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을 다 그렸는데도 태상황은 여전히 할머니 뒤에서 씩씩거리며 뺨을 부풀리고 할머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도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장난친 거예요. 전의감을 나 몰라라 내버려둘 리가 없잖아요. 제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인 곳인데 쉽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그런데 방금 그렇게나 진지하게 얘기했다고?” 태상황이 말했다.“농담 알아야 몰라요? 당신은 유머 감각이 부족해요. 이 점은 정말 소요공만 못하다니까.”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됐어요. 앉으세요. 메이크업해 드릴 테니까. 조금 있다가 우리 가족 사진 찍어야 해요.”태상황이 앉으며 궁시렁댔다. “유머가 없는 게 뭐? 유머가 뭐 밥 먹여줘? 과인은 그것보다 더 멋진 성숙하고 침착한 사람이야.”‘감히 나랑 십팔매를 비교해? 십팔매가 뭐라고?’ 태상황은 속으로 짜증을 내며 거울로 십팔매를 흘끔 봤다. 십팔매는 막 치파오를 들고 연구 중이였는데, 보기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데 어떻게 입으면 그렇게나 아름다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요공은 마음이 동했다. ‘남자용은 없나?’소요공은 이 세계에서는 염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 직접 물어봤다. “내가 입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까?”이 말에 모든 직원이 일제히 놀라서 얼음이 되었다.원 교수가 얼른 다가갔다. “농담이에요, 농담.”직원들이 웃으며, “아, 어르신 정말 유머러스하세요!”소요공은 약간 떨떠름했지만 원 교수가 더 이상 묻지 못하게 하고 소요공을 끌고 가서 차이나 스타일 정장으로 갈아입혔다.태상황의 의문스럽다는 듯 생각했다. ‘이게 유머라고? 유머라는 게 멍청하게 구는 건가?’마침내 전부 옷을 갈아입었고 메이크업도 다 마쳤다. 모두가 가족사진을 찍기만 기다리고 있어서 일단사진부터 찍고 원경릉의 웨딩 사진을 찍기로 했다.가족사진을 찍으려니 자리가 비좁아 배경판 앞에 전부 빽빽하게 서야 했다. 할머니와 희상궁은 삼대 거두 곁에 앉고 원 교수 부부가 그 뒤 중간 위치에 서고, 우문호 부부와 원경주가 그들 좌우에 섰다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바로 야외 촬영에 들어갔다.스튜디오 촬영은 힘들었지만, 다행히 나온 결과물에 다들 만족했다.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건 희상궁과 주재상도 함께 웨딩 촬영을 한 것으로 비록 간단한 스튜디오 촬영이었지만 매우 따스하고 애정이 넘쳤다.웨딩 촬영을 마친 후 결혼식이 진행됐다.소규모 야외 결혼으로 농장을 하나 빌려 웨딩업체에서 사전에 준비를 마친 뒤 소수의 사람을 초대했는데 모두 가까운 동료와 친구들이었다.원 교수 병원 동료도 몇 명 왔었는데, 그들은 원 교수의 가정 상황을 잘 알아서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안풍 친왕 부부가 건종 태자와 휘종제를 모시고 왔고, 양여혜, 주진 등도 결혼식에 참석했다.농장을 상당히 디테일하고 우아하게 꾸며 놓았고, 심지어는 마당에 그네가 있어 아이들도 함께결혼식을 즐길 수 있었다.온 마당에 길고 붉은 띠를 드리운 풍선이 걸려있고, 울타리 벽에도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이 걸려있었다.타고난 외모의 우문호는 흰색 양복을 입고, 원경릉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청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보는 사람의 마음이 흔들렸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둘은 한층 더 잘 어울렸다. 소요공이 한마디 했다. “태자비 마마께서 많이 아름다워지시고 예전이랑 뭔가 달라졌는데 자세히 보면 또 어디가 달라졌는지 구분이 안 돼요.”“봤으면 됐으니 이제 얘기 그만해!” 태상황이 흥분해서 두 사람이 발언대 아래로 서서히 행진해 다가서는 것을 보고 잠시 후면 신부 측 가장이 올라가서 얘기할 것을 알았다. 식순을 경주가 미리 태상황 일행에게 알려주었다.원 교수가 발언대에 올라가 사위를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준비해 온 원고가 한 자도 보이지 않아, 목이 멘 채 겨우 한마디 했다. “우리 딸에게 잘해줘야 하네. 평생 우리 딸 손을 놓으면 안 된다.”우문호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네! 무조건 평생 곁에 있을 겁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언제나요!”원 교수가 말을 잇지 못하자 원경릉 엄마가 강단 위에 올라가 말했다. 원경릉의 엄마
피로연도 이 농장에서 함께 진행되었다. 술과 요리가 풍성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풍미가 좋고, 장황하고 거추장스러운 건배 예식 없이 신랑 신부가 아이들과 와서 건배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서 먹는 방식이였다. 밥을 먹고 손님들을 환송한 후 가족들이 남자, 신랑 신부는 일일이 어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휘종제에게, 건종 태자에게. 두 노인도 원경릉을 상당히 좋아해서 깜짝 놀랄 만큼 두터운 금일봉을 하사했다.두 사람에게 인사를 마치고 원경릉은 태상황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으로 태상황이 무릎 위에 가지런한 두 손을 꽉 쥐었다. “황조부, 절 항상 사랑하고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황조부께서 안 계셨으면 그동안 저와 다섯째는 이렇게 편하게 지내지 못했을 거예요.”태상황도 입술이 떨리며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바보 녀석, 네가 아니었으면 과인은 살아있지도 못했어.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도 마라, 앞으로 잘하면 돼.”다들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맺혔다. 원씨 집안 사람들은 그동안 계속 태상황이 경릉이를 돌봐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말 정말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원경주는 가슴이 먹먹해서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어르신, 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감격과 경외심을 조금이나마 표현하는 의미로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그래, 좋아, 술 가져와. 과인이 경주와 한잔해야겠어!” 태상황이 바로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주진이 태상황에게 잔을 가져다주었다.태상황이 감동해서 말했다. “자, 자네가 할아버지라고 했으니 먼저 과인이 한 잔 비우지. 경주, 이리 와. 할아버지가 먼저 한 잔 비울 테니까!”원경주가 놀랐다. ‘어째 말씀이 굉장히 쑥스러운데?’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니 옛날과 지금의 차이겠지하고 따라서 마셨다.태상황이 잔을 비우고 옆을 보며 원경릉 할머니에게 활짝 웃으며, “경주가 뜻밖에도 과인을 할아버지라고 하는군, 주디, 우습지 않아?”할머니가 미간을 찡그리며,
누구 잘못이든 지금 할머니는 원경릉은 냅다 버려 버리고 태상황을 쫓아가 변명하는 처지가 되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결혼식이 끝나고 내일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휘종제는 통이 커서 신혼부부와 노인들, 이렇게 두 팀으로 호화 여행단을 꾸려주었다.할머니는 원래 가고 싶지 않아서 휘종제가 묻자 싫다고 말하려던 찰나, 태상황이 말했다. “저 분께서는 갈 리가 없어요. 우리를 무시하는데 어떻게 우리랑 같이 놉니까?”할머니는 고집을 부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요, 저 가고 싶어요.”이렇게 다음날 두 팀은 각자 출발했다. 원경주는 노인팀 리더를 맡아 신혼부부와 노인팀은 서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우문호는 이렇게 큰 크루즈를 타 본 적이 없어서 배에 오른 뒤 촌놈처럼 이거저거 보는 것마다 놀랐으나 제일 기분 좋은 건 마침내 둘만의 세상에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아무도 성가시게 하지 않고 고요하게 7일간의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아이들도 세상 물정을 알아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찾아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철이 들어서 아빠, 엄마가 자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곁에 엄마, 아빠가 없다는 말은 곧 자유를 의미했고, 휘종제와 할할할아버지의 총애를 등에 업은 채 먹고 싶은 거는 뭐든지 먹고,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된다는 말이다!크루즈 방은 창과 발코니가 있어 신혼부부는 바깥에 누워 현대에 내리쬐는 태양의 세례를 받으며 모든 근심 걱정을 버려 버리고 점점 멀리 바다로 떠나갔다.이곳엔 북당도 없고, 정사도 없으며 일체의 모든 고민거리가 없었다. 그저 두 사람에게는 7일간 이어지는 유쾌하고 행복한 여정만 있을 뿐이었다.바닷바람은 비교적 셌지만 두 사람에게는 상쾌한 수준이었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 푸른 바다에 금빛으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봤다. 밀려왔다 부서지기는 기복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이는 파도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행복했다.“원 선생, 세상 사는게 참 쉽지 않아. 그치? 이렇게 며칠간 행복하
우문호가 머쓱해했다. “질투하는 게 아니야. 이게 질투할 게 어딨다고? 하지만 당신 말이 맞아. 나중에 군주가 자기랑 있으면 난 정정이랑 놀면 되겠어.”원경릉이 비꼬는듯한 말투로 물었다. “어째 난 덤인 거 같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당신이 덤일 리 없지. 당신은 앞으로 매일 함께 하지만 정정 형과는 한 번 만나기 어려우니까. 아참 그렇지. 정정 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아이랑 정정 형 아이랑 정혼하자고 했잖아. 지금 우리가 딸을 낳았다고 호두(虎頭, 진정정의 아들)한테 시집보내야 하는 건 아니겠지?”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 “자기 생각은 어떤데?”‘진짜 쓸데없는 걱정 하고 있어.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 자기가 정해준 대로 딸이 고분고분 시집을 갈 것 같기나 해?’ 원경릉은 속으로 중얼댔다. 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 죽어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호두가 사탕이랑 별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우리 딸한테는 별로 안 맞아.”“응? 뭐가 어떻다고?” 하하 웃음이 터졌다.우문호는 진지하게 원경릉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나이가 안 맞아. 호두는 우리 딸보다 몇 살더 많고, 또 국적도 달라, 풍토에 적응이 안 되는 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그리고 두 나라 풍속이 다르고, 통혼은 역시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해.”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기는 좋아하는 정정 형님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는 거 아냐?”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이건 신뢰를 저버리는 정도는 아니지. 어쨌든 우리가 당초에 얘기한 건 우리 떡들 셋이랑 호두였잖아. 세 번째 출산에서 태어난 아이를 꼭 결혼시키기로 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지금 우리 만두와 호두가 형제를 맺었으니 됐어. 그러면 호두는 계란이의 오빠가 되는 거잖아. 오빠는 여동생이랑 결혼 못 하지. 안 그래? 맞아, 바로 이거야!”‘얄팍한 형제애 같으니라고!’ 원경릉은 우문호를 내려다봤다.햇살을 한껏 즐기고 원경릉이 물었다. “배 안
그들은 확신했다. 어르신들과 이 배에서 만나는 순간, 신혼여행은 거대한 재난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래서 이어지는 이틀 동안 두 사람은 원경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노인들이 가는 곳에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곳은 원경주가 필사의 힘을 다해 노인들이 못 가게 막았다.그래서 비록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뜻밖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여정에 스릴을 더할정도로 재밌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밀회의 자극과 스릴을 경험할 수 있었다.하지만 빈틈없이 하고 있다는 과신에서 점점 대비가 소홀해졌다.그리고 원경주도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원경주라는 현대의 노예는 고대의 노인들이 왜 이렇게 정력이 넘치고 팔팔한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수영하러 가겠다는 것이다.원경주는 정말 기력이 하나도 없었고 여동생 부부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수영장에 가지 않겠지, 하고 알리지 않고 침대에 쓰러져 조금만 자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어쨌든 할머니와 희상궁은 가시지 않고 세 미치광이는 지치면 돌아오겠지.’우문호는 오늘 밤 문득 기분이 업 돼서 자신이 물 위를 걷는 절대 무공을 시연하고 싶다는 생각에 원경릉의 손을 끌고 수영장으로 갔다.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두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장난치고 잠수해서 숨 참기로 하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그리고 두 사람이 새로운 놀이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누가 바닥에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지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운명인지 밖으로 숨 쉬러 나오면 같이 나와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위치도 정확한게 정말 텔레파시가 통하나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몇 번을 하고 마지막에 우문호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눈앞에 머리 하나가 보였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또 맞았…. 아, 소요공?”소요공도 놀랐다. “다섯째?”연달아 몇 개의 머리가 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 재상과 태상황, 그리고 미소가 얼어 붙어버린 원경릉이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의혹으로 가득
어르신들 방을 찾아가자 그들도 막 집에 돌아와 있었다. 희상궁과 할머니가 옆 방 발코니에서 바다풍경을 보고 있길래 어르신들한테도 같이 와서 보라고 했다. 할머니와 희상궁은 두 사람을 만나 기쁜게 눈에 확 띄었으나 어르신 셋은 별로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억지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대놓고 말했다. “왜 같이 있으면 안 돼죠? 왜 각자 놀면서 서로 모르는 척 하자는 겁니까?”“너희는 너희들대로 놀아, 같이 놀 필요없다니까. 나이도 다르고 마음 상태도 다른데 같이 놀기 어렵지.” 태상황이 말했다.원경릉이 말했다. “어르신들 노시는 거 우리가 같이 하면 되는데 뭐가 다른 거죠?”태상황이 미간을 찡그렸다. “너희들도 다 컸잖아. 언제까지 우리한테 들러붙을 거야?!”“그래, 맞아!” 소요공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요 이틀동안 노인들은 신나게 먹고 재미나게 놀았다. 하지만 태자비가 있으면 분명 이것 저것 제약이 많아질 것이고 밥을 한 번 먹어도 담백하게 먹어야 한다며 편하게 못 먹겠지. 생각만 해도 재미가 뚝 떨어진다. ‘어렵게 나와서 노는 거잖아, 전에 다섯째 오기 전에 태자비랑 놀러 다녔는데 눈을 부리부리 뜨고 지켜봐서 재미 하나 없었다고.’“안 됩니다. 기왕 만났으니 같이 있어야 해요!” 원경릉이 고집했다. 저들과 같이 있기 싫어서 이래저래 피해다녔던 건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삼대 거두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원경주를 바라보며 어서 한 마디 거들어 주기를 바랠 뿐이였다.원경주는 잠이 덜 깬 상태로 매부와 여동생을 보고 너무 의외였다. 저들이 마주치면 태상황 일행이 여동생에게 들러붙을 줄 알았기에 반대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이거 동생이 M인 거 아냐?’하지만 원경주는 기꺼이 동생 부부와 같이 있고 싶었다. 누가 어르신들을 봐주면 자신은 바다를 보며 휴식도 취하며 어렵사리 얻은 여행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같이 놀죠. 다 식구잖아요. 밖에 나왔다고 헤어져 있을 이유는 없죠!”희상궁과 할머니도 말씀하셨다.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양여혜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생겼다. 원숭이가 이식 수술에 성공해서 원경릉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원경릉이 이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몰아 원숭이를 보러 갔다.실험실에 들어가자 원숭이가 원경릉에게 달려와 원경릉을 꼭 끌어안았다. 원경릉이 눈시울이 뜨거워져 원숭이를 껴안고 흐느끼자 원숭이도 따라서 펑펑 울었다.원숭이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실험실에 있던 나날을, 함께 추억을 쌓았던 나날들을 말이다.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분명 아직 홍엽을 기억하고 늑대골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소리다.서로 끌어 안으면 울다가 원숭이를 놔주고 눈물을 닦은 뒤 아기 원숭이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방긋 웃으며 물었다. “날 기억하네, 그럼 홍엽도 기억하지?”그러자 원숭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가가 발그레져 원경릉의 손을 꽉 쥐었다.원경릉이 마음이 아파져 원숭이 얼굴을 매만졌다. “널 데리고 가서 홍엽만나게 해 줄게. 어때? 홍엽은 계속 널 못 잊어!”원숭이가 아우하고 울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히 흥분한 모습으로 원경릉의 어깨에 뛰어올라 쭈그리고 앉았다. 마치 마스코트처럼 말이다. .원경릉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양여혜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원숭이와 원 박사는 상황이 달라요. 원숭이는 억제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 게 원숭이의 뇌세포 성장 과정에 약이 이미 거진 쓰여서 지능도 일반 원숭이 수준이되었으니 신체 각 부분과 대뇌도 점점 정상을 찾을 거예요. 약간 지능이 높은 것 외에 일반 원숭이와 별 차이가 없어지는 거죠. 뇌세포가 여전히 천천히 분열하며 재생하고 있지만 일단은 정상이고 3년동안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니 매년 한번씩 데리고 오세요. 이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사실 원 박사 약은 이미 1단계 성공했어요. 대뇌가 극한까지 개발될 필요 없이 지금보다 약간만 발전하는 형태로 이미 다 됐어요. 원 박사에게 주사한 건 2단계 약으로 원박사 상태는 제어가 안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