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연도 이 농장에서 함께 진행되었다. 술과 요리가 풍성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풍미가 좋고, 장황하고 거추장스러운 건배 예식 없이 신랑 신부가 아이들과 와서 건배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서 먹는 방식이였다. 밥을 먹고 손님들을 환송한 후 가족들이 남자, 신랑 신부는 일일이 어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휘종제에게, 건종 태자에게. 두 노인도 원경릉을 상당히 좋아해서 깜짝 놀랄 만큼 두터운 금일봉을 하사했다.두 사람에게 인사를 마치고 원경릉은 태상황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으로 태상황이 무릎 위에 가지런한 두 손을 꽉 쥐었다. “황조부, 절 항상 사랑하고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황조부께서 안 계셨으면 그동안 저와 다섯째는 이렇게 편하게 지내지 못했을 거예요.”태상황도 입술이 떨리며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바보 녀석, 네가 아니었으면 과인은 살아있지도 못했어.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도 마라, 앞으로 잘하면 돼.”다들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맺혔다. 원씨 집안 사람들은 그동안 계속 태상황이 경릉이를 돌봐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말 정말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원경주는 가슴이 먹먹해서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어르신, 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감격과 경외심을 조금이나마 표현하는 의미로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그래, 좋아, 술 가져와. 과인이 경주와 한잔해야겠어!” 태상황이 바로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주진이 태상황에게 잔을 가져다주었다.태상황이 감동해서 말했다. “자, 자네가 할아버지라고 했으니 먼저 과인이 한 잔 비우지. 경주, 이리 와. 할아버지가 먼저 한 잔 비울 테니까!”원경주가 놀랐다. ‘어째 말씀이 굉장히 쑥스러운데?’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니 옛날과 지금의 차이겠지하고 따라서 마셨다.태상황이 잔을 비우고 옆을 보며 원경릉 할머니에게 활짝 웃으며, “경주가 뜻밖에도 과인을 할아버지라고 하는군, 주디, 우습지 않아?”할머니가 미간을 찡그리며,
누구 잘못이든 지금 할머니는 원경릉은 냅다 버려 버리고 태상황을 쫓아가 변명하는 처지가 되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결혼식이 끝나고 내일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휘종제는 통이 커서 신혼부부와 노인들, 이렇게 두 팀으로 호화 여행단을 꾸려주었다.할머니는 원래 가고 싶지 않아서 휘종제가 묻자 싫다고 말하려던 찰나, 태상황이 말했다. “저 분께서는 갈 리가 없어요. 우리를 무시하는데 어떻게 우리랑 같이 놉니까?”할머니는 고집을 부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요, 저 가고 싶어요.”이렇게 다음날 두 팀은 각자 출발했다. 원경주는 노인팀 리더를 맡아 신혼부부와 노인팀은 서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우문호는 이렇게 큰 크루즈를 타 본 적이 없어서 배에 오른 뒤 촌놈처럼 이거저거 보는 것마다 놀랐으나 제일 기분 좋은 건 마침내 둘만의 세상에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아무도 성가시게 하지 않고 고요하게 7일간의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아이들도 세상 물정을 알아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찾아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철이 들어서 아빠, 엄마가 자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곁에 엄마, 아빠가 없다는 말은 곧 자유를 의미했고, 휘종제와 할할할아버지의 총애를 등에 업은 채 먹고 싶은 거는 뭐든지 먹고,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된다는 말이다!크루즈 방은 창과 발코니가 있어 신혼부부는 바깥에 누워 현대에 내리쬐는 태양의 세례를 받으며 모든 근심 걱정을 버려 버리고 점점 멀리 바다로 떠나갔다.이곳엔 북당도 없고, 정사도 없으며 일체의 모든 고민거리가 없었다. 그저 두 사람에게는 7일간 이어지는 유쾌하고 행복한 여정만 있을 뿐이었다.바닷바람은 비교적 셌지만 두 사람에게는 상쾌한 수준이었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 푸른 바다에 금빛으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봤다. 밀려왔다 부서지기는 기복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이는 파도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행복했다.“원 선생, 세상 사는게 참 쉽지 않아. 그치? 이렇게 며칠간 행복하
우문호가 머쓱해했다. “질투하는 게 아니야. 이게 질투할 게 어딨다고? 하지만 당신 말이 맞아. 나중에 군주가 자기랑 있으면 난 정정이랑 놀면 되겠어.”원경릉이 비꼬는듯한 말투로 물었다. “어째 난 덤인 거 같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당신이 덤일 리 없지. 당신은 앞으로 매일 함께 하지만 정정 형과는 한 번 만나기 어려우니까. 아참 그렇지. 정정 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아이랑 정정 형 아이랑 정혼하자고 했잖아. 지금 우리가 딸을 낳았다고 호두(虎頭, 진정정의 아들)한테 시집보내야 하는 건 아니겠지?”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 “자기 생각은 어떤데?”‘진짜 쓸데없는 걱정 하고 있어.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 자기가 정해준 대로 딸이 고분고분 시집을 갈 것 같기나 해?’ 원경릉은 속으로 중얼댔다. 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 죽어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난 호두가 사탕이랑 별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우리 딸한테는 별로 안 맞아.”“응? 뭐가 어떻다고?” 하하 웃음이 터졌다.우문호는 진지하게 원경릉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나이가 안 맞아. 호두는 우리 딸보다 몇 살더 많고, 또 국적도 달라, 풍토에 적응이 안 되는 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그리고 두 나라 풍속이 다르고, 통혼은 역시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해.”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기는 좋아하는 정정 형님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는 거 아냐?”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이건 신뢰를 저버리는 정도는 아니지. 어쨌든 우리가 당초에 얘기한 건 우리 떡들 셋이랑 호두였잖아. 세 번째 출산에서 태어난 아이를 꼭 결혼시키기로 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지금 우리 만두와 호두가 형제를 맺었으니 됐어. 그러면 호두는 계란이의 오빠가 되는 거잖아. 오빠는 여동생이랑 결혼 못 하지. 안 그래? 맞아, 바로 이거야!”‘얄팍한 형제애 같으니라고!’ 원경릉은 우문호를 내려다봤다.햇살을 한껏 즐기고 원경릉이 물었다. “배 안
그들은 확신했다. 어르신들과 이 배에서 만나는 순간, 신혼여행은 거대한 재난이 될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래서 이어지는 이틀 동안 두 사람은 원경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노인들이 가는 곳에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곳은 원경주가 필사의 힘을 다해 노인들이 못 가게 막았다.그래서 비록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뜻밖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여정에 스릴을 더할정도로 재밌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밀회의 자극과 스릴을 경험할 수 있었다.하지만 빈틈없이 하고 있다는 과신에서 점점 대비가 소홀해졌다.그리고 원경주도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원경주라는 현대의 노예는 고대의 노인들이 왜 이렇게 정력이 넘치고 팔팔한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수영하러 가겠다는 것이다.원경주는 정말 기력이 하나도 없었고 여동생 부부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수영장에 가지 않겠지, 하고 알리지 않고 침대에 쓰러져 조금만 자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어쨌든 할머니와 희상궁은 가시지 않고 세 미치광이는 지치면 돌아오겠지.’우문호는 오늘 밤 문득 기분이 업 돼서 자신이 물 위를 걷는 절대 무공을 시연하고 싶다는 생각에 원경릉의 손을 끌고 수영장으로 갔다.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두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장난치고 잠수해서 숨 참기로 하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그리고 두 사람이 새로운 놀이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누가 바닥에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지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운명인지 밖으로 숨 쉬러 나오면 같이 나와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위치도 정확한게 정말 텔레파시가 통하나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몇 번을 하고 마지막에 우문호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눈앞에 머리 하나가 보였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또 맞았…. 아, 소요공?”소요공도 놀랐다. “다섯째?”연달아 몇 개의 머리가 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 재상과 태상황, 그리고 미소가 얼어 붙어버린 원경릉이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의혹으로 가득
어르신들 방을 찾아가자 그들도 막 집에 돌아와 있었다. 희상궁과 할머니가 옆 방 발코니에서 바다풍경을 보고 있길래 어르신들한테도 같이 와서 보라고 했다. 할머니와 희상궁은 두 사람을 만나 기쁜게 눈에 확 띄었으나 어르신 셋은 별로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억지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대놓고 말했다. “왜 같이 있으면 안 돼죠? 왜 각자 놀면서 서로 모르는 척 하자는 겁니까?”“너희는 너희들대로 놀아, 같이 놀 필요없다니까. 나이도 다르고 마음 상태도 다른데 같이 놀기 어렵지.” 태상황이 말했다.원경릉이 말했다. “어르신들 노시는 거 우리가 같이 하면 되는데 뭐가 다른 거죠?”태상황이 미간을 찡그렸다. “너희들도 다 컸잖아. 언제까지 우리한테 들러붙을 거야?!”“그래, 맞아!” 소요공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요 이틀동안 노인들은 신나게 먹고 재미나게 놀았다. 하지만 태자비가 있으면 분명 이것 저것 제약이 많아질 것이고 밥을 한 번 먹어도 담백하게 먹어야 한다며 편하게 못 먹겠지. 생각만 해도 재미가 뚝 떨어진다. ‘어렵게 나와서 노는 거잖아, 전에 다섯째 오기 전에 태자비랑 놀러 다녔는데 눈을 부리부리 뜨고 지켜봐서 재미 하나 없었다고.’“안 됩니다. 기왕 만났으니 같이 있어야 해요!” 원경릉이 고집했다. 저들과 같이 있기 싫어서 이래저래 피해다녔던 건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삼대 거두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원경주를 바라보며 어서 한 마디 거들어 주기를 바랠 뿐이였다.원경주는 잠이 덜 깬 상태로 매부와 여동생을 보고 너무 의외였다. 저들이 마주치면 태상황 일행이 여동생에게 들러붙을 줄 알았기에 반대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이거 동생이 M인 거 아냐?’하지만 원경주는 기꺼이 동생 부부와 같이 있고 싶었다. 누가 어르신들을 봐주면 자신은 바다를 보며 휴식도 취하며 어렵사리 얻은 여행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같이 놀죠. 다 식구잖아요. 밖에 나왔다고 헤어져 있을 이유는 없죠!”희상궁과 할머니도 말씀하셨다.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양여혜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생겼다. 원숭이가 이식 수술에 성공해서 원경릉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원경릉이 이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몰아 원숭이를 보러 갔다.실험실에 들어가자 원숭이가 원경릉에게 달려와 원경릉을 꼭 끌어안았다. 원경릉이 눈시울이 뜨거워져 원숭이를 껴안고 흐느끼자 원숭이도 따라서 펑펑 울었다.원숭이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실험실에 있던 나날을, 함께 추억을 쌓았던 나날들을 말이다.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분명 아직 홍엽을 기억하고 늑대골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소리다.서로 끌어 안으면 울다가 원숭이를 놔주고 눈물을 닦은 뒤 아기 원숭이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방긋 웃으며 물었다. “날 기억하네, 그럼 홍엽도 기억하지?”그러자 원숭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가가 발그레져 원경릉의 손을 꽉 쥐었다.원경릉이 마음이 아파져 원숭이 얼굴을 매만졌다. “널 데리고 가서 홍엽만나게 해 줄게. 어때? 홍엽은 계속 널 못 잊어!”원숭이가 아우하고 울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히 흥분한 모습으로 원경릉의 어깨에 뛰어올라 쭈그리고 앉았다. 마치 마스코트처럼 말이다. .원경릉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양여혜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원숭이와 원 박사는 상황이 달라요. 원숭이는 억제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 게 원숭이의 뇌세포 성장 과정에 약이 이미 거진 쓰여서 지능도 일반 원숭이 수준이되었으니 신체 각 부분과 대뇌도 점점 정상을 찾을 거예요. 약간 지능이 높은 것 외에 일반 원숭이와 별 차이가 없어지는 거죠. 뇌세포가 여전히 천천히 분열하며 재생하고 있지만 일단은 정상이고 3년동안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니 매년 한번씩 데리고 오세요. 이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사실 원 박사 약은 이미 1단계 성공했어요. 대뇌가 극한까지 개발될 필요 없이 지금보다 약간만 발전하는 형태로 이미 다 됐어요. 원 박사에게 주사한 건 2단계 약으로 원박사 상태는 제어가 안 될 거예요
우문호가 말했다. “당연히 홍엽을 옥졸로 삼을리 없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홍엽은 지략이 뛰어나고 후방에서 전술과 전략을 세우는 대가니 냉정언과 둘이서 한 명은 암, 한 명은 명을 담당하면 딱이야. 홍엽이가 안심하고 북당에 계속 살면 우리 발전에 큰 이익이 될 거야. 지금 홍엽이 정착을 못하고 움직이려고 하는 건 자신이 집없는 떠돌이 같다고 느껴져서니까. 원숭이가 있으니 홍엽이 집이 있고, 원숭이가 당신을 못 떠나니 홍엽은 경성에 머물 수 밖에 없겠지.”리더가 되서 좋은 부하를 얻는 건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우문호는 그날 밤 밥을 두 그릇이나 더 먹었다. 원경릉 엄마는 사위 먹는 모습에 흐뭇해서 엄마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기뻐했다. ‘어머나! 사위가 내가 만들 요리를 좋아하다니.’원 교수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고 그저 사위와 한두 잔만 마셨다.태상황이 잔을 슬쩍 가져오려하자 원경릉이 눈을 부라리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태상황은 겸연쩍게 잔을 도로 치웠다. “딱 한 잔만!”“감기 아직 다 안 나아서 안 돼요!” 원경릉이 단호하게 말했다.“맞아요, 이제 두 분만 좋아지시면 돌아갈 계획인데 역시 안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희상궁도 권했다.희상궁은 여기서 비록 묶인 것 없이 며칠 편안한 날을 보냈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아 북당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서일은 바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랬다. 얼른 돌아가 사식이와 사탕이를 보고 싶었다.태상황은 씩씩거리며 ‘잔소리쟁이’라고 한마디 하고는 밥만 먹기 바빴다.원경릉은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났다. ‘정말 아직도 어린이네. 감기에 걸려놓고 아직도 술이 마시고 싶다니. 갈수록 조심을 안 한다니까.’어르신들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이틀 뒤 몸 상태가 호전된 뒤에나 돌아가기로 했다.사위 일행이 돌아가면 큰 일을 치러야 하는 것을 알기에 원경릉 엄마도 말리지 않았다. 어쨌든 이제 돌아오는 것도 쉬워져서 아이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며 가져가라고 했다.소요공도 물건을 잔뜩 가지고 가는데 상자로 몇 개였다. 전부
안풍친왕비는 위아래 명품을 빼 입고 목에는 커다란 금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북당에서 돌아와 보상심리로 며칠간 쇼핑을 한 것이였다. 그렇게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행복할 때인데 안풍친왕비의 말에 비보를 전해들은 것처럼 안풍친왕의 세상은 순간 얼어붙었다.안풍친왕비가 싸늘하게 안풍친왕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 큰 조카와 상의해서 매화장을 우리에게 먼저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이리율에게 의탁하는 수 밖에 없겠네.”안풍친왕은 그때 순간 은자 백만냥이 떠올라 흥분했다. “괜찮아, 이번에 돌아가면 우린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돼. 은자 백만냥이 있잖아.”안풍친왕비가 비관적으로 말했다. “됐어요, 그 백만냥이 돌아가도 아직 있겠어요? 불가능해요.”이쪽은 근심에 쌓여있는 줄도 모르고 저쪽은 양여혜의 지시에 따라 서교산 속 호수로 갔다.물건을 등에 지고 크고 작은 짐보따리에 원숭이까지 챙긴 일행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 경호로 돌아왔다. 북당의 하늘과 북당의 경치를 보고, 북당의 공기를 들이 마셨다. 모두 천상에서 돌아온 기분으로 발이 땅에 닿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현대는 좋다. 하지만 진정한 집은 북당이다.다들 잠시 쉬었다가 짐을 들고 식사하러 도장으로 올라가는데, 호수 수면 위로 다시 두 사람이 올라왔다.“휘형? 형수님?” 태상황이 놀라서 물었다. “두분이 어떻게 돌아오셨죠?”안풍친왕이 자애롭게 태상황을 바라보며 답했다. “여섯째야, 형이 너희와 떨어지기 아쉬워서 돌아왔지. 너희와 계속 있고 싶어서!”“오, 그거 잘됐네요!” 태상황이 감동한 모습이다. 휘형이 최근 갈수록 형다운 모습을 보인다.소요공이 자기 짐을 부려 놓고 껑충껑충 뛰어와 안풍친왕비를 보고 감격했다. “사부님, 역시 절 못 잊어하실 줄 알았어요.”안풍친왕비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응, 그래.”안풍친왕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장에서 웬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안풍친왕 수하의 명장 흑영이였다. “사적인 원한을 갚으려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