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900화

잠시 후 안풍 친왕이 돌아와 명원제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백만 냥이네, 매화장 집문서를 내게 주게.”

명원제가 얼른 받아 들고 열어보더니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쩍 벌렸다. “차용증?”

“왜? 내가 안 줄까 봐 걱정되느냐?” 안풍 친왕의 눈빛이 차갑고 예리하게 빛났다.

“소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아시다시피 소인이 매매를 무르려 하는 건 돈을 빌린 거라 그렇습니다. 내무부 은자로는 크게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내무부 은자가 아닌 건 알고 있다, 네 개인 돈이겠지. 그럼 됐지 않느냐. 우선 차용증을 쓰고 천천히 갚도록 하지.” 안풍 친왕이 말했다.

명원제가 약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게, 안 되겠습니다.”

안풍 친왕이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하하! 어? 네가 다른 사람에게 차용증을 쓰는 건 되고 내가 너한테 차용증을 쓰는 건 안 되는 것이냐? 만조백관들에게 물어보거라, 공을 세운 관리 중에 네가 쓴 차용증 없는 사람이 있나? 넌 그렇게 많이 뿌려댔으면서 고작 한 장도 못 받겠다는 거야?”

명원제가 멈칫했다. “그게….”

그러고는 애원하듯 태상황을 바라봤다.

태상황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사 다 인과응보인 법이기 때문이다. ‘우문씨 집안 사람으로 거액의 재산을 주무르며 남은 평생을 편안히 살고 싶다고? 불가능하지. 문황제 때부터 우문씨 집안은 가난해서 높이 올라갈수록 더 가난했어. 태상황도 어릴 때 겪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서 금광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지. 안 그러면 돈이 어딨어서 꼬마 봉황이에게 금광을 줬겠어?’

소요공이 가만히 있다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 집 좋잖습니까, 크고 잘 지어져서 느긋하게 마음 가다듬는 데는 최고지요.”

명원제가 얼른 말했다. “그럼 사시죠!”

소요공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자, 공기마저 고요해졌다.

한참 뒤 주 재상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무르지 마세요. 그 집 좋습니다. 비록 무슨 비취고 옥이고 전부 가짜지만 황성 곁에서 경성을 지키는 대문이 아주 풍광이 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