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명의 왕비 / 챕터 2831 - 챕터 2840

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831 - 챕터 2840

3037 챕터

제 2831화

한동안 노을을 감상하다가 고개를 돌리자 온통 울긋불긋 복사꽃이고 그 복사꽃 사이로 언뜻 누군가 그림자가 지나간 듯했다.그리고 조용조용 느긋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복사꽃 무지에 도화암 있고, 도화함 아래에 도화 신선 있네. 도화 신선이 복숭아 나무 심어, 복사꽃 따서 술 만들어 파네. 술이 깨면 꽃 앞에 앉았고 술에 취하면 꽃 아래 잠자네. 취하고 깨는 나날이 반복되고, 꽃은 피고 지고 해마다 반복되네. 화주에 파묻혀 죽을지언정, 권세에 절하며 살지 않으리.….”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토록 고요한 공기속에서 안풍 친왕의 시를 듣고 있으니 명원제는 크게 감동을 받았다.“화주에 파묻혀 죽을지언정, 권세에 절하며 살지 않으리......” 명원제가 되뇌어 보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구절인가!명원제는 어릴 때부터 태자로 정해져 위태부에게 학문을 배우고 나중에 조정 정사에 참여해 조심조심 살얼음을 걷듯이 살았다. 명원제의 일생은 황제가 되는 것이 유일한 일이었고 다른 것은 쉽사리 좋아할 수 없었다. 좋아했다가는 빠져들기 때문이었다.궁 밖으로 출행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아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달랐다. 그동안 도대체 어떤 나날을 보낸 걸까?“황제!” 안풍 친왕의 얼굴이 복사꽃 가시 사이로 천천히 드러났다. 따사롭고 고상한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달랐다. 전에는 늘 살벌하고 냉정한 모습으로 패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소탈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얼굴에 평온함이 넘쳤다.“큰아버지!” 명원제가 상당히 공손하면서도 외경스러운 모습으로 안풍 친왕을 불렀다.호비는 십 황자를 데리고 와서 예를 취했다.“황제가 어쩐 일로 갑자기 매화원을 찾아왔어?” 안풍 친왕이 물었다.“지나는 길에 오랫동안 큰아버지를 뵙지 못한 게 갑자기 생각나서 문안드리러 왔습니다!” 명원제가 미소를 지었다.“들어와 앉으렴!” 안풍 친왕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안풍 친왕비가 복도의 복사꽃 숲에서 손짓하더니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차 끓였어. 어서 들어와 한잔해!”
더 보기

제 2832화

“대흥의 운무차는 짐도 여러 번 마셔본 적이 있는데 향이 이렇게 맑지 못한 건 왜였을까요?” 명원제가 의아해하자 안풍 친왕이 웃으며 답했다. “차 들게. 차 맛은 마음에서 나오지. 궁 안에서는 골치 아픈 일에 시달리니, 옥황상제의 샘물을 마셔도 쓸 수밖에. 지금은 한가롭게 절경에 앉아 절세미인과 있으니, 차의 진짜 맛이 우러나는 것이야. 황제, 아무리 바빠도 잘 누리면서 살아야 하네.”“맞아요, 맞아. 큰아버지 말씀대로 입니다!” 명원제는 서글픔이 올라와서 한숨을 쉬었다. “짐은 반평생을 바쁘게 지냈습니다만, 이 나라가 짐의 것이라기보다 차라리 짐이 이 나라의 것이었어요. 짐은 제 소유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궁 안에서 먹고 마시는 것 모두 혼자였지요. 부부의 사랑, 자식과의 천륜도 전부 군신 관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안풍 친왕이 부드럽게 명원제를 바라보며, 차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황제로 사는 고충을 알지, 그때 다들 내가 네 아바마마에게 이 나라를 양보한다고 바보라고 했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네, 황제 노릇이 천하에서 제일 가는 힘든 일이라는 걸.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니며 나날을 즐기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이 멋진 산천 어디든지 어느 날 갑자기 가고 싶다 싶으면 그냥 나서면 그만이거든, 황제는 말이야, 순시를 한 번 나가려면 몇백 명을 끌고 위세를 갖춰야 하니 거기 자유가 어디 있나?”당시 얘기를 꺼내니 명원제도 솔직히 호기심이 생겼다. 안풍 친왕이 왜 기꺼이 황제의 지위를 포기했나 했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그렇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유와 뭘 맞바꿀 수 있을까?명원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얘기를 궁중에서 들었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자유자재? 어디 천자의 부귀영화와 비교가 되나?’하지만 지금 밖으로 나와 직접 보니 부럽지 않을 수가 없기에 자연스레 믿어졌다.명원제가 의기소침하게 물었다. “짐은 언제 큰아버지처럼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요?”안풍 친왕이 눈을 빛내더니 얼른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더 보기

제 2833화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지자 명원제는 오늘 안에 경성에 들어갈 수 없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 매화장에서 묵어가기로 했다.라만 왕비는 명원제 일행에게 새 침대와 이불을 준비해 주었는데 깨끗하게 빤 이불에 방도 깨끗하고 환한 것이 마침 복사꽃을 마주하고 있으니 명원제는 귀로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그리고 침실의 뒤창이 살짝 열려 있었다. 듬성듬성 심어놓은 큼직한 천사의나팔꽃이 활짝 피어 복사꽃 향기와 섞여 사람을 편안하고 포근하게 잠들게 했다.명원제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 마자 잠에 들어 일찍 잠들었는데도 아침에 해가 높이 뜰 때까지 계속 잤다.원래는 오늘 경성으로 들어갈 여정에 오르기로 했으나 명원제가 고집을 부려 하루 더 묵기로 했다.안풍 친왕은 계속 명원제 곁에서 차를 끓이고 음미하고 나랏일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저녁이 되어 다시 차를 끓이며 얘기를 나누는데 명원제가 충동적으로 한마디 했다. “큰아버지, 제가 할 말이 있는데, 듣고 화내시면 안 됩니다.”안풍 친왕이 찻잔을 든 손을 살짝 떨며 눈을 치켜떴다. “말해!”명원제가 좌우를 물리고 본관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짐은 퇴위할 생각이 있습니다!”안풍 친왕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직접 결정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가 압박한 건가?”명원제의 얼굴이 굳더니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짐의 진심입니다. 큰아버지 실망하셨을까요?”안풍 친왕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명원제가 중얼거렸다. “그.... 제가 이기적인거 알아요. 이렇게 내팽개치면 다섯째를 곤란하게 한다는 것도요.”안풍 친왕은 눈을 부릅떴다가 다시 부드럽게 했다. “내가 실망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마, 그저 네 마음을 따르면 돼. 다섯째를 곤란하게 하는 것에 관해서는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지. 다섯째는 분명 지치겠지. 하지만 우문씨 집안 사람 중에 지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 지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제일 중요한 건 다섯째가 마침내 하고 싶은 일을 대담하게 해 낼 수 있다는 거야.
더 보기

제 2834화

명원제가 당황해서 안풍 친왕에게 말했다. “짐은…. 그런 문제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둘 중에 선택해 본 적도 없고요.”“이제 한번 잘 생각해 봐. 생각을 마치면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거야.”명원제가 찻주전자를 들자, 마음속 깊은 곳의 돌덩이가 조금 치워진 듯했다.다음날 명원제는 돌아갔다.안풍 친왕과 명원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을 얘기했다. “며칠 지나면 갈 거고, 이 매화장도 팔 거야. 매화장은 네 큰어머니가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거라 다른 사람에게 팔자니 내키지않아서 말이야. 황제가 마음이 있으면 가격을 불러 보게. 우리 협상하세!”“큰아버지 정말 매화장을 파시려는 겁니까?” 명원제는 의아했다. ‘매화장은 지극히 아름답고 곳곳에 사람의 흔적과 세월이 스며있는데 팔아버리다니 너무 아깝잖아?’“그래, 이미 사겠다는 사람이 몇 있어!”명원제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 말했다. “짐이 필요하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마세요. 얼마입니까?”그러자 안풍 친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만 냥, 전체 매화장과 앞뒤 산까지!”“물건마다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이 매화 숲과 복사꽃 숲은 이미 조성된 지 오래되었고, 지리와 위치도 좋아서 관도를 바로 마주하고 있어 고요하면서도 왕성한 기색이 있으니 구하기 힘든 명당이지. 핵심은 이 산인데 옥 광산으로 내 사유재산이지. 조정도 걷어갈 수 없네.”“정말입니까?”“그럼, 내가 전에 캤거든. 광구를 하나 뚫었는데 너희들이 오면….” 안풍 친왕이 그들을 데리고 집 앞에 작은 길을 통해 뒤쪽으로 향했다. 뒤쪽에는 볏짚으로 덮여 있는 게 있는데 안풍 친왕이 볏짚을 열어젖히니 암청색 돌이 드러났다.“이게 비취인가요?” 호비가 묻자 안풍 친왕이 입을 열었다. “그건 모르지. 돌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말이야.”“짐이 사겠습니다. 당장 사겠어요!” 명원제가 바로 말했다. 비취는 태상황과 태자비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가치가 만만치 않고 채굴해서 팔면 얼마나 좋은 물건이 나올지 몰랐다.“좋아, 그럼, 백만
더 보기

제 2835화

명원제가 경성에 도착할 즈음 태자와 대신들이 마중을 나갔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와 명원제가 남순 기간 동안가지고 돌아온 문서와 보고서를 정리해 내일 조회 때 상의해야 했다.하지만 격무에 지쳐도 곧 태자비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만은 어쩌지 못했다.꼽아보니 아직 사흘이 남았다!물건은 거의 다 샀고 집에도 다 준비해두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가족을 모두 이끌고 가는 거라 지나치게 서둘러도 안 되고 시간을 너무 정확하게 짜도 안 됐다.유모를 경호까지 데리고 가되 경호에 도착하면 사람을 시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면 분유가 있으므로 유모를 데려갈 필요 없었다.원래 희상궁과 같이 갈 생각은 없었지만, 만두가 현대에 갔다가 희상궁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해서 우문호는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긴장이 되어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조회 뒤에 명원제가 우문호에게 어서방에 남아 같이 점심 수라를 들자고 했다.우문호는 원래 점심때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른과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니 경성을 나서는 것은 해 질 녘이 될 것이고,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여의찮으니 점심 수라는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수라를 같이 들자고 초대하는 일이 드물어서, 아마도 뭔가 중대한 일이 있을 거라 출행하는 날을 내일로 미루는 한이 있어도 점심 수라는 함께 해야 했다. 내일 가도 하여튼 시간에 맞게 갈 수 있다.점심 수라는 여전히 간단한 두세 가지 반찬으로 우문호는 가끔 아바마마는 평생 힘들게 지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디높은 제왕의 위치에 있으나 먹고 마시는 것은 아주 검소하고 부귀영화에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으셨다.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원 선생을 데리고 오면 원 선생 말대로 아바마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점심 수라를 마치고 우문호가 물었다. “아바마마, 소신께 말씀하실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요?”명원제가 우문호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부자지간에 밥
더 보기

제 2836화

“태자는 태자비 마중 가야 해.” 명원제가 고개를 들어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목여가 짐을 따른 지 얼마나 됐지?”목여태감이 차 도구를 내려놓고 웃음을 지었다. “폐하, 잠깐 같은데 벌써 30년이나 지났습니다!”“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 목여, 짐이 만일 어느 날 궁을 떠나면 태자가 자네 주인이 될 테니 짐에게 하듯이 태자의 시중도 잘 들어줘야 하네. 알겠나?”그러자 목여태감의 안색이 살짝 변하였다. “폐하께서 어떻게 궁에 안 계실 수가 있습니까?”명원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목여태감을 흘끔 보고는 답했다. “만약에 말이야.”“그런 '만약'은 없습니다.”명원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왜 그런 '만약'이 없느냐? 짐이 가게 될 날이 분명 올 텐데.”목여태감이 얼른 꿇어앉아, “폐하,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소인도 일찌감치 가겠습니다. 소인만 남아서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명원제가 벌컥 성을 냈다. ”됐네, 짐이 이렇게 말하니 넌 이렇게 기억하면 돼.”“소인....” 목여태감이 고개를 들고 당황하며 명원제를 봤다.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저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소인 명을 받들겠습니다..!”우문호는 원래 내일 가려고 했으나 궁을 나서는 길에 쉬더라도 역시 먼저 출발하는 게 좋을듯싶었다.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마차를 서서히 성문으로 출발시켰다.서일과 탕양이 말을 타고 와서 환송을 해주었다. 둘 다 경호에 가는 줄 알고 있고, 태자비가 전에 경호에서 사라진 것도 알아서 굉장히 따라가고 싶었지만, 태자가 그쪽은 이상한 곳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므로 평생을 그쪽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서일은 분명 못 갈 것이다. 서일에겐 사식이와 키워야 할 사랑스러운 딸이 있기 때문이다.탕양도 갈 수 없는 게 비록 초왕부에 주인은 자리를 비울 수 있어도 안팎으로 할 일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우문호와 같은 심정은 현대의 원경릉과 주 재상도 마찬가지였다.주 재상은 그냥 한 번 해 본 말
더 보기

제 2837화

우문호가 경호로 간 뒤 명원제는 이미 퇴위 조서를 준비해 우문호가 돌아오면 바로 성지를 대대적으로 반포할 예정이었다.매화장은 이제 명원제의 소유가 되었으며 성문 입구로 경성에서 거리가 가까워, 명원제가 퇴위한 뒤 비빈들을 데리고 거기서 안빈낙도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비빈들이 원하지 않으면 태비의 신분으로 궁에서 살아도 되었다. 명원제는 사실 전에 한 번도 퇴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막상 생각하고 나니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당장이라도 조정 일을 정리하고 싶었다. 명원제 명의로 태자 사람을 고위직에 선발해 놓아야 했다. 그래야만 나이 든 신하의 반론을 누를 수 있고 그들이 태자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거나 비방하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명원제가 매화장을 사들일 때 상당 기간을 황제로 있어 개인재산이 약간 있었다. 지금 여섯째가 내탕고를 관리해 명원제는 한 몫 챙길 수 있지만 국고는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게 다섯째가 뜻을 펼치게 하도록 남겨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백만 냥을 모으는데 약간 부족했다. 하지만 다행히 명원제에게는 부유한 사위와 며느리가 있지 않은가. 바로 이리 나리와 미색이었다.두 사람을 궁으로 불러들여 많이도 아니고 한쪽에 20만 냥씩 달라고 하자 미색은 통쾌하게 내주었으나 이리 나리는 명원제가 매화장 사는 것을 반대했다.이리 나리는 느낌이 왔다. 안풍 친왕은 자신을 수십 년 따라온 사람들이 적절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돈을 남겨둔 채 홀랑 날아버릴 것을 말이다.그래도 안풍 친왕은 어쨌든 가기로 했기에 이리 나리는 달갑지 않았으나 명원제가 이미 결정한 일로, 하는 수 없이 결국 명원제에게 은자를 내놓았다.매화장 매매를 마치고 은자가 손에 들어오자, 안풍 친왕은 은자를 버려두고 검은 옷을 입은 신하들이 나간 틈에 경호로 바로 달려가 우문호와 마주치지 않도록 경호에 숨었다.그리고 우문호 일행이 경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련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말을 달려 경호로 왔다. 먼지가 뿌옇게 날리며 노기가 충
더 보기

제 2838화

모두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호수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희상궁 차례가 되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리가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서일이 다급하게 외쳤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절 꽉 잡으세요. 던져 드릴게요!”희상궁이 얼른 서일을 잡자 서일이 희상궁을 안고 호수에 던졌는데 희상궁이 서일의 목에 깍지를 낀 채 제대로 손을 놓지 못해 호수에 떨어지는 순간 서일의 경악에 찬 비명소리가 들렸다. “손 놓으시라니까요....”“풍덩!”탕양이 화들짝 놀라 호수를 보는데 서일이 보이지 않았다. 잔잔한 물결 아래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듯 온통 고요함 뿐이다. 나무아미타불!“여기 어디야? 나는 어디지? 도련님 어디 계세요?” 칠흑 같은 터널 안에서 들리는 건 서일의 공포에 휩싸인 목소리 뿐이다. 우문씨 집안 여섯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속으로 ‘젠장’하고 생각했다. 서일이 따라온 것이다.“태자 전하, 황태손 저하....” 서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놀란 나머지 바보처럼 꽥꽥 소리를 질렀다. “어디 계세요? 여긴 어디예요…?”경단이가 서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서일 삼촌 우리 여기 있어요.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 형이 시간을 계산할 거고, 조금 있다가 빛을 볼 수 있어요. 앞으로 가세요. 아이고, 좀 빨리 걸으세요. 삼촌때문에 몇 걸음이나 지체했다고요.”“전.... 전 돌아 가야 해요. 헤엄쳐서 돌아가면 될까요?” 몸에 힘이 빠져 비틀거리는데 순간 눈앞에 빛이 나타났으나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저 눈이 침침해진 건가 싶었다.“여기선 다시 못 돌아가니 저희랑 가요!” 경단이가 마음이 급해서 말하자 서일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전 안 가고 싶어요, 가기 싫다고요!”우씨 집안 여섯 남자는 꾹 참고 있다가 일제히 뒤를 돌아 소리쳤다. “우리도 널 데려가기 싫어.”우레같은 한 마디에 서일의 질질 짜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억울하고 뭐가 뭔지 모르는 가운데 그들을 따라갔다. 계란이 마저 불만인지 ‘잉’하는 소리를 냈다.희상궁은 오히려 서일보다 냉정
더 보기

제 2839화

자동차의 강렬한 빛이 다가오자 떡들은 기뻐하며 손을 흔들고 폴짝폴짝 뛰었다. “여기요, 여기예요!“두 대의 차가 헤드라이트로 일대를 환하게 비췄다. 서일이 자기도 보겠다며 태자를 밀쳤는데 강렬한 빛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엉엉 울부짖었다.원경릉이 먼저 차에서 내려 서일의 통곡 소리를 듣고는 머리 아프다는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고는 신경 쓰지 말자 생각하고 얼른 우문호와 계란이에게 가는데 아이들이 먼저 달려왔다. 원경릉이 무릎을 굽히고 아이들을 안아주자 저마다 엄마를 외치는데 고막이 터질정도로 컸다. 그들은 기쁨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눈물에 아롱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 우문호가 딸을 안고 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눈치 빠르게 엄마가 일어날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우문호가 한 손으로 딸을 안고 한 손으로 원경릉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로 눈가가 붉어진 원경릉을 바라봤다. “단발머리 멋진데, 예뻐!”원경릉은 가발을 썼다. 머리카락이 이미 자라서 스포츠머리가 되었지만 희상궁과 아이들이 놀랄까 봐 가발을 썼는데 전부 귀까지 오는 단발이라 아주 상큼 발랄했다.원경릉은 아무리 눈물을 닦아도 자꾸만 흘러내렸다. 그리고 목이 멘 소리로 우문호에게 말했다. “당신은 살이 빠졌네!”“당신이 곁에 없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빠졌나 봐.” 우문호가 눈물을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딸을 원경릉 품에 건네주었다. “딸 좀 봐.”그러자 계란이가 눈을 뜨고 달콤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기뻐서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것이 꼭 알아보는 것만 같았다.원경릉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 달도 못 돼서 떼어놓고 온 딸이 이제 두 달을 훌쩍 지나 신생아 티를 벗고 예뻐져 있었다. 눈매가 우문호를 닮아 아름답고 잘 빠졌다.“아, 태자비 마마십니까?”감정이 복받치는 분위기가 서일의 화들짝 놀라 부르는 외마디에 산산이 깨져버렸다. 서일은 입을 틀어막고 놀란 얼굴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위아래를 몇 번이고 훑어보더니 태자비인
더 보기

제 2840화

꼬마 봉황이는 증조할아버지가 좋아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었다. 봉황이가 이렇게 애교를 부릴수록 태상황의 심장은 살살 녹아내렸다.소요공이 차 문을 열고 나오며 자랑했다. “차에 타, 우리 새 차 멋있지?”“이게 차라고요?” 서일이 화들짝 놀라며 먼저 다가가 커다란 차를 살폈다. ‘여기 얼마나 탈 수 있지? 뭐로 끄는 거야?’ 서일은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이 차는 원경주가 직접 차를 바꾼 게 아니고 결혼식 관해서 상의할 때 산 관광버스였다. 삼 선생님이 산 것으로, 이 차만 있으면 여행 갈 때 차 몇 대를 움직일 필요 없이 한 대로 끝낼 수 있어 편하기 때문이었다.오늘 우문호 일행을 마중 오는 것도 원래 원경주 혼자 오면 되는데 태상황 일행이 굳이 같이 가겠다고 한 것이다.그리고 원경릉은 처음에 관광특구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도중에 백운산으로 목적지를 바꾸라는 양여혜의 전화를 받고 다른 차로 이곳에 왔다.서일은 무시하고 소요공은 사람들을 차에 타라고 불렀다. 태상황도 가이드 역할을 하며 미소를 띤 채 원경릉 할머니에게 말했다. “주디, 자네 아들을 만났어!”원경릉 할머니도 미소로 답했다. “쓸 만하죠?”“좋더군!” 그러고는 태상황이 어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레이디 퍼스트!”드라마를 그냥 본 게 아니었다.할머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렇게 일행은 아파트 단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일은 가는 내내 멀미가 나는지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토하지만 않았어도, 가는 내내 풍경을 보며 이곳의 인문적 특징에 대해 배우며 최고로 즐길 수 있었는데 말이다.태상황이 우문호에게 구시렁거렸다. “어쩌자고 이놈을 데려온 거야?”“자기가 직접 뛰어든 거예요!” 우문호도 열받긴 마찬가지였다.“어떻게 뛰어내릴 수가 있어? 말이 돼야 말이지.” 태상황이 몰래 서일을 째려봤다. 서일은 차에서 내려서도 계속 바보처럼 둘러봤다. ‘이렇게 차가 많은 거 처음 보냐?’우문호는 머리가 아팠다. “됐어요, 말을 말죠. 황조부는 이곳에 좀 익숙해지셨나요? 주
더 보기
이전
1
...
282283284285286
...
30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