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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98화

“예!” 목여 태감이 명을 받들었다.

그제서야 다들 한시름 내려놓았다. 악역은 이리 나리에게 하라고 하면 되니까.

이리 나리를 기다리는 동안 명원제가 수라를 준비시켜 함께 먹자고 했다.

그 모습에 모두 상당히 의외였다. ‘같이 먹는다고?’

손왕은 과분한 총애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아바마마와 함께 식사한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그가 함께 수라를 드는 일을 얼마나 바랬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전에 태자비가 아바마마와 같이 수라를 들었다는 말에 손왕은 엄청나게 질투할 정도였다.

안왕은 의혹의 눈빛으로 아바마마의 이런 변화를 바라봤다. ‘변화가 너무 큰 거 아냐? 이거 정상이 아니야!’

수라라고 해도 상당히 조촐했다. 명원제는 일관되게 최대한 간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떤 건 자신도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고집스럽게 지켰다.

고기반찬 하나, 채소 반찬 몇 개에 국 하나, 한 사람에 쌀밥 한 공기씩, 향이 솔솔 나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운데 밥상에 둘러앉아 집밥을 먹으니 유달리 맛이 좋았다.

수라를 들고 한쪽에서 차를 마시던 명원제는 자기도 모르게 아들들과 안풍 친왕의 인격에 대해 토론했다.

“전에 헌제 시절에 주씨 집안과 우문로가 반란을 꾀했을 때 큰아버지와 태상황 폐하께서 같이 평정하셨지. 나중에 북막을 아주 꼼짝 못 하게 무찌르셨을 때도 큰아버지의 공이 지극히 컸어. 비록 수단이 좀…. 의외긴 했지만 큰 그림이 있으셨을 거야. 큰아버지 같으신 분은 덕이 높고 고상하시거든.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예, 그렇사옵니다!” 모두 맞장구를 쳤다. 솔직히 처음엔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몇 번 사적으로 접촉한 뒤로, 가면 뒤에 가려진 본모습이 하나둘 벗겨지며 뼛속까지 비굴하고 계산적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마치 여우처럼 말이다.

명원제는 아들들이 대충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더욱 종잡을 수가 없어 코를 훌쩍였다. “감출 게 뭐가 있겠어? 짐이 최근까지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이 없어서 집을 산 돈은 여기저기서 빌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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