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2834화

Author: 유애
명원제가 당황해서 안풍 친왕에게 말했다. “짐은…. 그런 문제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둘 중에 선택해 본 적도 없고요.”

“이제 한번 잘 생각해 봐. 생각을 마치면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거야.”

명원제가 찻주전자를 들자, 마음속 깊은 곳의 돌덩이가 조금 치워진 듯했다.

다음날 명원제는 돌아갔다.

안풍 친왕과 명원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을 얘기했다. “며칠 지나면 갈 거고, 이 매화장도 팔 거야. 매화장은 네 큰어머니가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거라 다른 사람에게 팔자니 내키지않아서 말이야. 황제가 마음이 있으면 가격을 불러 보게. 우리 협상하세!”

“큰아버지 정말 매화장을 파시려는 겁니까?” 명원제는 의아했다. ‘매화장은 지극히 아름답고 곳곳에 사람의 흔적과 세월이 스며있는데 팔아버리다니 너무 아깝잖아?’

“그래, 이미 사겠다는 사람이 몇 있어!”

명원제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 말했다. “짐이 필요하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마세요. 얼마입니까?”

그러자 안풍 친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만 냥, 전체 매화장과 앞뒤 산까지!”

“물건마다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이 매화 숲과 복사꽃 숲은 이미 조성된 지 오래되었고, 지리와 위치도 좋아서 관도를 바로 마주하고 있어 고요하면서도 왕성한 기색이 있으니 구하기 힘든 명당이지. 핵심은 이 산인데 옥 광산으로 내 사유재산이지. 조정도 걷어갈 수 없네.”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전에 캤거든. 광구를 하나 뚫었는데 너희들이 오면….” 안풍 친왕이 그들을 데리고 집 앞에 작은 길을 통해 뒤쪽으로 향했다. 뒤쪽에는 볏짚으로 덮여 있는 게 있는데 안풍 친왕이 볏짚을 열어젖히니 암청색 돌이 드러났다.

“이게 비취인가요?” 호비가 묻자 안풍 친왕이 입을 열었다. “그건 모르지. 돌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말이야.”

“짐이 사겠습니다. 당장 사겠어요!” 명원제가 바로 말했다. 비취는 태상황과 태자비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가치가 만만치 않고 채굴해서 팔면 얼마나 좋은 물건이 나올지 몰랐다.

“좋아, 그럼, 백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2835화

    명원제가 경성에 도착할 즈음 태자와 대신들이 마중을 나갔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와 명원제가 남순 기간 동안가지고 돌아온 문서와 보고서를 정리해 내일 조회 때 상의해야 했다.하지만 격무에 지쳐도 곧 태자비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만은 어쩌지 못했다.꼽아보니 아직 사흘이 남았다!물건은 거의 다 샀고 집에도 다 준비해두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가족을 모두 이끌고 가는 거라 지나치게 서둘러도 안 되고 시간을 너무 정확하게 짜도 안 됐다.유모를 경호까지 데리고 가되 경호에 도착하면 사람을 시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면 분유가 있으므로 유모를 데려갈 필요 없었다.원래 희상궁과 같이 갈 생각은 없었지만, 만두가 현대에 갔다가 희상궁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해서 우문호는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긴장이 되어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조회 뒤에 명원제가 우문호에게 어서방에 남아 같이 점심 수라를 들자고 했다.우문호는 원래 점심때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른과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니 경성을 나서는 것은 해 질 녘이 될 것이고,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여의찮으니 점심 수라는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수라를 같이 들자고 초대하는 일이 드물어서, 아마도 뭔가 중대한 일이 있을 거라 출행하는 날을 내일로 미루는 한이 있어도 점심 수라는 함께 해야 했다. 내일 가도 하여튼 시간에 맞게 갈 수 있다.점심 수라는 여전히 간단한 두세 가지 반찬으로 우문호는 가끔 아바마마는 평생 힘들게 지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디높은 제왕의 위치에 있으나 먹고 마시는 것은 아주 검소하고 부귀영화에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으셨다.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원 선생을 데리고 오면 원 선생 말대로 아바마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점심 수라를 마치고 우문호가 물었다. “아바마마, 소신께 말씀하실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요?”명원제가 우문호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부자지간에 밥

  • 명의 왕비   제 2836화

    “태자는 태자비 마중 가야 해.” 명원제가 고개를 들어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목여가 짐을 따른 지 얼마나 됐지?”목여태감이 차 도구를 내려놓고 웃음을 지었다. “폐하, 잠깐 같은데 벌써 30년이나 지났습니다!”“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 목여, 짐이 만일 어느 날 궁을 떠나면 태자가 자네 주인이 될 테니 짐에게 하듯이 태자의 시중도 잘 들어줘야 하네. 알겠나?”그러자 목여태감의 안색이 살짝 변하였다. “폐하께서 어떻게 궁에 안 계실 수가 있습니까?”명원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목여태감을 흘끔 보고는 답했다. “만약에 말이야.”“그런 '만약'은 없습니다.”명원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왜 그런 '만약'이 없느냐? 짐이 가게 될 날이 분명 올 텐데.”목여태감이 얼른 꿇어앉아, “폐하,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소인도 일찌감치 가겠습니다. 소인만 남아서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명원제가 벌컥 성을 냈다. ”됐네, 짐이 이렇게 말하니 넌 이렇게 기억하면 돼.”“소인....” 목여태감이 고개를 들고 당황하며 명원제를 봤다.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저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소인 명을 받들겠습니다..!”우문호는 원래 내일 가려고 했으나 궁을 나서는 길에 쉬더라도 역시 먼저 출발하는 게 좋을듯싶었다.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마차를 서서히 성문으로 출발시켰다.서일과 탕양이 말을 타고 와서 환송을 해주었다. 둘 다 경호에 가는 줄 알고 있고, 태자비가 전에 경호에서 사라진 것도 알아서 굉장히 따라가고 싶었지만, 태자가 그쪽은 이상한 곳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므로 평생을 그쪽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서일은 분명 못 갈 것이다. 서일에겐 사식이와 키워야 할 사랑스러운 딸이 있기 때문이다.탕양도 갈 수 없는 게 비록 초왕부에 주인은 자리를 비울 수 있어도 안팎으로 할 일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우문호와 같은 심정은 현대의 원경릉과 주 재상도 마찬가지였다.주 재상은 그냥 한 번 해 본 말

  • 명의 왕비   제 2837화

    우문호가 경호로 간 뒤 명원제는 이미 퇴위 조서를 준비해 우문호가 돌아오면 바로 성지를 대대적으로 반포할 예정이었다.매화장은 이제 명원제의 소유가 되었으며 성문 입구로 경성에서 거리가 가까워, 명원제가 퇴위한 뒤 비빈들을 데리고 거기서 안빈낙도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비빈들이 원하지 않으면 태비의 신분으로 궁에서 살아도 되었다. 명원제는 사실 전에 한 번도 퇴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막상 생각하고 나니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당장이라도 조정 일을 정리하고 싶었다. 명원제 명의로 태자 사람을 고위직에 선발해 놓아야 했다. 그래야만 나이 든 신하의 반론을 누를 수 있고 그들이 태자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거나 비방하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명원제가 매화장을 사들일 때 상당 기간을 황제로 있어 개인재산이 약간 있었다. 지금 여섯째가 내탕고를 관리해 명원제는 한 몫 챙길 수 있지만 국고는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게 다섯째가 뜻을 펼치게 하도록 남겨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백만 냥을 모으는데 약간 부족했다. 하지만 다행히 명원제에게는 부유한 사위와 며느리가 있지 않은가. 바로 이리 나리와 미색이었다.두 사람을 궁으로 불러들여 많이도 아니고 한쪽에 20만 냥씩 달라고 하자 미색은 통쾌하게 내주었으나 이리 나리는 명원제가 매화장 사는 것을 반대했다.이리 나리는 느낌이 왔다. 안풍 친왕은 자신을 수십 년 따라온 사람들이 적절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돈을 남겨둔 채 홀랑 날아버릴 것을 말이다.그래도 안풍 친왕은 어쨌든 가기로 했기에 이리 나리는 달갑지 않았으나 명원제가 이미 결정한 일로, 하는 수 없이 결국 명원제에게 은자를 내놓았다.매화장 매매를 마치고 은자가 손에 들어오자, 안풍 친왕은 은자를 버려두고 검은 옷을 입은 신하들이 나간 틈에 경호로 바로 달려가 우문호와 마주치지 않도록 경호에 숨었다.그리고 우문호 일행이 경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련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말을 달려 경호로 왔다. 먼지가 뿌옇게 날리며 노기가 충

  • 명의 왕비   제 2838화

    모두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호수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희상궁 차례가 되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리가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서일이 다급하게 외쳤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절 꽉 잡으세요. 던져 드릴게요!”희상궁이 얼른 서일을 잡자 서일이 희상궁을 안고 호수에 던졌는데 희상궁이 서일의 목에 깍지를 낀 채 제대로 손을 놓지 못해 호수에 떨어지는 순간 서일의 경악에 찬 비명소리가 들렸다. “손 놓으시라니까요....”“풍덩!”탕양이 화들짝 놀라 호수를 보는데 서일이 보이지 않았다. 잔잔한 물결 아래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듯 온통 고요함 뿐이다. 나무아미타불!“여기 어디야? 나는 어디지? 도련님 어디 계세요?” 칠흑 같은 터널 안에서 들리는 건 서일의 공포에 휩싸인 목소리 뿐이다. 우문씨 집안 여섯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속으로 ‘젠장’하고 생각했다. 서일이 따라온 것이다.“태자 전하, 황태손 저하....” 서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놀란 나머지 바보처럼 꽥꽥 소리를 질렀다. “어디 계세요? 여긴 어디예요…?”경단이가 서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서일 삼촌 우리 여기 있어요.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 형이 시간을 계산할 거고, 조금 있다가 빛을 볼 수 있어요. 앞으로 가세요. 아이고, 좀 빨리 걸으세요. 삼촌때문에 몇 걸음이나 지체했다고요.”“전.... 전 돌아 가야 해요. 헤엄쳐서 돌아가면 될까요?” 몸에 힘이 빠져 비틀거리는데 순간 눈앞에 빛이 나타났으나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저 눈이 침침해진 건가 싶었다.“여기선 다시 못 돌아가니 저희랑 가요!” 경단이가 마음이 급해서 말하자 서일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전 안 가고 싶어요, 가기 싫다고요!”우씨 집안 여섯 남자는 꾹 참고 있다가 일제히 뒤를 돌아 소리쳤다. “우리도 널 데려가기 싫어.”우레같은 한 마디에 서일의 질질 짜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억울하고 뭐가 뭔지 모르는 가운데 그들을 따라갔다. 계란이 마저 불만인지 ‘잉’하는 소리를 냈다.희상궁은 오히려 서일보다 냉정

  • 명의 왕비   제 2839화

    자동차의 강렬한 빛이 다가오자 떡들은 기뻐하며 손을 흔들고 폴짝폴짝 뛰었다. “여기요, 여기예요!“두 대의 차가 헤드라이트로 일대를 환하게 비췄다. 서일이 자기도 보겠다며 태자를 밀쳤는데 강렬한 빛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엉엉 울부짖었다.원경릉이 먼저 차에서 내려 서일의 통곡 소리를 듣고는 머리 아프다는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고는 신경 쓰지 말자 생각하고 얼른 우문호와 계란이에게 가는데 아이들이 먼저 달려왔다. 원경릉이 무릎을 굽히고 아이들을 안아주자 저마다 엄마를 외치는데 고막이 터질정도로 컸다. 그들은 기쁨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눈물에 아롱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 우문호가 딸을 안고 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눈치 빠르게 엄마가 일어날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우문호가 한 손으로 딸을 안고 한 손으로 원경릉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로 눈가가 붉어진 원경릉을 바라봤다. “단발머리 멋진데, 예뻐!”원경릉은 가발을 썼다. 머리카락이 이미 자라서 스포츠머리가 되었지만 희상궁과 아이들이 놀랄까 봐 가발을 썼는데 전부 귀까지 오는 단발이라 아주 상큼 발랄했다.원경릉은 아무리 눈물을 닦아도 자꾸만 흘러내렸다. 그리고 목이 멘 소리로 우문호에게 말했다. “당신은 살이 빠졌네!”“당신이 곁에 없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빠졌나 봐.” 우문호가 눈물을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딸을 원경릉 품에 건네주었다. “딸 좀 봐.”그러자 계란이가 눈을 뜨고 달콤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기뻐서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것이 꼭 알아보는 것만 같았다.원경릉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 달도 못 돼서 떼어놓고 온 딸이 이제 두 달을 훌쩍 지나 신생아 티를 벗고 예뻐져 있었다. 눈매가 우문호를 닮아 아름답고 잘 빠졌다.“아, 태자비 마마십니까?”감정이 복받치는 분위기가 서일의 화들짝 놀라 부르는 외마디에 산산이 깨져버렸다. 서일은 입을 틀어막고 놀란 얼굴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위아래를 몇 번이고 훑어보더니 태자비인

  • 명의 왕비   제 2840화

    꼬마 봉황이는 증조할아버지가 좋아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었다. 봉황이가 이렇게 애교를 부릴수록 태상황의 심장은 살살 녹아내렸다.소요공이 차 문을 열고 나오며 자랑했다. “차에 타, 우리 새 차 멋있지?”“이게 차라고요?” 서일이 화들짝 놀라며 먼저 다가가 커다란 차를 살폈다. ‘여기 얼마나 탈 수 있지? 뭐로 끄는 거야?’ 서일은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이 차는 원경주가 직접 차를 바꾼 게 아니고 결혼식 관해서 상의할 때 산 관광버스였다. 삼 선생님이 산 것으로, 이 차만 있으면 여행 갈 때 차 몇 대를 움직일 필요 없이 한 대로 끝낼 수 있어 편하기 때문이었다.오늘 우문호 일행을 마중 오는 것도 원래 원경주 혼자 오면 되는데 태상황 일행이 굳이 같이 가겠다고 한 것이다.그리고 원경릉은 처음에 관광특구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도중에 백운산으로 목적지를 바꾸라는 양여혜의 전화를 받고 다른 차로 이곳에 왔다.서일은 무시하고 소요공은 사람들을 차에 타라고 불렀다. 태상황도 가이드 역할을 하며 미소를 띤 채 원경릉 할머니에게 말했다. “주디, 자네 아들을 만났어!”원경릉 할머니도 미소로 답했다. “쓸 만하죠?”“좋더군!” 그러고는 태상황이 어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레이디 퍼스트!”드라마를 그냥 본 게 아니었다.할머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렇게 일행은 아파트 단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일은 가는 내내 멀미가 나는지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토하지만 않았어도, 가는 내내 풍경을 보며 이곳의 인문적 특징에 대해 배우며 최고로 즐길 수 있었는데 말이다.태상황이 우문호에게 구시렁거렸다. “어쩌자고 이놈을 데려온 거야?”“자기가 직접 뛰어든 거예요!” 우문호도 열받긴 마찬가지였다.“어떻게 뛰어내릴 수가 있어? 말이 돼야 말이지.” 태상황이 몰래 서일을 째려봤다. 서일은 차에서 내려서도 계속 바보처럼 둘러봤다. ‘이렇게 차가 많은 거 처음 보냐?’우문호는 머리가 아팠다. “됐어요, 말을 말죠. 황조부는 이곳에 좀 익숙해지셨나요? 주

  • 명의 왕비   제 2841화

    거의 2개월여 간의 헤어짐으로 인해 가슴이 미어질 듯 그리웠다. 얼굴을 마주한 순간엔 바로 실감이 나지 않더니 지금 이렇게 꼭 끌어안자 비로소 마음이 놓이며 안정감이 들었다.“꼭 꿈만 같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귓가에 속삭였다.그러자 원경릉이 우문호의 입술에 키스하는데 미소 띤 입꼬리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이렇게 하면 좀 현실감이 생겨?”우문호가 그윽한 눈빛으로 답했다. “아직 현실감이 좀 부족한데, 다시 그거 해줘….”원경릉은 부끄럽다는 듯이 입술로 우문호의 입을 막았다.잠시 후 밖에서 만두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 우리 들어가도 돼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려 대답하거나 반응을 보일 틈이 전혀 없었다.그렇게 다섯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을 장착했다. “아빠, 엄마, 방에서 뭐 하세요?”원경릉은 금세 침대에 앉아 책을 들고 있었고, 우문호는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걸 본 우문호는 온화하면서도 묘하게 원한 맺힌 얼굴로 답했다. “멀미가 좀 나서 기혈을 좀 가다듬고 있었어.”원경릉 엄마가 마침 밖에서 사위의 말을 듣고 얼른 답했다. “멀미 나? 지금 꿀물 타 줄게. 자네랑 저 키 큰 총각이랑 한 잔씩 해. 이리 와.”키 큰 총각은 바로 서일로, 상태가 나를 좋아져서 원경주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 제대로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서리맞은 가지처럼 흐느적거리며 소파에 기대 있었는데 우문호는 멀미라는 말에 속으로 좀 안도감이 들었다.우문호가 일어나 장모에게 미소를 짓고 허리를 굽혀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뭐 하러 들어왔어?”경단이가 말했다. “엄마랑 얘기하려고요. 우리도 엄마 오래 못 봤잖아요.”찰떡이가 원망 섞인 말투로 끼어들었다. 맞아요. 아빠는 오자마자 왜 우리 엄마 숨기고 그래요‘!”쌍둥이는 원래 말하는 걸 귀찮아 하는지라 빠른 행동을 보여줬다. 바로 침대로 기어 올라가 원경릉의 품에 안기며 재빨리 가운데 자리를 점령했다. 칠성

  • 명의 왕비   제 2842화

    그렇게 말하니 서일도 이해가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동정의 시선으로 소요공을 쳐다봤다. 온 지 그렇게 됐으면서 이렇게 간단한 관계조차 파악을 못 하다니 안타까웠다.하지만 소요공의 한마디만큼은 잘 기억해 두었다. 바로 여기에서 어떤 신기한 것을 봐도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 촌스럽고 상식 없다며 사람들이 흉본다고 했다.그래서 불을 안 때도 밥이 저절로 되는 솥을 봤을 때도 묻지 않았다.희고 뚱뚱한 측간에 물이 약간 담겨 있는 것을 보고도 묻지 않았다.원경주가 얼굴과 손을 씻으러 데리고 가 수도꼭지라고 불리는 물체를 돌리자 물이 나올 때도 묻지 않았다.태자비의 의붓아버지가 작은 물건을 들고 뭐라고 말해도 서일은 묻지 않았다.매번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티비를 켜 안에서 작은 사람들이 나오며 말하는 것을 보자, 서일은 너무나도 놀라 결국 참지 못하고 펄쩍 뛰어올랐다. “사람을 어떻게 저기에 집어넣은 거죠?”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조용해지고 티비 속 소리만 울려 퍼졌다. “쟤 돌았어!”태상황은 무표정하게 일어나 소리쳤다. “과인은 가서 좀 쉬겠네!”주 재상과 소요공도 바로 일어나며, 멍하니 있던 희상궁을 끌고 들어갔다. 희상궁은 호기심을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매번 신기한 것을 접할 때마다 똑똑하게 설명해 주는 주 재상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서일은 좋은 해설자를 만날 복이 없었다.이윽고 만두가 서일을 앉히더니 말했다. “서일 삼촌, 앉아보세요. 할 말이 있어요.”서일이 정좌하고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가만히 만두의 설명을 들었다.만두의 설명은 간단명료했고, 심지어 물어보는 것은 그때그때 바로 설명해 주었다. 서일이 밖에 나갔을 때 신기한 걸 보고 꽥꽥 소리 지르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었다.이렇게 우문호와 원경릉은 잠시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으나, 방에 불쑥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아예 손을 잡고 산책하러 나갔다. 이러면 만에 하나라도 남의 방해를 받을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