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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67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누구 잘못이든 지금 할머니는 원경릉은 냅다 버려 버리고 태상황을 쫓아가 변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원경릉과 우문호는 결혼식이 끝나고 내일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휘종제는 통이 커서 신혼부부와 노인들, 이렇게 두 팀으로 호화 여행단을 꾸려주었다.

할머니는 원래 가고 싶지 않아서 휘종제가 묻자 싫다고 말하려던 찰나, 태상황이 말했다. “저 분께서는 갈 리가 없어요. 우리를 무시하는데 어떻게 우리랑 같이 놉니까?”

할머니는 고집을 부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요, 저 가고 싶어요.”

이렇게 다음날 두 팀은 각자 출발했다. 원경주는 노인팀 리더를 맡아 신혼부부와 노인팀은 서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우문호는 이렇게 큰 크루즈를 타 본 적이 없어서 배에 오른 뒤 촌놈처럼 이거저거 보는 것마다 놀랐으나 제일 기분 좋은 건 마침내 둘만의 세상에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아무도 성가시게 하지 않고 고요하게 7일간의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도 세상 물정을 알아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찾아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철이 들어서 아빠, 엄마가 자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곁에 엄마, 아빠가 없다는 말은 곧 자유를 의미했고, 휘종제와 할할할아버지의 총애를 등에 업은 채 먹고 싶은 거는 뭐든지 먹고,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된다는 말이다!

크루즈 방은 창과 발코니가 있어 신혼부부는 바깥에 누워 현대에 내리쬐는 태양의 세례를 받으며 모든 근심 걱정을 버려 버리고 점점 멀리 바다로 떠나갔다.

이곳엔 북당도 없고, 정사도 없으며 일체의 모든 고민거리가 없었다. 그저 두 사람에게는 7일간 이어지는 유쾌하고 행복한 여정만 있을 뿐이었다.

바닷바람은 비교적 셌지만 두 사람에게는 상쾌한 수준이었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 푸른 바다에 금빛으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봤다. 밀려왔다 부서지기는 기복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이는 파도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행복했다.

“원 선생, 세상 사는게 참 쉽지 않아. 그치? 이렇게 며칠간 행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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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가 머쓱해했다. “질투하는 게 아니야. 이게 질투할 게 어딨다고? 하지만 당신 말이 맞아. 나중에 군주가 자기랑 있으면 난 정정이랑 놀면 되겠어.”원경릉이 비꼬는듯한 말투로 물었다. “어째 난 덤인 거 같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당신이 덤일 리 없지. 당신은 앞으로 매일 함께 하지만 정정 형과는 한 번 만나기 어려우니까. 아참 그렇지. 정정 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아이랑 정정 형 아이랑 정혼하자고 했잖아. 지금 우리가 딸을 낳았다고 호두(虎頭, 진정정의 아들)한테 시집보내야 하는 건 아니겠지?”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 “자기 생각은 어떤데?”‘진짜 쓸데없는 걱정 하고 있어.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 자기가 정해준 대로 딸이 고분고분 시집을 갈 것 같기나 해?’ 원경릉은 속으로 중얼댔다. 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 죽어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호두가 사탕이랑 별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우리 딸한테는 별로 안 맞아.”“응? 뭐가 어떻다고?” 하하 웃음이 터졌다.우문호는 진지하게 원경릉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나이가 안 맞아. 호두는 우리 딸보다 몇 살더 많고, 또 국적도 달라, 풍토에 적응이 안 되는 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그리고 두 나라 풍속이 다르고, 통혼은 역시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해.”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기는 좋아하는 정정 형님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는 거 아냐?”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이건 신뢰를 저버리는 정도는 아니지. 어쨌든 우리가 당초에 얘기한 건 우리 떡들 셋이랑 호두였잖아. 세 번째 출산에서 태어난 아이를 꼭 결혼시키기로 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지금 우리 만두와 호두가 형제를 맺었으니 됐어. 그러면 호두는 계란이의 오빠가 되는 거잖아. 오빠는 여동생이랑 결혼 못 하지. 안 그래? 맞아, 바로 이거야!”‘얄팍한 형제애 같으니라고!’ 원경릉은 우문호를 내려다봤다.햇살을 한껏 즐기고 원경릉이 물었다. “배 안

  • 명의 왕비   제 2869화

    그들은 확신했다. 어르신들과 이 배에서 만나는 순간, 신혼여행은 거대한 재난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래서 이어지는 이틀 동안 두 사람은 원경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노인들이 가는 곳에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곳은 원경주가 필사의 힘을 다해 노인들이 못 가게 막았다.그래서 비록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뜻밖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여정에 스릴을 더할정도로 재밌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밀회의 자극과 스릴을 경험할 수 있었다.하지만 빈틈없이 하고 있다는 과신에서 점점 대비가 소홀해졌다.그리고 원경주도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원경주라는 현대의 노예는 고대의 노인들이 왜 이렇게 정력이 넘치고 팔팔한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수영하러 가겠다는 것이다.원경주는 정말 기력이 하나도 없었고 여동생 부부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수영장에 가지 않겠지, 하고 알리지 않고 침대에 쓰러져 조금만 자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어쨌든 할머니와 희상궁은 가시지 않고 세 미치광이는 지치면 돌아오겠지.’우문호는 오늘 밤 문득 기분이 업 돼서 자신이 물 위를 걷는 절대 무공을 시연하고 싶다는 생각에 원경릉의 손을 끌고 수영장으로 갔다.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두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장난치고 잠수해서 숨 참기로 하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그리고 두 사람이 새로운 놀이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누가 바닥에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지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운명인지 밖으로 숨 쉬러 나오면 같이 나와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위치도 정확한게 정말 텔레파시가 통하나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몇 번을 하고 마지막에 우문호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눈앞에 머리 하나가 보였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또 맞았…. 아, 소요공?”소요공도 놀랐다. “다섯째?”연달아 몇 개의 머리가 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 재상과 태상황, 그리고 미소가 얼어 붙어버린 원경릉이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의혹으로 가득

  • 명의 왕비   제 2870화

    어르신들 방을 찾아가자 그들도 막 집에 돌아와 있었다. 희상궁과 할머니가 옆 방 발코니에서 바다풍경을 보고 있길래 어르신들한테도 같이 와서 보라고 했다. 할머니와 희상궁은 두 사람을 만나 기쁜게 눈에 확 띄었으나 어르신 셋은 별로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억지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대놓고 말했다. “왜 같이 있으면 안 돼죠? 왜 각자 놀면서 서로 모르는 척 하자는 겁니까?”“너희는 너희들대로 놀아, 같이 놀 필요없다니까. 나이도 다르고 마음 상태도 다른데 같이 놀기 어렵지.” 태상황이 말했다.원경릉이 말했다. “어르신들 노시는 거 우리가 같이 하면 되는데 뭐가 다른 거죠?”태상황이 미간을 찡그렸다. “너희들도 다 컸잖아. 언제까지 우리한테 들러붙을 거야?!”“그래, 맞아!” 소요공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요 이틀동안 노인들은 신나게 먹고 재미나게 놀았다. 하지만 태자비가 있으면 분명 이것 저것 제약이 많아질 것이고 밥을 한 번 먹어도 담백하게 먹어야 한다며 편하게 못 먹겠지. 생각만 해도 재미가 뚝 떨어진다. ‘어렵게 나와서 노는 거잖아, 전에 다섯째 오기 전에 태자비랑 놀러 다녔는데 눈을 부리부리 뜨고 지켜봐서 재미 하나 없었다고.’“안 됩니다. 기왕 만났으니 같이 있어야 해요!” 원경릉이 고집했다. 저들과 같이 있기 싫어서 이래저래 피해다녔던 건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삼대 거두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원경주를 바라보며 어서 한 마디 거들어 주기를 바랠 뿐이였다.원경주는 잠이 덜 깬 상태로 매부와 여동생을 보고 너무 의외였다. 저들이 마주치면 태상황 일행이 여동생에게 들러붙을 줄 알았기에 반대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이거 동생이 M인 거 아냐?’하지만 원경주는 기꺼이 동생 부부와 같이 있고 싶었다. 누가 어르신들을 봐주면 자신은 바다를 보며 휴식도 취하며 어렵사리 얻은 여행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같이 놀죠. 다 식구잖아요. 밖에 나왔다고 헤어져 있을 이유는 없죠!”희상궁과 할머니도 말씀하셨다.

  • 명의 왕비   제 2871화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양여혜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생겼다. 원숭이가 이식 수술에 성공해서 원경릉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원경릉이 이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몰아 원숭이를 보러 갔다.실험실에 들어가자 원숭이가 원경릉에게 달려와 원경릉을 꼭 끌어안았다. 원경릉이 눈시울이 뜨거워져 원숭이를 껴안고 흐느끼자 원숭이도 따라서 펑펑 울었다.원숭이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실험실에 있던 나날을, 함께 추억을 쌓았던 나날들을 말이다.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분명 아직 홍엽을 기억하고 늑대골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소리다.서로 끌어 안으면 울다가 원숭이를 놔주고 눈물을 닦은 뒤 아기 원숭이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방긋 웃으며 물었다. “날 기억하네, 그럼 홍엽도 기억하지?”그러자 원숭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가가 발그레져 원경릉의 손을 꽉 쥐었다.원경릉이 마음이 아파져 원숭이 얼굴을 매만졌다. “널 데리고 가서 홍엽만나게 해 줄게. 어때? 홍엽은 계속 널 못 잊어!”원숭이가 아우하고 울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히 흥분한 모습으로 원경릉의 어깨에 뛰어올라 쭈그리고 앉았다. 마치 마스코트처럼 말이다. .원경릉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양여혜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원숭이와 원 박사는 상황이 달라요. 원숭이는 억제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 게 원숭이의 뇌세포 성장 과정에 약이 이미 거진 쓰여서 지능도 일반 원숭이 수준이되었으니 신체 각 부분과 대뇌도 점점 정상을 찾을 거예요. 약간 지능이 높은 것 외에 일반 원숭이와 별 차이가 없어지는 거죠. 뇌세포가 여전히 천천히 분열하며 재생하고 있지만 일단은 정상이고 3년동안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니 매년 한번씩 데리고 오세요. 이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사실 원 박사 약은 이미 1단계 성공했어요. 대뇌가 극한까지 개발될 필요 없이 지금보다 약간만 발전하는 형태로 이미 다 됐어요. 원 박사에게 주사한 건 2단계 약으로 원박사 상태는 제어가 안 될 거예요

  • 명의 왕비   제 2872화

    우문호가 말했다. “당연히 홍엽을 옥졸로 삼을리 없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홍엽은 지략이 뛰어나고 후방에서 전술과 전략을 세우는 대가니 냉정언과 둘이서 한 명은 암, 한 명은 명을 담당하면 딱이야. 홍엽이가 안심하고 북당에 계속 살면 우리 발전에 큰 이익이 될 거야. 지금 홍엽이 정착을 못하고 움직이려고 하는 건 자신이 집없는 떠돌이 같다고 느껴져서니까. 원숭이가 있으니 홍엽이 집이 있고, 원숭이가 당신을 못 떠나니 홍엽은 경성에 머물 수 밖에 없겠지.”리더가 되서 좋은 부하를 얻는 건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우문호는 그날 밤 밥을 두 그릇이나 더 먹었다. 원경릉 엄마는 사위 먹는 모습에 흐뭇해서 엄마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기뻐했다. ‘어머나! 사위가 내가 만들 요리를 좋아하다니.’원 교수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고 그저 사위와 한두 잔만 마셨다.태상황이 잔을 슬쩍 가져오려하자 원경릉이 눈을 부라리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태상황은 겸연쩍게 잔을 도로 치웠다. “딱 한 잔만!”“감기 아직 다 안 나아서 안 돼요!” 원경릉이 단호하게 말했다.“맞아요, 이제 두 분만 좋아지시면 돌아갈 계획인데 역시 안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희상궁도 권했다.희상궁은 여기서 비록 묶인 것 없이 며칠 편안한 날을 보냈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아 북당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서일은 바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랬다. 얼른 돌아가 사식이와 사탕이를 보고 싶었다.태상황은 씩씩거리며 ‘잔소리쟁이’라고 한마디 하고는 밥만 먹기 바빴다.원경릉은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났다. ‘정말 아직도 어린이네. 감기에 걸려놓고 아직도 술이 마시고 싶다니. 갈수록 조심을 안 한다니까.’어르신들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이틀 뒤 몸 상태가 호전된 뒤에나 돌아가기로 했다.사위 일행이 돌아가면 큰 일을 치러야 하는 것을 알기에 원경릉 엄마도 말리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돌아오는 것도 쉬워져서 아이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며 가져가라고 했다.소요공도 물건을 잔뜩 가지고 가는데 상자로 몇 개였다. 전부

  • 명의 왕비   제 2873화

    안풍친왕비는 위아래 명품을 빼 입고 목에는 커다란 금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북당에서 돌아와 보상심리로 며칠간 쇼핑을 한 것이였다. 그렇게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행복할 때인데 안풍친왕비의 말에 비보를 전해들은 것처럼 안풍친왕의 세상은 순간 얼어붙었다.안풍친왕비가 싸늘하게 안풍친왕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 큰 조카와 상의해서 매화장을 우리에게 먼저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이리율에게 의탁하는 수 밖에 없겠네.”안풍친왕은 그때 순간 은자 백만냥이 떠올라 흥분했다. “괜찮아, 이번에 돌아가면 우린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돼. 은자 백만냥이 있잖아.”안풍친왕비가 비관적으로 말했다. “됐어요, 그 백만냥이 돌아가도 아직 있겠어요? 불가능해요.”이쪽은 근심에 쌓여있는 줄도 모르고 저쪽은 양여혜의 지시에 따라 서교산 속 호수로 갔다.물건을 등에 지고 크고 작은 짐보따리에 원숭이까지 챙긴 일행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경호로 돌아왔다. 북당의 하늘과 북당의 경치를 보고, 북당의 공기를 들이 마셨다. 모두 천상에서 돌아온 기분으로 발이 땅에 닿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현대는 좋다. 하지만 진정한 집은 북당이다.다들 잠시 쉬었다가 짐을 들고 식사하러 도장으로 올라가는데, 호수 수면 위로 다시 두 사람이 올라왔다.“휘형? 형수님?” 태상황이 놀라서 물었다. “두분이 어떻게 돌아오셨죠?”안풍친왕이 자애롭게 태상황을 바라보며 답했다. “여섯째야, 형이 너희와 떨어지기 아쉬워서 돌아왔지. 너희와 계속 있고 싶어서!”“오, 그거 잘됐네요!” 태상황이 감동한 모습이다. 휘형이 최근 갈수록 형다운 모습을 보인다.소요공이 자기 짐을 부려 놓고 껑충껑충 뛰어와 안풍친왕비를 보고 감격했다. “사부님, 역시 절 못 잊어하실 줄 알았어요.”안풍친왕비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응, 그래.”안풍친왕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장에서 웬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안풍친왕 수하의 명장 흑영이였다. “사적인 원한을 갚으려 하니

  • 명의 왕비   제 2874화

    우문호는 슬슬 궤도에 오른 참이었다.우문호는 딸을 안고 원경릉은 어깨에 원숭이를 올린 채,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데, 뒤에서는 벌써 현대를 그리워하는 소리가 재잘재잘 들려왔다. 맛있는 음식, 자동차, 티비, 심지어 변기까지. 모두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반면 경호쪽 상황은 모두 알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사람이 엄청 많은데다가 가족을 돕자니 옳지 않았고, 이치대로 하자니 효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했다. 서일은 소요공은 짐이 많은데 자기는 원경릉 엄마가 준 선물만 들고와서 가뿐했기에 선뜻 도와주겠다고 했다.그런데 소요공이 기뻐하지 않으며 오히려 잔소리를 해댔다. “넌 하도 덜렁대서 괜히 쏟을 거 같아. 그리고 하산하면 마차가 있으니 도와줄 필요 없어.”좋은 뜻으로 도와주려고 한 서일은 뻘쭘해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냥 가뿐함을 즐기기로 했다.일행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늑대파 정보망 1급 기밀로 신속하게 경성으로 전해졌다.경성의 황실은 기름솥처럼 들끓었는데 특히 사식이는 너무 기뻤다. 전에 태자비 일행을 보낼 때 탕양이 돌아와 서일도 같이 갔다는 말에 한동안 기가 막히면서도 서일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했었다.일행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이리 나리가 직접 홍엽에게 전하고 그들이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고 귀뜸해 주었다.홍엽도 기뻐하며 태자가 어떻게 수양딸을 데리고 갈 수 있냐며, 이리 나리가 그들이 돌아오고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에, “당연히 좋은 소식이고 말고요. 수양딸이 돌아오는데.”이리 나리는 놀라움과 기쁨은 직접 보고 느끼는 게 낫지, 미리 말해주면 김이 빠질 게 분명했다. 이리 나리는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홍엽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사실 일행의 귀환 소식에 제일 기쁜 건 사식이가 아니라 훼천이었다. 훼천은 얼른 요부인에게 달려가서 벙글벙글 웃으며 그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말했다. “태자비 마마께서 돌아오신다는군.”요부인은 이미 미색이 보내온 소식을 듣고 알고 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응

  • 명의 왕비   제 2875화

    현대 여행객들이 경성 초왕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모두 열렬한 환영준비에 들어갔다.미색이 사람을 안배해 초왕부에서 기다리게 하고 마침 순왕 부부도 경성에 와서 함께 참석했다.원경릉이 막 문에 들어서자 미색이 달려가 안는데 힘이 장사라 원경릉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다들 원경릉을 끌어안으며 중구난방으로 물어댔다.서일은 어렵사리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사탕이를 안고 있는 사식이를 발견하더니, 눈시울이 붉어지며 달려가 아이와 사식이를 안고 울었다. “사식아, 이생에 다시는 너희들을 못 보는 줄 알았어.”사식이는 감동에 찼다가 이 말을 듣고 순간 무릎을 팍 차올리며 성을 냈다. “뭐라는 거예요? 태자비 마마 마중간 거잖아요! 뭘 평생을 못봐요? 쓸데없는 소리 할래요, 진짜!”“진짜로….”“어, 당신 이빨!” 사식이가 기뻐서 서일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이빨 나았네요? 자란 거예요?”서일이 헤벌쭉 웃으며 자랑했다. “자란게 아니라 태자비 마마께서 이를 심어 주셨어. 좋아보여?”서일은 사탕이를 안고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 틈에 몰래 사식이 볼에 뽀뽀했다. 그러자 순간 얼굴에 빛이 나며 몰래 사탕을 훔쳐먹은 아이처럼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사식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서일을 콩콩 때렸다. “이 장난꾸러기!”하지만 속으로는 ‘성격이 변했나? 전에는 사람이 있으면 손도 제대로 못 잡더니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뽀뽀를 다해? 간이 부었구만.’ 라고 생각했다. 한참 떠들썩한 뒤에 동서들은 문을 닫고 얘기를 시작했다.손왕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돌아와서 잘 됐어. 훼천이 이제는 안심할 수 있겠네. 요부인이 자네가 와야 혼례를 올린다고 해서 훼천이 어찌나 조바심을 내던지! 바깥 양반 말에 따르면 걸핏하면 태자 전하를 찾아와서 자네가 언제 돌아오냐고 물어봤대. 근데 이제 소원대로 됐구만. 진짜 믿을 수가 없다니까. 태자비가 돌아오는 걸 가장 학수고대한 게 훼천이었다니!”손왕비가 말을 하며 과장스런 손짓을 보탰다.원경릉은 손왕비가 해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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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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