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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2화

그렇게 말하니 서일도 이해가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동정의 시선으로 소요공을 쳐다봤다. 온 지 그렇게 됐으면서 이렇게 간단한 관계조차 파악을 못 하다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소요공의 한마디만큼은 잘 기억해 두었다. 바로 여기에서 어떤 신기한 것을 봐도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 촌스럽고 상식 없다며 사람들이 흉본다고 했다.

그래서 불을 안 때도 밥이 저절로 되는 솥을 봤을 때도 묻지 않았다.

희고 뚱뚱한 측간에 물이 약간 담겨 있는 것을 보고도 묻지 않았다.

원경주가 얼굴과 손을 씻으러 데리고 가 수도꼭지라고 불리는 물체를 돌리자 물이 나올 때도 묻지 않았다.

태자비의 의붓아버지가 작은 물건을 들고 뭐라고 말해도 서일은 묻지 않았다.

매번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티비를 켜 안에서 작은 사람들이 나오며 말하는 것을 보자, 서일은 너무나도 놀라 결국 참지 못하고 펄쩍 뛰어올랐다. “사람을 어떻게 저기에 집어넣은 거죠?”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조용해지고 티비 속 소리만 울려 퍼졌다. “쟤 돌았어!”

태상황은 무표정하게 일어나 소리쳤다. “과인은 가서 좀 쉬겠네!”

주 재상과 소요공도 바로 일어나며, 멍하니 있던 희상궁을 끌고 들어갔다. 희상궁은 호기심을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매번 신기한 것을 접할 때마다 똑똑하게 설명해 주는 주 재상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서일은 좋은 해설자를 만날 복이 없었다.

이윽고 만두가 서일을 앉히더니 말했다. “서일 삼촌, 앉아보세요. 할 말이 있어요.”

서일이 정좌하고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가만히 만두의 설명을 들었다.

만두의 설명은 간단명료했고, 심지어 물어보는 것은 그때그때 바로 설명해 주었다. 서일이 밖에 나갔을 때 신기한 걸 보고 꽥꽥 소리 지르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우문호와 원경릉은 잠시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으나, 방에 불쑥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아예 손을 잡고 산책하러 나갔다. 이러면 만에 하나라도 남의 방해를 받을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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