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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6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원경릉은 서일의 불쌍한 몰골을 보고 하는 수 없이 데려가겠다고 했다. “알았어. 일단 데리고

가는데 멋대로 돌아다니면 안된다.”

서일이 기분 상한 듯 구시렁거렸다. “제가 언제 멋대로 돌아다녔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원경릉은 원경주에게 전화했는데 아직 샵에 있다고 해서 서일을 데리고 샵으로 갔다.

지금 양복을 맞추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성복도 다양하고 이쁘게 나와서 태상황 일행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삼대 거두는 전부 양복을 입기로 했는데 검은색 턱시도 예복에 꽂혀서 원경릉이 왔을 때 막 입어보는 중으로 역시 원경주 혼자서 세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네!’

“엄마!” 아이들이 달려왔다가 일제히 서일 쪽을 바라봤다.

서일은 원경릉 뒤에서 여전히 원망에 찬 눈으로 원경릉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면서 차멀미도 안 난 걸 보면 임플란트의 고통이 엄청나게 큰 걸 알 수 있었다.

“서일 삼촌. 치아 어떻게 된 거예요?” 환타가 서일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서일 삼촌, 정말 멋져요.”

“맞아요, 원래 서일 삼촌이 이렇게나 멋졌군요.” 아이들이 너도나도 말했다.

아이들이 우쭈쭈하는 게 듣기 좋았다. 서일은 원래라면 지금쯤 견디기 힘든 통증을 느낄 텐데 아이들의 찬미를 받으니 헤벌쭉 입을 벌리고 웃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말이다.

우문호도 와서 쓱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응, 이러니까 얼마나 좋아? 하긴 이 녀석 이빨 좀 빠져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지. 덕분에 멋진 아내를 얻었잖아!”

서일의 웃음은 썩소가 되었다. ‘전하께서는 같은 말도 좀 따듯하게 해 주면 어디 털 나나?’

모두 서일을 칭찬해 줘 서일은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

이때 피티룸 문이 열리고 삼대 거두가 함께 걸어 나왔다.

검은색 정장을 쫙 빼 입고 구두를 신고 걸어오는 모습은 눈부셨다. 무장 출신의 건장한 몸매는 말년이 되어도 여전해서 정장을 하니 한결 돋보였다. 세 사람은 다른 시공간에서 온 손님이었지만 리더의 위엄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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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공의 이 말에 점원들이 소요공을 둘러싸 열심히 옷을 골라주고는 탈의실에 가서 입어 보라고 했다.소요공이 이렇게 디테일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똥거름 통을 지고 있던 시골 늙은이가 누구였더라..?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니 우문호는 이미 옷을 다 골랐는지 다 싸놨다. “옷은 다 골랐어?”“다 골라서 싸 놨어. 가서 입은 거 보여줄게!” 우문호가 소파에 놓인 커다란 종이봉투를 가리켰다. 명품 정장이여서 그런지 봉투부터 으리으리해 보였다.“제부 아주 멋지던데!” 원경주가 말했다.원경릉은 으쓱한 시선으로 사람들 사이에 선 우문호를 바라봤다. 확실히 눈에 확 띄었다. 외모로 보나 몸매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역시 발군이었다.주 재상 역시 양복을 벗는 게 못내 아쉬웠다. 희상궁이 계속 주 재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으로, 여기 온 뒤로 희상궁은 눈에 띄게 북당에 있을 때보다 개방적이게 되었다.원경릉은 문득 여기서, 주 재상과 희상궁이, 혼인하고, 함께 있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은 잠깐 들었을 뿐이다. 그러다 희상궁이 이렇게 서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의식 따위 바라지 않는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반드시 결혼을 원할 거란 보장도 없다.원경릉이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주진에게 전화가 와서 나가서 받았다.“그 꼬마 몸 기억해요? 제가 데려와서 양여혜 선생님께 전해 드렸거든요. 그런데 양 선생님 얘기로는 뇌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요.” 주진이 전화에 대고 말했다.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 “정말?”“네, 확실하데요. 이상하죠. 아, 맞아요, 원숭이를 찾았데요. 아기 원숭이인데 외상으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조만간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저쪽은 실험실이야? 내가 갈게!” 원경릉이 말했다.“우리는 양여혜 선생님 실험실에 있어요, 주소 보내드릴 테니 네비 찍고 오세요!”원경릉이 전화를 끊고 얼른 우문호에게 말을 전했다. “주진한테 좀 다녀올게. 피팅

  • 명의 왕비   제 2858화

    “양 선생님 진짜 대단하신데!” 원경릉이 감탄하자 주진이 방긋 웃었다. “맞아요, 선배도 대단하죠. 전에 양 선생님 남편분을 만나 뵌 적이 있었는데 선배한테 연구소에 와 주십사 교섭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선배는 거절했지만요.”원경릉은 웃어넘겼다. 당시 자신을 찾아온 제약회사는 많았다. 하지만 솔직히 그때 원경릉은 대뇌 개발에 꽂혀 있어 병자를 돌보는 약품 연구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게 원경릉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이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앞으로 직진하는데, 주진은 원경릉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처럼, “사실 아쉬워할 것 없어요. 지금도 똑같이 가능하니까요. 경호가 뚫렸으니 다시 연구소로 돌아오고 싶으시면 언제든 환영이에요!”“정말?” 원경릉은 당황스러웠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기 때문이었다.“정말이에요. 선배는 전보다 더 좋은 컨디션이니 이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야죠. 왜 안 하세요? 그리고 이 일은 원래 선배의 일이었잖아요. 포기하기엔 아깝죠. 안 그래요?” 주진이 계속 부추겼다. 주진은 원경릉을 아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그러자 원경릉이 주진을 비꼬았다. “사실 너도 꼬임에 당한 거잖아. 아니야?”주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아무것도 못 속이겠네요. 맞아요, 이곳에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선배가 함께해주면 그야말로 대박이죠. 팀을 이끌며 선배 연구를 펼치는 거예요. 하지만 대뇌 개발 약품이 아니라 정말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약품으로요!”주진이 지문으로 오토록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 안의 환경이 원경릉에게는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원경릉이 원래 있던 연구소와 비슷한데 조금 더 큰 정도였다. 안에 아무도 입주해 있지 않아 길을 따라 쭉 가서 어느 방문을 밀자, 안에 양여혜가 있었다.양여혜는 투명한 유리 상자 앞에 서 있었다. 유리 상자에 그 아이가 누워 있었는데 뇌에는 유리 상자 바깥 측정기기와 연결된 라인이 몇 가닥 있고, 상자는 액체 질소로 냉

  • 명의 왕비   제 2859화

    원경릉이 물었다. “백혈병 대상 표적 치료자는 이미 많지 않나요? 백혈병은 더 이상 극복하기 어려운 난치병이 아닌데 왜 다른 암 표적 치료제를 연구하지 않죠?”양여혜가 말했다. “알다시피 무슨 약이든 누군가가 밤낮으로 묵묵히 노력해 온 결과물이예요. 백혈병에는 쓸 수 있는 좋은 약이 확실히 있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일단 약을 쓰기 시작하면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고, 약에 내성이 생기면 남은 방법은 골수이식밖에 없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으면 상당히 많은 환자에게 복음이 될 겁니다. 그리고 원 박사도 알다시피 최근 들어 백혈병을 앓는 환자 수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오랜 시간 배운 학문과 타고난 재능을 낭비하지 말아요.”원경릉은 가슴 속에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지만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남편과 상의해 봐야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양여혜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 하지만 남편분은 허락하실 거라고 믿어요. 두 분은 서로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 사이니까요. 그리고 누가 누구를 위해 자신의 이상이나 일을 희생하지 않으시죠!”원경릉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가슴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꿈에도 실험실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배운 것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배운 것을 쓸 데가 있는 것이 사실 원경릉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고 보답이었다.양여혜가 원경릉을 배웅하며 말했다. “사실 모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앞으로 나가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티끌 모아 태산이 되어 결국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게 되거든요!”원경릉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잘 생각해 볼 게요. 가정과 일 사이에 균형 잡는걸!”원경릉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보고 주진이 양여혜에게 물었다. “선배가 OK 할 거 같으세요?”양

  • 명의 왕비   제 2860화

    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았다. “원 선생, 우리 꿈이 드디어 이뤄졌어!”지난번 돌아간 뒤로 두 사람은 줄곧 두 사람의 결혼식을 바라왔다.물론 북당에 돌아가면 또 한 번 혼례를 치르겠지만 의미가 전혀 다른 게 여기에서 결혼식은 원경릉의 고향에서 치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 마침내 이뤄졌어!” 원경릉이 감탄하며 또 고마웠지만, 양여혜의 제안을 우문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참 막막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포옹했던 팔을 풀며 물었다. “원숭이 일은 어떻게 됐어?”“아…. 아마 나랑 비슷한 수술을 받을 것 같아. 그리고 전에 그 남자아이도 뇌가 아직 죽지 않은 게 발견돼서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았어.”우문호가 놀라며 물었다. “원숭이의 대뇌를 그 아이 몸에 이식할 거라는 소리야?”“아니, 종이 달라서 리스크 수치가 너무 높아. 그런 모험은 못 하지.”우문호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래, 꼬마아이의 몸에 원숭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당황스러운가.”원경릉은 용기를 한껏 끌어 올려 우문호에게 양여혜의 제안을 전했다. 그런데 오히려 얘기를 다 듣고 난 우문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면 아마 난 보위에 오르겠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면 한동안 엄청나게 바빠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할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아니면 내가 할 일을 새로 찾을까?”“당신은 다시 의대를 세우고 싶어 하잖아. 난 어떤 일을 하든 당신을 응원해. 본업을 잊을 당신이 아니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부드럽고 그윽한 우문호의 눈매를 바라봤다. “조금 구별하자면 이렇게 되는 거야. 양여혜 선생님은 신약을 개발하고 싶어 해. 그 약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나한테 그 연구 그룹 팀장을 맡아주기를 바라. 하지만 여기 장기적으로 있을 필요는 없고 가끔 오거나 테스트 단계에 들어갔을 때 비교적 장기간 여기 있게 될 거라고 했어.”우문호가 물었다. “그 일, 하고 싶어?”원경릉이 망설이다가 역시 마음이 시키는

  • 명의 왕비   제 2861화

    우문호의 지지를 얻고 나서야 원경릉은 모두에게 양여혜의 제안을 상의했고, 역시나 모두 동의했다. 삼대 거두조차 반대하지 않고 심지어 능력이 있으면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당연하고 성별은 무관하다며 그것이 리더의 각오라고 했다.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사고 방식은 그들이 정계에 몸담은 수십 년 동안 당연한 생각으로 자리 잡아 왔다.제일 기뻐한 건 물론 원경릉의 부모와 오빠였다. 원 교수는 감격한 나머지,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지 말고 외식하지!”소요공은 외식을 좋아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좋은 술을 많이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요공은 돌아갈 때 가져갈 리스트에 술이 잔뜩 있었는데,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가져갈 생각이었다.그리고 원경릉이 현대로 돌아와 일하는 것을 소요공이 두팔 벌려 환영한 이유도 바로 자신을 대신해 물건을 사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다음날은 웨딩 사진을 찍는 날이었다.웨딩 사진은 역시 온 가족 총출동이었다. 외출 전에 밖에서는 군신이나 귀천이 없다고 태상황이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는 특히 희상궁과 서일에게 하는 말로 두 사람은 밖에서도 걸핏하면 예의를 지키려고 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스튜디오 전체가 우문호 일가를 챙기기 바빴다. 우문호 가족은 웨딩 사진 뿐 아니라 아이들과 노인 사진도 찍기 때문이었다.스튜디오에는 웨딩 사진이 많이 걸려 있었다. 희상궁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사진을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혼례를 치르는데 어째서 흰색을 입죠?”“대주에 가면 대주의 법을 따르는 법이다!” 주 재상이 설명해 주었다.희상궁이 웨딩드레스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여기 관습도 그 자체로 참 예쁘네요.”주 재상이 희상궁의 표정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입고 싶어? 우리도 찍을까?”희상궁이 얼굴을 붉혔다. “우리가 뭘 찍어요?! 이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건데. 우리 나이에 안 맞아요. 안 해. 남들이 비웃는 다고요.”주 재상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당신이

  • 명의 왕비   제 2862화

    태상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을 하나 손짓으로 부르더니 희상궁과 주 재상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말했다. “옷을 몇 벌 고른 후에 두 사람도 사진을 찍을 거라고 하네요. 그럼 스튜디오 촬영만 하는 걸로 합시다. 야외 촬영은 피곤하니까요.”주 재상은 야외 촬영을 해도 되긴 하지만 희상궁은 안 된다. 태상황은 역시 세심한 사람이었다.희상궁이 직원의 말을 듣고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뇨, 안 찍어요, 쇤…. 전 안 찍어요.”“찍어!” 태상황이 눈을 부라렸다. “감히 명을 어길 셈인가? 응?”희상궁이 당황해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실 때 분명 그러지 않았었나? 밖에서는 군신이나 귀천을 따지지 말라고. 그런데 어떻게 어명을 내리실 수가 있지?’“그…. 그러면… 근데 이 옷, 저 옷도 저한테는 안 어울릴 것 같은데요. 무슨 잠자리 날개도 아니고 너무 얇고 다 비치는데 제가 어떻게 입어요?” 희상궁이 얼른 말했다.직원이 웃으며 커튼을 열자, 거기는 전부 치파오로, 금사와 은사로 수놓은 옷들이 잔뜩 있어서 최고급 천은 아니지만 멋진 스타일로 없는 게 없어, 순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아 주 재상까지 탄성을 질렀다. 남자용 옷을 봤기 때문이었다.주 재상이 고개를 돌려 태상황을 바라보는 눈빛에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라고 적혀 있었다.태상황이 주 재상에게 눈짓했다. ‘과인은 여기까지밖에 못 도와줘.’주 재상이 너무 기뻐서 희상궁과 함께 옷을 골랐다. 희상궁은 말끝마다 ‘안 할래요. 안 할래요’ 하면서도 두 손은 바쁘게 옷 사이를 드나들고 있었다. 천천히 하나를 꺼내 몸에 대보았다. “이거…. 사실 너무 부끄러워요. 이 나이가 돼 가지고 이게 뭐 하는건지...”희상궁이 고른 옷은 치파오였다. 어두운 빨간색에 단순한 스타일인데 간결하고 대범했다. 희상궁은 배시시 웃으며 주 재상에게 말했다. “예뻐요?”주 재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마저 잊은 채 감탄했다. “예뻐, 예뻐!”희상궁도 살짝 기쁜 눈치였다. “그럼…. 그럼 한 번 입어볼까요, 어머, 여기 트임이

  • 명의 왕비   제 2863화

    우문호가 약간 샘이 나서 비꼬았다. “이게 도대체 누구 혼례야?”‘저쪽은 무슨 야시장 연 것처럼 북적북적하고, 이쪽은 노점에서 혼자 파리 날리고 있는 느낌이 나는데 비교돼도 이거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니냐고!’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늘 사랑을 과시해 왔잖아. 저분들 사랑 자랑하게 내버려두자.”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말했다. “우리는 원래 서로 은애하는 사이라, 과시랑은 거리가 멀지. 우리가 빨리 다해서 저분들이 우리 풍류를 따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겠어.”메이크업하는 사람이 이 얘기를 듣고 궁금해하며 물었다. “두 분 연예인 이시죠? 어떤 작품 찍으셨어요? 사극 전문? 두 분 얘기를 들어보니 문어체가 아주 멋져요.”원경릉이 풉하고 웃으며, “맞아요. 저흰 그냥 조연이지만 확실하게 연기하죠. 그리고 아직 그 사극 드라마를 계속 찍고 있어요.”그러자 메이크업하는 사람이 연거푸 칭찬했다. “두 분 연기가 좋으세요. 비주얼도 되시니까 분명 주연은 따실 거예요. 힘내세요!”“감사합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메이크업을 마치고 아이들도 메이크업하고 나왔다. 깔끔한 흰색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한쪽에 행커치프가 꽂은 채 일제히 두 사람이 앞에 서 “아빠, 엄마!” 하고 불렀다.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거울에 비친 모습은 똘망똘망하고 잘 생겼다. 원경릉이 자세히 보기도 전에 직원들이 아이들을 둘러싸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올 때도 좋아했는데 지금 꼬마 정장을 입고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빗어 넘긴 모습은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영상 찍기에 바빴다.그리고 저쪽에서 희상궁과 원경릉 할머니가 치파오를 입고 나왔다. 주 재상과 태상황도 차이나 스타일 정장으로 갈아입고 마주하자, 주 재상과 희상궁의 눈에는 오직 상대방만이 보이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눈가엔 형용할 수 없는 짙은 사랑이 흐르고 있었다.태상황은 약간 우쭐했다. “주디, 과인의 이 옷 어때?”원경릉 할머니가 웃음을 지었다. “멋져요. 아

  • 명의 왕비   제 28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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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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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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