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의 운무차는 짐도 여러 번 마셔본 적이 있는데 향이 이렇게 맑지 못한 건 왜였을까요?” 명원제가 의아해하자 안풍 친왕이 웃으며 답했다. “차 들게. 차 맛은 마음에서 나오지. 궁 안에서는 골치 아픈 일에 시달리니, 옥황상제의 샘물을 마셔도 쓸 수밖에. 지금은 한가롭게 절경에 앉아 절세미인과 있으니, 차의 진짜 맛이 우러나는 것이야. 황제, 아무리 바빠도 잘 누리면서 살아야 하네.”“맞아요, 맞아. 큰아버지 말씀대로 입니다!” 명원제는 서글픔이 올라와서 한숨을 쉬었다. “짐은 반평생을 바쁘게 지냈습니다만, 이 나라가 짐의 것이라기보다 차라리 짐이 이 나라의 것이었어요. 짐은 제 소유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궁 안에서 먹고 마시는 것 모두 혼자였지요. 부부의 사랑, 자식과의 천륜도 전부 군신 관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안풍 친왕이 부드럽게 명원제를 바라보며, 차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황제로 사는 고충을 알지, 그때 다들 내가 네 아바마마에게 이 나라를 양보한다고 바보라고 했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네, 황제 노릇이 천하에서 제일 가는 힘든 일이라는 걸.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니며 나날을 즐기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이 멋진 산천 어디든지 어느 날 갑자기 가고 싶다 싶으면 그냥 나서면 그만이거든, 황제는 말이야, 순시를 한 번 나가려면 몇백 명을 끌고 위세를 갖춰야 하니 거기 자유가 어디 있나?”당시 얘기를 꺼내니 명원제도 솔직히 호기심이 생겼다. 안풍 친왕이 왜 기꺼이 황제의 지위를 포기했나 했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그렇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유와 뭘 맞바꿀 수 있을까?명원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얘기를 궁중에서 들었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자유자재? 어디 천자의 부귀영화와 비교가 되나?’하지만 지금 밖으로 나와 직접 보니 부럽지 않을 수가 없기에 자연스레 믿어졌다.명원제가 의기소침하게 물었다. “짐은 언제 큰아버지처럼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요?”안풍 친왕이 눈을 빛내더니 얼른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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