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851 - 챕터 2860

2911 챕터

제 2851화

형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휘종제를 청해 우문호와 회의실에 가서 얘기했다.네 사람 중 세 사람은 한 때 북당 최고 권력을 대표했던 사람들이고 우문호는 북당 미래에 최고 권력자가 될 사람이다.그들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예전에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했던 것처럼 ‘너는 큰 인재다. 넌 능력이 있다. 넌 북당 강산을 짊어질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단지 당시엔 안풍 친왕 한 사람이 태상황에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세 사람의 어른이 같이 우문호에게 얘기한다는 점이 달랐다.우문씨 집안의 황위는 줄곧 한 대 한 대 아슬아슬하게 이렇게 전해지고 있었다.우문호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본인이 조만간 황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고, 최근 하고 싶은 일은 많았고 그걸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바마마의 견제였다. 아바마마는 우문호가 모반할까 싶어 감독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에 묶여 피곤하게 살았다.우문호는 공을 세워 인정받는 사익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북막을 크게 꺾고 선비도 당분간 발호하지 못하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주, 대월, 대흥과의 관계는 공전에 유례없이 좋았다. 대외적으로 힘써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의 제지를 받고 고뇌했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얻기 힘들기 때문이었다.시국이 바뀌어 지금의 안정적인 외교관계가 수십 년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물론 보위에 오른 뒤 우문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원 선생은 우문호 편에 서 있을 것을 확신했다 . 이런 확신이 있는데 우문호가 망설일 게 대체 뭐가 있겠어?그래서 네 남자의 회의 후 원경릉에게 아바마마께서 선위를 하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그런데 원경릉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가 결정하면 돼. 어찌됐든 자기가 결정하는 대로 난 반드시 자기 곁에 있을 거야.”우문호가 경악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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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2화

원경릉이 슬퍼하며 말했다. “없어. 내 유일한 능력은 이리 나리가 가르쳐준 도망가는 초식 몇 개가 다야. 그러니 나머지 인생은 자기가 잘 보호해 줄 거지?”우문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반드시 그럴 거야. 초능력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 애들이 하도 대단해서 내가 당신을 보호 못 해도 아이들이 보호해 줄…. 물론 내가 제일 먼저 당신을 보호해 줄 거긴 하지만!”원경릉이 인자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벼운 미소를 짓는데 이게 또 매력적이였다. 역시 새신랑의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지금 집안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우문호 본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자신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일행은 서일이 깨어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혼례는 해야 하고, 너무 성대하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몰웨딩처럼 대충 밥이나 한끼 먹고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몰웨딩은 양가 친지와 친구를 초대해 밥만 한 끼 먹고, 끝이라 아쉽다.여하튼 결혼사진은 찍어야 했다. 전에 예약해 뒀기 때문이었다. 원 선생은 우문호에게 결혼사진을 북당에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 우문호가 그제야 머리를 때리며, “아차, 선물 샀는데 전부 경호 옆에 두고 왔어. 우리가 뛰어내린 뒤 바로 던져넣으면 가져갈 수 있다고 탕양에게 부탁해 놨는데 탕양이 안 던졌네.”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선물을 가져오는 걸 깜박 잊은 거였어. 우문호는 순간 우울해졌다. 그 선물은 전부 우문호가 오랫동안 정성 들여 고른 것이기 때문이었다.원경릉이 방긋 웃엇다. “어쩌면 탕양이 그때 서일이 같이 뛰어든 걸 보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그랬을걸.”우문호가 씩씩대면서 말했다. “하여간 서일이 엮이면 이렇다니까.”그렇게 큰 사람이 어떻게 말처럼 떨어질 수가 있어? 일부러 우문호를 따라왔는지도 모른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 “서일의 앞니 두 개 있잖아, 그거 어떻게 손 써줄 수 없을까? 앞니 없는 인간을 데리고 나가자니 창피해. 앞으로도 날 수행할 건데 외모를 좀 고쳐 써야 할 것 같아.”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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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3화

서일을 데리고 임플란트를 하러 가야 한다. 임플란트는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하는 치과 치료로, 험난한 운명이 예고되었다.일단 서일을 치과에 가자고 설득해야 했다. 서일은 지금 현대의 모든 새로운 사물에 상당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원경릉이 서일에게 임플란트하고 나면 말할 때 헛바람이 새지도 않고 앞으로 사탕이가 보는 건 가지런한 이빨을 가진 아빠일 거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서일은 가고 싶지 않았다.“이제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이빨이 가지런하지 않아도 전 사탕이 아빠예요. 그건 변함없죠.” 서일이 말했다.“미관은 생각 안 해? 멋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멋져서 어디다 쓰게요? 겉모습뿐이죠. 전 내면이 훌륭하니까 괜찮죠, 품격이 있거든요!”이 말에 모두 곁눈질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격이란 것이 서일에게는 1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저 이빨.원경주도 서일을 설득했다. 미관 외에 다른 이빨이 성기게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임플란트는 유용하다고 얘기해 주었다. 심지어 서일을 위해 치과 업계 전문가 선생님을 찾아주기까지 했다. 한 시간 남짓 설득하자 서일이 한마디 했다. “전 익숙하니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아무도 제 이빨에 손 못 댈 줄 아세요!”결국 우문호가 듣다가 폭발해서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반드시 가야 돼. 당장. 이건 명령이야!”서일이 순간 울상을 지었다. “예!”다들 아무 말도 못 했으나 속으로 안도했다. 일찍 이 초식을 썼으면 침을 한 바가지 튀기며 설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입이 바싹 마를 때까지 어르고 달래도 싫다고 하더니, 서일 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 앞에선 찍소리 못하는 몹쓸 녀석.원경주가 잠시 멍해졌다가 서일에게 말했다. “진짜 너무 한 거 아닙니까?”서일이 불쌍한 표정으로 원경릉에게 말했다. “태자비 마마, 그 임플란트라는 게 많이 아픈가요? 전에 이빨 빠질 때는 진짜 아팠거든요.”원경릉이 웃으며 위로해 주었다. “손톱을 깎을 때보다는 더 아파요.”서일이 듣고 그제야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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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4화

“당연히 심어봤죠.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구덩이부터 파야 하잖아요.”“안심해, 이빨을 심는 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이빨을 안으로 넣은 다음 고정해서….”“…어떻게 고정하는데요?”원경릉은 사람을 설득하는 쪽으로 이미 상당히 내공이 붙어서 말이 아주 술술 나왔다. “이빨은 뿌리가 나는 거라 스스로 고정돼. 씨가 싹이 나는 상황을 봐, 싹이 나면 잇몸에 안정적으로 견고하게 이식될 거야. 원래 있던 이빨처럼.”서일에게 잇몸에 못을 박는다고는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그러면 아마 놀라서 기절할걸!“서일!” 서일을 호명하는 기계음이 들리자 원경릉이 얼른 서일의 손을 잡아끌고 치료실로 들어갔다.치료실에는 간호사 하나 의사 하나가 있었다. 이 의사는 원경주 친구로 치과 전문의였다. 서일이 비틀거리며 의원님이라고 부른 뒤 굳었지만, 예의를 차린 웃음을 지었다. 의사는 서일 이빨의 기본 상태를 확인했다.“외상으로 이를 다쳤습니까?” 의사가 온화하게 서일을 눕혔다. “와서 한 번 누워봅시다.”서일은 이 단순하고 깨끗한 치과 안을 훑어봤다. 기기 한 대가 문어처럼 침대 부근에 있는데 그거 빼고 그다지 놀라울 만한 건 없었다. 단지 이렇게 단순한 장비가 오히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서일이 할머니처럼 살금살금 기어 올라가서 돌아누웠다. 눕자마자 불빛 하나가 갑자기 비쳐 들자 놀라서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너무…. 너무..”“오빠, 사촌 동생 여기 있어!” 원경릉은 서일이 이럴 줄 알고 얼른 다가와 서일의 손목을 잡았다. “겁먹지 마, 그냥 손톱 자르는 거 뿐이야!”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뭐가 무서우세요? 이렇게 건장하신 분이 설마 치아 치료를 무서워하시는 건가요? 다 큰 어른이 무서워한다고 사람들이 다 웃어요.”서일은 이 말을 듣자, 투지가 불타올라 당당하게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안 무서워요. 다시 시작 하시죠. 전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서일은 그저 평범한 출신으로 그동안 어렵사리 초왕부에서 입지를 굳히고 관직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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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5화

서일이 웃으며 입을 벌리자 마취를 시작했다.마취하자 혀가 제어가 안 되서 밖으로 늘어져 있고, 천진무구한 웃음까지 띠고 있으니 딱 삽살개같이 보여 원경릉은 차마 모질게 굴지 못 했다. ‘서일 이 바보 녀석이 가끔 정말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다니까.’발치는 두 번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 번째는 마취가 잘 들어서 거의 통증이 없었기에 서일도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서일은 본인의 입 안에 무서운 무기를 쑤셔 넣어 무서웠지만 태자비 말대로 눈을 감고 보지 않았다. 따라서 자기 입안에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오히려 다행이다. 두 번째는 좀 아프기 시작해 마취약이 적었는지 신음 소리를 내며 뱀처럼 꿈틀꿈틀 몸과 두 다리를 뒤틀었다.이 고통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의사가 자기 입에 사용하는 톱으로, ‘끼이이잉’ 소리가 나면서 뭔가 금속 맛이 입안에 퍼지는 게 자기도 모르게 펄쩍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공포 그 자체였다.의사가 말했다. “옆쪽 치아 위치가 틀어져 있어서 조금 갈아야 하니 움직이지 마세요. 금방 끝나요!”“서일, 참아! 절대로 움직이지 마!” 원경릉이 옆에서 응원했다. “넌 할 수 있어. 이것만 견디면 사탕이가 널 자랑스러워할 거야!”서일은 딸을 위해 최대의 에너지로 죽을힘을 다해 점점 선명해지는 고통과 공포를 견뎠다. ‘고통이 정말 길구나.’고통이 다 가시기도 전에 바로 임플란트 치료를 시작했다. 시간이 비교적 길게 걸리기도 했기에 1분 1초가 서일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수천수만 번의 고통이 엄습하는 가운데 서일은 놀라운 인내력으로 모든 과정을 견뎌냈다. 의사가 일어나도 된다고 했을 때 서일은 자신이 이미 예전의 서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들을 겪어낸 사람으로, 전과 비교하면 거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잠시 후 의사가 신신당부했다. “지금부터 3개월 동안은 큰 소리로 말씀하시면 안 되고 자극적인 음식도 드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새 이빨로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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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6화

원경릉은 서일의 불쌍한 몰골을 보고 하는 수 없이 데려가겠다고 했다. “알았어. 일단 데리고가는데 멋대로 돌아다니면 안된다.”서일이 기분 상한 듯 구시렁거렸다. “제가 언제 멋대로 돌아다녔다고 그러세요?”그리고 원경릉은 원경주에게 전화했는데 아직 샵에 있다고 해서 서일을 데리고 샵으로 갔다.지금 양복을 맞추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성복도 다양하고 이쁘게 나와서 태상황 일행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삼대 거두는 전부 양복을 입기로 했는데 검은색 턱시도 예복에 꽂혀서 원경릉이 왔을 때 막 입어보는 중으로 역시 원경주 혼자서 세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힘들어 죽겠네!’“엄마!” 아이들이 달려왔다가 일제히 서일 쪽을 바라봤다.서일은 원경릉 뒤에서 여전히 원망에 찬 눈으로 원경릉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면서 차멀미도 안 난 걸 보면 임플란트의 고통이 엄청나게 큰 걸 알 수 있었다.“서일 삼촌. 치아 어떻게 된 거예요?” 환타가 서일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서일 삼촌, 정말 멋져요.”“맞아요, 원래 서일 삼촌이 이렇게나 멋졌군요.” 아이들이 너도나도 말했다.아이들이 우쭈쭈하는 게 듣기 좋았다. 서일은 원래라면 지금쯤 견디기 힘든 통증을 느낄 텐데 아이들의 찬미를 받으니 헤벌쭉 입을 벌리고 웃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말이다. 우문호도 와서 쓱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응, 이러니까 얼마나 좋아? 하긴 이 녀석 이빨 좀 빠져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지. 덕분에 멋진 아내를 얻었잖아!”서일의 웃음은 썩소가 되었다. ‘전하께서는 같은 말도 좀 따듯하게 해 주면 어디 털 나나?’모두 서일을 칭찬해 줘 서일은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이때 피티룸 문이 열리고 삼대 거두가 함께 걸어 나왔다.검은색 정장을 쫙 빼 입고 구두를 신고 걸어오는 모습은 눈부셨다. 무장 출신의 건장한 몸매는 말년이 되어도 여전해서 정장을 하니 한결 돋보였다. 세 사람은 다른 시공간에서 온 손님이었지만 리더의 위엄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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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7화

소요공의 이 말에 점원들이 소요공을 둘러싸 열심히 옷을 골라주고는 탈의실에 가서 입어 보라고 했다.소요공이 이렇게 디테일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똥거름 통을 지고 있던 시골 늙은이가 누구였더라..?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니 우문호는 이미 옷을 다 골랐는지 다 싸놨다. “옷은 다 골랐어?”“다 골라서 싸 놨어. 가서 입은 거 보여줄게!” 우문호가 소파에 놓인 커다란 종이봉투를 가리켰다. 명품 정장이여서 그런지 봉투부터 으리으리해 보였다.“제부 아주 멋지던데!” 원경주가 말했다.원경릉은 으쓱한 시선으로 사람들 사이에 선 우문호를 바라봤다. 확실히 눈에 확 띄었다. 외모로 보나 몸매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역시 발군이었다.주 재상 역시 양복을 벗는 게 못내 아쉬웠다. 희상궁이 계속 주 재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으로, 여기 온 뒤로 희상궁은 눈에 띄게 북당에 있을 때보다 개방적이게 되었다.원경릉은 문득 여기서, 주 재상과 희상궁이, 혼인하고, 함께 있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은 잠깐 들었을 뿐이다. 그러다 희상궁이 이렇게 서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의식 따위 바라지 않는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반드시 결혼을 원할 거란 보장도 없다.원경릉이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주진에게 전화가 와서 나가서 받았다.“그 꼬마 몸 기억해요? 제가 데려와서 양여혜 선생님께 전해 드렸거든요. 그런데 양 선생님 얘기로는 뇌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요.” 주진이 전화에 대고 말했다.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 “정말?”“네, 확실하데요. 이상하죠. 아, 맞아요, 원숭이를 찾았데요. 아기 원숭이인데 외상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조만간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저쪽은 실험실이야? 내가 갈게!” 원경릉이 말했다.“우리는 양여혜 선생님 실험실에 있어요, 주소 보내드릴 테니 네비 찍고 오세요!”원경릉이 전화를 끊고 얼른 우문호에게 말을 전했다. “주진한테 좀 다녀올게. 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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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8화

“양 선생님 진짜 대단하신데!” 원경릉이 감탄하자 주진이 방긋 웃었다. “맞아요, 선배도 대단하죠. 전에 양 선생님 남편분을 만나 뵌 적이 있었는데 선배한테 연구소에 와 주십사 교섭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선배는 거절했지만요.”원경릉은 웃어넘겼다. 당시 자신을 찾아온 제약회사는 많았다. 하지만 솔직히 그때 원경릉은 대뇌 개발에 꽂혀 있어 병자를 돌보는 약품 연구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게 원경릉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이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앞으로 직진하는데, 주진은 원경릉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처럼, “사실 아쉬워할 것 없어요. 지금도 똑같이 가능하니까요. 경호가 뚫렸으니 다시 연구소로 돌아오고 싶으시면 언제든 환영이에요!”“정말?” 원경릉은 당황스러웠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기 때문이었다.“정말이에요. 선배는 전보다 더 좋은 컨디션이니 이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야죠. 왜 안 하세요? 그리고 이 일은 원래 선배의 일이었잖아요. 포기하기엔 아깝죠. 안 그래요?” 주진이 계속 부추겼다. 주진은 원경릉을 아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그러자 원경릉이 주진을 비꼬았다. “사실 너도 꼬임에 당한 거잖아. 아니야?”주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아무것도 못 속이겠네요. 맞아요, 이곳에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선배가 함께해주면 그야말로 대박이죠. 팀을 이끌며 선배 연구를 펼치는 거예요. 하지만 대뇌 개발 약품이 아니라 정말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약품으로요!”주진이 지문으로 오토록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 안의 환경이 원경릉에게는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원경릉이 원래 있던 연구소와 비슷한데 조금 더 큰 정도였다. 안에 아무도 입주해 있지 않아 길을 따라 쭉 가서 어느 방문을 밀자, 안에 양여혜가 있었다.양여혜는 투명한 유리 상자 앞에 서 있었다. 유리 상자에 그 아이가 누워 있었는데 뇌에는 유리 상자 바깥 측정기기와 연결된 라인이 몇 가닥 있고, 상자는 액체 질소로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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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9화

원경릉이 물었다. “백혈병 대상 표적 치료자는 이미 많지 않나요? 백혈병은 더 이상 극복하기 어려운 난치병이 아닌데 왜 다른 암 표적 치료제를 연구하지 않죠?”양여혜가 말했다. “알다시피 무슨 약이든 누군가가 밤낮으로 묵묵히 노력해 온 결과물이예요. 백혈병에는 쓸 수 있는 좋은 약이 확실히 있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일단 약을 쓰기 시작하면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고, 약에 내성이 생기면 남은 방법은 골수이식밖에 없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으면 상당히 많은 환자에게 복음이 될 겁니다. 그리고 원 박사도 알다시피 최근 들어 백혈병을 앓는 환자 수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오랜 시간 배운 학문과 타고난 재능을 낭비하지 말아요.”원경릉은 가슴 속에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지만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남편과 상의해 봐야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양여혜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 하지만 남편분은 허락하실 거라고 믿어요. 두 분은 서로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 사이니까요. 그리고 누가 누구를 위해 자신의 이상이나 일을 희생하지 않으시죠!”원경릉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가슴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꿈에도 실험실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배운 것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배운 것을 쓸 데가 있는 것이 사실 원경릉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고 보답이었다.양여혜가 원경릉을 배웅하며 말했다. “사실 모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앞으로 나가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티끌 모아 태산이 되어 결국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게 되거든요!”원경릉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잘 생각해 볼 게요. 가정과 일 사이에 균형 잡는걸!”원경릉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보고 주진이 양여혜에게 물었다. “선배가 OK 할 거 같으세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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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60화

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았다. “원 선생, 우리 꿈이 드디어 이뤄졌어!”지난번 돌아간 뒤로 두 사람은 줄곧 두 사람의 결혼식을 바라왔다.물론 북당에 돌아가면 또 한 번 혼례를 치르겠지만 의미가 전혀 다른 게 여기에서 결혼식은 원경릉의 고향에서 치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 마침내 이뤄졌어!” 원경릉이 감탄하며 또 고마웠지만, 양여혜의 제안을 우문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참 막막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포옹했던 팔을 풀며 물었다. “원숭이 일은 어떻게 됐어?”“아…. 아마 나랑 비슷한 수술을 받을 것 같아. 그리고 전에 그 남자아이도 뇌가 아직 죽지 않은 게 발견돼서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았어.”우문호가 놀라며 물었다. “원숭이의 대뇌를 그 아이 몸에 이식할 거라는 소리야?”“아니, 종이 달라서 리스크 수치가 너무 높아. 그런 모험은 못 하지.”우문호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래, 꼬마아이의 몸에 원숭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당황스러운가.”원경릉은 용기를 한껏 끌어 올려 우문호에게 양여혜의 제안을 전했다. 그런데 오히려 얘기를 다 듣고 난 우문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면 아마 난 보위에 오르겠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면 한동안 엄청나게 바빠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할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아니면 내가 할 일을 새로 찾을까?”“당신은 다시 의대를 세우고 싶어 하잖아. 난 어떤 일을 하든 당신을 응원해. 본업을 잊을 당신이 아니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부드럽고 그윽한 우문호의 눈매를 바라봤다. “조금 구별하자면 이렇게 되는 거야. 양여혜 선생님은 신약을 개발하고 싶어 해. 그 약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나한테 그 연구 그룹 팀장을 맡아주기를 바라. 하지만 여기 장기적으로 있을 필요는 없고 가끔 오거나 테스트 단계에 들어갔을 때 비교적 장기간 여기 있게 될 거라고 했어.”우문호가 물었다. “그 일, 하고 싶어?”원경릉이 망설이다가 역시 마음이 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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