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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7화

초왕비가 밖에 무릎을 꿇고 죄를 고하러 왔다니? 어서방에 있던 내각 대신들이 술렁였다.

측전과 어서방 정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명원제가 측전 안쪽으로 들어가자 원경릉이 이를 보고 다른 문으로 들어왔다. 원경릉은 무릎을 꿇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명원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일어나거라!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당장 궁에서 나가거라!”

원경릉은 그가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부황, 성문에서 벌어진 일은 소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야단법석을 떨어?” 명원제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다섯째와 그의 부인은 왜 이렇게 생떼를 쓰는 것일까.’

“상관이 있지요. 소인이 초왕비로서 황상님과 백성들의 은혜를 듬뿍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서 잘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부상자가 증가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인이 소동을 일찍 막지 못한 탓입니다. 당시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줄곧 먼저 손을 쓰지 않고 요행을 바랐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제때 경조부에 알리지 못했습니다. 백성들이 제왕비를 비난하는 것을 보니 같은 친왕비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비난은 마땅히 소인이 받았어야 했습니다. 소인을 처단하여 북당의 민심을 다스리십시오.”원경릉이 큰 소리로 말했다.

원경릉은 냉정언의 계책을 따라 자신을 희생하되, 실제로 죄를 지은 주명취를 언급해서 그녀에게도 죄책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경릉의 생각과 언변이 점점 태상황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명원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보니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자신이 큰 대역 죄를 지은 것처럼 울부짖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밖에 있는 신하들이 듣고 있어서 그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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