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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871 - Chapter 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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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1화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양여혜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생겼다. 원숭이가 이식 수술에 성공해서 원경릉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원경릉이 이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몰아 원숭이를 보러 갔다.실험실에 들어가자 원숭이가 원경릉에게 달려와 원경릉을 꼭 끌어안았다. 원경릉이 눈시울이 뜨거워져 원숭이를 껴안고 흐느끼자 원숭이도 따라서 펑펑 울었다.원숭이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실험실에 있던 나날을, 함께 추억을 쌓았던 나날들을 말이다.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분명 아직 홍엽을 기억하고 늑대골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소리다.서로 끌어 안으면 울다가 원숭이를 놔주고 눈물을 닦은 뒤 아기 원숭이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방긋 웃으며 물었다. “날 기억하네, 그럼 홍엽도 기억하지?”그러자 원숭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가가 발그레져 원경릉의 손을 꽉 쥐었다.원경릉이 마음이 아파져 원숭이 얼굴을 매만졌다. “널 데리고 가서 홍엽만나게 해 줄게. 어때? 홍엽은 계속 널 못 잊어!”원숭이가 아우하고 울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히 흥분한 모습으로 원경릉의 어깨에 뛰어올라 쭈그리고 앉았다. 마치 마스코트처럼 말이다. .원경릉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양여혜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원숭이와 원 박사는 상황이 달라요. 원숭이는 억제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 게 원숭이의 뇌세포 성장 과정에 약이 이미 거진 쓰여서 지능도 일반 원숭이 수준이되었으니 신체 각 부분과 대뇌도 점점 정상을 찾을 거예요. 약간 지능이 높은 것 외에 일반 원숭이와 별 차이가 없어지는 거죠. 뇌세포가 여전히 천천히 분열하며 재생하고 있지만 일단은 정상이고 3년동안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니 매년 한번씩 데리고 오세요. 이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사실 원 박사 약은 이미 1단계 성공했어요. 대뇌가 극한까지 개발될 필요 없이 지금보다 약간만 발전하는 형태로 이미 다 됐어요. 원 박사에게 주사한 건 2단계 약으로 원박사 상태는 제어가 안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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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2화

우문호가 말했다. “당연히 홍엽을 옥졸로 삼을리 없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홍엽은 지략이 뛰어나고 후방에서 전술과 전략을 세우는 대가니 냉정언과 둘이서 한 명은 암, 한 명은 명을 담당하면 딱이야. 홍엽이가 안심하고 북당에 계속 살면 우리 발전에 큰 이익이 될 거야. 지금 홍엽이 정착을 못하고 움직이려고 하는 건 자신이 집없는 떠돌이 같다고 느껴져서니까. 원숭이가 있으니 홍엽이 집이 있고, 원숭이가 당신을 못 떠나니 홍엽은 경성에 머물 수 밖에 없겠지.”리더가 되서 좋은 부하를 얻는 건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우문호는 그날 밤 밥을 두 그릇이나 더 먹었다. 원경릉 엄마는 사위 먹는 모습에 흐뭇해서 엄마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기뻐했다. ‘어머나! 사위가 내가 만들 요리를 좋아하다니.’원 교수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고 그저 사위와 한두 잔만 마셨다.태상황이 잔을 슬쩍 가져오려하자 원경릉이 눈을 부라리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태상황은 겸연쩍게 잔을 도로 치웠다. “딱 한 잔만!”“감기 아직 다 안 나아서 안 돼요!” 원경릉이 단호하게 말했다.“맞아요, 이제 두 분만 좋아지시면 돌아갈 계획인데 역시 안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희상궁도 권했다.희상궁은 여기서 비록 묶인 것 없이 며칠 편안한 날을 보냈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아 북당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서일은 바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랬다. 얼른 돌아가 사식이와 사탕이를 보고 싶었다.태상황은 씩씩거리며 ‘잔소리쟁이’라고 한마디 하고는 밥만 먹기 바빴다.원경릉은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났다. ‘정말 아직도 어린이네. 감기에 걸려놓고 아직도 술이 마시고 싶다니. 갈수록 조심을 안 한다니까.’어르신들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이틀 뒤 몸 상태가 호전된 뒤에나 돌아가기로 했다.사위 일행이 돌아가면 큰 일을 치러야 하는 것을 알기에 원경릉 엄마도 말리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돌아오는 것도 쉬워져서 아이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며 가져가라고 했다.소요공도 물건을 잔뜩 가지고 가는데 상자로 몇 개였다.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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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3화

안풍친왕비는 위아래 명품을 빼 입고 목에는 커다란 금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북당에서 돌아와 보상심리로 며칠간 쇼핑을 한 것이였다. 그렇게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행복할 때인데 안풍친왕비의 말에 비보를 전해들은 것처럼 안풍친왕의 세상은 순간 얼어붙었다.안풍친왕비가 싸늘하게 안풍친왕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 큰 조카와 상의해서 매화장을 우리에게 먼저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이리율에게 의탁하는 수 밖에 없겠네.”안풍친왕은 그때 순간 은자 백만냥이 떠올라 흥분했다. “괜찮아, 이번에 돌아가면 우린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돼. 은자 백만냥이 있잖아.”안풍친왕비가 비관적으로 말했다. “됐어요, 그 백만냥이 돌아가도 아직 있겠어요? 불가능해요.”이쪽은 근심에 쌓여있는 줄도 모르고 저쪽은 양여혜의 지시에 따라 서교산 속 호수로 갔다.물건을 등에 지고 크고 작은 짐보따리에 원숭이까지 챙긴 일행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경호로 돌아왔다. 북당의 하늘과 북당의 경치를 보고, 북당의 공기를 들이 마셨다. 모두 천상에서 돌아온 기분으로 발이 땅에 닿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현대는 좋다. 하지만 진정한 집은 북당이다.다들 잠시 쉬었다가 짐을 들고 식사하러 도장으로 올라가는데, 호수 수면 위로 다시 두 사람이 올라왔다.“휘형? 형수님?” 태상황이 놀라서 물었다. “두분이 어떻게 돌아오셨죠?”안풍친왕이 자애롭게 태상황을 바라보며 답했다. “여섯째야, 형이 너희와 떨어지기 아쉬워서 돌아왔지. 너희와 계속 있고 싶어서!”“오, 그거 잘됐네요!” 태상황이 감동한 모습이다. 휘형이 최근 갈수록 형다운 모습을 보인다.소요공이 자기 짐을 부려 놓고 껑충껑충 뛰어와 안풍친왕비를 보고 감격했다. “사부님, 역시 절 못 잊어하실 줄 알았어요.”안풍친왕비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응, 그래.”안풍친왕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장에서 웬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안풍친왕 수하의 명장 흑영이였다. “사적인 원한을 갚으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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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4화

우문호는 슬슬 궤도에 오른 참이었다.우문호는 딸을 안고 원경릉은 어깨에 원숭이를 올린 채,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데, 뒤에서는 벌써 현대를 그리워하는 소리가 재잘재잘 들려왔다. 맛있는 음식, 자동차, 티비, 심지어 변기까지. 모두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반면 경호쪽 상황은 모두 알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사람이 엄청 많은데다가 가족을 돕자니 옳지 않았고, 이치대로 하자니 효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했다. 서일은 소요공은 짐이 많은데 자기는 원경릉 엄마가 준 선물만 들고와서 가뿐했기에 선뜻 도와주겠다고 했다.그런데 소요공이 기뻐하지 않으며 오히려 잔소리를 해댔다. “넌 하도 덜렁대서 괜히 쏟을 거 같아. 그리고 하산하면 마차가 있으니 도와줄 필요 없어.”좋은 뜻으로 도와주려고 한 서일은 뻘쭘해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냥 가뿐함을 즐기기로 했다.일행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늑대파 정보망 1급 기밀로 신속하게 경성으로 전해졌다.경성의 황실은 기름솥처럼 들끓었는데 특히 사식이는 너무 기뻤다. 전에 태자비 일행을 보낼 때 탕양이 돌아와 서일도 같이 갔다는 말에 한동안 기가 막히면서도 서일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했었다.일행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이리 나리가 직접 홍엽에게 전하고 그들이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고 귀뜸해 주었다.홍엽도 기뻐하며 태자가 어떻게 수양딸을 데리고 갈 수 있냐며, 이리 나리가 그들이 돌아오고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에, “당연히 좋은 소식이고 말고요. 수양딸이 돌아오는데.”이리 나리는 놀라움과 기쁨은 직접 보고 느끼는 게 낫지, 미리 말해주면 김이 빠질 게 분명했다. 이리 나리는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홍엽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사실 일행의 귀환 소식에 제일 기쁜 건 사식이가 아니라 훼천이었다. 훼천은 얼른 요부인에게 달려가서 벙글벙글 웃으며 그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말했다. “태자비 마마께서 돌아오신다는군.”요부인은 이미 미색이 보내온 소식을 듣고 알고 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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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5화

현대 여행객들이 경성 초왕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모두 열렬한 환영준비에 들어갔다.미색이 사람을 안배해 초왕부에서 기다리게 하고 마침 순왕 부부도 경성에 와서 함께 참석했다.원경릉이 막 문에 들어서자 미색이 달려가 안는데 힘이 장사라 원경릉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다들 원경릉을 끌어안으며 중구난방으로 물어댔다.서일은 어렵사리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사탕이를 안고 있는 사식이를 발견하더니, 눈시울이 붉어지며 달려가 아이와 사식이를 안고 울었다. “사식아, 이생에 다시는 너희들을 못 보는 줄 알았어.”사식이는 감동에 찼다가 이 말을 듣고 순간 무릎을 팍 차올리며 성을 냈다. “뭐라는 거예요? 태자비 마마 마중간 거잖아요! 뭘 평생을 못봐요? 쓸데없는 소리 할래요, 진짜!”“진짜로….”“어, 당신 이빨!” 사식이가 기뻐서 서일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이빨 나았네요? 자란 거예요?”서일이 헤벌쭉 웃으며 자랑했다. “자란게 아니라 태자비 마마께서 이를 심어 주셨어. 좋아보여?”서일은 사탕이를 안고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 틈에 몰래 사식이 볼에 뽀뽀했다. 그러자 순간 얼굴에 빛이 나며 몰래 사탕을 훔쳐먹은 아이처럼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사식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서일을 콩콩 때렸다. “이 장난꾸러기!”하지만 속으로는 ‘성격이 변했나? 전에는 사람이 있으면 손도 제대로 못 잡더니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뽀뽀를 다해? 간이 부었구만.’ 라고 생각했다. 한참 떠들썩한 뒤에 동서들은 문을 닫고 얘기를 시작했다.손왕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돌아와서 잘 됐어. 훼천이 이제는 안심할 수 있겠네. 요부인이 자네가 와야 혼례를 올린다고 해서 훼천이 어찌나 조바심을 내던지! 바깥 양반 말에 따르면 걸핏하면 태자 전하를 찾아와서 자네가 언제 돌아오냐고 물어봤대. 근데 이제 소원대로 됐구만. 진짜 믿을 수가 없다니까. 태자비가 돌아오는 걸 가장 학수고대한 게 훼천이었다니!”손왕비가 말을 하며 과장스런 손짓을 보탰다.원경릉은 손왕비가 해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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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6화

이곳에서는 절대적으로 희귀한 물품이기 때문에 특히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은 다들 써보더니 엄청 좋다며 기뻐했다원경릉은 기뻐하는 모두를 바라보며 앞으로 현대에 갔다오면 선물을 열심히 사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모인지 한 시간쯤 됐을 때 우문호가 사람을 보내 원경릉에게 입궁하라고 했다.원경릉은 그제서야 오랜 기간 출타했는데 입궁해서 문안도 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러자 모두 원경릉이 돌아오면 같이 밥을 먹자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원경릉은 엄청 사랑받는 응석받이처럼 기뻐했다. “제가 지금 이렇게 환영받는 입장이 된 거죠?”“됐거든요, 태자비 마마께서 안 계시면 다들 모일 데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미색이 웃으며 말했는데 이 말에 다들 한숨을 쉬었다.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태자비가 없으면 모일 수 없겠는가. 중심엔 역시 태자비가 있어야 한다.원경릉이 웃으며 밖으로 나가 옷을 갈아입고 희상궁에게 가발을 빗겨달라고 했다. 앞으로 몇 달간 이 가발은 필수불가결이다.우문호도 그쪽에서 머리를 짧게 잘라 지금 묶어서 올릴 수가 없으므로 가발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오히려 세 어르신들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짧은 머리에 새로운 스타일의 모자를 썼다.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차를 탔다. 마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우문호는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느려, 마차는 너무 느리다고. 아무리 타도 적응이 안 되네!”현대에서 외출할 때는 차를 탔다. 차가 안 막힐 때는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인데 여기 마차는 빠르면 너무 흔들리고 천천히 가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현대를 여행하고 돌아온 후유증이 처음엔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 없었는데, 이번은 보름이 넘게 있으며 그쪽에 익숙해졌다가 갑자기 또 돌아오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아빠, 다음번엔 제가 자전거를 가져다 드릴게요!” 만두가 자상하게 말했다.“탈 줄 몰라!” 우문호가 머쓱하게 말했다. 자전거를 현대에서 한번 타봤는데 못 타겠다.만두가 말했다. “두발 자전거를 못 타도 세발 자전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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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7화

입궐하자 명원제가 아이들을 보고 너무 기쁜 나머지 한동안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부부에게 태상황과 주재상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다.태상황은 경성으로 돌아와 바로 별장으로 가서 명원제는 아직 태상황한테 문안을 드리지 못했다. 일단 아들과 먼저 마무리 지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어 그걸 마치고 용기를 내서 태상황에게 말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명원제는 손자 손녀들과 잠시 환담을 나눈 후 원경릉에게 말했다.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황귀비에게 문안가거라. 짐은 다섯째와 할 말이 있다.”원경릉은 마침 황귀비를 보고 싶던 참이라 명원제의 분부를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다가, 물러가겠다는 인사를 빼먹을 것을 문앞에서 비로소 떠올리고 얼른 돌아서서 인사를 올렸다.다행히 명원제도 그곳엔 신경쓰지 않다. 머리속엔 온통 다섯째에게 뭐라고 말을 꺼낼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원경릉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자 명원제는 목여 태감에게 밖에 나가 입구를 지켜달라고 했다. 태자와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었다.우문호는 이미 짚이는 데가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했다. 아바마마는 보수적이고 신중한 사람이라 눈 앞에 있어도 자신이 인지하는 범위를 넘어선 일에 대해서는 받아들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문호가 안풍친왕과 현대에 간 것이나 안풍친왕이 아바마마에게 퇴위하도록 밀어붙인 일을 쉽게 말할 수 없었다.명원제가 우문호에게 물었다. “왕강이 상소를 보내 회강 하류 북강현에 제방을 쌓자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우문호가 물었다. “북강현이 혹시 어디입니까?”“괴고묘진의 강단 이라는 곳이야.”우문호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답했다. “소신이 생각하기로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왕강이 왜 거기에 제방을 쌓자고 했을까요? 괴고묘진은 지대가 가파르고 높습니다. 강바닥이 깊어 물길이 10리를 벗어나지 않고 나뉘어 흘러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지만 목면진은 지세가 낮아 걸핏하면 물난리가 나서 거기에 제방을 세우는 건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실 목면진 부근에서 강물을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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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8화

우문호는 순간 안풍친왕이 자신에게 이 일을 지금 알려준 사실에 약간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전에 몰랐더라면 지금 분명 굉장히 경악하며 펄쩍 뛰었을 것이다.하지만 우문호는 경악한 척을 할 줄 몰랐다. 그저 묵묵히 아바마마를 보며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다. 하지만 우문호의 이런 반응이 명원제에게는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으로 비쳐져 설득하기 시작했다. “짐도 너무 바로 이 일이 결정된 것을 잘 안다. 분명 당분간 네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짐이 바로 네게 보위를 넘기는 게 아니라 네게 3개월의 시간을 줄 거야. 짐도 모든 일을 잘 대비해 놓고 널 위해 장애물을 깨끗히 치워 줄 거다.”우문호는 아바마마의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감동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아바마마도 자신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아바마마께서 아직 이렇게나 젊으시니 급하게 퇴위하실 필요는 없다고 사료됩니다.” 우문호가 말했다. 명원제가 우문호를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눈가에 은은하게 자랑스러움이 넘쳤다. “아바마마는 젊지 않아. 요 몇년 점점 몸이 따라주지 않는구나. 노년에 우둔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 전에 지금이 퇴위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야. 넌 걱정하지 마라. 짐이 퇴위한다고 해도 늘 너를 볼 수 있고 조정 일은 네가 원한다면 짐과 언제든 얘기할 수 있어. 네가 원하지 않으면 짐은 널 믿는다.”명원제가 황제로 있던 10여년 내내 배후에 태상황이 있었다. 비록 자신에게는 태상황이 필요했지만 다섯째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고 명원제는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권력을 완전히 넘겨주는 것이야말로 다섯째에 대한 가장 큰 신뢰였다.명원제는 말을 마치고 가볍게 우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살짝 촉촉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바라봤다. “짐은 너를 믿는다. 네가 북당에 전에 없는 번영과 영화, 강성함을 천추 만대에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우문호는 콧잔등이 시큰해 지며 서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정중하고도 장엄한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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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79화

청란대가를 지나는데 한 사람이 당나귀를 타고 원경릉의 마차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문호가 마침 가리개를 젖히고 ‘경성의 변화를 못 본지도 오래됐구나’라고 생각하며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는데, 순간 당나귀를 탄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경악하고 말았다. ‘안풍친왕? 어, 현대에서 오픈카를 타고 달리던 품격은 어디가고 여기서는 당나귀를 타는 거지?’ 게다가 안풍친왕가 당나귀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안풍친왕은 기골이 장대하기에 비실거리는 당나귀를 타고 있으니 왠지 당나귀를 괴롭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큰 할아버지?” 원경릉이 물어봤다. 얼핏 본 게 그런 것 같았다.“응, 분명 입궁하시는 길일 거야.” 우문호가 말했다. 이 길은 궁으로 향하는 길로 매화장의 일은 아바마마와 잘 얘기가 됐는지 모르겠다.초왕부로 돌아오니 냉정언과 홍엽은 아직 오지 않았다. 냉정언은 성 밖에서 일을 보고 있고 홍엽은 형부 관할 사건을 하나 처리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상당히 괴이해서 형부에서 직접 접수해 며칠을 진행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형부는 냉재상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냉재상이 홍엽을 파견한 것이다.하지만 이미 홍엽에게 연락을 취해 둘 다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구사가 한 마디 했다. “괜찮아, 그 사람들은 천천히 오라고 하고 우리 먼저 천륜의 기쁨을 즐기자고, 어차피 아이들 얘기에 두 사람은 할 얘기가 없잖아!”바꿔 말해 공통의 화제가 없다는 것이었다!이제 초왕부는 유치원 학부모 모임이 되었다. 구사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 순조롭게 아이를 기른 경험을 가진 자이다. 이 많은 남자들 중 경험이 제일 풍부했으나, 기저귀 갈고 대소변 누이고 밥을 먹이는 것은 잘하지만 교육은 소리지르거나 호통치는 것에 의존하고 있었다.다들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이어지는 화제는 서일의 이빨이었다.제왕까지 얘기에 참여했다. “이거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 서일이 앞니가 생긴 뒤로 사람이 완전 달라 보이는 것 같다네. 이전보다 똑똑해 보인단 말이지! 제일 중요한 건 이제 보기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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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80화

그렇게 한 쪽은 술잔이 오가며 형제간의 전우애로 흥청거렸고, 다른 한 쪽에서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가운데 잡다한 집안 일을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초왕부 하늘은 엷은 구름이 흩어졌다 뭉쳤다 하며 봄날의 습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초여름이 성큼 모퉁이까지 닥쳐있었다.연회를 마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이미 해시가 되었을 무렵, 문지기가 와 냉정언과 홍엽이 왔다고 보고했다. 두 사람은 밤 그림자에 감싸며 들어왔다. 다급해 보이는 행색에 먼지가 풀풀 날렸다.우문호와 원경릉이 복도에 서서 맞이했다. 원경릉 어깨에 있던 원숭이는 홍엽이 문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깍깍 울며 초조해 했다.홍엽이 보이자마자 원숭이는 한달음에 홍엽에게 뛰어들어 가슴에 안긴 채 감격해서 울부짖었다.홍엽은 처음에 불빛이 어스름해서 뭔가가 달려오는 걸 보고 개라고 생각했기에 그 개가 바로 자기 얼굴에 뛰어올라 머리를 끌어안아 깜짝놀랐다. 원숭이인줄은 꿈에도 모른 홍엽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어서 내 머리에서 내려와!”홍엽이 원숭이의 꼬리를 잡고 밖으로 내던지려 하자 원숭이가 홍엽의 목을 꽉 붙잡고 슬픔과 기쁨의 눈물을 머금은 채 똘망똘망한 눈으로 홍엽을 바라봤다.그러자 홍엽이 놀라서 천천히 손을 놓고 원숭이를 보더니 순간 얼굴에 경악함은 어디가고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다.비록 이 원숭이가 홍엽의 기억 속의 원숭이가 아니긴 했지만 눈이 마주쳤을 때의 익숙함으로 홍엽은 영혼 깊숙한 곳까지 참을 수 없이 떨려왔다. 홍엽은 어쩔 줄 몰라하며 원경릉을 쳐다봤다. 눈에서 눈물이 뿌옇게 차오르고 한 마디 답을 구했지만 물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이 아닐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원경릉이 다가가서 홍엽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걔예요. 당신이 오래 기다렸던 원숭이가!”홍엽의 입술이 떨리고 눈물이 왈칵 터져나와 눈 앞에 사람도 사물도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한손으로 원숭이를 안고 똑바로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눈물이 계속 흘러나와 모든 것을 덮어버려 도무지 자세히 볼 수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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