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891 - 챕터 2900

2911 챕터

제 2891화

우문호가 열 받아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셋째 형 생각을 안 해? 하지만 그 일이 있은 지 얼마나 됐다고. 셋째 형이 앞으로 혼인하고 첩을 다섯을 두든 일곱을 두든 내 알 바 아니지만 지금은 안 돼. 이 일이 조용히 그냥 지나갈 거 같아?”“어쨌든 이 일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네가 직접 형이랑 얘기해. 난 물어볼 일 없으니까.”“가운데서 나쁜 짓 꾸미고 있는 거 아니지?” 우문호가 의심가는 표정으로 묻자 안왕이 불쾌한 듯 대답했다. “내가 무는 짓을 꾸미긴 뭘 꾸며! 왜? 내가 주 아가씨를 형 침상에 보낼까 봐?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넌 태자지만 아직 황제가 아냐. 이렇게 남일에 참견하는 게 좋으면 초왕부나 잘 관리하셔. 다른 사람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우문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 말은 두 사람이 이미 엎어진 물이란 소리야?”안왕이 뒷짐을 지더니 모르는척 했다. “난 몰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셋째 형과 주 아가씨 일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주 아가씨가 도망치는 형을 쫓아다니며 형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한 것 뿐이야. 아, 주 지부도 나한테 중간에서 중매를 설 생각 없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 한 번 그래 봤는데 그것 때문에 위왕한테 쫓겨났다고 했지.”“쫓겨났다고? 그럼 셋째 형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네?” 우문호는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 하지만 곧 눈살을 찌푸리며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근데 본인한테 그럴 마음이 없으면 경성에는 왜 데리고 오는 건데?”“아마 주 아가씨가 쫓아올 거야. 셋째 형은 너도 알다시피 거절을 잘 못하잖아. 고작해야 거들떠보지 않는 정도지. 게다가 상경 길은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형은 형대로라 쫓아 보내기 쉽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이 일에 네가 뭘 그렇게 서둘러? 게다가 열까지 받을 필요가 있는 거야?” 안왕이 우문호의 말투가 누그러진 것을 듣고 태도를 약간 바뀌었다. 우문호가 안왕을 흘끔 보았다. “원 선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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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2화

“알았으니까, 중간에서 선동이나 하지 마.” 셋째 형이 주 아가씨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안 우문호는 상당히 안심하고 안왕과 더는 말을 섞지 않은 채 일어나 나왔다.그러자 안왕이 입을 삐죽거렸다. 우문호 입에서 뭔가를 좀 캐내려고 할 생각이였는데 이렇게 되버리니 상심이 컸다.안왕은 솔직히 불안했다. 아바마마께서 뒤늦게 잘잘못을 따질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난국을 거치며 안왕도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탰고 한 쪽 팔도 잃었으니, 아바마마께서도 과거의 일을 다시 들출 일은 없을 것이다.물론 안왕도 다른 상황은 일어나지 않길 바랬다.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일어나긴하겠지만 아직 아바마마는 젊으시니까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역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장년의 황제가 스스로 퇴위하는 경우가 어딨어? 예전에 태상황 폐하도 병환이 중해서 아바마마께 선위를 하신 거잖아.’마음속이 번잡했다. 역시 경성은 강북부처럼 편하지 않다. 귀영위가 열심히 말을 달려 사정을 알아보고 이틀이 못 돼서 금방 소식을 가지고 왔다.“태자 전하께 아룁니다. 위왕 전하는 혼자 경성으로 돌아오고 계시나 뒤에 멀지 않은 곳에 확실히 여자가 말을 타고 따라오고 있으며 대략 400m정도 거리를 두고 있사옵니다.”“위왕께는 물어봤느냐?” 우문호가 물었다. 귀영위가 대답했다. “여쭤보았습니다. 위왕 전하께서 그 여자의 성은 주 씨라 하고 강북부 지부의 딸로 자신을 따라 경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사옵니다.”“그런데도 쫓아내지 않았다고?”“쫓아냈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주 아가씨께서 경성에 친척을 만나러 간다고 해서 어쩔 수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우문호가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셋째 형은 어쩌자고 이렇게나 바람둥이가 된거야? 나도 안 그런데 말이야.’“위왕이 경성에 도착하려면 아직 얼마나 남았지?” 우문호가 물었다.“곧 도착하십니다. 그저 반나절 차이라 밤에는 경성에 도착하실 겁니다.”우문호는 귀영위를 내보내고 소월각으로 가서 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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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3화

우문호가 다시 원경릉을 째려보며 물었다. “내가 지금 고민하는 거 안 보여?!”우문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끙끙 앓았다. 매번 원 선생과 큰 일을 앞두고 기대하고 있을있을 때 결국 흐지부지해지게 되어 얼마나 짜증 나는지 모른다. 우문호는 순탄하고 기쁘게 원 선생을 진정한 아내로 맞아들일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전에도 얘기했잖아? 인생에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우문호는 혼례라는 형식이 중요하다는데 어쩔 거야?’원경릉은 우문호의 걱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문호의 손을 꽉 잡고 위로를 건넸다. “쓸데없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주 아가씨의 일방적인 사랑이잖아. 우리도 정화 군주의 수용력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자. 위왕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기로 했으니 아마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 화가 났는데?”“당연히 화가 나지! 위왕이 정말 여자를 데리고 경성으로 온다고 생각하니까. 솔직히 위왕이 정말 혼인하겠다면 우리도 관여할 수 없긴 하지만... 그저 경성으로 데려오지 말기를 바랄 뿐이야. 적어도 정화 군주에게 몇 년의 시간은 줘야 하는 거 아냐?”우문호가 동의한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정화 군주가 걱정돼. 하지만 내가 제일 걱정하는 건 역시 우리 혼사에 마가 끼지 말았으면 하는 거야. 천지신명에게 빌고 싶다 진짜.”원경릉이 크게 폭소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우리 현대에서도 이미 결혼했잖아.”그러자 우문호의 잘생긴 얼굴에 아주 커다랗게 ‘불만’이라고 쓰여 있었다. “원칙적으로 그건 혼례라고 할 수 없어. 그냥 일가가 같이 밥을 먹은 거지. 당신이 그랬잖아,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다 혼례에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그게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야.”그 누구도, 그 어떤 일도 우문호를 말릴 수 없었다.그리고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 이기적이게 굴어도 되니깐. 원경릉은 우문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위왕이 경성에 도착하기 전에 얼른 정화 군주에게 이 사정을 알려 나중에 갑자기 남을 통해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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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4화

원경릉은 정화 군주가 애처롭게 느껴졌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듣자 은근 위로가 되었다. “네, 그럼 제가 온 게 허탕은 아니었네요.”정화 군주가 미소를 지었다. “이 일로 다들 놀라셨죠? 지금 제 마음이 온통 아이들에게 가 있어요. 둘째 형수가 와서 우리 둘이 안타깝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다고요...”원경릉이 마음이 울컥해졌다. 평생이라고 생각하니 순간 침울한 기분이 들었다. “흠, 그래요. 혹시, 아직 과거로 돌아갈 수 있나요?”“그건 이제 불가능해요.” 정화 군주가 말했다.원경릉은 정화 군주의 담담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제일 원망스러운 건 고지가 당신의 아이를 해치려는 걸 알면서도 위왕이 저지하지 않은 것 때문이에요. 그쵸?”“맞아요.” 정화 군주의 눈가가 붉어져 급히 고개를 돌렸다. “됐어요, 그 얘기는 그만해요. 사람을 시켜서 차 싸놓으라고 할 게요!”“네!” 원경릉이 밤도 깊어져서 더 머물지 않고 싸준 찻잎으로 들고나왔다.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불편했다.초왕부로 돌아오자 우문호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 정화 군주 반응은 어때?”“나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있대. 어쨌든 위왕이 정말 그 주 아가씨랑 잘 지내는 것도 아니니깐.” 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하자 우문화가 걱정되어 물었다 “그럼 잘 된 거 아냐? 당신 영 마음이 무거운 얼굴인데?”원경릉이 우문호에게 기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위왕이 그때 왜 그랬을까 싶어서.. 길이 다 막혀서 조금의 여지도 남아있지 않았잖아.”우문호도 우울한 낯빛이였다. “어쩌면 두 사람은 반드시 만나지만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인 거 아닐까? 그때 억지로 정화 군주를 데려온 걸 이제 와서 안타까워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 생각을 말아야지. 자자.”원경릉은 일단 알았다고는 했지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애써 억지로 눌러도 자꾸만 다시 떠올랐다.‘안 된다니까!’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바꾸는 건 나비효과를 일으켜 지금 많은 일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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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5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우문호는 위왕이 밤중에 도착해 초왕부에 묵겠다고 했다는 서일의 말에 깜짝 놀랐다. “왜 초왕부에 묵는데?”“여기 묵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서일이 말했다.“위왕은?” 우문호가 물었다.“주무시고 있으세요. 아직 안 일어나셨습니다.”원경릉이 계란이를 안고 응접실로 와서 서일과 우문호의 대화를 듣고 물었다. “혼자 오셨지?”“혼자 오셨습니다. 시종도 안 데리고 오셨어요.” 서일이 나가며 살짝 계란이의 얼굴을 만지고 인사치레 미소를 띠며, “꼬마 군주님이 이슬같이 영롱하세요.”우문호가 서일의 손을 딱 쳤다. “눈으로만 봐 만지지 말고!” 우문호는 아기 볼이 살짝 눌리는 것도 싫었다. 감히 어딜?서일이 입을 삐죽거렸다. “참 쩨쩨하시네요. 전 사탕이 안아도 보시게 해 드렸는데!”“사탕이는 내 의붓딸인데 왜 못 안아?” 우문호가 서일에게 눈을 흘겼다. “가서 위왕을 깨워가지고 본관으로 오시라고 해. 마침 잘 됐으니 같이 입궐하자고.”“예!” 서일이 나갔다.“아주버님 좀 더 주무시라고 하지. 어젯밤 늦게 오셨을 테니 많이 피곤하실 거야.”“마침, 입궐하는 참이고 형도 경성에 왔으니 입궐해서 문안을 드려야 하니, 같이 가지 뭐. 아바마마께서 형한테 잔소리 좀 덜 하시게. 또 그 괴팍스러운 성격 나오면 아바마마한테 들이받을 거 아냐, 나도 강북부쪽 상황을 들어야 하고.” 우문호가 고개를 숙이고 계란이에게 뽀뽀하더니 달콤하게 아내의 볼에도 얼른 뽀뽀하고 방긋 웃었다. “순서 없이 똑같이 좋아해.”원경릉이 부끄러운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만 가봐!”본관에 가자 아침이 이미 차려져 있었는데, 우문호가 탕양과 앉아 같이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왕이 허겁지겁 본관으로 들어왔다.비록 수면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위왕은 활기가 넘쳤다. 외로운 늑대가 이럴 때는 또 좋다.“다섯째, 입궐해? 같이 가자.” 위왕이 앉으며 말했다.“안 그래도 같이 가자고 불렀어요. 왜 자기 집을 두고 초왕부에 와서 자요?” 우문호가 위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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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6화

입맛이고 나발이고 없어요. 기억도 안 나. 어서 와서 먹어요, 빨리 먹고 나가게. 강북부 상황이랑 그쪽 도시 얘기도 들어야해서 바빠요.” 우문호가 말했다.위왕이 강북부와 그쪽 도시 사이에서 바쁘게 일하며 단출하게 살고 있었고 딱히 추구하는 것도 없었다. 위왕은 보따리 몇 개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가자, 가는 길에 먹으면 되지!”우문호는 위왕의 옷이 질박한 데가 행동도 극히 거친 것을 보고 그쪽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일단 천천히 먹어요, 먹고 가면 되니까.”“그럴 필요 없어. 우리 전에 행군할 때도 늘 이랬잖아.” 위왕이 우문호를 끌고 나갔다.길에서 위왕은 그쪽 도시의 현황을 대략 설명해 주었다. 풍습은 사납고 북당에 불만이 많아 원주민들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데 찢어지기에 가난하다 보니 그저 조정에 기대서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위왕이 마지막 말에 열이 받는지 씩씩거리며 얘기했다. “진짜 다 쫓아내고 싶다니까. 그냥 전부 북막으로 꺼지라고 할 걸, 이 도시를 얻어낸게 진짜 큰 손해야.”우문호가 말했다. “이건 일종의 과정이에요. 어쨌든 그 사람들은 북막 사람이잖아요. 그 도시를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데 정책적 추진이 필요하죠. 지금 강북부랑 그쪽은 서로 통관돼요? 백성들이 그쪽으로 가려고 합니까?”“가려는 사람이 있기는 있어. 강북부도 어쨌든 조건이 안 좋으니까 그쪽에 가서 고산 식량을 재배할 수도 있고, 산림이 울창하니 산나물을 캐거나 사냥을 해서 팔 수도 있거든.”우문호가 말했다. “흠, 이참에 조정에서 정책적으로 통혼과 무역을 추진해야겠어요. 최대한 그들을 북당화하는 거죠. 어떤 나라 백성이든 잘 먹고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살기 좋아지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줄어들 겁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30년~50년 동화돼서 지내다 보면 가능할 거예요.”그러자 위왕이 탄식했다. “그쪽은 상당히 살기 어려워. 사실 전에는 호 대장군도 속으로 불만이 있었지. 아바마마께서 처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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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7화

안왕과 위왕이 연달아 경성에 도착했고, 평남왕도 경성으로 와서 원래 살던 숙왕부에서 태상황 일행과 함께 묵었다. 우문호와 원경릉도 몇 번 갔지만 거기는 오래 머물 곳이 못 되는 게 하루가 멀다고 밤마다 음주·가무에 고기를 구워 먹어서 오래 있다가는 사람이 다 망가지기 십상이었다.하지만 태상황 일행은 만년을 즐기고 있어 손자뻘인 우문호 부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삼대 거두도 전처럼 과묵하지 않고 활기차고 가벼워졌고, 상선마저 움직임이 좋아져서 그날 갔을 때는 벽을 짚고 100m 정도나 혼자 걸어 의지력이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늙을 만큼 늙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나?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명원제도 마침내 매화장에 비취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명원제는 사람을 시켜 매화장을 수리하게 했는데 안풍 친왕이 팔기 전에 한번 새 단장을 했지만, 사용한 자재가 아무래도 좀 질이 떨어져서 우아하고 대범한 기운이 부족해 돈을 들여 고치기로 했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김에 비취 한 덩어리를 캐서 품질이 어떤지 살펴보고자 했다.그런데 나와 있던 담청색에 녹색을 띤 돌을 제외하고 땅에서 나온 건 전부 한백옥으로 심지어 담청색인 돌조차 염색이 지워져 큰비가 내린 뒤 희끄무레한 녹색만 남아 보는 사람 속이 쓰렸다.구사가 돌아와 명원제에게 보고할 때 명원제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처음 든 느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큰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사기를 칠 수 있지? 큰아버지는 우문씨 집안에서 가장 능력자로 큰아버지 한마디면 나라도 좌지우지할 정도잖아.’명원제는 구사에게 더 파보라고 하며 한 덩이를 궁으로 가져오게 시켰다. 그리고 냉정언과 아들들, 궁 안의 옥 장인도 소집해서 확인했는데, 그렇게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사기를 쳤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결국 꺼내놓은 것만 돌 겉을 약간 조잡하게 염색한 것으로 쪼갠 뒤에도 그럴 거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었다.조잡한 황색이 들어간 엷은 흰 돌이 흙도 아직 깨끗하게 씻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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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8화

“예!” 목여 태감이 명을 받들었다.그제서야 다들 한시름 내려놓았다. 악역은 이리 나리에게 하라고 하면 되니까. 이리 나리를 기다리는 동안 명원제가 수라를 준비시켜 함께 먹자고 했다.그 모습에 모두 상당히 의외였다. ‘같이 먹는다고?’손왕은 과분한 총애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아바마마와 함께 식사한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그가 함께 수라를 드는 일을 얼마나 바랬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전에 태자비가 아바마마와 같이 수라를 들었다는 말에 손왕은 엄청나게 질투할 정도였다. 안왕은 의혹의 눈빛으로 아바마마의 이런 변화를 바라봤다. ‘변화가 너무 큰 거 아냐? 이거 정상이 아니야!’수라라고 해도 상당히 조촐했다. 명원제는 일관되게 최대한 간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떤 건 자신도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고집스럽게 지켰다.고기반찬 하나, 채소 반찬 몇 개에 국 하나, 한 사람에 쌀밥 한 공기씩, 향이 솔솔 나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운데 밥상에 둘러앉아 집밥을 먹으니 유달리 맛이 좋았다.수라를 들고 한쪽에서 차를 마시던 명원제는 자기도 모르게 아들들과 안풍 친왕의 인격에 대해 토론했다.“전에 헌제 시절에 주씨 집안과 우문로가 반란을 꾀했을 때 큰아버지와 태상황 폐하께서 같이 평정하셨지. 나중에 북막을 아주 꼼짝 못 하게 무찌르셨을 때도 큰아버지의 공이 지극히 컸어. 비록 수단이 좀…. 의외긴 했지만 큰 그림이 있으셨을 거야. 큰아버지 같으신 분은 덕이 높고 고상하시거든.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예, 그렇사옵니다!” 모두 맞장구를 쳤다. 솔직히 처음엔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몇 번 사적으로 접촉한 뒤로, 가면 뒤에 가려진 본모습이 하나둘 벗겨지며 뼛속까지 비굴하고 계산적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마치 여우처럼 말이다.명원제는 아들들이 대충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더욱 종잡을 수가 없어 코를 훌쩍였다. “감출 게 뭐가 있겠어? 짐이 최근까지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이 없어서 집을 산 돈은 여기저기서 빌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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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9화

그때 이리 나리 마음속에 ‘땡’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라는 장인은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자신을 부르는 일이 없었기에 입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 큰처남얼굴의 간사한 미소와 다른 친왕들과 냉대인의 표정, 그리고 밖에 놓여 있는 돌덩어리를 보니 순간 연상되는 것이 있었다. 이리 나리는 대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점점 직감했다.우선 장인과 처남들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했다. “아바마마, 매화장의 옥 광산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하문하고 싶으신 게 아닙니까?”이 물음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사업가라 담력과 베짱이 대단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결과를 책임질 수 있으니 말이다. 명원제가 말했다. “맞네. 짐이 구사에게 돌을 하나 캐오라고 해서 마당에 뒀다네. 이리 와서 다 같이보세.”하지만 이리 나리는 고개를 저었다. “볼 필요 없습니다. 그건 그저 평범한 돌입니다. 매화장의 석산에서 제일 가치가 나가는 건 한백옥이지만 그것도 많지 않습니다.”명원제는 화들짝 놀라 순간 숨이 멎는듯 했다. “보통의 돌이라고? 근데 그렇게 한 번 쓱 보고 알수가 있나?”이리 나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한 번만 본 게 아닙니다. 매화장을 여러 차례나 갔었는데 매화장 전체와 모든 산에 값나가는 건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만일 있었으면 이미 풀 한 포기 안 남기고 싹 털어갔겠죠. 가치 있는 옥 광산이 있는데 채굴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명원제의 코에서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하나, 큰아버지께서 직접 땅 밑에 있는 건 옥 광산이라고 하셨네. 그게 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나?”이건 인품의 문제였기에 모두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그때 위왕이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어쩌면 큰할아버지께서도 속으신 거 아닌지요?”그러자 이리 나리가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때론 웃음만으로도 절망적인 태도를 표현할 수 있는데 지금 이리 나리가 그렇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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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00화

잠시 후 안풍 친왕이 돌아와 명원제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백만 냥이네, 매화장 집문서를 내게 주게.”명원제가 얼른 받아 들고 열어보더니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쩍 벌렸다. “차용증?”“왜? 내가 안 줄까 봐 걱정되느냐?” 안풍 친왕의 눈빛이 차갑고 예리하게 빛났다.“소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아시다시피 소인이 매매를 무르려 하는 건 돈을 빌린 거라 그렇습니다. 내무부 은자로는 크게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내무부 은자가 아닌 건 알고 있다, 네 개인 돈이겠지. 그럼 됐지 않느냐. 우선 차용증을 쓰고 천천히 갚도록 하지.” 안풍 친왕이 말했다.명원제가 약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게, 안 되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하하! 어? 네가 다른 사람에게 차용증을 쓰는 건 되고 내가 너한테 차용증을 쓰는 건 안 되는 것이냐? 만조백관들에게 물어보거라, 공을 세운 관리 중에 네가 쓴 차용증 없는 사람이 있나? 넌 그렇게 많이 뿌려댔으면서 고작 한 장도 못 받겠다는 거야?”명원제가 멈칫했다. “그게….”그러고는 애원하듯 태상황을 바라봤다.태상황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사 다 인과응보인 법이기 때문이다. ‘우문씨 집안 사람으로 거액의 재산을 주무르며 남은 평생을 편안히 살고 싶다고? 불가능하지. 문황제 때부터 우문씨 집안은 가난해서 높이 올라갈수록 더 가난했어. 태상황도 어릴 때 겪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금광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지. 안 그러면 돈이 어딨어서 꼬마 봉황이에게 금광을 줬겠어?’소요공이 가만히 있다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 집 좋잖습니까, 크고 잘 지어져서 느긋하게 마음 가다듬는 데는 최고지요.”명원제가 얼른 말했다. “그럼 사시죠!”소요공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자, 공기마저 고요해졌다.한참 뒤 주 재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무르지 마세요. 그 집 좋습니다. 비록 무슨 비취고 옥이고 전부 가짜지만 황성 곁에서 경성을 지키는 대문이 아주 풍광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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