰어 오르는 것을 보고: “너도 따라 가?”“왕야께서 소인에게 마차를 몰아 마마 입궁하시는 거 모셔다 드리래요.” 서일이 웅얼웅얼 대답했다.원경릉이 웃으며, “왜 또 맞았어?”하지만 서일은 감히 원망하지 못하고, “소인이 입이 방정이라 걸핏하면 왕야 심기를 건드리네요.”원경릉이 가리개를 내리며 웃었다. 서일은 정말 매를 버는 존재다.서일이 몰래 가리개를 올리고 머리를 안으로 들이밀며, “왕비마마, 방금 물어보셨던 거기, 소인이 내일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왕야 모시기 어려운데 그래도 왕비마마 비위를 맞추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왕비마마께서 서일을 지켜 주실 것이다.희상궁이 혼을 내며, “네가 정말 살기가 싫은 모양이구나. 왕비마마께서 농담 좀 하셨기로 서니 네가 진심으로 받아들여? 밖에 가서 헛소리만 지껄여 봐라, 아주 혀를 잘라 버릴 테니. 왕야께서 걸핏하면 널 때리시는 게 다 이유가 있었네. 이 죽어 마땅한 놈아.”서일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데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요즘 자꾸 죄를 뒤집어 쓰는 게, 사고는 누가 치고, 심기는 누가 건드린 건데? 왜 맨날 내가 혼나는 거야!마차가 청조대로(青鳥大街)를 가는 도중 마차 바퀴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랴’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원경릉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서일……”갑자기 마차가 ‘꽈당’하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쏠렸다.그나마 다행히 서일의 반응이 빨라서 바로 뛰어 내려와 한쪽을 받쳐 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왕비마마 빨리 내려오세요. 마차가 굴렀어요.”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서둘러 마차에서 내리는데 예의를 차릴 게재가 아닌 게 서일이 받치고 있다가 그대로 넘어 지는게 아닌가 싶었다.두 사람이 모두 마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서일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괴로워하며 마차를 보
희상궁을 살려서 곁에 두는 이유“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재상 어르신은 안녕하시지요?” 희상궁이 말했다.“그래, 상궁은 지금 왕비의 시중을 들고 있다고?” 주재상이 인사말을 나누는 것 같지만 원경릉의 귀엔 상당히 화기애애하게 들렸다.“예!” 희상궁이 말했다. 희상궁은 내내 똑바로 주재상을 바라보지 않았다.반면 주재상은 계속 희상궁을 뚫어지게 쳐다본다.원경릉은 문득 자기가 곁다리란 생각이 들어 한걸음 물러났다.원경릉은 희상궁과 주재상 사이에 얽히고 설킨……과거가 있었음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론 잘 모른다.전에 원경릉은 두사람은 먼 옛날 관계라 여전히 서로가 마음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특히 주재상은 지금 높고 막중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젊었던 한 때 궁녀에게 설레고 두근거렸던 마음을 기억할 리가 없겠지?그러나 지금 주재상의 눈빛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마부와 서일이 마차를 한쪽으로 치우고 어찌어찌 길을 비킨 셈이 되었다.마부가 와서: “나으리, 가시지요.”주재상은 미소 띤 얼굴로 원경릉에게: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재상 어르신 살펴 가세요!” 원경릉이 말했다.주재상은 바로 가지 않고 희상궁을 보는데 눈빛마저 온화하게, “희상궁 몸조심하게.”“재상 어르신 강녕하소서!” 주재상에 비해 희상궁은 딱딱하게 말하는 것이 냉담함이 도드라져 보였다.주재상은 또 그윽하게 희상궁을 쳐다보고 비로소 떠나갔다.마차에 올라 주재상의 가리개를 내리기 전에 희상궁을 한번 더 봤다.마차는 희상궁 곁을 지나는데 가리개는 다시 열리는 일 없이 서서히 사라졌다.희상궁은 고개를 숙이고 한쪽에 서 있는데 표정이 쓸쓸하다.서일이 마차를 고치고: “잠깐 궁까지는 모셔다 드릴 수 있겠습니다. 궁에 도착하면 소인이 다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원경릉과 희상궁은 다시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은 가는 내내 말이 없고 원경릉도 묻지 않았다. 사적이고 은밀한 부분에 관한 일은 묻는 개 마땅치 않다.마침내 궁에 거의 다되어 갈 무렵 희상궁이 입을 열어: “
주재상에 대한 희상궁과 원경릉의 생각한참을 생각하더니 원경릉이: “그땐 감히 못 그랬죠.”“감히 못 하셨다고요? 이건 분명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군요.”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그래요, 확실히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네요.”하지만 이런 생각도 가능한 게 당시의 원경릉은 사면초가였거든.“그래서요?” 희상궁이 물었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모르겠 어요, 사람 인연이란 게 야릇해서 당시 내가 입궁할 때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는데 희상궁이 유일하게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었 거든요. 그거 영원히 기억할거예요.” 그런 희상궁의 배신을 겪었으니, 저 말은 확실히 앞 뒤가 맞는 말은 아니다.하지만 희상궁의 마음을 울렸는지 눈물 같은 것이 얼핏 비쳤다.“영원히.” 희상궁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쓸쓸하게 웃었다. “오래 전에 누군가 저에게 영원히 잘해주겠다고 했지요.”“그 사람 그러지 못했어요?” 원경릉이 물었다. 그 사람 혹시 주재상 아냐? 아니다, 주재상이 고작 궁녀 하나로 눈에 찰 리가 있겠어? “전 안 믿어요!” 희상궁이 실의에 찬 표정으로, “누가 믿겠어요? 그 사람은 어떤 분이며 제 신분은 또 어떤 데요? 안 믿어요. 쭉 사실여부를 모르는 게 좋아요.”슈뢰딩거의 고양이다.믿지 않고, 시도하지 않으면 답은 영원히 두 개로 남아 있다.원경릉은 탄식했다.“이번 생은, 이렇게 뭣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희상궁이 조용히 말했다.“아름답고도 슬픈 옛날 이야기네요.” 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이 웃으며, “그런 가요?” 아름답지 않다. 오직 당사자만 알 뿐이다.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 그 오랜 세월, 기나긴 고통을 희상궁은 하나하나 다 겪으며 지나왔기 때문이다.후회했지만 한없이 후회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일단 끝없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헛된 마음이 들고 그러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지금은 비록 뭣도 모르는 것처럼 이나마 한평생을 평안하게 아무 일없이 고인 물처럼 지냈다.원경릉이 분위기가 갑자기 애통해지는 것을 느끼고: “맞아
황후의 팔찌대낮도 아닌데 이렇게 촉박하게 연회를 거행하는 게 분명 황후에게 무슨 속셈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원경릉이 왔을 때 손왕비는 이미 와있어서 원경릉에게 와서 인사를 했다. 원경릉이 보니 등불 아래 각양각색의 소녀들이 연지분을 바르고 그들의 노리개와 패옥에서 딸랑 거리는 소리가 난다. 저 멀리 주명취와 주명양 자매도 자리한 게 보인다.“오늘 밤은 정말 왁자지껄하네!”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가 웃으며: “당연히 왁자지껄하죠, 황후께서 친히 초대장을 보내셨는데 누가 감히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대낮에 거행하면 좀 좋아요?”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가: “흠천감에서 앞으로 며칠간 계속 비가 오니 이 귀하신 아가씨들께서 젖으면 낭패고 황후마마도 성격이 급하셔서 자연스럽게 밤이라도 구애 받지 않으시는 거죠.”그렇게 된 거로 구나.손왕비와 원경릉이 앞으로 걸어가니 공주들이 거의 모두 출석해 있다.우문령은 원경릉이 즐거운 것을 보고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가요, 우리 먼저 황후마마께 안부인사를 드리고 어마마마께 인사 드리러 가요.”“태후마마 오셨어요? 먼저 태후마마께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원경릉이 물었다.“태후마마는 안 오셨어요. 괜히 가서 나이 드신 분을 귀찮게 하지 말아요.” 우문령이 말했다.황후와 몇 명의 비빈은 화원 정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고, 우문령은 원경릉을 데리고 가서 문안인사를 드리고 손왕비는 아까 인사를 해서 따라가지 않았다.황후, 귀비, 현비, 덕비, 진비가 모두 있는 가운데 원경릉이 가서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원경릉은 가장 최근에 혼인했고 초라한 후작 가문의 딸에서 일약 친왕비가 되었을 뿐 아니라, 황제 폐하와 태상황 폐하께서 소중히 여기시고, 소문에 부부 금슬도 좋다니 당연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현비를 제외하고 말이다.현비는 아무리 뜯어봐도 원경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출신이 문제인 게, 행동거지가 신분에 맞게 우아하지 못해서 망신스럽고 눈꼴사납다.예를 취하는 꼴도, 말본세도,
원용의와의 만남우문령이: “알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 못하죠. 하지만 새 언니는 믿을 수 있으니까.”원경릉이 웃으며 이 아이는 정말 단순해서 둘이 그렇게 오래 만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다니 역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하지만 한편으론 이 아이의 천진함에 감동했다.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은 약간 단순해야 해야 하지만 황궁에서 자라고 있으니 단순한 건 치명적일 수 있다.“새언니, 어마마마가 언니를 완전 안 좋아해요. 다음엔 언니한테 도움이 될 말을 할까 봐요.”우문령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그럴 필요 없어요, 현비마마께서 나를 대하는 눈빛이 한순간에 바뀔 순 없어요. 어쩌면 평생 안 바뀔 수도 있죠.”“왜요?” 우문령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다.원경릉이: “예로부터 고부간은 서로 눈에 거슬린다고 해요. 우리는 둘 다 같은 남자를 좋아하거든요.”우문령이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으며, “그럼 언니도 어마마마가 눈에 거슬려요?”그래요, 어디 눈에 거슬리기만 하겠어요? 아주 싫죠.“어떻게 하죠? 이제 와서 비위를 맞추긴 늦었네요.”우문령은 이 문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원경릉의 손목을 끌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만나는 사람마다 작은 목소리로 원경릉에게 소개 해주었다. 이건 누구의 천금 같은 딸이고, 이 분은 누구의 금지옥엽이고, 이분은 어느 집안 큰딸이라고 말이다.원경릉은 우문령의 기억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문령은 구중궁궐에 살아서 바깥 사람을 접촉할 기회가 매우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명확하게 기억할 수가 있을까?“용의(詠意).” 우문령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원경릉을 데리고 청색 해당화 자수가 놓인 하얀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 다가갔다.소녀는 둥글고 매끄러운 얼굴에 눈이 크고 짙은 눈썹에 양 갈래로 머리를 올리고 있어 특히 귀여웠다.소녀가 우문령을 발견하고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씩 웃는데, 하얀 이빨이 가지런하게 빛났다.어떤 사람은 한번 보면 특히 좋아할 외모다.원경릉은 그녀가 좋
천진난만한 우문령과 원용의“맞아, 오늘밤 꽃감상 연회는 사실 우리 오빠들을 위해 후궁을 뽑으려는 목적이야. 용의야, 넌 우리 오빠들 중에 누가 좋아?” 우문령이 물었다.원용의는 하염없이 원경릉을 바라보며, “초왕 전하.”원경릉은 깜짝 놀라 이 귀엽고 순진한 아이를 쳐다봤다.원경릉은 이 아이가 너무 좋아서 어쩌질 못하겠다. 우문호 그 호색한에게 미쳤어, 가당 키나 해?우문령이 좋아라: “잘됐다. 네가 우리 다섯째 오빠 후궁으로 시집오면 다섯째 새언니랑 짝꿍 하면 되겠다.”“바로 그거야!” 원용의는 감격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사슴 같은 눈망울로 원경릉을 쳐다본다. “새언니 어때요? 이따가 황후마마께서 언니더러 누가 좋으냐고 하면, 용의가 좋다고 말씀하세요.” 우문령이 신나서 말했다.원경릉은 미소를 머금고 우문령의 뇌를 꺼내 연구 표본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왜? 오늘은 제왕 전하를 위해 후궁을 뽑은 날이잖아요, 모든 친왕은 그걸 돕는 구성원이죠.” “꽃감상 연회잖아요. 마음에 들면 맞아들이는 거죠.” 우문령이 말했다.꽃감상 연회는 어화원의 꽃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아직 피지 않은 혹은 앞으로 필 송이송이 소녀라는 꽃을 감상하는 연회다.원용의는 두 사람의 화제가 자신과는 상관 없다는 듯 원경릉만 주구장창 바라본다.원경릉은 백기를 들고 바로 손왕비를 찾아갔다. 손왕비는 지혜 주머니 같은 사람과 얘기할 필요가 있었다.“어때? 물색 끝났어?” 손왕비도 비꼬며 말했다.원경릉이 눈을 흘기며, “꽃감상 연회라는 게 고작 모든 친왕들 후궁 찾는 목적인가요?” “그래.” 손왕비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건 너무……” 원경릉은 아무 힘도 없는 주제에 해도 되는 말일까?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젠 모르겠다.손왕비가 해명하며: “후궁을 맞는 건 원래도 급한 일은 아니고 예전에도 이렇게 중요시된 적 없어. 하지만 지금 대를 잇는 것이 급한데 친왕비들에게 회임 소식이 없는데다 제왕비의 가짜 임신 사건으로 태후마마께서 자연히 마음이 급해 지셨어.
후궁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원경릉과 우문호꽃감상 연회가 끝나기 전에 과연 황후가 원경릉과 손왕비를 오라고 부르더니 어느 가문의 영양이 특히 호감이 가는지 물었다.손왕비는 몇몇을 언급했고 원경릉은 고개를 흔들며: “없어요.”이 말은 황후와 마마님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다들 속으로 말하길, 초왕비가 질투가 심하다더니 정말이네.하지만 현비가 앞에 있어서 누구도 말로 하진 않았다.황후도 억지로 웃으며, “마음에 맞는 사람이 없었 다니 그럼 할 수 없지.”원경릉은 현비의 매서운 눈총을 받았다.출궁할 때 희상궁이: “왕비마마 반드시 몇을 언급하셔야 합니다.”“몇이라고?” 원경릉은 가슴이 답답해서, “나는 하나도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 몇 명이나 언급해야 한다고?”희상궁이: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 뿐이지요, 결국 후궁을 몇이나 둘 수도 없고, 꽃감상 연회는 황후마마께서 주관하시니 몇몇이 좋다고 말해서 황후의 체면도 세워 주는 것이지요. 왕비마마께서는 손왕비마마께서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저 체면 치레일 뿐입니다. 대충대충 황후마마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자신의 명예도 다치지 않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왕비마마께서는 오늘밤 확실하게 질투심이 많은 여자라는 오명을 쓰셨습니다.”원경릉은 하늘이나 알지 누가 알까?초왕부로 돌아와서 우문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원경릉의 주위를 맴돌았지만 한마디도 묻지 못했다. 괜히 잘못 물어봤다가 미움을 받을 까봐 서다.원경릉은 퉁명스럽게: “앉아,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우문호는 는적거리며 원경릉 곁에 앉아, 무심한 척: “오늘밤 꽃감상 연회는 어땠어?”“감상하느라 눈이 짓무르는 줄 알았네.” 원경릉은 우문호를 보니 화가 나면서, “모든 친왕이 다 후궁을 둬야 하는 거야?”“꼭 그렇지만은 않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배를 보며, “만약 네 배가 좀 분발해준다면, 아바마마께 후궁을 사양할 빌미가 될텐데 말이야.”원경릉이 매우 슬퍼하며, “어떤 게 분발하는 건데?”“10명은 안 되도 8명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