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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31화

한동안 노을을 감상하다가 고개를 돌리자 온통 울긋불긋 복사꽃이고 그 복사꽃 사이로 언뜻 누군가 그림자가 지나간 듯했다.

그리고 조용조용 느긋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복사꽃 무지에 도화암 있고, 도화함 아래에 도화 신선 있네. 도화 신선이 복숭아 나무 심어, 복사꽃 따서 술 만들어 파네. 술이 깨면 꽃 앞에 앉았고 술에 취하면 꽃 아래 잠자네. 취하고 깨는 나날이 반복되고, 꽃은 피고 지고 해마다 반복되네. 화주에 파묻혀 죽을지언정, 권세에 절하며 살지 않으리.….”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토록 고요한 공기속에서 안풍 친왕의 시를 듣고 있으니 명원제는 크게 감동을 받았다.

“화주에 파묻혀 죽을지언정, 권세에 절하며 살지 않으리......” 명원제가 되뇌어 보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구절인가!

명원제는 어릴 때부터 태자로 정해져 위태부에게 학문을 배우고 나중에 조정 정사에 참여해 조심조심 살얼음을 걷듯이 살았다. 명원제의 일생은 황제가 되는 것이 유일한 일이었고 다른 것은 쉽사리 좋아할 수 없었다. 좋아했다가는 빠져들기 때문이었다.

궁 밖으로 출행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아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달랐다. 그동안 도대체 어떤 나날을 보낸 걸까?

“황제!” 안풍 친왕의 얼굴이 복사꽃 가시 사이로 천천히 드러났다. 따사롭고 고상한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달랐다. 전에는 늘 살벌하고 냉정한 모습으로 패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소탈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얼굴에 평온함이 넘쳤다.

“큰아버지!” 명원제가 상당히 공손하면서도 외경스러운 모습으로 안풍 친왕을 불렀다.

호비는 십 황자를 데리고 와서 예를 취했다.

“황제가 어쩐 일로 갑자기 매화원을 찾아왔어?” 안풍 친왕이 물었다.

“지나는 길에 오랫동안 큰아버지를 뵙지 못한 게 갑자기 생각나서 문안드리러 왔습니다!” 명원제가 미소를 지었다.

“들어와 앉으렴!” 안풍 친왕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안풍 친왕비가 복도의 복사꽃 숲에서 손짓하더니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차 끓였어. 어서 들어와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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