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이 물었다. “백혈병 대상 표적 치료자는 이미 많지 않나요? 백혈병은 더 이상 극복하기 어려운 난치병이 아닌데 왜 다른 암 표적 치료제를 연구하지 않죠?”양여혜가 말했다. “알다시피 무슨 약이든 누군가가 밤낮으로 묵묵히 노력해 온 결과물이예요. 백혈병에는 쓸 수 있는 좋은 약이 확실히 있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일단 약을 쓰기 시작하면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고, 약에 내성이 생기면 남은 방법은 골수이식밖에 없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으면 상당히 많은 환자에게 복음이 될 겁니다. 그리고 원 박사도 알다시피 최근 들어 백혈병을 앓는 환자 수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오랜 시간 배운 학문과 타고난 재능을 낭비하지 말아요.”원경릉은 가슴 속에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지만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남편과 상의해 봐야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양여혜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 하지만 남편분은 허락하실 거라고 믿어요. 두 분은 서로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 사이니까요. 그리고 누가 누구를 위해 자신의 이상이나 일을 희생하지 않으시죠!”원경릉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가슴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꿈에도 실험실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배운 것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배운 것을 쓸 데가 있는 것이 사실 원경릉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고 보답이었다.양여혜가 원경릉을 배웅하며 말했다. “사실 모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앞으로 나가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티끌 모아 태산이 되어 결국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게 되거든요!”원경릉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잘 생각해 볼 게요. 가정과 일 사이에 균형 잡는걸!”원경릉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보고 주진이 양여혜에게 물었다. “선배가 OK 할 거 같으세요?”양
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았다. “원 선생, 우리 꿈이 드디어 이뤄졌어!”지난번 돌아간 뒤로 두 사람은 줄곧 두 사람의 결혼식을 바라왔다.물론 북당에 돌아가면 또 한 번 혼례를 치르겠지만 의미가 전혀 다른 게 여기에서 결혼식은 원경릉의 고향에서 치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 마침내 이뤄졌어!” 원경릉이 감탄하며 또 고마웠지만, 양여혜의 제안을 우문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참 막막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포옹했던 팔을 풀며 물었다. “원숭이 일은 어떻게 됐어?”“아…. 아마 나랑 비슷한 수술을 받을 것 같아. 그리고 전에 그 남자아이도 뇌가 아직 죽지 않은 게 발견돼서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았어.”우문호가 놀라며 물었다. “원숭이의 대뇌를 그 아이 몸에 이식할 거라는 소리야?”“아니, 종이 달라서 리스크 수치가 너무 높아. 그런 모험은 못 하지.”우문호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래, 꼬마아이의 몸에 원숭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당황스러운가.”원경릉은 용기를 한껏 끌어 올려 우문호에게 양여혜의 제안을 전했다. 그런데 오히려 얘기를 다 듣고 난 우문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면 아마 난 보위에 오르겠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면 한동안 엄청나게 바빠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할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아니면 내가 할 일을 새로 찾을까?”“당신은 다시 의대를 세우고 싶어 하잖아. 난 어떤 일을 하든 당신을 응원해. 본업을 잊을 당신이 아니지.”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부드럽고 그윽한 우문호의 눈매를 바라봤다. “조금 구별하자면 이렇게 되는 거야. 양여혜 선생님은 신약을 개발하고 싶어 해. 그 약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나한테 그 연구 그룹 팀장을 맡아주기를 바라. 하지만 여기 장기적으로 있을 필요는 없고 가끔 오거나 테스트 단계에 들어갔을 때 비교적 장기간 여기 있게 될 거라고 했어.”우문호가 물었다. “그 일, 하고 싶어?”원경릉이 망설이다가 역시 마음이 시키는
우문호의 지지를 얻고 나서야 원경릉은 모두에게 양여혜의 제안을 상의했고, 역시나 모두 동의했다. 삼대 거두조차 반대하지 않고 심지어 능력이 있으면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당연하고 성별은 무관하다며 그것이 리더의 각오라고 했다.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사고 방식은 그들이 정계에 몸담은 수십 년 동안 당연한 생각으로 자리 잡아 왔다.제일 기뻐한 건 물론 원경릉의 부모와 오빠였다. 원 교수는 감격한 나머지,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지 말고 외식하지!”소요공은 외식을 좋아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좋은 술을 많이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요공은 돌아갈 때 가져갈 리스트에 술이 잔뜩 있었는데,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가져갈 생각이었다.그리고 원경릉이 현대로 돌아와 일하는 것을 소요공이 두팔 벌려 환영한 이유도 바로 자신을 대신해 물건을 사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다음날은 웨딩 사진을 찍는 날이었다.웨딩 사진은 역시 온 가족 총출동이었다. 외출 전에 밖에서는 군신이나 귀천이 없다고 태상황이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는 특히 희상궁과 서일에게 하는 말로 두 사람은 밖에서도 걸핏하면 예의를 지키려고 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스튜디오 전체가 우문호 일가를 챙기기 바빴다. 우문호 가족은 웨딩 사진 뿐 아니라 아이들과 노인 사진도 찍기 때문이었다.스튜디오에는 웨딩 사진이 많이 걸려 있었다. 희상궁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사진을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혼례를 치르는데 어째서 흰색을 입죠?”“대주에 가면 대주의 법을 따르는 법이다!” 주 재상이 설명해 주었다.희상궁이 웨딩드레스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여기 관습도 그 자체로 참 예쁘네요.”주 재상이 희상궁의 표정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입고 싶어? 우리도 찍을까?”희상궁이 얼굴을 붉혔다. “우리가 뭘 찍어요?! 이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건데. 우리 나이에 안 맞아요. 안 해. 남들이 비웃는 다고요.”주 재상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당신이
태상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을 하나 손짓으로 부르더니 희상궁과 주 재상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말했다. “옷을 몇 벌 고른 후에 두 사람도 사진을 찍을 거라고 하네요. 그럼 스튜디오 촬영만 하는 걸로 합시다. 야외 촬영은 피곤하니까요.”주 재상은 야외 촬영을 해도 되긴 하지만 희상궁은 안 된다. 태상황은 역시 세심한 사람이었다.희상궁이 직원의 말을 듣고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뇨, 안 찍어요, 쇤…. 전 안 찍어요.”“찍어!” 태상황이 눈을 부라렸다. “감히 명을 어길 셈인가? 응?”희상궁이 당황해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실 때 분명 그러지 않았었나? 밖에서는 군신이나 귀천을 따지지 말라고. 그런데 어떻게 어명을 내리실 수가 있지?’“그…. 그러면… 근데 이 옷, 저 옷도 저한테는 안 어울릴 것 같은데요. 무슨 잠자리 날개도 아니고 너무 얇고 다 비치는데 제가 어떻게 입어요?” 희상궁이 얼른 말했다.직원이 웃으며 커튼을 열자, 거기는 전부 치파오로, 금사와 은사로 수놓은 옷들이 잔뜩 있어서 최고급 천은 아니지만 멋진 스타일로 없는 게 없어, 순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아 주 재상까지 탄성을 질렀다. 남자용 옷을 봤기 때문이었다.주 재상이 고개를 돌려 태상황을 바라보는 눈빛에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라고 적혀 있었다.태상황이 주 재상에게 눈짓했다. ‘과인은 여기까지밖에 못 도와줘.’주 재상이 너무 기뻐서 희상궁과 함께 옷을 골랐다. 희상궁은 말끝마다 ‘안 할래요. 안 할래요’ 하면서도 두 손은 바쁘게 옷 사이를 드나들고 있었다. 천천히 하나를 꺼내 몸에 대보았다. “이거…. 사실 너무 부끄러워요. 이 나이가 돼 가지고 이게 뭐 하는건지...”희상궁이 고른 옷은 치파오였다. 어두운 빨간색에 단순한 스타일인데 간결하고 대범했다. 희상궁은 배시시 웃으며 주 재상에게 말했다. “예뻐요?”주 재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마저 잊은 채 감탄했다. “예뻐, 예뻐!”희상궁도 살짝 기쁜 눈치였다. “그럼…. 그럼 한 번 입어볼까요, 어머, 여기 트임이
우문호가 약간 샘이 나서 비꼬았다. “이게 도대체 누구 혼례야?”‘저쪽은 무슨 야시장 연 것처럼 북적북적하고, 이쪽은 노점에서 혼자 파리 날리고 있는 느낌이 나는데 비교돼도 이거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니냐고!’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늘 사랑을 과시해 왔잖아. 저분들 사랑 자랑하게 내버려두자.”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말했다. “우리는 원래 서로 은애하는 사이라, 과시랑은 거리가 멀지. 우리가 빨리 다해서 저분들이 우리 풍류를 따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겠어.”메이크업하는 사람이 이 얘기를 듣고 궁금해하며 물었다. “두 분 연예인 이시죠? 어떤 작품 찍으셨어요? 사극 전문? 두 분 얘기를 들어보니 문어체가 아주 멋져요.”원경릉이 풉하고 웃으며, “맞아요. 저흰 그냥 조연이지만 확실하게 연기하죠. 그리고 아직 그 사극 드라마를 계속 찍고 있어요.”그러자 메이크업하는 사람이 연거푸 칭찬했다. “두 분 연기가 좋으세요. 비주얼도 되시니까 분명 주연은 따실 거예요. 힘내세요!”“감사합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메이크업을 마치고 아이들도 메이크업하고 나왔다. 깔끔한 흰색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한쪽에 행커치프가 꽂은 채 일제히 두 사람이 앞에 서 “아빠, 엄마!” 하고 불렀다.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거울에 비친 모습은 똘망똘망하고 잘 생겼다. 원경릉이 자세히 보기도 전에 직원들이 아이들을 둘러싸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올 때도 좋아했는데 지금 꼬마 정장을 입고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빗어 넘긴 모습은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영상 찍기에 바빴다.그리고 저쪽에서 희상궁과 원경릉 할머니가 치파오를 입고 나왔다. 주 재상과 태상황도 차이나 스타일 정장으로 갈아입고 마주하자, 주 재상과 희상궁의 눈에는 오직 상대방만이 보이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눈가엔 형용할 수 없는 짙은 사랑이 흐르고 있었다.태상황은 약간 우쭐했다. “주디, 과인의 이 옷 어때?”원경릉 할머니가 웃음을 지었다. “멋져요. 아
눈썹을 다 그렸는데도 태상황은 여전히 할머니 뒤에서 씩씩거리며 뺨을 부풀리고 할머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도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장난친 거예요. 전의감을 나 몰라라 내버려둘 리가 없잖아요. 제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인 곳인데 쉽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그런데 방금 그렇게나 진지하게 얘기했다고?” 태상황이 말했다.“농담 알아야 몰라요? 당신은 유머 감각이 부족해요. 이 점은 정말 소요공만 못하다니까.”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됐어요. 앉으세요. 메이크업해 드릴 테니까. 조금 있다가 우리 가족 사진 찍어야 해요.”태상황이 앉으며 궁시렁댔다. “유머가 없는 게 뭐? 유머가 뭐 밥 먹여줘? 과인은 그것보다 더 멋진 성숙하고 침착한 사람이야.”‘감히 나랑 십팔매를 비교해? 십팔매가 뭐라고?’ 태상황은 속으로 짜증을 내며 거울로 십팔매를 흘끔 봤다. 십팔매는 막 치파오를 들고 연구 중이였는데, 보기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데 어떻게 입으면 그렇게나 아름다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요공은 마음이 동했다. ‘남자용은 없나?’소요공은 이 세계에서는 염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 직접 물어봤다. “내가 입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까?”이 말에 모든 직원이 일제히 놀라서 얼음이 되었다.원 교수가 얼른 다가갔다. “농담이에요, 농담.”직원들이 웃으며, “아, 어르신 정말 유머러스하세요!”소요공은 약간 떨떠름했지만 원 교수가 더 이상 묻지 못하게 하고 소요공을 끌고 가서 차이나 스타일 정장으로 갈아입혔다.태상황의 의문스럽다는 듯 생각했다. ‘이게 유머라고? 유머라는 게 멍청하게 구는 건가?’마침내 전부 옷을 갈아입었고 메이크업도 다 마쳤다. 모두가 가족사진을 찍기만 기다리고 있어서 일단사진부터 찍고 원경릉의 웨딩 사진을 찍기로 했다.가족사진을 찍으려니 자리가 비좁아 배경판 앞에 전부 빽빽하게 서야 했다. 할머니와 희상궁은 삼대 거두 곁에 앉고 원 교수 부부가 그 뒤 중간 위치에 서고, 우문호 부부와 원경주가 그들 좌우에 섰다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바로 야외 촬영에 들어갔다.스튜디오 촬영은 힘들었지만, 다행히 나온 결과물에 다들 만족했다.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건 희상궁과 주재상도 함께 웨딩 촬영을 한 것으로 비록 간단한 스튜디오 촬영이었지만 매우 따스하고 애정이 넘쳤다.웨딩 촬영을 마친 후 결혼식이 진행됐다.소규모 야외 결혼으로 농장을 하나 빌려 웨딩업체에서 사전에 준비를 마친 뒤 소수의 사람을 초대했는데 모두 가까운 동료와 친구들이었다.원 교수 병원 동료도 몇 명 왔었는데, 그들은 원 교수의 가정 상황을 잘 알아서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안풍 친왕 부부가 건종 태자와 휘종제를 모시고 왔고, 양여혜, 주진 등도 결혼식에 참석했다.농장을 상당히 디테일하고 우아하게 꾸며 놓았고, 심지어는 마당에 그네가 있어 아이들도 함께결혼식을 즐길 수 있었다.온 마당에 길고 붉은 띠를 드리운 풍선이 걸려있고, 울타리 벽에도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이 걸려있었다.타고난 외모의 우문호는 흰색 양복을 입고, 원경릉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청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보는 사람의 마음이 흔들렸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둘은 한층 더 잘 어울렸다. 소요공이 한마디 했다. “태자비 마마께서 많이 아름다워지시고 예전이랑 뭔가 달라졌는데 자세히 보면 또 어디가 달라졌는지 구분이 안 돼요.”“봤으면 됐으니 이제 얘기 그만해!” 태상황이 흥분해서 두 사람이 발언대 아래로 서서히 행진해 다가서는 것을 보고 잠시 후면 신부 측 가장이 올라가서 얘기할 것을 알았다. 식순을 경주가 미리 태상황 일행에게 알려주었다.원 교수가 발언대에 올라가 사위를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준비해 온 원고가 한 자도 보이지 않아, 목이 멘 채 겨우 한마디 했다. “우리 딸에게 잘해줘야 하네. 평생 우리 딸 손을 놓으면 안 된다.”우문호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네! 무조건 평생 곁에 있을 겁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언제나요!”원 교수가 말을 잇지 못하자 원경릉 엄마가 강단 위에 올라가 말했다. 원경릉의 엄마
피로연도 이 농장에서 함께 진행되었다. 술과 요리가 풍성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풍미가 좋고, 장황하고 거추장스러운 건배 예식 없이 신랑 신부가 아이들과 와서 건배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서 먹는 방식이였다. 밥을 먹고 손님들을 환송한 후 가족들이 남자, 신랑 신부는 일일이 어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휘종제에게, 건종 태자에게. 두 노인도 원경릉을 상당히 좋아해서 깜짝 놀랄 만큼 두터운 금일봉을 하사했다.두 사람에게 인사를 마치고 원경릉은 태상황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으로 태상황이 무릎 위에 가지런한 두 손을 꽉 쥐었다. “황조부, 절 항상 사랑하고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황조부께서 안 계셨으면 그동안 저와 다섯째는 이렇게 편하게 지내지 못했을 거예요.”태상황도 입술이 떨리며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바보 녀석, 네가 아니었으면 과인은 살아있지도 못했어.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도 마라, 앞으로 잘하면 돼.”다들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맺혔다. 원씨 집안 사람들은 그동안 계속 태상황이 경릉이를 돌봐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말 정말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원경주는 가슴이 먹먹해서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어르신, 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감격과 경외심을 조금이나마 표현하는 의미로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그래, 좋아, 술 가져와. 과인이 경주와 한잔해야겠어!” 태상황이 바로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주진이 태상황에게 잔을 가져다주었다.태상황이 감동해서 말했다. “자, 자네가 할아버지라고 했으니 먼저 과인이 한 잔 비우지. 경주, 이리 와. 할아버지가 먼저 한 잔 비울 테니까!”원경주가 놀랐다. ‘어째 말씀이 굉장히 쑥스러운데?’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니 옛날과 지금의 차이겠지하고 따라서 마셨다.태상황이 잔을 비우고 옆을 보며 원경릉 할머니에게 활짝 웃으며, “경주가 뜻밖에도 과인을 할아버지라고 하는군, 주디, 우습지 않아?”할머니가 미간을 찡그리며,