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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6화

작가: 유애
입맛이고 나발이고 없어요. 기억도 안 나. 어서 와서 먹어요, 빨리 먹고 나가게. 강북부 상황이랑 그쪽 도시 얘기도 들어야해서 바빠요.” 우문호가 말했다.

위왕이 강북부와 그쪽 도시 사이에서 바쁘게 일하며 단출하게 살고 있었고 딱히 추구하는 것도 없었다. 위왕은 보따리 몇 개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가자, 가는 길에 먹으면 되지!”

우문호는 위왕의 옷이 질박한 데가 행동도 극히 거친 것을 보고 그쪽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일단 천천히 먹어요, 먹고 가면 되니까.”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전에 행군할 때도 늘 이랬잖아.” 위왕이 우문호를 끌고 나갔다.

길에서 위왕은 그쪽 도시의 현황을 대략 설명해 주었다. 풍습은 사납고 북당에 불만이 많아 원주민들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데 찢어지기에 가난하다 보니 그저 조정에 기대서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

위왕이 마지막 말에 열이 받는지 씩씩거리며 얘기했다. “진짜 다 쫓아내고 싶다니까. 그냥 전부 북막으로 꺼지라고 할 걸, 이 도시를 얻어낸게 진짜 큰 손해야.”

우문호가 말했다. “이건 일종의 과정이에요. 어쨌든 그 사람들은 북막 사람이잖아요. 그 도시를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데 정책적 추진이 필요하죠. 지금 강북부랑 그쪽은 서로 통관돼요? 백성들이 그쪽으로 가려고 합니까?”

“가려는 사람이 있기는 있어. 강북부도 어쨌든 조건이 안 좋으니까 그쪽에 가서 고산 식량을 재배할 수도 있고, 산림이 울창하니 산나물을 캐거나 사냥을 해서 팔 수도 있거든.”

우문호가 말했다. “흠, 이참에 조정에서 정책적으로 통혼과 무역을 추진해야겠어요. 최대한 그들을 북당화하는 거죠. 어떤 나라 백성이든 잘 먹고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살기 좋아지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줄어들 겁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30년~50년 동화돼서 지내다 보면 가능할 거예요.”

그러자 위왕이 탄식했다. “그쪽은 상당히 살기 어려워. 사실 전에는 호 대장군도 속으로 불만이 있었지. 아바마마께서 처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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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왕과 위왕이 연달아 경성에 도착했고, 평남왕도 경성으로 와서 원래 살던 숙왕부에서 태상황 일행과 함께 묵었다. 우문호와 원경릉도 몇 번 갔지만 거기는 오래 머물 곳이 못 되는 게 하루가 멀다고 밤마다 음주·가무에 고기를 구워 먹어서 오래 있다가는 사람이 다 망가지기 십상이었다.하지만 태상황 일행은 만년을 즐기고 있어 손자뻘인 우문호 부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삼대 거두도 전처럼 과묵하지 않고 활기차고 가벼워졌고, 상선마저 움직임이 좋아져서 그날 갔을 때는 벽을 짚고 100m 정도나 혼자 걸어 의지력이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늙을 만큼 늙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나?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명원제도 마침내 매화장에 비취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명원제는 사람을 시켜 매화장을 수리하게 했는데 안풍 친왕이 팔기 전에 한번 새 단장을 했지만, 사용한 자재가 아무래도 좀 질이 떨어져서 우아하고 대범한 기운이 부족해 돈을 들여 고치기로 했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김에 비취 한 덩어리를 캐서 품질이 어떤지 살펴보고자 했다.그런데 나와 있던 담청색에 녹색을 띤 돌을 제외하고 땅에서 나온 건 전부 한백옥으로 심지어 담청색인 돌조차 염색이 지워져 큰비가 내린 뒤 희끄무레한 녹색만 남아 보는 사람 속이 쓰렸다.구사가 돌아와 명원제에게 보고할 때 명원제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처음 든 느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큰아버지가 어떻게 이런 사기를 칠 수 있지? 큰아버지는 우문씨 집안에서 가장 능력자로 큰아버지 한마디면 나라도 좌지우지할 정도잖아.’명원제는 구사에게 더 파보라고 하며 한 덩이를 궁으로 가져오게 시켰다. 그리고 냉정언과 아들들, 궁 안의 옥 장인도 소집해서 확인했는데, 그렇게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사기를 쳤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결국 꺼내놓은 것만 돌 겉을 약간 조잡하게 염색한 것으로 쪼갠 뒤에도 그럴 거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었다.조잡한 황색이 들어간 엷은 흰 돌이 흙도 아직 깨끗하게 씻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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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이리 나리 마음속에 ‘땡’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라는 장인은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자신을 부르는 일이 없었기에 입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 큰처남얼굴의 간사한 미소와 다른 친왕들과 냉대인의 표정, 그리고 밖에 놓여 있는 돌덩어리를 보니 순간 연상되는 것이 있었다. 이리 나리는 대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점점 직감했다.우선 장인과 처남들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했다. “아바마마, 매화장의 옥 광산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하문하고 싶으신 게 아닙니까?”이 물음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사업가라 담력과 베짱이 대단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모든 결과를 책임질 수 있으니 말이다. 명원제가 말했다. “맞네. 짐이 구사에게 돌을 하나 캐오라고 해서 마당에 뒀다네. 이리 와서 다 같이보세.”하지만 이리 나리는 고개를 저었다. “볼 필요 없습니다. 그건 그저 평범한 돌입니다. 매화장의 석산에서 제일 가치가 나가는 건 한백옥이지만 그것도 많지 않습니다.”명원제는 화들짝 놀라 순간 숨이 멎는듯 했다. “보통의 돌이라고? 근데 그렇게 한 번 쓱 보고 알수가 있나?”이리 나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한 번만 본 게 아닙니다. 매화장을 여러 차례나 갔었는데 매화장 전체와 모든 산에 값나가는 건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만일 있었으면 이미 풀 한 포기 안 남기고 싹 털어갔겠죠. 가치 있는 옥 광산이 있는데 채굴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명원제의 코에서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하나, 큰아버지께서 직접 땅 밑에 있는 건 옥 광산이라고 하셨네. 그게 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나?”이건 인품의 문제였기에 모두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그때 위왕이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어쩌면 큰할아버지께서도 속으신 거 아닌지요?”그러자 이리 나리가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때론 웃음만으로도 절망적인 태도를 표현할 수 있는데 지금 이리 나리가 그렇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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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안풍 친왕이 돌아와 명원제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백만 냥이네, 매화장 집문서를 내게 주게.”명원제가 얼른 받아 들고 열어보더니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쩍 벌렸다. “차용증?”“왜? 내가 안 줄까 봐 걱정되느냐?” 안풍 친왕의 눈빛이 차갑고 예리하게 빛났다.“소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아시다시피 소인이 매매를 무르려 하는 건 돈을 빌린 거라 그렇습니다. 내무부 은자로는 크게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내무부 은자가 아닌 건 알고 있다, 네 개인 돈이겠지. 그럼 됐지 않느냐. 우선 차용증을 쓰고 천천히 갚도록 하지.” 안풍 친왕이 말했다.명원제가 약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게, 안 되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하하! 어? 네가 다른 사람에게 차용증을 쓰는 건 되고 내가 너한테 차용증을 쓰는 건 안 되는 것이냐? 만조백관들에게 물어보거라, 공을 세운 관리 중에 네가 쓴 차용증 없는 사람이 있나? 넌 그렇게 많이 뿌려댔으면서 고작 한 장도 못 받겠다는 거야?”명원제가 멈칫했다. “그게….”그러고는 애원하듯 태상황을 바라봤다.태상황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사 다 인과응보인 법이기 때문이다. ‘우문씨 집안 사람으로 거액의 재산을 주무르며 남은 평생을 편안히 살고 싶다고? 불가능하지. 문황제 때부터 우문씨 집안은 가난해서 높이 올라갈수록 더 가난했어. 태상황도 어릴 때 겪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금광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지. 안 그러면 돈이 어딨어서 꼬마 봉황이에게 금광을 줬겠어?’소요공이 가만히 있다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 집 좋잖습니까, 크고 잘 지어져서 느긋하게 마음 가다듬는 데는 최고지요.”명원제가 얼른 말했다. “그럼 사시죠!”소요공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자, 공기마저 고요해졌다.한참 뒤 주 재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무르지 마세요. 그 집 좋습니다. 비록 무슨 비취고 옥이고 전부 가짜지만 황성 곁에서 경성을 지키는 대문이 아주 풍광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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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이 회왕에게 물었다. “여섯째 너는?”회왕은 당황했지만 태상황의 체면을 지켜주었다. “거의 비슷하네요.”손자들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태상황이 모를리가 없기에 한숨을 푹 쉬며 인풍 친왕에게 말했다. “휘형은 어떻게 아셨어요? 이렇게 비밀리에 행해진걸, 장부도 완전무결한데 어떻게 발견하신 겁니까?”“흑영한테 전당포에서 일하는 점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흑영한테 그랬다고 했다. 목여 태감이 전당포 주 고객인데 적지 않은 은자를 맡겼다고. 흑영 녀석이 그 얘기를 듣고 돌아와서 궁에 태감 나부랭이도 이렇게 돈이 많은데 자기는 찢어지게 가난하다며 날 가슴 아프게 했었지. 그래서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된 거야. 목여가 그렇게 돈이 많을 리가 없거든. 그럼, 그 돈이 누구 건지 추측하기 어렵지도 않지. 게다가 명원제는 상을 내릴 때 상당수 차용증을 쓰고 가끔 은자로 주긴 해도 많지 않으니까 뭔가 꼼수를 부렸구나 싶었지.”안풍 친왕이 빙긋 웃음을 지었다. “허나 말이야, 너무 이상하게 여기지는 마. 국고의 은자를 남용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탕고의 은자를 가져다 쓴 거니까. 그건 원래 황실용이고 어쨌든 내무부에서 매년 이 정도 은자를 지출하니까. 개인적인 지출을 막기 위해 솔선수범해서 절약해야만 하잖아? 명원제가 절약해서 후궁의 비빈들과 궁 안에 사람들이 다 절약하거든. 아낀 부분을 이런 명목으로 가져간 것에 불과해. 이 녀석 이렇게 많은 은자를 숨겨놨는데 내가 명원제를 속이지 그럼 누구를 속여?”다들 듣고 나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고수다, 고수 중에 상 고수다.태상황도 화는 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솔선수범해 절약한 은자로 오히려 자식들과 비빈, 궁 안의 하인들을 고생시킨 게 미안할 뿐이였다.명원제는 비록 평생을 고생했지만 돈을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보아하니 오히려 똑똑하구먼.”소요공이 호기심이 생겨서 얼른 물었다. “그럼 황제께서는 그동안 도대체 얼마나 숨겨두신 겁니까?”“몇백만 냥은 될걸. 매화장을 살 때도 자기가 일부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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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나리와 소요공, 평남왕이란 누가 봐도 확실한 세 명의 물주를 잡지 않고, 가난하게 지낸다는게 대체 무슨 논리지?’우문호가 말했다. “사실 아바마마께 은자가 좀 있는 것도 좋죠, 적어도 앞으로 원하시는 대로 마음껏 지내실 수 있을 테니까.”이리 나리가 웃었다. “아마 그건 안 될 겁니다. 그동안 이미 절약이 뼛속까지 몸에 뱄거든요. 명원제 폐하께서 재물을 긁어모으시는 건 우문씨 집안이 언제나 유달리 궁핍한 걸 알기 때문입니다. 쌀을 뒤주에 쟁여 두지 않으면 불안한 거지요. 태자 전하께서도 마찬가지십니다. 지금 태자 전하께 거금을 드리면 아마도 함부로 쓰지 못하실걸요.”“그야 당연히 함부로 못 쓰시겠죠. 자식들이 그렇게나 많으니 급할 때를 대비해 은자를 모아두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그렇지요. 급할 때 쓸 은자는 만일의 상황이 되지 않으면 쉽게 쓸 수 없어요. 아바마마께서도 처음 은자를 모으실 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건 돈을 모으는 사람들 특유의 사고방식입니다. 까놓고 말해 구두쇠 사고방식이라고도 하지요. 구두쇠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요.”우문호가 웃음을 지었다. 구두쇠 방면으로는 자신도 잠재력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돌아와서 이 일을 원경릉에게 얘기하자 원경릉이 두리뭉실하게 답했다. “아바마마는 정말 기회를 잘 포착하신다니까.”우문호가 말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바마마께 돈이 있다니까 오히려 안심되더라. 헌데 이리 나리 말로는 아바마마께서 그 돈을 못 쓰실 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안풍 친왕 전하 쪽도 아주 이상해. 백 만 냥을 가져다 자신을 오래 따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다시 고생스러운 나날로 돌아가 산단 말이지. 이리 나리가 두 분에게 드리는 돈도 싫다고 청빈을 고집하신다는 거야. 헌데 그분들이 어디 기꺼이 청빈한 나날을 보내실 분들이셔? 당연히 아니거든, 현대 쪽에서 오픈카 몰고 명품 사던 거랑 너무 다르잖아.”원경릉이 찬찬히 따져보더니 우문호의 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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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량주는 금나라의 수도가 된 이후 지난 2년간 크게 발전했다. 또한,금나라와 북당이 우호적인 교류를 시작하면서, 북당 변방 도성의 백성들도 장사를 위해 많이 찾아왔다.이전에 택란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금나라에 왔었다. 하지만 그때의 량주는 지금처럼 북당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택란은 객사에 머문 뒤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 량주의 풍습과 문화를 살폈다.여기도 어쨌든 금나라의 수도 아닌가!진국왕은 물러나기 전까지 나라를 잘 다스렸고, 특히 발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야망이 지나친 탓에 늘 약도성을 되찾겠다고 욕심을 부렸다.그리고 동시에 북막을 두려워하기도 했다.경천이 즉위한 후, 광산 자원 개발 외에도, 그는 농경지와 산지를 개간하려고 노력했다. 금나라의 서북부에는 농사에 적합한 땅이 있었지만,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 그는 북당의 다른 도성을 본받아 사람들을 개간지로 보내고 그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었다.나라가 상승세일 때, 그 분위기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백성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택란은 경천이 황제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느꼈기에, 그가 이끄는 금나라는 분명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발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기에,그가 광산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다.택란은 이내 자신감을 얻었다. 궁에 들어가 알현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량주 백성들이 북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과거, 약도성과 량주의 관계는 다소 안 좋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나라가 약도성에 사람을 침투시켜 많은 폭동을 일으켰기에, 약도성 백성들도 그들을 매우 싫어했다.그렇기에 지난 2년간의 교류를 통해, 택란은 그들의 원한이 천천히 사라지기만을 바란 것이었다.이제 북당 쪽은 문제가 없으니, 량주 백성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택란은 물건을 사면서 점포 주인과 상인들에게 북당 약도성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곤 했다.그 중,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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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뒤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사식이가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서일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마음과 눈에는 오직 사식이만 있었다.그야말로 진실한 남편이다.물건을 산 뒤, 서일은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며, 여기서 쓴 금액을 북당으로 돌아가 황후에게 얼마만큼의 금으로 바꿔 드려야 할지 열심히 계산했다.계산을 마친 후, 지갑형편이 다소 여유롭다고 느껴지자, 그는 귀걸이와 금팔찌까지 더 구매했다. 이곳의 디자인은 북당보다 훨씬 아름다웠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완안경천이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웃 나라 사신들도 연이어 축하해주기 위해 도착했다.택란은 냉명여와 주 아가씨를 데리고 량주로 갔는데, 그들이 량주성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경천 황제에게 보고했다."폐하, 초상화 속의 아가씨가 이미 도착하여 객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감시 중이며, 가까이 다가가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경천 황제는 어서방에 앉아 이 보고를 들으며 눈매를 약간 올리고는, 온화하고 잘생긴 얼굴에 빛을 발했다. "그녀가 왔구나. 마침내 그녀가 왔다!""폐하, 바로 부를까요?""아니. 사람을 보내 그녀를 계속 감시하도록 하거라. 절대 그녀를 놓쳐서는 안 된다."경천 황제 또한 손끝이 떨릴 정도로 감격했다. 수많은 밤, 그는 초상화를 보며 멍하니 그녀가 살아있기를 바라고 또 바랬기 때문이다.그 초상화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었다. 원래 그는 서화에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화가의 그림이 그녀와 닮지 않아, 직접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렇게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녀를 자신의 그림으로 완성했다.그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북당에서 한 부녀를 데려왔다. 그 중 딸이 자신이 란이의 언니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택란과 닮은 점이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분위기도 전혀 닮지 않았다.친자매가 어찌 조금도 비슷한 부분이 없다는

  • 명의 왕비   제3203화

    원경릉은 병실로 돌아간 뒤, 서일을 따로 불러내서 물었다.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했던 탓에 서일이 어떻게 그 약을 가져왔는지, 약상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두 번째 약은 어디서 꺼낸 것이냐?"원경릉이 약상자를 열며 묻자, 서일이 약상자 두 번째 칸을 가리켰다."이쪽이였습니다. 그 당시 약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삿바늘에 뚜껑도 씌워져 있었습니다."원경릉은 약을 세 번째 칸에 넣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세 번째 칸은 자동으로 수축하는 구조여서, 사용하지 않는 약을 넣고 약상자를 닫는 순간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반면 두 번째 칸은 평소 사용하는 약으로 꽉 차 있어, 추가로 주사를 넣을 공간조차 없었다.게다가 약상자를 10년 넘게 사용해 온 그녀였기에, 약을 어디에 두는지 몸이 기억할 정도로 익숙했다. 그녀가 약을 잘못 넣었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설령 잘못 넣었다 하더라도, 약상자는 위험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 그 약이 서일 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서일은 원경릉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우문호의 병세가 다시 악화한 줄로 착각하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고 또 참아왔지만, 이제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가 울기 시작하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 물었다."왜 그래? 설마 또 무슨 약이라도 먹인 것이냐?""아닙니다..."서일은 빨개진 눈에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처량하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아직 낫지 않은 것입니까? 혹시 제가 폐하를 죽게 만든 것입니까?"원경릉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일의 반응 속도가 정말로 느리다고 생각했다."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그런 일 없다. 그저 사실을 알아보는 것뿐이니, 괜히 걱정하지 말거라. 다섯째도 아주 좋아졌다. 단지 조금 더 검사가 필요할 뿐이다."서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일은 우문호에게 가서 울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것이 뻔했다.

  • 명의 왕비   제3202화

    "다섯째가 예전에 물을 다스리는 술법을 아는 사람한테서 편지를 받은 적 있는데, 혹시 그 편지에 얼음 벌레가 묻어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 벌레가 다섯째 몸에 숨어있다가, 수영 후 뭔가에 물려서 생긴 미세한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네,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에요!""그리고 요즘 다섯째가 일이 너무 바빠 밤낮없이 일한 탓에 몸 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면역력이 떨어지고, 폐렴에 비까지 맞아 고열이 났던 데다가, LR까지 잘못 사용했으니..."원경릉은 멈칫하다 약상자를 꺼내고는, 겹겹이 쌓인 약상자 안의 디자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요?"양여혜가 그녀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폐 치료제를 꺼냈는데, 지금은 쓸 필요가 없는 약이라 다시 약을 넣고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어보니, 그 약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제 약상자는 제 통제 외에도 자율적으로 작동이 가능해요. 약을 꺼낸 후 사용하지 않거나, 약상자가 스스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경우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가요. 그리고 상자를 다시 열어서 직접 꺼내야만 나타나죠. 방금 그 약도 그랬는데, 예전에 제가 LR를 실험용 쥐에게 주사하려고 꺼냈다가 서일이 오는 바람에 약을 다시 넣었거든요? 그럼, 그 약은 원래대로라면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갔어야 해요. 그런데 서일이 다섯째에게 주사할 때, LR를 바로 꺼냈는데, LR이 내려가지 않았어요."양여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상자는 확실히 프로그램으로 제어되고 위험성이 높은 약은 자동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니, 쉽게 꺼낼 수 없어요. 그래서 우문호 씨를 데려와, 시위가 약을 주사했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급한 상황이라 묻지 않았어요. 그런데 원경릉씨 말을 들으니, 더 신기하네요. 약상자가 이렇게 통제가 불가능하게 된 적이 있었나요?""아니요.""그렇다면 위험한 약은 직접 꺼내야 하거나 본인이 자리에 있어야만 보일 수 있는 거네요?"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201화

    밤늦게 연구소에 돌아오자마자 양여혜는 곧바로 원경릉을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오늘 저도 함께 바닷가에 갔었는데, 우문호 씨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셨나요?”“혹시… 파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건가요?”원경릉은 단번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맞아요. 오늘 바람이 그렇게 세지 않아서 큰 파도가 일어날 리가 없어요. 게다가 파도가 일던 순간, 주변에 지나가는 배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 파도는 갑자기 생겨난 거예요!”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혹시 물을 다스리는 술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원경릉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들어본 적 있어요.”하지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이 힘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 능력은 물에 굉장히 민감해요. 마치 약이 병에 민감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 능력은 물과 독특한 자기장이 형성돼서, 이 힘을 쓸 때 공기가 진동하면서 물이 그 힘을 따라 움직이게 돼요. 우리 연구소에서도 한 전문가가 이것에 대해 연구한 적 있어요. 결과가 나왔는데, 한번 볼래요?”“좋아요, 보여주세요!”양여혜가 즉시 컴퓨터에서 관련 문서를 열어 보여주자, 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잡고 천천히 결론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잠시 후,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했다.“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통제할 수 있는 거죠? 여기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네요. 단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고요.”양여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관찰 사례가 아직 부족하니까요.”원경릉은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그럼, 혹시 제 남편을 연구하려는 건가요?”“LR 연구에 문제가 있으니, 그건 일단 신경 쓰지 말고. 당신 남편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보는 게 어때요?”원경릉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안 된다고 할 수 없겠네요. 제가 항상 그를 지켜보니깐요.”“사실 물을 다스리는 기술을 아는 사람은 몇몇 더 있어요. 도교의 수행자들

  • 명의 왕비   제3200화

    우문호는 바다 위를 질주하며 속도와 스릴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바람이 약해 큰 파도가 일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큰 파도 하나 오거라!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고 싶구나!”반면, 서일은 조금 멀미가 나는 듯해 우문호의 말을 듣고 답답한 듯 말했다.“큰 파도는 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신은 무서울 따름입니다.”하지만 서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며 다가왔다! 우문호는 제트스키를 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소리쳤다.“가자!”제트스키가 파도를 넘어 멀리 떨어지자, 그가 흥분해하며 크게 외쳤다.“다시 한번! 또 오거라!”이내 또 파도가 일렁이며 다가왔고, 그는 파도를 향해 돌진했다. 제트스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물에 떨어지자 우문호는 짜릿함을 만끽한듯 행복해했다.서일은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은 느낌에 그는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폐하, 이제 돌아가시지요. 정말 겁이 나서 죽을 것 같습니다!”“겁쟁이 같으니라고!”우문호는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외쳤다.“조금만 더! 이번엔 연달아 파도가 오면 좋겠구나. 그래야 진짜 재밌다!”역시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에서 연달아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우문호는 기쁨에 겨워 서일에게 말했다.“봐라, 온다, 온다! 단단히 잡아라. 물에 빠지면 널 구하지 않을 거다.”서일은 파도가 연달아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우문호를 꽉 끌어안으며 아미타불만 중얼거렸다. 자신이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바다를 제일 싫어하기에, 바다에 빠져 죽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해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원경릉은 파도가 하나둘씩 우문호에게 몰려가는 것을 보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잔잔했는데, 왜 갑자기 파도가 치는 것이지?바람도 강하지 않은데 말이다.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우문호를 향해 소리쳤다.“그만 놀고 어서 돌아오시오!”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 명의 왕비   제3199화

    양여혜는 급히 전문가 팀을 호출하고, 이전에 LR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사람들도 함께 불러 모았다.하지만 현재 데이터로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고, 우문호가 계속해서 검사받아야 한다는 결론만 나왔다.그래서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확실히 확인하자며, 이곳에 며칠 더 머물도록 설득했다. 우문호가 바로 동의하긴 했지만, 원경릉과 함께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도 어쩌다 이곳으로 왔으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어하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는 적어도 부모님과 휘종제를 뵈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연구소를 떠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지만, 우문호가 그리 협조적이지 않자, 결국 양여혜와 상의해 하루만 외출하고 돌아와 검사를 계속 받기로 했다.양여혜가 말했다."그럼 가세요. 제가 멀리서 따라가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게요""수고 많으세요."원경릉이 답했다."어쩔 수 없죠. 그의 안전을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양여혜가 말했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 원경릉을 위로했다."상태도 좋아 보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괜찮을 거예요."원경릉도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양여혜는 그들에게 차를 준비해 준 후, 집에 있는 부모님을 잠시 들러서 보게 했다.원경릉의 부모님은 이미 퇴직했지만, 다시 병원으로 불려 가, 주 3일 진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만큼 바쁘지는 않았다.그들은 내년 계약이 끝난 후, 세계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리고 손자를 보기 위해 딸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동안 지낼 생각이었다.사위와 딸이 돌아오자, 그들은 아주 기뻐하며 식사를 준비했다. 원경릉과 우문호가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낸 거라, 반나절만 들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마음이 아팠다."앞으로는 바빠도 이렇게 급히 돌아오지는 말거라. 식사도 편히 못 하고, 차라리 집에서 푹 쉬어. 우리가 후년에 찾아가마."우문호는 이미 그들을 자기 부모처럼 여겼고, 그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느끼며 답했다."비록

  • 명의 왕비   제3198화

    원경릉은 결국 그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이틀만 더 있지요. 혈액 검사를 한 번 더 해야 하고, 골수를 뽑아 상처도 아프지 않소?"“이미 다 나았네. 만져도 아무 느낌이 없소!”우문호는 당당하게 셔츠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여줬다. 상처 위에는 아직 의료용 밴드가 붙어 있었기에, 원경릉은 될수록 물에 닿지 않게 그의 몸을 조심히 닦아주었다.“상처에 약을 발라야 하오.”원경릉이 말했다.그렇게 손을 뻗어 밴드를 찢었는데, 순간 화들짝 놀랐다. 상처가 거의 회복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제 밴드 갈 때는 약간의 피가 고여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나았다니…?“이렇게나 빨리 나았습니까?”서일도 다가가서 살펴보며 매우 놀라워했다.우문호는 골수를 뽑고 나서, 상처가 아프다고 했는데, 서일은 그의 몸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그래. 많이 나았다. 이번에 앓고 나니, 오히려 예전보다 정신이 더 맑아 졌다. 서일아, 내 머리 옆에 있던 흰머리도 사라지지 않았느냐?”우문호는 머리를 숙여서 서일이 볼 수 있게 했다.서일은 그의 머리카락을 자세히 살펴본 후,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흰머리뿐만 아니라, 눈가 주름도 없어졌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폐하, 어찌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 아닙니까, 마마?”서일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깜짝 놀라, 우문호를 자세히 살폈다. 그의 피부는 훨씬 더 맑아 졌다. 하지만 병을 앓고 나서 햇빛을 거의 보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았다. 흰머리는 사실 뽑으면 그만이었다. 눈가 주름은 확실히 없어졌고, 피부의 탄력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예전에는 그가 30대 중반이었다고 느껴졌지만, 지금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처럼, 맑은 눈빛과 깔끔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잘생긴 미남이었다.우문호는 거울을 보곤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급히 원경릉을 끌어당겨 조용히 물었다.“혹시 휘종제처럼 그런 것을 한 것이오? 리프팅?”“무슨 소리요?”원경릉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음도 섞인 말을 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97화

    다음 날 아침, 우문호는 골수 검사를 마친 후, 전신 검사를 진행했다.검사팀은 야근까지 하며 최대한 결과를 빨리 얻으려 노력했다.그동안 원경릉은 우문호가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어차피 건강을 회복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검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일과 함께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했기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믿어 마음을 놓고 서일과 함께 패드로 드라마를 시청했다.결과가 나오자마자, 양여혜는 바로 원경릉을 불렀다.“골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 돌연변이가 발견됐어요. 외부 자극이 아닌, 자가 자연 돌연변이에요. 또한, 발가락에 있는 그 덩어리, 조직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일종의 얼음 벌레와 비슷한 형태였어요. 이 얼음 벌레는 과거 사람 몸에서 발견된 적도 있어요.”“얼음 벌레? 그게 뭐죠?”원경릉은 조금 혼란스러웠다.“하지만 이전엔… 그 덩어리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요?”“처음엔 발견되지 않았죠. 하지만 주진 씨가 조직을 채취해 검사를 해보니, 그 얼음 벌레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고 벌레라고는 하지만 사실 세균이죠. 이 얼음 벌레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혹은 이 얼음 벌레가 그의 혈액 생성 기능에 영향을 주어 혈소판 수치를 낮추었는지는 아직 모르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얼음 벌레 세균을 배양해서 더 나은 발견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그 후에가 되서야 어떻게 억제하는지, 죽일 수 있을지 알게 될 거예요.”“이 얼음 벌레는 얼음 속에서 사는 건가요? 하지만 그가 물린 곳은 호수였잖아요.”“아니요, 이 얼음 벌레는 처음 발견된 곳은 얼음 속이었지만, 여러 곳에서 살거나 휴면 상태로 있을 수 있어요.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기회를 엿보죠. 예를 들어 손으로 얼음 벌레를 만지거나, 작은 상처로 침투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얼음 벌레에 대한 많은 정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 분야의 전문가와 이미 연락을 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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