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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9화

Penulis: 유애
태상황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명원제가 선위를 하겠다는 생각에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더욱 열 받는 건 휘형이 자기를 바보 취급했다는 사실이다. 안풍 친왕의 휴대폰 액정은 켜지지도 않았고 갤럭시 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태상황은 안풍 친왕의 어깨를 잡았다. “도망치게요? 또 도망치려고요? 오늘은 꼭 제대로 들어야겠어요. 이 문제로 수십 년을 고민했어서 제대로 안 듣고는 죽어도 편한히 눈을 못 감을 것 같애요.”

“여섯째야!” 안풍 친왕이 눈썹을 찡그렸다. “왜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해? 우리 형제가 어렵게 여기서 만났는데 그런 안 좋은 얘기는 하지 말자. 가자, 너 데리고 한잔하게.”

“저 말해주실때까지 아무 데도 안 가요. 오늘은 여기서 제대로 얘기해 주세요!” 태상황은 안풍 친왕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오늘 답을 못 들으면 평생 기회는 없다.

아마도 북당에서 앞으로 안풍 친왕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물었다. “그렇게 중요해?”

“중요해요. 아주 중요하죠!” 태상황이 단단히 못을 박았다.

그러자 결국 안풍 친왕이 차에 기대 파도치는 수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알고 싶으면 알려줄게. 내가 잔인해서 너한테 무거운 책임을 맡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제일 잘 봤던 게 너였어. 너, 십팔매, 주꼬맹이. 전부 내가 키워낸 조직으로 이게 바로 내가 너희들에게 늘 엄격했던 이유야. 너희들은 날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고 수십 년 동안 너희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걸 지켜봤지. 정말 뿌듯했어….”

태상황이 말을 자르며 물었다. “휘형, 화제를 옮기는 건 저한테 전혀 의미 없어요. 이 얘기 뒤로 가면 얼마나 고뇌를 거듭하며 애썼는지 얘기가 나오겠죠. 전 답을 원해요. 형은 왜 황제를 안 하고 도망갔어요?”

“왜냐하면 난 황제가 될 수 없으니까!” 안풍 친왕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갓다. “네가 기왕 알고 싶다니까 얘기해 주마. 그때 이 일을 계획할 때 난 이미 몸에 중병이 들어 있었어.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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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50화

    태상황의 말에 안풍 친왕은 흥이 싹 가시면서 절망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시큰거렸다. “여섯째야,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알고 싶다니까 더 말해줄게. 그래,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말 못 할 것도 없지. 그때 빨리 북당을 평정하기 위해 난 가차 없었어. 거의 모든 문무백관에게 미움을 샀을 때였지. 그리고 전쟁에 나갔을 때 무기 때문에 적군의 사상자가 너무 커서 민간 학자들과 유생들이 나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어. 내가 등극할 때 잔당들이 반드시 이걸 이용해 나에게 공격을 감행할 태세였어. 민심을 선동해 다시 한번 북당 정권을 동요시키는 거지. 이게 황위에 오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야. 또 하나의 원인은 내 신분의 문제 때문이였어. 난 우문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원래 이 시대 사람이거든. 설명할 수 없는 원인으로 북당에 간 것으로 만약 내가 보위에 오르는 건 사리에 맞지 않아. 그리고 난 네가 이걸 아는 걸 원하지 않았어. 너한테 난 계속 휘형이니까 그걸 흔들고 싶지 않았어. 이해해?”안풍 친왕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네가 능력이 없다고 말한 건 틀렸어. 손가락으로 대충 가리킨 게 아니야. 헤어지기 전에 너랑 나눈 대화는 정말 내 가슴에서 우러난 말이야. 넌 큰 재능이 있었어. 수십 년이 지나 드디어 내 말이 증명됐지. 사실 그동안 내가 멀리 간 것처럼 보였지만 나와 네 형수는 늘 입궁해서 네 곁에 있었어. 네가 몰랐을 뿐이지. 궁을 청소하는 늙은 태감, 세답방의 막일하는 상궁, 정원사, 네가 보위에 오른 뒤 한 번 친정(황제가 직접 전장에 가서 지휘하는 것)을 간 적이 있는데 전쟁에 널 구해 준 취사병이 나야. 십팔매와 주꼬맹이 쪽도 늘 갔지. 그리고 네가 자객을 만났던 때 방우가 널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그때, 마침, 주 꼬맹이도 자객을 만났어. 우리가 입수한 정보엔 주 꼬맹이가 암살위협을 받게 되어 있어서 우리는 그쪽으로 갔지. 그래서 널 구하지 못했어. 여섯째야, 난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한량으로 지내지 않았어. 너

  • 명의 왕비   제 2851화

    형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휘종제를 청해 우문호와 회의실에 가서 얘기했다.네 사람 중 세 사람은 한 때 북당 최고 권력을 대표했던 사람들이고 우문호는 북당 미래에 최고 권력자가 될 사람이다.그들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예전에 안풍 친왕이 태상황에게 했던 것처럼 ‘너는 큰 인재다. 넌 능력이 있다. 넌 북당 강산을 짊어질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단지 당시엔 안풍 친왕 한 사람이 태상황에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세 사람의 어른이 같이 우문호에게 얘기한다는 점이 달랐다.우문씨 집안의 황위는 줄곧 한 대 한 대 아슬아슬하게 이렇게 전해지고 있었다.우문호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본인이 조만간 황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고, 최근 하고 싶은 일은 많았고 그걸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바마마의 견제였다. 아바마마는 우문호가 모반할까 싶어 감독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에 묶여 피곤하게 살았다.우문호는 공을 세워 인정받는 사익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북막을 크게 꺾고 선비도 당분간 발호하지 못하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주, 대월, 대흥과의 관계는 공전에 유례없이 좋았다. 대외적으로 힘써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의 제지를 받고 고뇌했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얻기 힘들기 때문이었다.시국이 바뀌어 지금의 안정적인 외교관계가 수십 년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물론 보위에 오른 뒤 우문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원 선생은 우문호 편에 서 있을 것을 확신했다 . 이런 확신이 있는데 우문호가 망설일 게 대체 뭐가 있겠어?그래서 네 남자의 회의 후 원경릉에게 아바마마께서 선위를 하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그런데 원경릉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가 결정하면 돼. 어찌됐든 자기가 결정하는 대로 난 반드시 자기 곁에 있을 거야.”우문호가 경악했다. “어

  • 명의 왕비   제 2852화

    원경릉이 슬퍼하며 말했다. “없어. 내 유일한 능력은 이리 나리가 가르쳐준 도망가는 초식 몇 개가 다야. 그러니 나머지 인생은 자기가 잘 보호해 줄 거지?”우문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반드시 그럴 거야. 초능력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 애들이 하도 대단해서 내가 당신을 보호 못 해도 아이들이 보호해 줄…. 물론 내가 제일 먼저 당신을 보호해 줄 거긴 하지만!”원경릉이 인자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벼운 미소를 짓는데 이게 또 매력적이였다. 역시 새신랑의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지금 집안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우문호 본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자신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일행은 서일이 깨어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혼례는 해야 하고, 너무 성대하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몰웨딩처럼 대충 밥이나 한끼 먹고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몰웨딩은 양가 친지와 친구를 초대해 밥만 한 끼 먹고, 끝이라 아쉽다.여하튼 결혼사진은 찍어야 했다. 전에 예약해 뒀기 때문이었다. 원 선생은 우문호에게 결혼사진을 북당에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 우문호가 그제야 머리를 때리며, “아차, 선물 샀는데 전부 경호 옆에 두고 왔어. 우리가 뛰어내린 뒤 바로 던져넣으면 가져갈 수 있다고 탕양에게 부탁해 놨는데 탕양이 안 던졌네.”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선물을 가져오는 걸 깜박 잊은 거였어. 우문호는 순간 우울해졌다. 그 선물은 전부 우문호가 오랫동안 정성 들여 고른 것이기 때문이었다.원경릉이 방긋 웃엇다. “어쩌면 탕양이 그때 서일이 같이 뛰어든 걸 보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그랬을걸.”우문호가 씩씩대면서 말했다. “하여간 서일이 엮이면 이렇다니까.”그렇게 큰 사람이 어떻게 말처럼 떨어질 수가 있어? 일부러 우문호를 따라왔는지도 모른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 “서일의 앞니 두 개 있잖아, 그거 어떻게 손 써줄 수 없을까? 앞니 없는 인간을 데리고 나가자니 창피해. 앞으로도 날 수행할 건데 외모를 좀 고쳐 써야 할 것 같아.”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 명의 왕비   제 2853화

    서일을 데리고 임플란트를 하러 가야 한다. 임플란트는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하는 치과 치료로, 험난한 운명이 예고되었다.일단 서일을 치과에 가자고 설득해야 했다. 서일은 지금 현대의 모든 새로운 사물에 상당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원경릉이 서일에게 임플란트하고 나면 말할 때 헛바람이 새지도 않고 앞으로 사탕이가 보는 건 가지런한 이빨을 가진 아빠일 거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서일은 가고 싶지 않았다.“이제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이빨이 가지런하지 않아도 전 사탕이 아빠예요. 그건 변함없죠.” 서일이 말했다.“미관은 생각 안 해? 멋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멋져서 어디다 쓰게요? 겉모습뿐이죠. 전 내면이 훌륭하니까 괜찮죠, 품격이 있거든요!”이 말에 모두 곁눈질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격이란 것이 서일에게는 1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저 이빨.원경주도 서일을 설득했다. 미관 외에 다른 이빨이 성기게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임플란트는 유용하다고 얘기해 주었다. 심지어 서일을 위해 치과 업계 전문가 선생님을 찾아주기까지 했다. 한 시간 남짓 설득하자 서일이 한마디 했다. “전 익숙하니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아무도 제 이빨에 손 못 댈 줄 아세요!”결국 우문호가 듣다가 폭발해서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반드시 가야 돼. 당장. 이건 명령이야!”서일이 순간 울상을 지었다. “예!”다들 아무 말도 못 했으나 속으로 안도했다. 일찍 이 초식을 썼으면 침을 한 바가지 튀기며 설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입이 바싹 마를 때까지 어르고 달래도 싫다고 하더니, 서일 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 앞에선 찍소리 못하는 몹쓸 녀석.원경주가 잠시 멍해졌다가 서일에게 말했다. “진짜 너무 한 거 아닙니까?”서일이 불쌍한 표정으로 원경릉에게 말했다. “태자비 마마, 그 임플란트라는 게 많이 아픈가요? 전에 이빨 빠질 때는 진짜 아팠거든요.”원경릉이 웃으며 위로해 주었다. “손톱을 깎을 때보다는 더 아파요.”서일이 듣고 그제야 안심했다.

  • 명의 왕비   제 2854화

    “당연히 심어봤죠.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구덩이부터 파야 하잖아요.”“안심해, 이빨을 심는 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이빨을 안으로 넣은 다음 고정해서….”“…어떻게 고정하는데요?”원경릉은 사람을 설득하는 쪽으로 이미 상당히 내공이 붙어서 말이 아주 술술 나왔다. “이빨은 뿌리가 나는 거라 스스로 고정돼. 씨가 싹이 나는 상황을 봐, 싹이 나면 잇몸에 안정적으로 견고하게 이식될 거야. 원래 있던 이빨처럼.”서일에게 잇몸에 못을 박는다고는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그러면 아마 놀라서 기절할걸!“서일!” 서일을 호명하는 기계음이 들리자 원경릉이 얼른 서일의 손을 잡아끌고 치료실로 들어갔다.치료실에는 간호사 하나 의사 하나가 있었다. 이 의사는 원경주 친구로 치과 전문의였다. 서일이 비틀거리며 의원님이라고 부른 뒤 굳었지만, 예의를 차린 웃음을 지었다. 의사는 서일 이빨의 기본 상태를 확인했다.“외상으로 이를 다쳤습니까?” 의사가 온화하게 서일을 눕혔다. “와서 한 번 누워봅시다.”서일은 이 단순하고 깨끗한 치과 안을 훑어봤다. 기기 한 대가 문어처럼 침대 부근에 있는데 그거 빼고 그다지 놀라울 만한 건 없었다. 단지 이렇게 단순한 장비가 오히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서일이 할머니처럼 살금살금 기어 올라가서 돌아누웠다. 눕자마자 불빛 하나가 갑자기 비쳐 들자 놀라서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너무…. 너무..”“오빠, 사촌 동생 여기 있어!” 원경릉은 서일이 이럴 줄 알고 얼른 다가와 서일의 손목을 잡았다. “겁먹지 마, 그냥 손톱 자르는 거 뿐이야!”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뭐가 무서우세요? 이렇게 건장하신 분이 설마 치아 치료를 무서워하시는 건가요? 다 큰 어른이 무서워한다고 사람들이 다 웃어요.”서일은 이 말을 듣자, 투지가 불타올라 당당하게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안 무서워요. 다시 시작 하시죠. 전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서일은 그저 평범한 출신으로 그동안 어렵사리 초왕부에서 입지를 굳히고 관직까

  • 명의 왕비   제 2855화

    서일이 웃으며 입을 벌리자 마취를 시작했다.마취하자 혀가 제어가 안 되서 밖으로 늘어져 있고, 천진무구한 웃음까지 띠고 있으니 딱 삽살개같이 보여 원경릉은 차마 모질게 굴지 못 했다. ‘서일 이 바보 녀석이 가끔 정말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다니까.’발치는 두 번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 번째는 마취가 잘 들어서 거의 통증이 없었기에 서일도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서일은 본인의 입 안에 무서운 무기를 쑤셔 넣어 무서웠지만 태자비 말대로 눈을 감고 보지 않았다. 따라서 자기 입안에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오히려 다행이다. 두 번째는 좀 아프기 시작해 마취약이 적었는지 신음 소리를 내며 뱀처럼 꿈틀꿈틀 몸과 두 다리를 뒤틀었다.이 고통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의사가 자기 입에 사용하는 톱으로, ‘끼이이잉’ 소리가 나면서 뭔가 금속 맛이 입안에 퍼지는 게 자기도 모르게 펄쩍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공포 그 자체였다.의사가 말했다. “옆쪽 치아 위치가 틀어져 있어서 조금 갈아야 하니 움직이지 마세요. 금방 끝나요!”“서일, 참아! 절대로 움직이지 마!” 원경릉이 옆에서 응원했다. “넌 할 수 있어. 이것만 견디면 사탕이가 널 자랑스러워할 거야!”서일은 딸을 위해 최대의 에너지로 죽을힘을 다해 점점 선명해지는 고통과 공포를 견뎠다. ‘고통이 정말 길구나.’고통이 다 가시기도 전에 바로 임플란트 치료를 시작했다. 시간이 비교적 길게 걸리기도 했기에 1분 1초가 서일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수천수만 번의 고통이 엄습하는 가운데 서일은 놀라운 인내력으로 모든 과정을 견뎌냈다. 의사가 일어나도 된다고 했을 때 서일은 자신이 이미 예전의 서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들을 겪어낸 사람으로, 전과 비교하면 거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잠시 후 의사가 신신당부했다. “지금부터 3개월 동안은 큰 소리로 말씀하시면 안 되고 자극적인 음식도 드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새 이빨로 딱

  • 명의 왕비   제 2856화

    원경릉은 서일의 불쌍한 몰골을 보고 하는 수 없이 데려가겠다고 했다. “알았어. 일단 데리고가는데 멋대로 돌아다니면 안된다.”서일이 기분 상한 듯 구시렁거렸다. “제가 언제 멋대로 돌아다녔다고 그러세요?”그리고 원경릉은 원경주에게 전화했는데 아직 샵에 있다고 해서 서일을 데리고 샵으로 갔다.지금 양복을 맞추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성복도 다양하고 이쁘게 나와서 태상황 일행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삼대 거두는 전부 양복을 입기로 했는데 검은색 턱시도 예복에 꽂혀서 원경릉이 왔을 때 막 입어보는 중으로 역시 원경주 혼자서 세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힘들어 죽겠네!’“엄마!” 아이들이 달려왔다가 일제히 서일 쪽을 바라봤다.서일은 원경릉 뒤에서 여전히 원망에 찬 눈으로 원경릉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면서 차멀미도 안 난 걸 보면 임플란트의 고통이 엄청나게 큰 걸 알 수 있었다.“서일 삼촌. 치아 어떻게 된 거예요?” 환타가 서일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서일 삼촌, 정말 멋져요.”“맞아요, 원래 서일 삼촌이 이렇게나 멋졌군요.” 아이들이 너도나도 말했다.아이들이 우쭈쭈하는 게 듣기 좋았다. 서일은 원래라면 지금쯤 견디기 힘든 통증을 느낄 텐데 아이들의 찬미를 받으니 헤벌쭉 입을 벌리고 웃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말이다. 우문호도 와서 쓱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응, 이러니까 얼마나 좋아? 하긴 이 녀석 이빨 좀 빠져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지. 덕분에 멋진 아내를 얻었잖아!”서일의 웃음은 썩소가 되었다. ‘전하께서는 같은 말도 좀 따듯하게 해 주면 어디 털 나나?’모두 서일을 칭찬해 줘 서일은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이때 피티룸 문이 열리고 삼대 거두가 함께 걸어 나왔다.검은색 정장을 쫙 빼 입고 구두를 신고 걸어오는 모습은 눈부셨다. 무장 출신의 건장한 몸매는 말년이 되어도 여전해서 정장을 하니 한결 돋보였다. 세 사람은 다른 시공간에서 온 손님이었지만 리더의 위엄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

  • 명의 왕비   제 2857화

    소요공의 이 말에 점원들이 소요공을 둘러싸 열심히 옷을 골라주고는 탈의실에 가서 입어 보라고 했다.소요공이 이렇게 디테일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똥거름 통을 지고 있던 시골 늙은이가 누구였더라..?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니 우문호는 이미 옷을 다 골랐는지 다 싸놨다. “옷은 다 골랐어?”“다 골라서 싸 놨어. 가서 입은 거 보여줄게!” 우문호가 소파에 놓인 커다란 종이봉투를 가리켰다. 명품 정장이여서 그런지 봉투부터 으리으리해 보였다.“제부 아주 멋지던데!” 원경주가 말했다.원경릉은 으쓱한 시선으로 사람들 사이에 선 우문호를 바라봤다. 확실히 눈에 확 띄었다. 외모로 보나 몸매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역시 발군이었다.주 재상 역시 양복을 벗는 게 못내 아쉬웠다. 희상궁이 계속 주 재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으로, 여기 온 뒤로 희상궁은 눈에 띄게 북당에 있을 때보다 개방적이게 되었다.원경릉은 문득 여기서, 주 재상과 희상궁이, 혼인하고, 함께 있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은 잠깐 들었을 뿐이다. 그러다 희상궁이 이렇게 서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의식 따위 바라지 않는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반드시 결혼을 원할 거란 보장도 없다.원경릉이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주진에게 전화가 와서 나가서 받았다.“그 꼬마 몸 기억해요? 제가 데려와서 양여혜 선생님께 전해 드렸거든요. 그런데 양 선생님 얘기로는 뇌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요.” 주진이 전화에 대고 말했다.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 “정말?”“네, 확실하데요. 이상하죠. 아, 맞아요, 원숭이를 찾았데요. 아기 원숭이인데 외상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조만간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저쪽은 실험실이야? 내가 갈게!” 원경릉이 말했다.“우리는 양여혜 선생님 실험실에 있어요, 주소 보내드릴 테니 네비 찍고 오세요!”원경릉이 전화를 끊고 얼른 우문호에게 말을 전했다. “주진한테 좀 다녀올게. 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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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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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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